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구 종영'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9.17 '제빵왕김탁구' 해피엔딩의 좋은 예, 마지막회를 빛낸 최고의 장면들 (25)
  2. 2010.09.16 '제빵왕김탁구' 위험에 처한 탁구, 누가 구하나? (16)
2010.09.17 07:47




수목드라마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제빵왕 김탁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막장급 소재들로 시작부터 말이 많았고, 드라마 전반에 흐르던 범죄적인 코드들로 시청자의 원초적인 감정인 권선징악에 대한 요구를 강하게 건드려주며, 마지막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던 드라마였습니다. 워낙 벌여놓은 일들이 많은 작품이었기에 결말이 신파로 흐르는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해피엔딩을 위한 억지전개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마준이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알고 있었던 사람들만으로 멈췄다는 것이었는데요, 거성가의 상처를 봉합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습니다.
권선징악이라는 테두리 역시도 이탈하지 않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배신감을 주지 않았던 것도 좋은 마무리였습니다. 특히 그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부아가 치밀게 했던 악을 대표하는 인물 한승재와 서인숙의 실질적인 파멸은, 나쁜 인간들의 바람직한 말로를 보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했네요. 작가가 마지막까지 구마준을 놓지 않고 보듬고 갔던 부분에 대해서는,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탁구와 마준이의 화해없이 이 드라마의 해피엔딩은 의미가 없었겠지요. 무엇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젊은 마준이에게, 자신의 문제를 자기 안에서 돌아보게 한 것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서인숙과 한승재의 불행이 결국은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모든 불행의 원인이 자기 것을 빼앗아 간 다른 사람에게 있다고 믿었기에, 야욕과 증오만을 키워갔던 인물들이었으니 말입니다.
마지막회 제가 가장 감명깊게, 그리고 의미있게 보았던 장면들만 간추리면서, 제빵왕 김탁구 리뷰도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1. 서인숙으로부터 마준의 홀로서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탁구의 힘도 있었지만, 결국은 모든 문제의 시작과 해결은 자신에게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와닿더군요. 마준이가 서인숙에게 팔찌를 돌려주며 했던 말은 서인숙에 대한 가르침이기도 했지만, 마준이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서 부터 시작된 방황에 대한 참대답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만 내려놔요. 엄마 자신이 변하지 않는 이상 엄마 불행도 끝나지 않을 거예요. 이제는 엄마 불행에서 발을 빼고 싶어요. 이젠 날 위해 살고 싶어요". 마준이가 출생의 비밀이라는 트라우마와 분노를 치유하고, 홀로서기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드라마가 뻔한 신파로 급포장하려고 했다면, 마지막 서인숙의 회한의 눈물로 마무리를 했겠지만, 그녀는 여전히 거성가라는 겉포장만 화려한 텅빈 집의 안주인이라는 자리를 끝내 내려놓지 못하지요. 그렇게 살아왔고, 그것이 서인숙을 지탱해 왔던 힘이었기에, 마지막까지 서인숙은 서인숙으로 남았습니다. 가장 불쌍한 사람으로 말이지요. 서인숙이 마지막 결말에서 유경과 화해하고, 탁구에게도 사죄하며 하하호호했더라면, 제빵왕 김탁구가 신파결말이 돼버렸을 겁니다. 완성도를 해치는 우를 범하지 않았던 것도, 갈등드라마에서 좋은 결말의 예를 보여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2. 한승재의 눈물과 마준의 마지막 인사
한승재에 대한 마무리 역시도 깔끔했습니다. 마준의 친부라는 이유로 권선징악의 테두리에서 이탈할까봐 가장 조마조마했던 인물이었거든요. 아들인 마준이의 손으로 비리장부를 넘기고, 경찰에 신고까지 하게 한 점도 한승재라는 인두겁을 쓴 나쁜 인간의 가장 비참한 최후를 위한 단죄였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기도 했지만, 통쾌하기도 했습니다.
