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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29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김태우의 죽음, 마음 짠하게 만든 꽃다발 (14)
2013.03.29 10:16




설마했는데 드라마속 현실이 되었고, 오영의 손목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보면서는 실망을 금하지 못하겠더군요. 가슴 졸이며 오영이 주변과 이별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게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위한 것만은 아니기를 바랐습니다.

원작에서도 그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영의 자살시도는 딱히 공감이 가지않아 더더구나 비현실적인 비주얼 드라마의 비현실성만 각인시켜줬군요. 오영의 상처, 외로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영의 자살시도는 감성적 사치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으니 말입니다.

 

오영에 비하면 김사장의 똘마니에게 칼을 맞은 조무철(김태우)의 죽음이 더 아프고 애절합니다. 오영의 불쌍함은 드라마 스토리의 정서가 우리랑 맞지 않아 큰 설득력을 얻기는 부족했다는 점도 있었지만, 조무철의 죽음을 보면서 오영은 배부른 사치같아 영 뒷맛이 씁쓸하군요. 물론 오영이 죽지는 않겠지만 자살을 시도했다는 설정은 신파적 작위성이 너무 보여서 보기 껄끄럼하더군요. 

오영은 넘치도록 많은 사랑을 받은 인물입니다. 장변호사나 왕비서, 친구 미라와 중태부부, 그리고 나중에 오빠라도 찾아온 오수까지, 그녀는 돈이 많아서였든, 시각장애인이라는 동정심이 되었든 사랑을 받았던 인물이죠. 그 사랑에 의심하고 믿지 못했던 것은 오영이었고, 물론 앞을 보지 못하는 오영이기에 의심하는 것은 십분이해는 되지만, 그녀는 자신의 상처 안에 스스로를 감금시키고 스스로 불행속에서 살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왕비서가 붙박이 가구처럼 오영을 가뒀던 것이 아니라, 문제는 오영에게 있었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더군요.

 

왕비서와 오수를 내보내고 지독한 외로움과 그리움에 흐느끼는 오영, 오수와 함깨 했던 행복했던 기억들은 그녀를 더 외롭고 힘들게 만들죠. 쏟아버린 렘즈이어가 다시 심어져 있는 온실, 오수의 냄새가 너무나 많이 남아있는 집입니다. 그가 없다는 것을 더 힘들게 만드는 오수의 흔적들이죠. 

수술을 앞두고 집에서 모든 사람들을 내보낸 오영은 욕조에서 자살기도를 합니다. 늘 죽고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오영, 그것은 살고싶다는 절규였었습니다. 그런데 모두 떠나버리고 혼자남은 집에서 오영은 정말로 죽음을 실행에 옮깁니다.

오수와 왕비서를 그토록 깊이 사랑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러면 죽을 힘으로 살아서 사랑을 할 것이지 왜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느냐고!! (오영의 경우은 뇌종양 재발이라는 악재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삶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란다, 오수의 말대로 사는데까지 죽을 힘을 다해서 살아야지...!) 

그런 오영을 질책하듯 흐르는 오수의 나레이션, "나는 영이에게 그말만은 해야 했다. 잘못했다, 사랑한다. 우린 끝이 아니다. 다시 또 만나자. 우연히라도 널 한번은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 모든 말들은 변명같아 하지 못했어도 나는 영이에게 그 말만은 해야 했다. 상처뿐인 세상에서 인생 별거 아니라고, 그냥 살아지면 살아지는게 인생이라고 생각한 나에게, 그래도 영이 너는 내가 인간답게 살아볼 마지막 이유였는데, 나도 너에게 그럴 수는 없느냐고, 허무한 세상 니가 살아갈 마지막 이유가 나일 수는 정말 없는 거냐고...". 

