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종 눈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07.16 신사의 품격: 박민숙-이정록의 두근거림, 늦바람이 무섭다 (9)
2012.07.16 10:18




톨스토이가 결혼반지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장식용 수갑이다라고 했는데, 신사의 품격 네 남자들 중에 이 수갑을 차고 있는 인물이 이정록(이종혁)과 최윤(김민종)이지요. 그런데 두 사람의 결혼반지는 많은 점에서 다르지요. 이정록은 필요에 따라 끼었다 뺐다를 반복하고, 때로는 호주머니 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위속으로 들어갔다 거시기한 곳을 통해 나오기도 합니다.
반면 아내와 사별한지 4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아내와의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이가 최윤입니다. 메아리가 준 커플팔찌와 결혼반지를 보며 착잡해 하는 윤, 여전히 윤은 사별한 아내와 결혼서약을 하며 끼었던 반지를 빼지 못하고 있습니다. 
콜린의 등장으로 휴지기에 접어든 김도진과 서이수 커플의 알콩달콩 러브무드를 대체하고 있는 커플이 청담마녀 박민숙과 바람둥이 이정록, 그리고 윤과 메아리 커플입니다. 결혼 10년차 부부인 박민숙과 이정록 커플에게서는 그동안 드라마나 현실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모습이 나오는 것이, 신사의 품격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신선한 모습입니다.
사랑을 하지 못할 뚜렷한 이유없이 담보상태를 반복하고 있는 도진과 이수 커플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식어가는 터라, 다른 커플이 보여주는 신선한 자극이 나름대로는 더 재미있네요. 강한 결속력을 보여주는 네 남자의 우정은 사랑보다 아름답습니다. 특히 최윤 아내의 장례식장에서 친구들이 상주가 되어 큰 일을 치뤄주는 모습을 보니, 남자들에게 친구가 인생에 어떤 의미인지 알겠더군요. 특히 신사의 품격 네 남자의 우정은 현실에서 있기는 할까 싶게 부럽더군요. 
"상주가 차는 완장의 검은 두줄은 직계가족을 뜻한다. 한 줄은 친구나 지인이다. 팔에 한 줄, 가슴에 한 줄. 두 줄을 긋고 서있어 준 놈들, 내 인생에 만난 제일 독한 이별과 내 인생이 만난 최고의 행운들", 가슴에 한 줄을 그어 직계가족이 되어주는 친구들, 그들은 그렇게 특별하고도 독한 우정을 나누는 멋진 신사들이었습니다. 적어도 우정만큼은 신사 중의 신사였습니다. 사랑보다 아름답고, 핏줄처럼 끈끈하고, 운명처럼 질긴 친구라는 인연.... 도진이 콜린을 학교에 보내려고 했던 이유도,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재산을 얻은 행운이 학창시절 이 친구들을 얻었기 때문이었지요. 콜린과 동협이 은근히 어울리는 것 같은데, 잘 사겼으면 싶더랍니다.  

최윤의 죽은 아내 이정아의 납골당을 찾아가 "윤이 오빠 좋아하는 것 허락해 주세요. 윤이 오빠가 저 좀 좋아하게 해주세요"라며 주저앉아 우는 메아리, 24살 메아리답게 귀엽고 사랑스럽기 까지 하더고요. 오래동안 윤을 좋아했던 메아리의 짝사랑이 절절함으로 극에 달했던 장면이었습니다. 태산도 메아리의 그런 모습을 보고 깊이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니, 메아리의 사랑에 손을 들어줄 것같은 희망적인 생각도 들더군요.
속물적인 기준이나 세상사람들의 보통 생각으로 따지고 들자면, 메아리나 서이수의 사랑은 손해를 보는 입장입니다. 나이차가 열입곱살이나 나는 사별한 남자, 열아홉 애딸린 남자가 그나마 좋은 조건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변호사라는 직업과 성공한 건축사라는 것 외에는 없으니 말이죠. 잘 생긴 남자들이라는 것이 보너스이기는 하지만, 평생 얼굴만 보고 살 것도 아니고, 드라마 외적인 부분만 보면 뭐 잘났다고 튕기냐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기는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절대적인 사랑만 없다면, 속된 말로 밑지는 장사입니다.