마준이가 한승재에게 마지막 인사라며 면회가서 말했지요. "단 한 번만이라도 당신이(아버지가) 나한테 존경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그 기억 하나만으로도 좀 더 살기가 수월했을텐데... 그랬다면 당신을 용서하기가 훨씬 더 쉬웠을텐데... 내가 옆에서 다 지켜보고 있는데 좀만 더 잘 살지...". 처음으로 나온 생부 한승재에 대한 연민과 애증이 묻어나왔던 구마준의 심경고백이었습니다. 
30회까지 진행되는 동안 신인연기자 주원의 연기력이 드라마 속에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한승재(정성모)와의 면회장면에서는 감정신과 표정연기가 특히 많이 성숙했고, 깊어졌다는 생각이 든 장면이었습니다. 주원이라는 배우의 성장이 기대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제가 뽑은 마지막회 가장 마음 아프면서도, 많은 여운이 남았던 장면이었습니다.
납치한 탁구를 옥상에서 실족사시키려는 한승재, 마지막까지 놓지 못했던 한승재의 야망과 구일중에 대한 굴욕감은 마준이가 탁구에게서 느꼈던 열등감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세상에는 경쟁만이 있을뿐, 내가 가지지 않으면 빼앗기는 것이고, 내가 이기지 않으면 진다는 양분법적인 비뚤어진 사고는 그가 그렇게도 가지고 싶었던 서인숙을 빼앗겼다는 구일중에 대한 패배감에서 비롯되었지요.
마준이에게만은 2인자의 설움을 주지 않겠다는 잘못된 욕심은 결국 아들의 외면이라는 결과만을 가져왔을 뿐이었습니다. 마준이가 한승재를 면회가서 한승재의 잘못이 빚은 결과를 깨우치게는 했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마준이가 돌아가고 나서 오열하는 한승재의 모습은, 진심으로 자식 앞에 부끄러운 아버지로서 반성의 눈물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아마 죄값을 다 치르고 나온 후에는 한승재가 제대로 된 인간으로 살지 않을까 싶더군요. 아무리 세상의 눈이 무섭다고 하지만, 자식의 눈만큼 무서운 것이 또 있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3.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포옹하는 형제들
거성식품의 차기대표를 정하는 이사회, 거성식품의 전문경영인으로서 자경이가 구일중의 뒤를 이을 것이라 예측했었기에, 탁구의 대표직 고사는 사실 큰 반전은 아니었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어느정도 예상되었던 것이었고요. 이사회에서의 탁구와 마준이의 훈훈하면서도, 익살스러운 모습도 보기 좋았는데, 최고의 장면은 세 사람의 포옹신이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화해하고, 이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모습이 한 장면에 압축되었는데, 자경이가 두 형제 탁구와 마준이를 안는 장면이었어요. 핏줄로 치자면 자경이가 유일하게 두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아버지가 같은 탁구와 자경, 어머니가 같은 마준이와 자경, 그래서 이 아이들은 세상이 열두번이 변해도 형제이고, 가족일 수 밖에 없고 말이지요.
무엇보다 탁구와 마준이의 죽 잘맞는 친구같은 모습도 훈훈하고 좋았습니다. 특히 처음으로 26살 마준으로 돌아온 밝은 모습이 편해 보이고, 진짜 형제처럼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이 좋았어요. 마준이 웃는 모습이 귀여운 햇살소년의 모습인 것은 처음 알았어요. 비주얼이 좋은 주원이라는 배우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기도 했고 말이지요. 눈에 분노와 증오의 빛을 버리고, 마음에 독기를 뺀 마준이는 정말로 26살 구마준이라는 싱싱한 젊은이로 태어난 듯 보였습니다. 마준이와 탁구가 서로를 향해 웃는 모습은, 대사가 전하는 것보다 더 강하게 와닿았던 화해의 장면이었어요.
