'강마루'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2.10.06 '착한남자' 송중기, 한재희 향한 지긋지긋했던 마음 끝낼 수 있을까? (1)
  2. 2012.09.29 '착한남자' 사랑에 빠진 문채원, 그 남자에게 가는 길
  3. 2012.09.21 '착한남자' 송중기의 복수극, 동의할 수 없는 이유 (1)
  4. 2012.09.20 '착한남자' 송중기, 이 남자에게 관심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 (1)
  5. 2012.09.14 '차칸남자' 송중기, 공포의 전율 느낀 섬뜩한 눈빛연기 (2)
2012.10.06 10:36




슬슬 인내심의 한계가 오려는 순간, 송중기의 눈물이 저를 붙드네요. 착한남자 첫 리뷰에서 언제 손들게 될지 모르겠다고, 이경희 작가의 잔인할 정도로 독한 사랑을 견뎌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했는데, 한재희가 폭력배를 동원해 강마루에게 폭행을 가하는 순간, 이 드라마를 이젠 견디기 힘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재희가 내려오고 싶지 않은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재희에게 정나미가 뚝 떨어져 버렸죠. 더불어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하기만 한 강마루가 왜 저런 여자를 내려놓지 못하나, 그 병적인 집착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정신적으로 감정소모가 많아서 말이죠. 

사랑이란게 그래요. 어느 순간 소유하지 못하면 집착으로 변해가죠. 강마루의 한재희에 대한 마음이 사랑인지 집착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더군요.  

 

한재희에게 매번 당하고 속으면서도 한재희에게 달려가고 마는 이 바보같은 남자와 끝내야 겠다고 생각한 순간, 강마루가 답을 내리더군요. 한재희씨한테 향했던 지긋지긋했던 마음이 끝이 났다고...

 

닮았다, 그 때의 나랑 너무 닮았다똑같은 나를 만났다

 

장대비보다 굵은 눈물을 흘리며 그녀는 말했다.  "나 그거 첫키스였어요.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마음껏 말해본 것도 처음이었어요. 내 스물 아홉 인생 전부를 합쳐서... 사랑해요 서은기씨, 나 그렇게 가슴떨리는 고백도 처음 들었어요. 그쪽때문에, 강마루라는 남자때문에 일어나고 숨쉬고 살아있는 일이 처음으로 좋아졌어요".

유일한 소원이 나랑 매일 마주보면서 사랑한다 말하고, 매일 사랑한다는 고백을 들으며 아이도 낳고 키우고 그렇게 늙어가는 거라는 여자, 그 여자가 물었다. "가능할까요?". 

 

내 유일한 소원도 그랬다. "누나에게 대단한 부와 명예를 줄 순 없지만, 나의 있는 힘을 다해 누나를 아끼고 사랑하겠습니다. 외롭지 않게 하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누나의 손을 놓지 않겠습니다. 내 시작은 처음부터 재희누나였고, 나의 끝도 누나의 것임을 약속합니다", 나는 아직까지 재희누나의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놓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서은기를 통해 나를 본다. 내 사랑을 본다. 대답해 주지 못했다. 내게 여자란 한재희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물을 닦아주고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녀가 너무 추워보였다. 난 그 때 춥지는 않았는데, 너무 따뜻해서 좋았는데 이 여자는 추워서 바르르 떨고 있다. 

그 때까지도 몰랐다, 한재희가 도시락 보자기를 들고 나타나기 전까지는.. 내가 한재희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 여자를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누나에게 소리쳤다, '건드리지마, 서은기는 절대 건드리지마'.  

누나와 함께 가려고 했던 동해, 서은기가 함께 가자고 메모를 붙여두었다. 잠들어 있는 그녀, 나도 모르게 인사를 했다. 그래요, 함께 가요.

 

안녕... 한재희. 한 때는 행복이었고 꿈이었던 등불을 껐다

 

전화가 왔다. 이젠 받지 않겠다고, 내 인생에서 한재희는 없다고 나에게 세뇌를 시킨다. 음성메시지, 재희누나 목소리다. 그날, 6년전 그날 그 다급한 목소리. 아픈 초코를 팽개치고 달려갔던 그날, 우리의 운명을 바꿔버린 그날처럼 나는 바보같이 또 달려간다.

입술이 터지고 여기저기 상처투성이로 웅크리고 앉아있는 누나, 처음 우리집에 뛰어들어온 누나가 보인다. 그리고 알았다. 자작극이었다는 것을...

 

소름끼쳤다. 누나의 무서움에... 서은기와 떼어놓겠다고 이런 짓까지 하는 누나는 내가 알았던 한재희가 아니었다. 내가 사랑하는 한재희가 아니었다. 그리고 알았다. 한재희를 사랑했다는 것을, 그 사랑이 이미 과거가 되었다는 것을... 

