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빛나는'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1.07.17 '반짝반짝 빛나는' 승준이 주고 간 원본계약서, 해피엔딩의 복선? (2)
  2. 2011.07.13 '반짝반짝 빛나는' 한정원, 난치병 걸린 종로백곰의 주치의 (10)
  3. 2011.06.26 '반짝반짝 빛나는' 종로백곰을 노리는 수상한 복면, 누가 칼 맞나? (14)
  4. 2011.06.19 '반짝반짝 빛나는' 한정원, 종로백곰도 두손들게 한 빛나는 보석 (14)
  5. 2011.03.27 '반짝반짝 빛나는' 가난한 엄마와 부자엄마 눈물, 비교할 수 있을까 (15)
2011.07.17 14:40




결말을 향해 가는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을 보면서 열받은 분들 많으시죠? 울화통 터지게 하는 것이라면 금메달감인 이 드라마는 각기 다른 인생을 살면서 타인의 삶에 대해서는 돌아보지 않는 이기적인 현대인의 자화상을 고발하는 드라마입니다. 돈에 중독되어 아들의 인생까지 파멸시키려는 종로백곰의 인생관과 돈없는 사람들에 대한 천박한 귀족주의 진나희가 사채업자의 돈을 쓰레기로 보고 천시하는 태도는 이중적이기 그지 없습니다.
돈에도 품격과 등급은 분명 존재합니다. 사채업자 종로백곰의 돈이나 마늘밭에서 발견된 110억을 보면 돈도 돈 나름인 것 같습니다. 진나희와 백곰이 생각하는 돈은 어떻게 보면 종로백곰의 신념이 솔직할 정도에요. 인정사정없는 돈, 많이 가질 수록 좋은 것이다라는 한가지의 가치만을 추구하는 인물이기 때문이죠. 돈이라는 것 하나만 놓고보면 많으면 좋은 것, 편한 것이지만, 인간관계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개입되면, 살인을 저지르는 칼이 되기도 하고, 사람을 살리는 활인의 칼이 되기도 합니다. 
종로백곰의 돈을 살인의 칼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어려운 기업가에게는 때로는 단비가 되었을 것이고, 어떤 정치인에게는 금뱃지를 달게 해 준 구원의 정치자금이 되기도 했겠지요. 어려운 기업가가 백곰의 돈때문에 기업을 살렸다면, 그 회사에 딸린 수많은 식구들을 실업자가 되지 않게 구제했을 것이니, 여러사람을 살린 칼이 되기도 했을 겁니다.
그러나 지혜의 숲을 겨냥한 종로백곰의 돈은 살인의 흉기로 그 성격을 명확하게 했습니다. 자존심을 짓밟은 한지웅과 진나희에 대한 모멸감을 그녀가 가진 돈의 힘으로 갚아주려고 합니다. 한지웅에게서 한평생의 보람과 긍지, 그리고 그의 자존심을 빼앗아 버리는 것, 그것이 그녀가 당한 모멸감에 대한 복수이고, 덩달아 더러운 사채업자의 아들이라고 혼사를 거절당한 아들을 위한 복수라고 생각하지요. 종로백곰이라면 능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요. 그녀에게 다른 사람의 형편이나 사정은 남의 집 개짓는 소리니까요. 돈에 동정심이나 인정이 들어가면, 그 돈은 힘을 잃고, 그녀의 금고에 쌓을 수 있는 돈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죠.

정원과 이별한 승준, 어머니에게 간 이유
금란의 불임진단은 승준과 정원을 헤어지게 만듭니다. 믿고 싶지 않지만, 붙들고 매달리고 갈 때까지 가보고, 안되면 헤어지자는 정원의 말에도 승준은 흔들림이 없었지요. 정원도 승준이 자신의 손을 놓을 수 밖에 없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여자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불임진단은 정원이 더 이상 승준을 붙잡지 못하는 이유로 정원도 손을 들게 합니다. 승준이 때문에 칼을 맞고, 승준이 때문에 불임까지 되었다는 종로백곰의 말에, 정원도 승준도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랑보다는 스스로 견디기 힘든 인간적인 양심쪽으로 기운 두 사람입니다.