오영이 왜 자살을 시도했을까? 오영의 진심은 오수가 떠나지 않기를, 나가라고 해도 왕비서가 끝까지 남아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오영의 말을 너무도 잘들었던 오수와 왕비서인듯 하군요;;

오영에게 안좋은 일이 있음을 직감하고 미친듯 달려가는 오수, 그의 독백은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크게 마음을 움직이더군요. "네가 살아갈 마지막 이유가 나일 수는 없는 거냐?", 살아갈 마지막 이유가 되고 싶다는 오수의 고백이 오영에게도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그겨울 리뷰를 쓰면서 초지일관 오영이 살 것이라는 것으로 일관했는데요, 드라마속 오영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죽을 이유를 찾지말고 살 이유를 찾으라고, 세상은 살 이유들이 너무나 많다고... 누군가(오수, 왕비서)에게 살 이유인 오영, 세상에는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움을 받는 사람들도 많은데, 누군가의 살아가는 이유인 너는 백 배 천 배 행복하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큰 트라우마가 무엇인지를 물어본다면, 십중팔구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부모에게 버려진 상처나 사랑에 실패한 상처, 엘리베이터에 갇힌 폐소공포증, 혹은 사업에 실패해 거리로 나앉은 일 등등 개개인의 상황에 따른 트라우마를 가지기는 합니다만, 죽음이라는 것은 겪어봤거나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 누구에게나 공포, 혹은 가장 큰 두려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시간을 앞둔 조무철, 폼나게 죽겠다고 병원치료도 거부한 그이지만 그가 칼에 찔리는 순간은 두려웠을 겁니다. 죽음을 마주하는 두려움. 

폐암말기로 살 가능성이 없는 조무철, 그는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던 인물이죠. 그렇다고 먼저 죽음을 앞당기려 하지도 않았죠. 사는데까지는 아둥바둥 그의 시간들을 채우고 있었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의 삶에 대해 조무철은 스스로를 이렇게 말합니다. "나라도 이해해야지, 안그러면 내가 너무 불쌍하잖아", 희선에게 했던 말들이 왜 그렇게 공감이 되는지...

쓸쓸하게 웃는 미소는 김태우라는 배우에게서 보여지는 저력, 나 연기 죽을 둥 살 둥으로 하고 있다는 안간힘이 없어도, 시청자의 감정을 한순간에 빨아들입니다. '아,,,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구나, 미련한게 아니라 네 앞의 현실이 널 너무나 고단하게 했겠구나불쌍하다, 조무철...'이라는 감정을 말이죠. 

 

그는 불쌍하거나 동정의 시선을 받아야 할 캐릭터는 사실 아니에요. 청부폭력배, 주먹질로 사는 사람을 고운 시선으로 볼 수는 없으니 말이죠. 그런데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대사는 그가 청부업자도, 주먹질을 하는 깡패도 아닌, 지독한 가난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만든 가련한 인간일 뿐임을 설득시켜 버립니다.

나이 열여섯에 여덟식구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소년가장, 그의 어깨에 내려앉은 '여덟식구의 삶'이라는 무게가 그의 지난 행적들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죠. 조무철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모두 조무철같은 삶을 살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김태우의 감성적 설득력을 가진 연기는 피도 눈물도 없는 청부폭력배 조무철에게도 동정이나 연민을 가지게 만듭니다. 

폐암으로 죽어가면서도 조무철이 마지막에 한 일은 더더구나 조무철이라는 캐릭터에 애정을 갖게 만들죠. 조폭에게도 의리가 있고, 눈물겹게 그리운 가족이 있고,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우리네와 똑같은 정서를 가진, 뜨거운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는 것에, 그의 무거운 인생과 상처에 동질감을 가지게 합니다.

김사장의 손에서 오수와 진성을 지켜주고 있었던 것, 그게 조무철이 주먹으로 함께 그 바닥을 누볐뎐 동생들, 같은 동네에 살았던 동생같은 아이들을 위한 마지막 의리였습니다. 아무도 몰라주지 않아서 슬픈 지킴이 형...

 

엄마 국밥 생각나서 진성부모네 가게에서 국밥을 먹고 가면서도 시골의 부모님께는 차마 인사를 하러가지 못하는 아들, 곧 죽을 아들의 모습을 부모에게 기억하게 하지않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효도였습니다.