 

허무하다, 강마루의 사랑이 비참하다. 내가 사랑했던 것은 누구였을까? 운동화 한짝만 신고 입술이 터져 들어온 소녀? 정의와 부패척결을 외치는 한재희 기자? 왜 사랑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해야 하기때문에 사랑했나보다. 그 순간 깨달았다. 한재희에 대한 사랑이 나도 모르게 집착으로 변해있었다는 것을, 그 바보같은 사랑, 지긋지긋하게 내 발목을 잡았던 한재희라는 이름을 내 마음에서 지웠다.  

 

 

"가능할까요?"

 

그녀는 혼자 동해로 떠났다. 어디까지 들었을까? 한재희와 나의 대화를...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게 한재희는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여자를 보는 것이 편해졌다. 한재희에 대한 복수, 한재희의 파멸, 이제 관심없다. 이 여자를 지켜야 한다는 것밖에는...  

서은기, '나를 먼저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난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19년을 매일같이 사랑한다고 말해왔어요.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을 겁니다. 스 아홉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는 당신에게 너무 미안하니까... 대신 이것만은 약속할게요. 당신을 지켜주겠다고, 당신을 다치게 하는 그게 무엇이든, 누구로부터'. 

 

나는 다시 사랑을 하고 있었다. 그게 어떤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처음 한재희 누나를 봤을 때 지켜주겠다는 마음과 같은 것인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빗속에 피를 흘리며 맨발로 찾아온 서은기, 가능하다고 대답하고 싶었던 내 마음, 그게 사랑이라는 것이 확실해졌을 뿐이다. 이상 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ViewOn)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1
2012.09.29 13:10




서은기는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 사람만 생각하면 두둥실 하늘로 떠오르는 것처럼 좋습니다. 마치 가슴에 커다란 풍선이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살랑살랑 거리는 원피스도 입고 싶고, 예쁘게 화장도 하고 싶습니다. 서은기, 처음으로 공주가 된 것같습니다. 바비인형처럼...

 

난요, 사랑을 안믿었어요. 죽도록 사랑했던 그 사람은 마약을 숨겨달라고 이용만 하고 다른 여자랑 결혼해 버렸어요. 난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사람을 사랑한 잘못밖에는 없는데...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나고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내가 여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태산그룹 후계자 서은기로만 살아왔다는 것을 말이죠.  

그 남자는 가난합니다. 처음보는 가난이었습니다. 그런 곳에 사람이 산다는 것만 들었지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은 몰랐습니다. 그 사람 집을 처음 찾아갔던 날, 그 계단이 어찌나 힘들고 짜증나게 많던지요. 다리도 아프고 내려갈 일을 생각하니 끔찍스럽다는 생각만 들었죠.

그래도 참고 올라갔던 이유를 처음에는 몰랐어요. 비탈에 매달려 간신히 나무가지 하나에 의지해 있는 내게 손을 뻗쳐 구해주고, 엄마가 남겨준 인형을 가지러 목숨을 걸고 내려간 남자에 대한 호기심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에 대해 한꺼번에 많은 것을 알아버렸죠. 배다른 동생, 가난, 옹골찰 정도로 지독한 자존심, 그리고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운명과도 같은 이끌림.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자신감 넘치는 밀어냄, 감히 나 서은기를 밀어내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죠. 태산그룹의 비공식 후계자를 그렇게 까칠하고 도도하게,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밀어내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나는 서은기니까.

그리고 알았죠. 그 사람이 나랑 너무나 닮았다는 것을 말이죠. 그 사람은요, 나처럼 상처가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나처럼 상처를 온몸으로 독기로 뿜어내지 못합니다. 스폰지같아요. 독을 다 빨아녹이는 스폰지.

 

전화 한 통화에 일본으로 날아와 준 사람, 아오모리 리조트를 지켜준 사람, 그 사람은 엄마를 지켜줬습니다. 아버지도 지켜주지 않은 엄마를...