그러나 승준의 이별통보를 받아들이는 정원과 달리 승준의 감정은 정원과는 달리 복잡합니다. 정원을 사랑하면서도 놓을 수 밖에 없는 승준은, 어머니 종로백곰에게 백기투항하는 것이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원도, 금란도, 지혜의 숲 출판사도 지키는 것이 어머니에게 들어가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 송편이지요. 종로백곰이 머리 풀어헤치고, 거품물고 정원과 출판사를 망가뜨리려고 했던 것은, 결국 자기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승준입니다. 정원의 손만 놓으면 어머니의 미치광이 돈 망나니의 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같이 사시사철 늘 푸른 소나무같은 승준의 사랑이, 절기에 따라 변하는 단풍나무였다고 실망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고, 승준의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옹호하는 분도 있을 거예요. 저는 후자쪽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더 이상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처음으로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고 싶었던 정원을 내려놓는 승준의 선택이 가장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에요.
같이 이겨내면 힘이 덜들 것이라고, 사랑의 힘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쉽게 말은 할 수 있지만, 때로는 사랑보다 더 강한 것도 세상에는 있더랍니다. 그것을 단순히 돈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려워요. 사람을 지치게 하고 힘들게 하는 정신적 압박이, 돈보다 사랑보다 무서운 힘을 발휘하기도 하지요. 정원을 힘들게 하지 않으려는, 그 정신적 압박에서 지켜주고 싶은 것이 승준의 마음이었지요. 세상에서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 한정원, 그여자가 빛을 잃고 힘들어 할까봐서요. 계속 반짝반짝 빛나는 한정원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것이, 승준이 사랑을 버리려는 이유였습니다.
세상 어느 부모도 같을 것입니다. 자식의 앞길에 놓인 자갈을 치워주고 싶고, 가시를 쳐내고 싶어하는 것이 말이지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승준도 같아요. 정원의 앞길에 놓인 가시를, 손이 찔리고 몸에 피투성이가 되어도 치워주고 싶은 마음, 아니 그 가시밭길에 들어서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 그것이 승준이 정원을 위해 할 수 있는 사랑방식입니다.
사랑한다는 고백을 수천년으로 느껴질만큼 굼뜨게 했던 이 남자, 이별선언은 일사천리 초광스피드였지요. 잊는 것은 아주 천천히 하겠다고, 정원에게는 빨리 자신을 잊어달라며, 눈물을 참는 승준, 정원을 보내고 승준은 오열합니다. 정원과 마지막이 된 저녁식사를 준비하면서, 승준도 정원도 두 갈래길에서 갈등하고 고민했습니다. 욕실에 나란히 놓인 칫솔은 결국 사용하지 못하고 말았지요. 함께 밤을 보내고 힘들어도 함께 하려는 마음과 헤어져야 한다는 마음이 싸웠던 증거, 그것을 보고 승준은 오열하고 맙니다. 승준의 인생에서 두번째입니다. 어머니를 대신해 칼을 맞은 아버지를 보낸 이후, 20년이 흐른 후 사랑하는 여자를 보내며 같은 이유로 웁니다.
어머니, 버릴 수 없는 애증의 어머니로 인해, 사랑하는 두 사람을 떠나 보낸 승준의 눈물은 이후 승준의 삶을 180도로 바뀌게 합니다. 어머니집 평창동으로 들어간 승준은 어머니의 자리를 물려받겠다고 공식선언을 하지요. 도망치려고 발버둥쳤지만 승준의 자리는 그곳이었다면서 말이지요. 저는 승준이 종로백곰의 자리를 되물림하지 않을 것이라 100% 확신하고 있습니다. 승준이 어머니와 싸우는 방식을 달리 했다고 생각해요(이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도 언급을 했고요). 승준은 더이상 어머니에게서 도망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머니의 방식으로, 어머니의 모습으로,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자신을 통해서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세상 그 어느 부모도 자식이 망가지는 것은 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이고, 파렴치한 인간말종 괴물로 변해가는 아들을 "어이구, 장하다 내아들, 돈 많이 벌고 지켜줘서..."하지는 않을 겁니다.