마지막에 탁구에게 말실수처럼이라도 형이라고 불러 주었다면 싶었는데, 마준이 그 녀석은 여전히 자신이 탁구와 피를 나눈 진짜 형제가 아니라는 것을 의식하고 있더군요. 탁구에게도 진짜 형제가 아니라고, 고백해 버리고 말이지요.  탁구는 그 말의 깊은 뜻은 몰랐겠지만, 만약 알았더라도 탁구에게 마준이가 동생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겠지요. 탁구에게는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 구일중의 그늘 아래 있는 이유만으로 형제요, 누나들이었으니까요.

4. 사랑을 시작하는 청춘들, 해피엔딩이었나?
신유경의 복수는 사실 이 드라마 결말부분에서 옥의 티였습니다. 어설픈 악녀였을 뿐 그 명분과 하는 방법이 유치하고 졸렬했기에, 신유경이라는 캐릭터가 실패해 버렸고, 아마 거기서 멈추지 않았더라면, 골칫거리 캐릭터가 될 뻔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만큼 그녀에게 거성가라는 곳은 어울리지 않았고, 서인숙을 목을 죄는 모습도 서인숙만큼이나 천박하게 흐를 뻔했었거든요. 다행히 정신차린 마준이가 신유경을 끌고 나오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마준이와 유경이 진짜 부부로 사랑을 시작해가는 동안 탁구의 사랑도 시작되었지요. 옥떨메 양미순에게 "난 아직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다. 그 살아갈 날들은 네 추억이 훨씬 더 많아질거야"며, 고백을 했지요. 탁구답게 프러포즈도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러나 진정성있게 했던 고백이었어요. 알콩달콩 소꿉장난 하듯이 탁구와 미순도 작은 연인들처럼 사랑을 시작하고, 추억을 만들어 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드라마 속에서 울고 웃고 함께 성장해 온 인물들은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가 끝나자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제빵왕 김탁구가 과연 해피엔딩이었을까? 저는 그에 대한 답을 선뜻 '그렇다'라고는 못하겠더라고요. 왜냐면 드라마 속 인물들, 김탁구, 구마준, 신유경, 양미순, 구일중, 한승재, 서인숙, 김미순 등의 모든 인물들이 제 주변으로 걸어나온 듯 싶어서 말이지요. 여전히 탁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들고 있고, 마준이는 자신을 찾는 여행을 떠나 어느날 갑자기 돌아올 듯 싶거든요. 여전히 끝나지 않은 드라마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고, 지금도 진행중인 이야기지요. 그래서 이 드라마는 해피엔딩이 아닌 진행형으로 남겨두고 싶더군요.

이 드라마에 흐른 작가의 메시지는 탁구가 온갖 난관에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냈지만, 제빵왕 김탁구 강은경작가는 결말을 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준이가 탁구에게 왜 웃을 수 있냐고 물었지요. "살아야 하니까. 살아있는 동안에는 아무 것도 끝나지 않잖아. 오늘 잘됐다고 혹은 잘 안됐다고 내인생 끝나는 것도 아니니까,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결국 다 지나가는 거니까".
결국 인생을 다 살때까지는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겠지요. 마음의 집 팔봉빵집으로 돌아간 탁구, 유경과 함께 자신을 찾아 여행을 떠난 마준, 거성가의 텅빈집에 홀로 남은 서인숙, 다음 세대에게 모든 것을 넘기고 그 아이들이 이뤄가는 것을 지켜보는 구일중, 감옥에 들어간 한승재까지 말이지요. 드라마는 끝났지만 작가가 제빵왕 김탁구를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계속 남아있을 듯 싶습니다.