 

만나기로 했는데 그 사람이 오지 않습니다. 아마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나 봅니다. 전화도 받지않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서 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올 거라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거리축제에 한 눈을 판 사이 그 사람의 손을 놓쳤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사람이 안보입니다. 엄마를 잃은 아이처럼 그 사람을 찾아 헤맸습니다. 갑자기 그 사람이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나 겁이 나고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그게 사랑이라는 것을... 서은기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사랑해요, 사랑해요", 세상사람들이 미쳤다고 웃어도, 난 말할 수 있습니다. 강마루,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아버지한테 쫓겨나고, 생각나는 사람은 그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을 찾아갔습니다. 높다랗게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계단, 그렇게 짜증나고 힘이 들던 그 계단이 갑자기 달라졌습니다. 숨도 가쁘지 않고 그 사람의 발자국이 닿았을 것만 같아서, 그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걷고 있는 것같아서, 그냥 웃음만 나옵니다. 그 사람에게 가는 길이 너무 좋습니다. 날아갈 것 같습니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그 사람이 내게 무슨 짓을 한 걸까요? 종일 내 머릿속을 걸어다니고, 뛰어다니고 날아다니는 그 사람, 그 사람이 이 사람이 되어 내 눈앞에 잠들어 있습니다.  

아침햇살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집니다. 햇살이 이 사람의 얼굴에 닿는 것도 질투가 납니다. 이런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정말 미친 것같아 배시시 웃음이 납니다. 그 사람이 눈을 떴습니다.

굿모닝! 서은기는 행복합니다. 너무 행복해서 미칠 것 같습니다. "서은기 똥밟았다. 강마루라는 놈한테... 지금이라도 일어나서 있는 힘을 다해서 나한테서 도망가. 기회는 딱 한 번이야".

 

아뇨, 있는 힘껏 강마루 당신에게 달려갈 겁니다. 그리고 꿈이라면 영영 깨고 싶지않습니다. 내 대답은 당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해도, 설사 내가 똥을 밟았다고 해도 달려갈 겁니다. 사랑에 빠졌으니까요, 나 서은기가...

당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해도, 설사 사람을 죽였다고 해도 난 믿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착한남자니까, 나 서은기에게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착한남자니까.

그런데 누군가가 꿈이라고 흔들어댑니다. 한재희, 왜 이 사람과 함께 사진을 찍은 거지? 어머니도 아버지도 빼앗아 버린 여자, 왜? 왜? 강마루 그 사람과...

누가 말좀해줘요. 악몽을 꾸고 있다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ViewOn)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0
2012.09.21 09:19




속내를 읽기 어려운 표정없는 남자 강마루, 송중기의 연기를 보며 새삼 반하고 있는 이유는 자신의 페이스가 가진 단순함을 이용할 줄 안다는 점때문이었습니다.

송중기는 무표정으로 멍해있으면 그야말로 순둥이, 미소를 지으면 햇살청년, 눈동자 한 번 위로 치켜뜨면 독기품은 얼굴이 됩니다. 흔한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고, 앙다문 입술을 한 쪽만 올린다든지, 퀭한 눈동자로 심리묘사를 하죠.  

 

단순한 얼굴선에서 복잡한 감정을 읽게 만드는 것도 연기자의 능력입니다감정을 읽게 하는 것은 착 가라앉은 중성톤의 보이스입니다. 반듯한 말투, 비아냥 거리는 대사조차도 송중기는 참 반듯하게 비아냥거리는 느낌을 주더군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는 송중기를 위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송중기에게 적격인 드라마네요. 예전 김남길의 나쁜남자를 보면서 같은 생각을 가졌습니다. 딱 김남길을 위한 드라마, 김남길이 아니고서는 상상이 안되는 드라마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강마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한재희에 대한 복수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는 더 복잡하고 무거운 주제가 흐른다는 것을 지난회부터 깨닫기 시작했죠. 증오도 사랑의 일부라는 복잡한 인간심리에 기인하는 이유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얼핏보면 착한남자는 한 남자의 복수극같아 보이지만, 제게는 복수극이라기보다는 원석과도 같은 사랑이야기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강마루가 하고 싶은 말을 한 번 들어보실래요? 

 

 

누나, 한재희는 내게 엄마였고, 여자였고, 꿈이었다

어느 날 우리집 마당에 피투성이가 되어 뛰어 들어왔을 때 알았어. 우리 초코처럼 누나도 나 아니면 아무도 지켜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어린 나이의 치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으로 변해갔고, 나는 그것을 운명이라 생각했지.

한재희 외에는 이 세상에 다른 여자란 있을 수 없었어. 내 눈에는 오직 한재희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 날, 누나와 나를 벼랑끝으로 곤두박질치게 만든 살인사건, 사실은 나도 무지 겁이 났고 두려웠어.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그저 한가지 생각밖에는 나지 않았어. 누나의 인생이 끝나서는 안된다는 것. 누나를 보내고서야 아프다고 가지말라고 붙잡았던 내 동생 초코 그 녀석이 생각나더라. 내 인생, 의사가 되고 싶었던 내 꿈도. 