승준의 어머니가 승준에게 번듯한 출판사를 차려주고 싶어했던 것도, 비록 자신을 냉대하고 자신의 돈을 천시하기는 했지만, 백곰이 원하는 삶은 아니었지만 승준이 자랑스러운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승준에게 백곰은 세상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힘을 주고자 했지요. 많을 수록 힘도 커지는 돈이었고요. 결코 자신의 비인간적인 모습까지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피는 자신의 손에만 묻히고 싶었던 백곰입니다. 세상 어느 부모도, 설혹 살인자라고 해도 자식이 똑같은 살인자가 되는 것을 원하는 부모는 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돈은 대신 손에 피를 묻힐 사람까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광수씨같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아들이 직접 피를 묻히겠다고 나서면, 백곰은 아마도 아연실색할 것입니다.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승준이 어머니에게 들어가 어머니와 같은 삶을 살겠다고 한 것은,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사랑을 알기 때문입니다. 승준의 무서운 변화는 종로백곰에게는 아들에 대한 자랑, 보람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후벼파는 칼이 될 거예요. 승준이 어머니 백곰이 가장 아파할 칼을 들이댄 것이지요.

***이번 회 보면서 안심되었던 장면: 황금란이 깨어나면서 "엄마"라면서 무의식에서도 신림동 어머니 이권양을 부르더라고요. 그리고 정원에게 고맙다고 했지요. 정원에게 고마웠던 것은 비로소 금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누구라는 것을 알게 해줬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송승준에 대한 집착으로 오빠의 계약서를 훔쳐 넘기고, 아버지의 출판사를 위기에 빠지게는 했지만, 금란에게 가족이 소중하지 않았다면 계약서를 가지고 나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정원의 몰래카메라 협박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어디를 향해, 무엇을 위해 외줄타기를 하는지를 모르고 미친질주를 했던 금란, 이제서야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버니, 어머니, 그리고 자신을 걱정하는 정원이,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을 응원해줬던 든든한 소나무같은 어른 승준이 자기때문에 어머니에게 뺨을 맞고, 고개 숙이는 것을 봅니다. 금란의 눈을 가로막았던 미움과 원망, 시기와 질투의 막이 걷히고 반짝반짝 빛나는 눈을 되찾아 가는 것같아서 다행입니다. 금란과 정원이 합심해서 종로백곰에게 강펀치를 날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죽을 정도로 나가떨어지지는 않을 정도로만요^^.
금란에게 큰 변수 하나가 위험하기는 한데, 금란이 자신이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 지에요. 왜 또 나냐고, 왜 자신만 모든 것을 잃어야 하느냐고 다크 금란이로 돌아갈까 무서워요. 솔직히 작가에게 이부분은 실망스럽습니다. 불임부부가 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의사와 짜고 그런 뻔뻔스런 거짓말을 하는 설정을 하는 것은 심했다 싶어요.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담당의사 삐리리같은 놈이 얼른 진실을 밝히고 광명을 찾기 바래야죠.
금란이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는 설정은 기도 차지않는 설정이지만, 두 가지 결론을 위한 복선이라고도 보여집니다. 하나는 승준과 정원의 부담감을 덜어주는 설정이지요. 아이도 못갖는 여자를 누가 책임지겠냐는 백곰의 거짓 양심에 대한 부담감에서는 해방되겠지요. 다른 하나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대범과의 연결가능성입니다.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고 알게 되면, 정원이 대범의 아들 승원이를 보는 눈이 각별해질 것 같아서 말이지요. 너무 앞서갔나요? 그래도 사람 심리가 그렇잖아요. 가지지 못하는 것에 욕심나고,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아이에게 더 애착과 집착, 혹은 사랑을 보이게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승준이 주고 간 원본 계약서, 해피엔딩의 복선?
모든 것을 정원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평창동을 향하는 승준, LP판에 넣어 정원에게 넘긴 계약서 원본은 이 드라마의 해피엔딩을 위한 복선입니다. 정원이 아직은 계약서가 앨범에 들어있다는 것을 모르지만, 계약서는 종로백곰을 파멸하게 할 가장 강한 무기입니다. 계약서를 경찰에 넘기면 종로백곰, 광수는 사문서 위조로 법의 심판을 받겠지요. 그러나 승준은 늙은 노모를 법정에 세우려 하지는 않을 겁니다. 미워도 부모인데 어떻게 자식이 부모를 감옥에 넣겠어요.