윤과 도진이 메아리와 서이수를 밀어내는 이유가 나름대로는 페어하지 못하다는 생각때문이겠죠. 편의상 양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요. 윤이 메아리를 받아주지 못하는 이유는 납득도 되고, 현실적으로도 윤처럼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더구나 우정이 남다른 친구의 동생이니 더더욱 도둑놈이 되는 심정이겠죠.
서이수의 입장에서는 분명 혼란스럽고 황당하겠죠.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남자에게 난데없이 아들이 나타났으니 말이죠. 그런데 도진의 생각은 여전히 작가가 시청자에게 설득시키려는 듯해서 짜증까지 나려고 하더군요. 윤리교사가 애딸린 남자랑 연애하는 것이 과연 비윤리적인 일인가 싶어서 말입니다. 동료 여교사의 뒷담화에 뒷목잡을 뻔했습니다. 막말로 도진이 유부남도 아닌데, 그게 무슨 비윤리적인 사랑이냐고 흠을 잡는지, 여교사들 의식이 오히려 이상하더군요. 여교사들의 뒷담화는 도진이 이수를 밀어내는 이유를 부연설명하기 위함이었지만, 도진의 복잡한 심정을 설명해주기 보다는, 세상사람들의 눈에서 서이수를 보호해 주려고 한다는 식으로 도진의 신사만들기를 위한 억지사족처럼 느껴지더군요.
콜린의 등장은 장동건의 매력을 잡아먹은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까칠하고 제멋대로이면서 도도했던 김도진은, 콜린의 등장으로 말 그대로 고개숙인 남자가 되고 말았는데요, 서이수 앞에 무표정으로 나타날 때마다 잘생긴 장동건보다는, 잘생긴 저승사자가 느껴지는 것은 저뿐이겠지요(그러길 바랍니다). 표정변화없이 '나 아파요, 슬퍼요'를 보여주는 장동건의 무표정, 특히 어둠 속에서는 무섭기 까지 하답니다. 하루빨리 장동건에게 김도진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대책없는 자신감과 생기를 찾아줬으면 싶네요. 그때는 참 매력있는 김도진이었는데, 우째 갈수록 시커머죽죽 죽상만 보여주니 속상할 정도에요. 장동건의 조각미모가 신사의 품격의 한 스토리이기도 했는데, 너무 오래 실종시키지 말았으면 합니다. 

서이수의 친모(차화연)은 김은희에 이은 최악의 특별출연이었습니다. 열두 살 어린 딸을 버리고 재혼한 서이수의 엄마, 엄마에게 버려진 서이수의 트라우마도 깊이있게 그려내지 못했고, 대단한 사연이 있는 줄 알았는데, 왜 나왔는지도 모르겠더군요. 서이수의 다른 형제들을 혼내주는 멋진 오빠들 씬으로 연결짓기 위한 것뿐이었다면, 너무 큰 투자를 한 듯... 
욕쟁이 임태산을 비롯, 서이수를 사랑하는 오빠 김도진이라는 말로 서이수에 대한 도진의 마음을 확인하게는 했지만, 재혼한 이유가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더랍니다. "애미팔자 바꾸면 딸년 팔자도 바뀔 줄 알았지. 타고난 팔자로는 어림없어서 팔자고쳐서 뭐라도 해주고 싶었는데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냐?", 재혼할 당시 마음과는 달랐겠지만, 이수의 친엄마라는 인물은 김은희 못지 않게 비호감이더군요. 자기 마음대로 이수를 재혼 가정에서 키우지도 못했고, 24년간 친딸을 키우지 못한 댓가로 재산을 받아야겠다는 친엄마의 마음이야 맞는 말이었지만, 서이수의 친엄마는 알맹이없는 트라우마가 되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열 두살 이후 서이수가 어떻게 살았는지, 엄마를 그리워했던 어린 소녀의 회상장면으로 서이수의 트라우마를 그려줬더라면 더 나았을 듯 하더군요.