그래서 난 아직도 초코만 보면 미안하고, 그 녀석이 나 때문에 아픈 것같아 마음이 무거워... 그리고 고마워. 내가 짊어진 내 등딱지 초코때문에 살 수 있었으니까. 초코가 없었더라면 아마 난, 포기해 버렸을지도 몰라. 내 방 구석 박스에 의사가 되고 싶었던 내 꿈을 쑤셔 박아놓고 여태 버리지 못했던 것은, 내게 더 이상 나의 꿈이 없다는 것이 견디기 힘들어서였어.   

 

매일 오던 면회가 언젠가부터 일주일, 한 달, 두 달, 그리고 다시는 오지않게 되었을 때, 재길이한테 누나가 재벌회장의 세컨드가 되었다는 것을 들었지. 그런데 말이야. 재길이가 말해주지 않아도 나 알고 있었어. 누나가 떠났다는 것을... 예전의 한재희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야. 누나가 내 시선을 피하는 것을 보고 알았지... 감옥에 있던 6년, 나 아무렇지도 않았어. 누나의 꿈을 지켜준 것만으로 만족하자고, 그게 내 사랑의 책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세상은 또 다른 감옥이었다

누나가 허름한 내 판자집의 등불이 되어준 그 시간들에 대한 감사인사라고 생각하자고, 억울해 하지 말자고 원망도 버렸다. 내가 억울하고 화난 것은 더 이상 한재희, 누나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감옥에 있을 때는 갇혀있기 때문이라고 참아낼 수 있었지만, 두 발이 자유를 찾았는데도 난 한재희에게 갈 수가 없었다. 한재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한재희에게 갈 수 없는 세상이 내게는 감옥이었다.  

 

그녀를 만났다. 비행기에서, 경찰서에서, 그리고 그녀를 새엄마라고 부르는 또다른 그녀와 함께. 한재희는 말했다. 나 같은 놈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눈부시게 화려하고 숨이 막히게 근사한 곳이 그녀가 사는 세상이라고.

궁금해졌다. 한재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그리고 알았다. 시궁창보다 더러운 곳이 한재희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아니 시궁창보다 추악하고 쓰레기보다 못한 인간으로 변한 것은 한재희 그녀였다. 악취는 한재희가 사는 세상이 아니라, 한재희에게서 풍겨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은 한재희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직감했다. 내가 그랬듯이 한재희의 욕망이 또 다른 사람을 벼랑끝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것을... 서은기가 되었든, 집앞에서 키스를 나누던 변호사가 되었든.

 

"나 이제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반쯤왔어. 넌 내가 아무 일 없이 평탄하게 온 줄 알지? 여기까지 오기까지 세상이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무슨 짓을 하며 견뎌냈는지 네가 알기나 해? 난 꼭 가고 싶은 길이 있고, 무슨 짓을 해서든 거기까지 가봐야겠어. 내 앞길 막는 사람은 누구든 용서안해, 그게 누구든". 

휴대폰을 통해 들려오는 한재희는 미쳐가고 있었다. 누나는 미쳤다. 그래서 찾아올 생각이다. 그 세상이 얼마나 눈부시게 근사하고 화려한지는 모르겠지만, 거긴 한재희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 매도 맞아본 놈이 잘 때린다고 했다. 한재희는 그럴 것이다. 그렇게 변해갈 것이다. 한재희의 잘못된 꿈을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는 짓은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여자가 한재희, 누나다. 나에게 했던 것처럼. 한 때는 목숨처럼 사랑했던 사람에게도 눈 하나 깜짝않고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더는 두고 볼 수가 없다. 내려오지 않겠다면 올라가서 끌고 내려오는 수밖에, 그게 나 강마루의 사랑이다.  

 

사람들은 이런 나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믿든 안믿든 자유지만 나는 복수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건 내가 한재희를 사랑하는 내 방식이다. 한재희를 파멸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해도 상관없다. 내 눈에는 지금의 한재희가 파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까... 한재희가 끝까지 가보겠다는 그 길의 끝은,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는 없고 오직 학벌과 배경, 돈으로 판단하는 서회장같은 인간이 되겠다는 길이니까.

 

그래서 난 그것을 막고 싶을 뿐이다. 과거 불의에 참지 못하고 세상의 부조리를 행해 독설을 날리던 한재희로 돌려놓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적어도 막을 수는 있지 않을까. 내 모든 것을 걸고 다 주고 싶었던 여자, 한재희라는 인간의 파멸, 누나가 완전히 망가지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한재희에게 상처받고 눈물 흘리는 여자, 독기로 버티는 여자 서은기. 그 여자는 눈물이라고는 있을 것 같지 않은, 근사하고 눈이 부시게 화려하다는 세상에서 눈물을 흘린다.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데도 아무도 손수건을 내주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 여자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것같다. 이 여자의 눈물을 닦아줄 사람이 나 강마루밖에 없을 것같다는 착각을, 나는 또다시 반복하게 될 것같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ViewOn)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1
2012.09.20 13:52




이음새가 거칩니다. 투박하기 까지 한 상황의 연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남자에게 시선이 꽂히는 순간 잊게 합니다. 강마루, 이 남자의 치명적인 매력은 까칠하고, 도도하고, 오직 태산그룹을 지켜야 한다는 것밖에 모르는 생명없는 바비인형마저 눈길을 돌리게 합니다.