승준은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려고 합니다. 정식으로 백곰의 후계자로 앉아 모든 공적책임을 지려는 승준입니다. 닳고 닳은 여우 백곰이 이를 모를 리가 없습니다. 승준의 꿍꿍이를 종로백곰이 의심하고 못미더워하겠죠. 승준은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피눈물없이 독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테고 말이지요. 그 모든 결심이 송편의 의상으로 보여주더군요. 그동안 승준은 반듯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하늘색 와이셔츠나 흰색 와이셔츠를 즐겨입고 나왔는데, 검정 와이셔츠를 입었더라고요. 독해질 거야 라는 복선처럼 말이지요.

정원에게 넘긴 계약서 원본이 해피엔딩을 위한 복선이라고 했는데요, 정원의 성격상 경찰에 증거물로 제시하지는 않을 듯해요. 종로백곰을 협박(?)하는 무기로 사용할 듯 싶어서 말이지요. "아드님이랑 함께 감옥에 가시겠어요?"라고 물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 종로백곰이 광수와 함께 감옥에 들어가는 것은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독하겠지만, 설마 아들을 감옥에 들어가게 하겠어요? 그러면 어머니도, 사람도 아니지요. 정원에게 꽁지내리고 멋적은 웃음을 지으리라고 기대합니다. 물론 드라마니까요. 솔직히 현실이라면 이런 파렴치한 위법행위를 한 사채업자라면 한 100년은 콩밥을 먹게 하고 싶지만 말입니다.
드라마니까 이런 상상도 해봅니다. 종로백곰이 우아한 노부인으로 평창동 진나희도 눈이 돌아가게 세련된 변신을 하는 것이죠. "한정원이! 이정도면 내를 돈 좀 쓸줄 아는 늙은이로 봐주지 아니겠니? 손톱 바짝바짝 깎지말고 안아프게 살살 깎아줄끼지?" 뭐 이런 멘트를 날리면 더 귀여울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요.
승준이 평창동에 들어가서 종로백곰의 후계자가 되겠다고 했는데요, 드라마를 위한 해피엔딩은 승준이 좋아하는 책을 만들면서 정원이랑 알콩달콩 살아가는 것이겠지만, 어머니 종로백곰의 돈을 다른 모습으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속 종로백곰의 돈은 지하경제를 움직이는 돈입니다. 음성적인 자본이죠. 이런 돈을 서민들을 위해 저리로 대출을 해주고, 지난 번 3억을 꾸러 온 게임업체 사장처럼 미래기업을 살리는 돈이 된다면, 종로백곰의 돈은 착한 돈이 되겠지요. 단지 승준이 어머니를 아프게 하는 칼을 들이댄 것만으로, 어머니 종로백곰을 후회하게 하고, 정원을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것만이 해피엔딩은 아니겠지요. 승준이 어머니의 후계자가 되어 무서운 돈을 착한 돈으로 바꾸는 것으로도, 반짝반짝 빛나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싶네요. 긍정적이고 올곧은 사람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돈도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을 살리는 반짝반짝 빛나는 돈이 되었으면 싶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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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3 09:34




작가의 상상력은 때로는 치를 떨게 할 정도로 끔찍하고 무섭기까지 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은 드라마라는 장르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만큼 드라마 속의 캐릭터들이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극단적인 인물들이지요.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이라면, 하나같이 정신이상자들로 비춰지기 십상인 캐릭터들입니다. 설득력없이 망가지는 것만을 목표로 한 황금란이 그러하고,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한 종로백곰이 그러하지요. 과거 황남봉의 철딱서니없는 모습도 그 범주를 벗어나기는 힘들고 말이지요. 