5. 드라마의 여운, 탁구의 진심과 사람
오랜만에 본 좋은 드라마의 여운이 바로 이 메시지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드라마에 시종일관 흘렀던 것은 권선징악, 사필귀정이라는 것이었지만, 드라마가 끝난 지금 제게는 '진심'이라는 말과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라는 팔봉선생의 말이 더 깊게 남습니다. 지난회 처음으로 마준이의 방에 걸려있던 거성식품의 사훈을 눈여겨 봤었습니다. 오랫동안 드라마를 보면서도 신경을 쓰지 않았었는데, 사훈이 "성실하고 정직하게 정확하게"더군요.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돈을 위해, 또 누군가는 최고의 빵맛을 위해, 또 누군가는 가족의 배부름을 위해 빵을 굽고 있겠지요. 그리고 또 누군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을 굽고 있을 것같기도 하고요. 팔봉선생과 구일중, 그리고 탁구가 담았던 빵의 진심, 형이상학적이라고만 느껴졌던 빵쟁이의 철학, 그것을 빵에 담아 굽는 제빵사들이 우리 주변에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비단 빵쟁이뿐만이 아니라, 자기가 하는 모든 일에 성실하고 정직하게 진심을 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싶고요. 그것이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했던 진심이었겠지요. 제빵왕 김탁구의 인기비결은 사람을 움직이는 탁구의 진심, 착한 사람이 이긴다는 것, 정직한 사람이 이긴다는 것에 대한 사필귀정의 메시지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진정으로 원했던 해피엔딩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여전히 진행형같습니다.

* 마지막회 리뷰글에 항상 하는 말이지만, 배우들과 제작진 수고 많으셨습니다. 전광렬, 전인화, 정성모, 박상면, 장항선, 이한위, 전미선 등 중년연기자들의 튼튼한 연기는 제빵왕 김탁구를 지탱해 온 가장 큰 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발견한 주원이라는 배우는 제빵왕에서 건진 수확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주얼도 좋고,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처음 긴장돼 보였던 표정과 대사처리도 많은 성장을 보인 좋은 배우였습니다.
또한 시트콤에서의 코믹이미지를 벗은 윤시윤에게는 새로운 연기도약이라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듯 싶습니다. 정극에 도전하는 윤시윤의 연기에 대한 우려가 많았는데, 김탁구라는 인물은 오히려 윤시윤에게 큰 행운을 준 듯 싶습니다. 김탁구라는 거친 야생마의 이미지와 순박함, 하나 밖에 모르는 돌진형의 캐릭터는 윤시윤의 기교부리지 않는 연기와 오히려 잘 맞아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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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6 09:05




마지막까지 반성과 양심이라고는 없는 한승재의 악행은 인두겁을 쓴 짐승의 모습입니다. 사랑하는 여자 서인숙에 대한 일편단심 바보같은 사랑도, 마준이에 대한 애정이라고 보기에는 그 파렴치함과 이기심은 동정심마저도 아까울 정도입니다. 자신을 거둬 준 은혜를 배신으로 갚은 기형적인 사고의 출발이 평생 갖지 못한 여자에 대한 사랑과 자식때문이었지만, 악행의 정도가 너무 멀리 가버린 한승재는 드라마가 낳은 최고의 악역인 것 같습니다. 
구일중의 치밀한 올가미 작전에 말려든 한승재는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자네 한 몸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어찌 해 볼 수 있겠냐?"며, 자네의 시대는 끝났다고 밀쳐버리고 나갔지요. 예상대로 이 모습을 숨어서 지켜 보고 있었던 마준이가 구일중을 부축해 주었네요. 그리고 마준이에게 남겨두었던 한가닥 용서의 동아줄을 이번에는 마준이 잡은 것 같아 한시름 놓기도 했습니다.

드라마가 낳은 최고의 악역 한승재
한승재와 서인숙과 싸잡아서 벌을 주고 싶은 마준이었지만, 매회 방황하는 모습과 흔들리는 모습에 용서하고 싶다, 아니다를 반복해 왔던 시청자에게 마준이에게만은 용서와 화해의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 내심 반갑기도 합니다. 