서이수와 김도진의 고민이 와닿지 못하고 어거지로 설득시키려는 모습으로 주인공들이 우중충해지고 있는 가운데, 신사의 품격의 맛을 제대로 살려내고 있는 커플이 박민숙-이정록 부부지요. 한강공원에서 자전거 데이트를 하는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리더라고요.
참 희한한 일입니다. 결혼 3년이면 권태기가 온다고 하는데, 10년차 부부에게서 설레이는 연애감정을 느끼다니 말이에요. 조깅을 하는 박민숙 앞에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정록, 뉴-오렌지족이더랍니다. "좋은 차는 다른 남자들도 태워줬을테지만, 자전거 태워준 놈은 없을 같아서...". MP3 이어폰을 끼워주고는 박민숙을 자전거에 태워 달리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이정록(설마 이것도 작전이었다면 죽는다잉!), "내 등짝에 딱 붙어 있어, 알았지?". MP3가 잠금장치가 걸려서 노래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그제서야 안 정록, "아 쪽팔려". 
박민숙의 얼굴에 처음으로 행복한 미소가 번졌지요. 이정록이 철이 들어가는 건지, 박민숙의 진짜 매력을 이제서야 발견하고 있나 봅니다. 이정록과 박민숙을 보면, 10년차 부부인데도 밀고 당기는 연애를 하는 사이같아 보이지요. 결혼을 하고도 박민숙이 아닌 다른 여자들에게 곁눈질만 했던 정록, 정록에게 결혼은 늘 민숙이 같은 자리에 있을 듯한 믿음직한 보험과도 같았습니다. 이혼서류를 내밀 때마다 정록이 알지 못하는 불안감을 느꼈던 것은, 돈많은 부인을 잃는다는 것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직은 모르는 정록입니다. 늘 같은 자리에서 자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아내가 없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말이지요.
웬만한 여자였다면 진작에 이혼해버렸을 박민숙을 보면 부처님 가운뎃 토막이 따로 없습니다. 천하의 박민숙을 한 없이 여린 소녀로 만드는 이정록이 오히려 놀라워라~지요. 멋진 큰언니 박민숙 못지않은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이정록, 신사의 품격이 낳은 최고의 커플은 이 부부같습니다. 이 부부에게는 마흔 한 살 불혹의 나이를 흔드는 치명적인 사랑의 색깔도,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동화적인 이야기도 없습니다.
그런데 더 설레고 달달한 두근거림이 전해집니다. 이정록이 진짜 사랑을 시작할 것같거든요. 10년을 살아온 아내에게 갑자기 두근거리고 설레인다는 것, 현실에서도 없으라는 법은 없을 것 같습니다. 멋모르고 결혼하고, 결혼했다는 이유로 부부로 살아 온 이정록, 늦바람이 무섭다고 아내를 향해 부는 늦바람이 무서울 듯하더라고요. 정록이가 그랬지요. 당신 중독성이 있다고요. 중독이라는 것이 어쩌면 가장 끊기 힘든 치명적 사랑은 아닐까 싶습니다. 
여자는 실제 나이로 남자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 남자 앞에서 되고 싶은 나이로 만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록보다 연상이라는 것이 박민숙의 컴플렉스지만, 정록 앞에서는 어린 여자이고 싶었습니다. 정록의 넓은 가슴에 안겨 잠들고 싶고, 정록의 넓은 등짝에 기대고 싶었던, 정록에게 보호받고 싶었던 여린 여자이고 싶었습니다. 정록의 등짝이 오늘은 유난히 넓게 느껴집니다. 정록이는 알까요? 10년을 살을 맞대고 살아왔는데도, 그런 정록에게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것을 말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ViewOn)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1 Comment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