10억 갈취협박 혐의로 경찰서에 끌려간 강마루, 증거부족으로 나왔다는 설명도 없이 그는 모터싸이클을 타죠. 여기서 시간의 간극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 강마루가 오프로드 모터싸이클을 타는지가 중요할 뿐이죠. 태산그룹 후계자 1순위 서은기의 유일한 여가활동이었기 때문입니다. 

 

 

알고 싶어졌다, 한재희 그 여자가 사는 세상에 대해

 

"질문 하나 해도 됩니까? 사모님께서 사는 세상은 대체 어떤 세상이기에 멀쩡한 사람을 굽신거리게 하고, 주눅들게 하고, 이성을 잃게 하고, 사람이기를 포기하게 하는 겁니까?".

경찰서에서 마루의 질문에 한재희는 답했다. "설명하면 이해할 수 있겠어요? 얼마나 눈부시고, 꿈을 꾸는 듯 화려하고, 숨이 막히게 근사한지? 내가 설명하면 상상조차 할 수 있겠어요, 당신같은 사람이?".

그래서 궁금해졌다. 가보고 싶어졌다. 당신이 가르쳐 주지 않겠다면 직접 올라가는 수밖에... 사다리가 필요하다. 그녀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 사다리. 서은기 그녀라면 내 사다리가 되어줄 수 있을까? 

 

관심, 그 치명적인 덫

 

숨이 막힌다. 사람들은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달걀을 던지고 침을 뺕었다. 하나를 주면 둘을 내놓으라 하고, 둘을 주면 열을 내놓으라는 양심없는 사람들, 그러고도 그들은 태산의 가족이라고 한다.

숨을 곳이 없다. 소리 지를 곳이 없다. 아버지는 소리내 우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아니 울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몰래 우는 법을 혼자서 배웠다. 그리고 몰래 웃을 수 있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동안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핼맷 속에서 울고 웃고, 그런 나를 들키지 않는 법을 배웠다.  

 

한 남자를 만났다. 처음으로 고맙다는 말을 가르쳐 준 사람, 그 사람은 세상에서 처음보는 세계 속 사람이었다. 어머니가 버린 배다른 동생을 20년을 키웠다는 남자, 순간 이 사람이 내 오빠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도 나를 버리고 혼자 떠났다. 숨도 쉴 수 없는 태산, 그 무게를 혼자 감당해 보라고...

지기 싫다고 엄마가 내미는 손을 거절한 것은 나, 서은기였지만 엄마가 나를 버렸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엄마는 바비인형 하나 달랑 손에 쥐어주고 가버렸다. 인형처럼 예쁜 옷입고, 예쁜 신 신고, 나만 위해주는 착한 남자 만나서 살길 바랐다는, 말같지도 않은 말을 변명처럼 남기고 가버렸다. 그리고 엄마는 죽어버렸다. 함께 떠날 수도 없이 선택의 기회조차 다시 주지 않고... 바비인형 하나만 달랑 남겨두고.  

오토바이와 추락하고 나뭇가지에 간신히 몸을 의지하고 있던 내게 그는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벼랑에 매달려 바비인형과 함께 떨어져 버렸다.  신기한 사람이었다. 처음보는 사람을 구해주고, 인형을 가지러 목숨을 내 건 사람,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야 내겐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왜? 

"니네 부모는 그렇게 가르치니? 고맙거나 미안한 일 생기면 더 화내고 성질부리고 덤탱이 씌우라고? 고마울 때는 고맙다고 말하는 거야. 미안할 때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거고". 나 서은기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많이 아파보였다. 늑골에 금이가 붕대를 칭칭감고도 동생을 데리러 달려간다. 아버지가 같다는 이유로... 내게도 그런 동생이라고 부르는 아이가 있지... 난 그 아이가 싫다. 그 어머니는 더 싫다. 속을 알 수 없는 여자, 엄마를 내쫓고 죽게 만든 여자, 그 속에 감춰진 야욕을 나는 혐오한다. 내가 또래의 평범한 여자가 되기를 포기하게 만든 그 모든 것을 그 여자가 가지려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와는 다른 사람, 처음 보는 사람에게 기꺼이 손을 내주고 그깟 인형때문에 목숨을 거는 남자, 나만 위해주는 착한 남자, 엄마가 말했던 그런 착한 남자가 이런 사람일까? 이 남자를 알고 싶어졌다. 계속 만나고 싶어졌다. 궁금해졌다, 엄마가 말하는 착한 남자가 세상이 존재하는지...