오수에게 자동차 키를 주면서 무철은 오수와도 마지막 인사를 하죠. "보기 좋았다, 니가 하는 사랑이... 정말 이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있는지 알고 싶었는데 정말 사랑이 있네. 너랑 처음 만났을 때처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다". 

오수와 조무철은 너무도 닮아있었습니다. 희주를 보내고 그들의 삶은 함께 무너졌습니다. 웃는 모습이 예뻤던 희주, 고단한 소년가장의 삶도 희주의 웃음이 세상을 버티게 하는 위안이었는데 그 위안이 없어져 버렸던 무철, 갓난아이때 버려져서 아무도 곁에 없었던 오수에게 부모님도 대학도 포기하고 왔던 희주를 잃은 오수였죠.

그런 오수가 가짜동생을 만나 진짜 사랑을 하는 모습을 보며 무철은 위안을 받습니다. 희주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 삶을 망가뜨리며 사는 오수를 무철은 늘 안쓰럽게 생각해왔습니다. 오수에게 험한 말을 내뱉으면서도 어쩌면 오수만은 정신차리고 살라고 양아치처럼 사는 것을 막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죽은 희주를 위해 무철이 해줄 수 있는 일이기도 했을 것이고요.  

"보기 좋았다, 니가 하는 사랑이...", 희주를 사랑한다며 처음 오수가 무철에게 무릎을 꿇었을 때도, 영이를 살려달라고 두번째 무릎을 꿇었을 때도 무철은 오수의 사랑에 손을 들어줬지요. 무철은 하지 못하는 일, 사랑때문에 자기를 버리는 오수가 좋았던 무철입니다. 쉽게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는데, 어렵게 사랑을 지키는 오수를 보며 무철은 진짜 사랑이 있었다고 말하죠.

 

오수가 떠나고 허망하게 김사장 부하에게 칼을 맞은 조무철, 그 순간에 보여진 김태우의 표정연기는 조인성의 압도적인 비주얼도 눈에 들어오지 않게 만든 만든 명연기였습니다. 허탈하고 아쉽고 억울하고, 그러면서도 올 게 왔다는 편안함마저 보여주는 시시각각 흔들리는 눈빛은 그의 지난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져지는 듯한 착시현상까지 불러일으키더군요.  

이그러진 김태우의 이마의 주름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칼에 찔린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뒷골목 삶, 희주를 잃은 후 희망을 놓아버리고 살아온 그의 삶의 여정이 통째로 읽혀지는 듯한 고통이 뚝뚝 흘러내리는 듯합니다. 김태우의 일그러진 표정에 조무철이라는 인물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나오더군요.

얼마남지 않은 시간, 조무철의 주변정리는 자신을 위한 것은 없었지요. 재산도 두루두루 동생들을 위해 나눠주려는 듯하고, 오수와 진성 그리고 희선이가 김사장 손에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무철이었죠.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라는 욕을 들어가면서도 아무도 몰라주는 지킴이가 되었던 조무철, 그는 사랑을 했던 인물이었어요. 가족도 못지키면서 동네형한테 무슨 의리냐고 진성에게 주먹을 날리면서도, 그는 동네 동생들을 그렇게 사랑으로 지켜주고 있었던 게지요. 어쩌면 이 드라마에서 진짜 사람을 사랑했던 인물은 조무철이 아니었을까? 그의 죽음이 안타까운 이유는 그런데도 정작 자신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너무나 쓸쓸하게 살다 갔다는 것. 

나중에 얘기하자며 급히 차를 몰고 가는 오수를 보는 쓸쓸한 조무철의 눈빛, 그에게 나중이라는 때는 이제 없을텐데... 시한부 삶인 조무철에게 나중이라는 말이 얼마나 공허하고 헛헛한 메아리였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더군요.

희선의 꽃집에서 하얀 봄꽃을 사서 향기를 맡아 보는 조무철, 왜 하필 흰색 후레지아였을까? 아무도 이해하지 못해는 자신을 자기라도 이해해주고 싶다는 조무철, 흰 꽃다발자신에게 주는 조화(弔花)는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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