종로백곰을 대신해 칼을 맞은 황금란이 눈을 뜨는 것으로 위기상황은 넘기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드라마 결말을 남겨두고 황금란에게 더 위험한 순간이 올 것 같아 불안합니다. 육체적인 위기보다는 황금란이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정신적 심리적 피폐상태로 파멸해 버릴까봐 두렵습니다. 외줄타기를 하는 황금란에게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평창동 어머니 진나희, 아버지 한지웅, 그리고 한정원이 금란때문에 울고 있습니다. 접시를 놓치는 신림동 어머니의 까닭없는 불안감도 금란에게 그 이유가 향해 있고 말이지요.
여기에 종로백곰의 검은 손은 다른 모든 사람들의 눈물마저 삼켜버릴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다가오고 있지요. 의사에게 자궁을 들어내서 아이를 가지지 못한 몸이 되었다고 거짓말을 하라는 대목에서는, 혈압상승으로 뒷목 잡고 쓰러질 뻔했다지요. 돈 8천만원으로 의사를 구워 삶는 모습은 감히 인간으로서 할 짓인가 싶을 정도로 입에 거품을 물게 합니다. 정말 삐리리 &^#%@@가 따로 없습니다. 의사가 종로백곰의 돈에 넘어가 의료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다면, 의사자격증을 박탈하고 병원에서도 모가지를 뎅강 잘라버려야 할 일입니다.
관건은 황금란이 누구의 손을 잡을 것인가가 되겠지요. 아이를 갖지 못하는 몸이 되었다는 말에 흔들리는 송승준을 보니, 금란이 종로백곰의 손을 잡을 가능성이 우선은 농후해 보입니다. 금란에게 표면적으로는 한정원을 이겼다고 생각하게는 할 것같아서 말이지요. 동정과 연민으로 흔들리는 송승준은 그 인간적인 심정은 이해는 가지만, 현명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송승준은 자신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 특히 한정원과 지혜의 숲이 곤경에 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원과 헤어지는 것을 택하려는 듯 보이더군요.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으로 인해 고통받지 않게 하려고 어머니에게 무릎을 꿇으려고 하는 것이지요. 한정원을 지켜주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에 정원을 놓아주려는 송승준, 과거의 악몽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자신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송승준이 어머니에게 무릎을 꿇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머니를 사람만들기 위해 어머니를 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승준이 택할 방법은 하나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와 정면에서 바라보고 싸우는 것입니다. 그동안은 어머니를 피해 버렸던 승준입니다. 옳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어머니 편에 설 수 밖에 없었던 승준 식의 인륜이었습니다. 종로백곰은 승준이 자신에게서 도망만 갔다고 생각했지만, 잘못 알고 있습니다. 정말로 승준이 어머니를 버리려 했다면, 어머니의 위법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세상에 고발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법정에 세우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송승준, 금란이 가지고 나오려던 피묻은 계약서를 한정원이나 한지웅에게 넘기겠지요. 승준은 어머니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택하려고 합니다. 승준이 어머니에게 그런 말을 했었지요. 중학교때 읽은 글귀라면서요.
"난 정의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 정의가 어머니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다면 난 어머니 편에 들 것이다". 승준은 그 글귀를 보며 안심했다고 했지요. 자신만 나쁜 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그리고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눈물로 경고를 했지요. 어머니를 법정에 세우겠다고 말이지요. 그것만이 어머니가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칼을 멈출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죽이는 어머니의 칼을 승준은 애써 안보고 싶어했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어머니를 대신해 사과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변명해 주는 것이 정의가 아닌 어머니를 택하겠다는 글귀였습니다. 세상에 적어도 자기같은 사람 한 사람은 있다는 것에 안심했고, 혼자만이 나쁜 놈이 아니라는 것에 스스로 용서할 구실을 만들고, 위로했던 승준이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어머니가 아닌, 정의의 편을 택하리라 결심합니다. 이 싸움에 정원이가 함께 하는 것을 승준은 원하지 않습니다. 정원을 지켜주고 싶기 때문이에요.

종로백곰은 승준을 잘알고 있습니다.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다치는 것을 못견뎌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아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보다 연약한 사람 편에 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정원이보다 금란이가 보살핌이 필요한 인물이지요. 당당하고 강한 정원보다 실은 황금란이 금방이라도 부숴지기 쉽다는 것을 백곰은 알고 있습니다. 아이를 갖지 못할 것이라는 뻔뻔한 거짓말을 한 것은, 승준이 강한 사람보다는 약한 사람편에 설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어요. 