한 회분량만을 남기고 있는 제빵왕 김탁구는 여전히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습니다. 곪은 상처들을 치료하고 봉합해 가는 과정은, 그 상처가 아프고 깊었던 만큼 간단하고 쉽지 않습니다. 권선징악과 사필귀정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이탈하지 않았던 이 드라마는, 마지막에 어물쩡 화해와 용서라는 이름으로 나쁜 놈이 갑자기 착해져 버리는 맥빠지는 전개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끝까지 매력적이에요. 한승재의 일관성있는 악역이 마음에 듭니다. 결말이 요상스런 신파로 끝나버릴 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찢어죽이고 싶은 나쁜 놈이네요.
요즘은 나쁜 짓을 한 놈들은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죄질에 따라 가차없이 처벌을 해주었으면 싶은 바람이 굴뚝같습니다. 뉴스거리로 도배되고 있는 연예계 사건사고들을 보니 더욱이나 분명한 징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용서해주는 것이 관행이 되다 보니, 악의 뿌리가 뽑히지 않고 반복되어서 말입니다.
한승재 역의 정성모와 묵직한 구일중 역의 전광렬의 명품연기가 드라마를 탄탄하게 받쳐주며, 전인화, 전미선, 박상면, 타계한 팔봉선생 역의 장항선 등 드라마의 무게를 잡아 준 중년연기자들에게 박수를 아끼고 싶지 않네요.
긍정의 힘, 빵쟁이의 정직한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탁구가 봉합의 과정 중심에 서있다는 것이 든든하기는 하지만, 탁구 혼자만의 힘으로는 거성가의 상처를 꿰매기에는 힘이 부족할 듯 싶더군요. 다행히 큰누나 자경이가 힘을 실어주어서 한결 수월해지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마준의 눈물고백, "아버지 죄송합니다. 저같은 게 태어나 버려서"
14년만에 털어놓는 마준이의 고백은 가슴이 먹먹해 질정도로 처연하고 불쌍한 고백이었습니다. "죄송해요. 그때 제가 조금만 더 기운이 있었어도, 제가 조금만 더 상황판단이 빨랐어도, 할머니 어쩌면 돌아가시지 않았을 거에요. 그 때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버지 서재문을 두드리는 것 뿐이었어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준의 고백은 구일중의 심장이 멎을 정도로 충격적이었지요. "또 죄송합니다, 아버지. 저 같은 게 태어나 버려서...". 마준이의 눈물고백을 듣는 구일중의 표정이 복잡해 보였는데, 추측해 왔던대로 마준이 친자가 알고 있었음이 분명해 보이더군요. 
한승재에게 구일중이 그랬지요. "자넨 내 아내를 마음에 품었잖은가? 평생 난 그저 지켜봐야만 했네. 내 아내인 탓에, 내 친구인 탓에..." 자신의 입으로 아내와 친구의 불륜을 그렇게 힘들게 뱉어내고 말았던 구일중이었지요. 그런 구일중에게 마준이가 "저같은 게 태어나 버려서 죄송하다"는 말을 했을 때, 심장이 내려앉는 듯 말을 잇지 못하더군요.  
구일중은 마준이가 모르기를 바랐을 겁니다. 구일중의 아들로 반듯하게 성장해 주길 바랬을 뿐이었습니다. 늘 마준이를 끼고 도는 서인숙으로 인해 마준이가 비뚤어지고 엇나가는 것을 보며, 구일중은 더 가혹하게 엄한 아버지가 되고자 했을 겁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때로는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어깨를 토닥여줄 때도 있지요. 자신의 죄를 갚는 심정으로 마준이를 더 많이 보듬어 주었어야 했는데, 그도 인간인지라 때로는 불편했을 수도 있었고, 그래서 더 안쓰러운 자식이었을 겁니다. 많이 토닥여 주지 못했던 마준이었기에, 마음 한켠이 늘 아려왔던 손가락이었는데, 그나마 마준이가 좋아한다는 신유경을 보니 안심이 되기도 한 구일중이었지요. 