 

강마루, 이 남자의 치명적인 매력은 계산일까? 진심일까? 그 무엇이든...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이 모든 일들을 강마루가 언제 계획했는지 말이죠.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일본에서 돌아오는 길 비행기에서의 사고는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헝클어져 버린 느낌입니다. 작가가 사건들을 나열해 가는 방식이 너무 빨라서 말입니다. 그래서 매회 시계가 등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체감시간을 위해서 말이죠. 

경찰서에서 나온 강마루가 한재희의 세상이 궁금하다고 했죠.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그는 모터사이클의 귀재가 되어 산악싸이클을 즐깁니다. 언제 배웠는지는 과감히 생략돼죠. 대신 서은기에 대한 뒷조사만 간략하게 나올 뿐입니다. 즉 의도적인 접근이었다는 것이었죠.

벼랑으로 추락해 늑골에 금이 간 강마루는 한 이틀 정도의 시간밖에 흐르지 않아 보이는데도 퇴원을 해버리죠. 가벼운 타박상이었다고 해도 몸을 움직이기가 상당히 불편했을텐데, 장거리 운전으로 강원도의 한 항구도시까지 미친듯이 질주합니다. 그 뿐이 아니었지요. 초코의 생모인 조은숙의 남편을 두들겨 패기도 하더군요.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급하다 보니 개연성은 조금 생략하고 가자는 의도겠지요.   

그런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고요, 강마루에게 왜 서은기가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서은기의 오토바이 사고는 강마루의 계산된 계획은 아니었습니다. 오토바이의 브레이크가 고장난 듯 보이던데, 그것이 강마루가 했는지는 사실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한재희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고, 한때는 의사를 꿈꿨던 인물이 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난한 것 같지는 않지만, 서은기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필요했을 못된 짓이었음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듯 합니다. 그만큼 강마루라는 인물의 복수심이 크다는 것일테고 말이죠. 

강마루의 접근방식은 철저한 무관심과 무시였습니다. 바텐더라는 공식 직업은 있지만, 강마루는 제비이기도 하죠. 즉 여자들의 심리에 도통해 있다는 것입니다. 재길(이광수)이 당한 꽃뱀에게서 돈을 돌려받을 정도로 여자를 잘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강마루가 서은기의 관심을 유도하는 방법은 철저한 무관심이었습니다. 명품시계를 답례로 보내도 거절해 버리고, 빚지고는 못산다는 서은기에게 그 빚을 바로 탕감해주겠다고 얼굴을 바짝 들이대기도 합니다. 아무리 심장에 촘촘히 철심을 박았다고 해도 그렇게 잘생긴 사람이 다가오면, 덜컹하겠다 싶더랍니다. 이 장면에서 도둑 키스 한 번으로 빚 탕감하겠다는 말이 나올 법했는데, 예상 외의 행동에 더 덜컹거리더군요. "퉁!"이라니, 이경희 작가의 놀라운 센스! 

생명의 은인인데, 큰 것을 바라도 다 들어주고도 남을 태산그룹 이사 서은기는 적잖이 당황스럽죠.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말이죠.

서은기, 그녀는 비행기에서 응급처치를 해 준 의대 자퇴생에게도 고맙다는 인사조차 하지 않았던 인물이었습니다. 한재희와 짜고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몰아가기도 했었지요. 갈취협박 혐의로 마루를 경찰에 신고한 인물도 서은기였습니다. 물론 마루가 아닌 한재희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기는 했지만요.

그런데 일이 어떻게 되었든 생명의 은인이었는데도, 서은기는 강마루에 대한 관심이 없더군요. 강마루가 두 번이나 생명을 구했는데,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한 필연적인 운명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서은기가 강마루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바비인형을 돌려받고서 였지요. 판자촌을 직접 찾아갈 정도였으니 말이죠. 강마루가 건드린 것은 서은기의 상처였습니다. 엄마에 대한 상처였죠. 마루가 목숨의 위험을 감수하고 로프를 타고 내려간 것은 절망스럽게 울부짖는 서은기의 '엄마' 라는 말때문이었지요.