탁구의 등장으로 거성가를 빼앗길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반항하고, 반발이 더 심해졌다는 생각만했는데, 마준이가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것이, 한승재와 서인숙이 어머니가 돌아가신던 날 밤 저질렀던 진실보다 더 큰 충격입니다. 그래서 한승재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주며 말했지요. 검찰출두가 아니면 외국으로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요. "그게 내 두 아들을 자네한테서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라고 말이지요. 
한승재로부터 탁구는 생명 혹은 탁구가 가야할 인생을 지켜주는 일이라면, 마준이의 경우는 한승재에게 아들로 내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저는 해석을 했어요. 구일중은 끝까지 마준이를 아들로 품으려고 하고 있는 것이지요. 한승재의 이기적인 부성애와는 대조적이었던 구일중의 차고 넘치는 큰 부성애였습니다. 낳은 정도 기른 정도 부모와 자식으로 살아온 26년의 정을 마준이의 생부라해도 끊을 수는 없는 것이지요. 
진실을 알고 싶었다는 구일중이 진구와 함께 한승재의 비리증거물을 손에 넣었지만, 한승재가 마지막 반격의 술수를 또 준비했지요. 비서실 남비서에 의해 탁구가 납치되어 위기에 처했는데요, 정말 한승재라는 인간은 범행도 치밀하지만, 도저히 용서하기 힘든 나쁜 놈이네요. "난 구마준이에요. 거성식품 구일중 회장의 단 하나뿐인 아들이라고요. 아버지를 배신한 사람은 나한테도 배신자에요" 라며, 아들에게서도 버림받고, "구일중이 아니면 안된다"며, 미안하다고 한마디로 토사구팽해 버리는 서인숙에게서도 버림받은 한승재입니다. 결국은 구일중이 마준의 생부에게, 친구에게 주는 마지막 관용까지 버리면서, 파멸의 길을 향해 달리고 마나 봅니다. 이런 놈에게는 벼락을 내려야 하는데 말입니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하게, 거성인가? 자네 아들인가?" 탁구의 위험을 알리며, 제빵왕 김탁구 대단원을 내릴 마지막 사건 하나를 던지며,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한승재의 악행이 치가 떨리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여자도, 아들마저도 어느 것 하나 가지지 못하는 한승재이기에, 드라마속 인물중 가장 불쌍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준이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껍데기뿐이라고 했지만, 한승재처럼 껍데기만을 붙들고 살아온 인간은 또 없어 보여서 말이지요.
마지막 한 회만을 남기고 탁구의 생사가 불분명한 위기에 처했는데요, 탁구를 누가 구할지가 궁금합니다. 위기에 처한 청산공장을 살리고, 구일중의 대리인 자격까지 인정받아야 하는 탁구,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결국 우리쌀 빵이라는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지요. 미출사고로 변상을 요구하던 빵가게 사장들도 주문을 넣고, 한승재의 사주를 받고 있던 공장장까지 변화시키는 탁구의 힘은 진심입니다. 아버지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지키겠다는 진심말이지요.물론 쌀빵의 성공에는 팔봉식구들의 도움이 컸지요. 아이디어는 자경이가 주었고 말이지요. 

끝나지 않은 3차경합, 행복한 빵을 만드는 뺑쟁이의 길을 향해
이번회 가장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탁구와 마준이가 처음으로 마음을 터놓는 장면이었습니다. 결혼을 한 마준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클럽을 전전하며 방탕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탁구가, 클럽으로 찾아가 마준이를 끌고 나왔지요. 마준이를 데려간 곳은 팔봉빵집이었어요. 스승님의 마지막 경합주제 앞에 마준이를 세운 탁구, 탁구가 마준이에게 일깨운 것은 스승님의 마준이에 대한 사랑과 빵쟁이의 길이었어요.
서태조로 살았던 팔봉빵집에서의 2년동안 서태조는 늘상 틱틱거리고 거만스럽고 재수없는 왕싸가지였지만, 탁구에게 있어 그 때의 마준이는 구일중의 아들도, 거성가의 사람도, 더더구나 작은 사모님의 아들도 아니었어요. 조금 싸가지 없는 경쟁자일 뿐이었어요. 이기적이고 정없는 녀석이었지만 함께 빵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와 경쟁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탁구에게 좋은 친구였지요. 탁구를 이만큼 지치지 않게 끌고 왔던 것도 결국 서태조, 마준이와의 경합이었던 것이였지요. 손목에 끈을 다시 채워주고, 재료가 없는 탁구에게 빵재료도 나눠주었던 친구, 서태조, 지금은 하나 뿐인 탁구의 동생 구마준말이에요. 미우나 고우나 보듬고 가야 할 아버지의 아들 말입니다. 그리고 탁구가 마준이를 보듬고 가야하는 이유는 팔봉스승님의 유언이기도 했고요. 
팔봉선생이 가는 날, 마지막으로 탁구에게 빵을 만들어 주면서 말했지요. "탁구야, 인생이란 겪는 것이다. 나쁜 일도, 슬픈 일도, 좋은 일도, 기쁜 일도 겪고... 태조는 하나 뿐인 네 동생이 아니더냐. 네가 평생 안고 가야 할 네 동무니라". 그리고 팔봉선생은 더 이상 봉빵을 만들지 않았던 이유를 말해 주었지요. "내 평생에 후회되는 한 가지는 하나뿐인 친구를 그리 떠나 보낸 것이다. 내가 더 이상 봉빵을 만들 수 없었던 것은 친구를 잃은 아픔때문이었다. 이 세상에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도 없느니라".
팔봉선생이 마지막으로 자신을 당부하고 갔다는 말에 마준이 주저앉아 오열하고 말지요. 탁구도 함께 울고, 아마 시청자도 이 장면에서 울컥했을 겁니다. 팔봉빵집으로 끌려 온 마준이 탁구에게 물었지요. 힘든 일을 겪고, 다 뺏겼으면서도 왜 계속 웃을 수 있는 거냐고요. 탁구가 마준이에게 했던 말은 팔봉선생의 말씀과 같은 말이었어요. "살아야 하니까. 살아있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끝난게 아니니까.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결국 다 지나가는 거니까".
다음날 마준이는 거성식품 개발실에 모습을 드러내고 빵을 만들기 시작했지요. 물론 한승재에게서 돈을 타내기는 했지만, 아마도 한승재의 돈주머니를 털어줄 기특한 생각이었던 것 같더군요. 마준이는 탁구와의 끝나지 않은 경합을 시작한 거지요. 바로 빵쟁이의 길 말이지요. 같이 가자고 하는 탁구의 손을 마준이 마주잡은 겁니다. 기특하다 구마준!
저는 마준이가 탁구의 손을 잡았다고 생각했어요. 마준이와 탁구에게 내린 팔봉선생의 3차경합 주제의 빵은 아마 탁구와 마준이가 죽는 날까지 가져가야 할 과제일 거에요. 왜냐면 빵쟁이라는 이름을 걸고 살아가는 동안 계속 만들어 갈 모든 빵들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이기 때문이지요. 빵쟁이의 길이고 말이지요. 결국 빵으로 화해하고 빵으로 길을 찾아 가는 두 녀석은 이렇게 아프고, 슬프고, 즐겁고, 힘들었던 성장통을 극복한 것이지요. 결국 다 지나가는 일들처럼 말이지요.
 
위험에 처한 탁구, 마준이가 구한다
진구를 잡으려던 한승재는 이중으로 쳐 둔 구일중의 올가미에 걸리고 말았는데요, 한승재 역시도 또 하나의 반전카드를 내밀었지요. 40년 친구라서 그런지 서로의 수를 다 읽고 있는 듯 싶더군요. 탁구에게 닥쳐오는 불행은 이것으로 마지막이었으면 싶은데(아마 그렇게 되겠지요), 탁구는 무사할 수 있을까 걱정이 큰데요, 저는 마준이가 탁구를 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구일중의 분노에 찬 말, "그게 내 두 아들을 자네한테서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저는 이 말을 분명히 마준이도 들었을 거라고 생각되더군요.