 

그리고 서은기는 자기의 상처보다 더 절망적이고 깊은 한 남자의 상처를 목도합니다. 배다른 동생, 아픈 여동생을 20년을 책임지며, 등골빠지게 동생 병원비를 벌어왔다는 것에 놀랍니다. 저런 남자가 세상에 있을까?

친엄마도 버리는 이복동생을 데리고 오는 강마루, 처음으로 서은기는 편안함을 느낍니다. 끝까지 책임져주는 오빠, 동생을 위해서 무슨 험한 고생도 감수하겠다는 착한 남자였습니다. 엄마가 말했던 너만을 위해주는 착한 남자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은수였습니다. 늘 신경이 곤두서있는 은수는 처음으로 남의 차에서 잠이 들죠. 

 

한재희가 안변호사에게 강마루에 대해 이렇게 말했지요. "등불을 켜두고 자기를 기다려주는 집이었다"고 말이죠. "아랫목에 따뜻하게 불을 지펴놓고, 세상의 모든 험하고 무서운 것으로부터 한재희를 지켜주는 집, 세상에 유일한 내 편".

 

은기가 느꼈던 것은 한재희가 말했던 그 집의 편안함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서은기에게 집이란 아버지 서회장의 눈밖에 나면 안되는 곳이었지요. 자신은 서회장의 태산그룹을 지키는 훈련된 인형과도 같은 존재였고요.

그런데 강마루에게서는 집냄새가 납니다. 따뜻하고 편하고 안전한 곳, 세상 위험으로부터 유일하게 나를 지켜주는 안식처같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ViewOn)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1
2012.09.14 08:21




아직 드라마 제목에 대한 제작진의 입장은 강경한 모양입니다. 글을 쓰면서도 차칸남자가 어색해서 볼 때마다 거부감이 느껴지기는 하네요. 볼 때마다 느껴지는 이 생경함이 익숙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글자를 오래 접하다 보면 맞는 맞춤법처럼 느껴지는 단어들이 꽤 있습니다. 그렇지야 않겠지만 차칸남자가 착한남자의 다른 표현이라고 인식될까 조금은 우려스러워서 말이죠. 여튼...

 

마루의 응급처치로 위기를 넘긴 서은기, 참 매정스럽고 인정머리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는 인물같아 보이더군요. 정신을 차린 후에는 누가 자기를 살렸는지 물어라도 봐야 정상이 아닌가 싶은데, 한재희의 약점을 잡기 위해 역이용하는 서은기(문채원)였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훗날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아직은 모르고 있는 서은기지만 말입니다. 

 

서은기가 한재희를 협박해 마루를 공갈협박범으로 고발하게 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그들은 영원히 단절된 세계의 사람들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강마루는 더이상 한재희의 주변을 맴돌지 않았을 것이고, 서은기는 한 여자로 인해 인생이 바닥으로 떨어진 한 남자의 질기고도 무서운 사랑을 지켜보지 않아도 되었겠죠. 사랑하는 사람의 다른 사람을 향한 사랑을 말입니다.

 

너무도 닮은 그들의 사랑, 끝! 터널 속 긴 그리움, 이제... 끝났다

 

강마루의 목숨과도 같았던 등불, 꺼졌다

경찰서에 붙들려간 마루를 찾겠다고 비를 맞으며 헤매다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초코, 두 번 죽일 뻔 했습니다. 6년전 재희누나의 전화를 받고 아픈 동생을 두고 나가버렸던 그날밤의 악몽이 마루를 괴롭힙니다. 한재희, 한 때는 시궁창과도 같았던 곳에서 유일한 등불이 되었던 여자, 그 여자때문에 말이죠.

13년전 어느날 신발 한짝만 신고 입이 터져 들어온 재희, 숨겨달라고 했습니다. 동네에서 제일 이쁜 재희누나가 말입니다. "제 장래 꿈은 의사에요. 이름은 강마루", 그렇게 마루의 사랑은 시작되었지요. 13년간을 오직 한 사람을 향해서....

태산그룹의 세컨드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때마다 재길(이광수)에게 화만 냈습니다.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사랑이니까. 그래서 몇년이 되어도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있었던 마루였습니다. 이사를 가버리면 재희누나가 찾지 못할까봐 산동네 허름한 집을 떠나지 못했던 마루였습니다.

"의사도 아닌게 그만하라고, 강마루", 6년의 시간은 많을 것을 다르게 만들었지요. 의사도 아니었던 본과 3학년 마루에게, "의사니까, 사람 살리는 것 배우는 의사니까 살려보라"고 했던 재희누나는, "의사도 아니면서 환자 몸에 손대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만하자, 이제 아닌 걸 어떡해... 마음이 변한 걸 어떡해... 나도 이제 예전의 강마루가 아닌데... 끝! 여기서 끝". 그렇게 오랜 시간 놓아주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던 한재희, 그의 등불 재희누나와 이별하는 마루였습니다. 한 줄기 눈물과 함께...  