마준이가 돌아보는 엔딩장면의 장소는 마준이의 회사방이었지요. 지금 마준이는 회사에 있고, 누구보다 잘 엿듣는 마준이기에, 고성이 오가는 두 사람의 대화를 다 듣고 있으리라 짐작되더군요. 마준이는 아버지 구일중으로부터 "내 두 아들"이라는 말에 아마 전기충격을 받았을 듯 싶기도 해요. 비로소 아버지의 깊은 사랑, 구일중의 마음을 확인하고, 14년간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되는 거지요. 마준이가 원하는 것은 아버지 구일중의 아들이 되는 것, 오직 그 하나였으니 말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구하느냐는 것이겠지요. 개인적으로는 마준이 처음으로 한승재에게 무릎을 꿇고 사정하는 것을 상상해 봤어요. 탁구를 살려 달라고 말이지요. 무엇이든 자기를 위해서는 한다고 했으니, 탁구도 풀어달라고 사정할 것 같더군요. 자기를 위한다는 모든 일들을 제발 멈춰 달라고 말이지요.
구일중이 마준이를 끝까지 품었듯이, 마준이의 아버지 역시 누가 뭐래도 구일중일 수 밖에 없고, 탁구는 마준이의 하나 뿐인 형, 그것도 함께 평생을 두고 경쟁자로 동반자로 행복한 빵을 만들기 위한 동무잖아요. 마준이 한승재에게 자신을 위한다면 자신이 행복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둬달라고, 또 부탁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예전에 신유경의 아버지 사건으로도 같은 부탁을 했던 마준이었지요.
하지만 이렇게 되면 문제해결이 너무 쉬운 방법같고, 아무래도 저는 마준이가 이사회에서 뭔가 큰 것을 터뜨려 버릴 것 같더군요. 마준이가 만든 빵에 그 비밀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아마 한승재에게 신제품 빵으로 탁구를 끝장낼테니 두고 보라고 할 것 같기도 합니다. 이사회에서 김탁구를 꼭 무너 뜨리겠다고 안심시키는 것이지요. 정정당당하게 이기겠다는 마준이에게 명분을 주기 위해 한승재도 한 발 물러섰다가, 이사회에서 마준이가 빵을 내놓으며, 그리고 대형사고를 치는 것이지요. 
대형사고란 거성의 후계자를 안하겠다는 폭탄발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승재와 서인숙에게 이같은 좋은 복수도 없을테니 말입니다. 한승재는 그래도 생부이니 직접 치지는 못할 것이고, 생부임을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래도 자신에게 아버지는 구일중 한 분이라고 한승재에게 대못을 박아 버리는 것입니다.

신제품 빵을 만든 것을 비밀에 부치고 있는 마준이가 한승재를 위해 만든 빵이 아니라고 했는데, 누구를 위한 빵인지 궁금한데요, 아마도 거성이라는 울타리에 있는 가족을 위한 빵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마준이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하는 빵, 마준이를 끝까지 보듬으려 하는 탁구와 아버지, 그리고 아내 신유경을 위한 빵말입니다. 신유경의 분위기가 호러과로 변해 버려서 해피엔딩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저는 개인적으로 신유경이 행운의 모자를 쓰고 떠나는 결말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제 곧 결말이 나오겠지요.
제빵왕 김탁구는 출생의 비밀과 빵이라는 소재로 갈등을 만들어 왔지만, 결국은 가족과 주인공들의 성장을 다룬 휴먼드라마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직하고 곧은 길을 고집하며, 어떤 난관도 탁구답게 헤쳐 온 주인공 김탁구와, 돌아 돌아서 결국 자신에서부터 문제를 바라보게 되는 마준이의 성장통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드는 빵쟁이의 길을 향해 같은 곳을 보며 움직여 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성장통을 위한 마지막 결말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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