 

인생과도 바꿀 수 있었던 서은기의 사랑, 이제 안녕

병원에서 나와버린 서은기가 한재희를 기다리고 있었급니다. 한재희가 강마루에게 전한 10억이라는 큰 돈에 대해 묻기 위해서 말이지요. 사례금이라고 하기에는 구린 냄새가 나는 액수였지요. "비행기에서 응급처치로 위장하고 내 정부의 전처 딸 서은기를 죽여달라, 그럼 10억을 주겠다"는 거래댓가였냐고 묻지요.

한재희의 강한 반격에 서은기도 흠칫했지요. 강마루가 7년전에 서은기가 마약소지혐의로 구속됐던 것을 알고, 협박해서 무마하기 위해 준 것이었다는 말에 아득해져 오는 은기였습니다. "언론이나 주주들이 그 사실을 알면 네가 어떤 치명타를 입을 지는 잘 알거고...".

7년전, 은기가 사랑했던 그 남자 김정훈은 은기의 마약이라고 진술해 달라고 사정했습니다. 위기에 처한 회사도 도와줄 수 있고, 크게 보면 손해보는 딜이 아닐 거라면서 말이죠. 아이 아빠가 된 과거의 남자 김정훈에게 전화를 거는 서은기, 한 번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진심을 말해주었지요.

"내가 널 사랑해서, 서은기가 김정훈을 그만큼 사랑해서... 그래서 기꺼이 뒤집어 써준 거였다고 말해주면 너 믿을래?". 어항에 넣어버린 휴대폰과 함께 서은기의 지독한 사랑도 그렇게 끝을 냈습니다. 

강마루와 서은기는 이렇게 닮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살인죄를 뒤집어 쓰고, 마약소지 혐의를 대신 뒤집어 쓰기도 했던, 사랑하기에 자신들의 인생까지 걸었던, 너무 착해서 바보같았던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한재희씨, 당신 이제 내가 가질 거야 

"이해해 줄 생각이었어요. 누나가 가지기에 난 더이상 자격이 안된다는 것, 누나하고 난 이제 서로 완전히 다른 세상의 사람이 돼 버렸다는 것...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까지 안해도 깨끗이 누나 잊어드릴 생각이었다고요, 내가... 이렇게 까지 안해도 기꺼이 한재희씨가 원하는 그 사람한테로 보내줄 생각이었다고요, 내가...".

그래서 평생 갚겠다는 한재희식의 빚갚음도 돌려주고 왔는데, 마루를 끌어들인 것은 한재희 그녀였습니다. 협박 공갈로 10억을 갈취했다는 혐의로 입건된 마루, 고소인은 한재희... 마루의 머리가 텅 비어 버린 듯했습니다.

경찰서에서 강마루가 10억을 갈취한 것이 사실이라고 진술하는 한재희에게 시선을 고정한 강마루, 그의 방백이 흐릅니다. 도대체 왜 또? 묵비권으로 일관하는 강마루, 6년전에는 아픈 동생 초코를 팽개쳐 두고 재희누나에게 달려갔지만, 이젠 그럴 수 없습니다. 초코가 기다리는 집으로 가야하는 마루이기 때문에 말이지요. 가져야 겠습니다. 그래서 마루가 살고 있는 세상, 그 지옥같은 곳을 한재희도 살게 할 것입니다.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마루, 초코가 병원에 실려갔다는 말에 병원으로 달려가지요. 감사합니다, 초코를 살려줘서... 초코의 손을 잡고 감사와 미안함에 고개숙인 마루가 고개를 든 순간, 공포영화를 보는 듯 소름이 쫙 끼치더군요.

헉 놀래라, 정말 무서운 눈빛이었습니다. 꽃미남 송중기에게 어두운 시크남의 모습이 이리 잘 어울릴 것이라 상상을 못했는데요, 캐릭터 장악력은 물론 대사장악력까지, 놀라운 연기성장입니다.  

 

어디선가 장미에 가시가 많은 이유는 너무 아름다워서 자기를 지키기 위한 보호본능때문이라는 것을 읽은 것 같은데요, 송중기의 독기품은 눈빛이 마치 날카로운 가시같더랍니다. 복수, 증오, 살기가 느껴지는 송중기의 섬뜩한 눈빛연기에 전율이 일 정도였네요. 오로지 눈빛 하나로 그렇게 무서운 독기와 살기를 뿜어내다니, 연기 스펙트럼의 무한가능성을 연 순둥이 송중기의 재발견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ViewOn)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