비로소 종로백곰이 한정원이 아닌 황금란을 택한 이유를 알듯도 같더군요. 종로백곰이 황금란에게 봤던 것은 자신과 같은 외로움이었습니다. 아무도 곁에 없었던 황금란은 종로백곰 자신의 판박이였습니다. 가난한 신림동 가족을 버리고 와서도 충족되지 못한 외로움과 절망감은 황금란을 하나만 보고 달려갈 수 있게 했습니다. 남편 죽인 여자라는 말에도 종로백곰이 돈을 향해 달려가는 이유와 같았습니다.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누구도 해치지 못하는 철옹성의 성주, 금고에 돈이 쌓일 때마다, 계약서가 쌓여갈 때마다 종로백곰은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금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종로백곰은 금란의 외로움이 그녀의 돈을 목숨을 걸고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 외로움의 끝이 승준에게로 향해 있다는 것이 종로백곰과 황금란의 공통점이었습니다. 목숨을 내놓고 승준을 기다렸던 황금란을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종로백곰은 계산하고 있는 것이지요. 
 황금란을 두고 거래를 하는 종로백곰 고은혜는 인두겁을 쓴 야수입니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비인간적으로 만들고 있는지, 드라마에서는 간단하게 '돈'에 대한 집착으로 요약할 수 있지만, 무엇인가 더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 돈이라는 것이 뼈에 사무치게 힘들게 했거나, 금고에 쌓여가는 돈에 중독되었거나 말이지요. 종로백곰은 아편중독처럼 돈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중독이라는 것이 비단 향정신성 마약류를 복용한다고 일어나는 일은 아니잖아요. 사랑에도 중독된다고 하는데, 돈이라는 것에 중독된 종로백곰을 보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만큼 중독성이 강한 것도 드물지 않나 싶습니다. 작가가 종로백곰을 통해 돈에 중독된 현대인들에게 신랄한 일갈을 날리고 싶었다면, 성공적입니다ㅎ.

물론 돈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지요. 그러나 종로백곰을 보니 수집병에 걸린 사람마냥 그저 모으는 것에 목숨을 걸뿐, 무엇을 위해 돈을 모으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기 힘듭니다. 그 많은 돈으로 기업을 일군 것도 아니고, 달랑 순대국밥집 하나 하면서 돈놀이만 즐기고 있지요. 돈의 유통과 기능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는 인물같아 보입니다. 돈이라는 것이 돌고 돈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종로백곰에게 돈은 마치 하늘의 권세를 얻기 위해 쌓는 무의미한 바벨탑처럼 여겨집니다.

한정원의 대사를 통해 비로소 종로백곰이 돈에 집착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한정원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입니다. 29살의 한정원이 세상을 많이 살지도 않았으면서도, 사람을 보는 눈이 어른스럽기 그지 없고 냉철하고 정확하기 때문이에요. 한서우의 친모 이지수를 만나러 호텔에 갔을때, 종로백곰을 대면한 자리에서 정원이 했던 말은 종로백곰의 모든 것을 말해 주더군요. 종로백곰 고은혜가 돈에 집착하고 괴물이 된 이유는 외로워서라고 했지요. 종로백곰의 돈은 사람을 죽이는 칼이라면서 말이지요.
한정원이 고은혜와의 싸움에서도 당당하게 맞설 자신이 있는 이유는 고은혜의 취약점, 그녀의 외로움의 실체를 봤기 때문입니다.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 집, 돈비린내만이 진동하는 집, 웃음이 없는 집은 송승준을 밖으로 돌게 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고은혜의 외로움을 단적으로 말하는 집이기도 합니다. 백곰의 외로움을 극복하고 잊게 해주는 것은 금고에 쌓여가는 돈이었습니다.
고은혜의 평창동집은 사람을 위한 집이 아니라, 돈을 쌓아두는 창고에 불과했습니다. 돈창고에 갇혀 사는 백곰이 그많은 돈을 가지고도 행복하지 않는 것을 정원은 봤던 게지요.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백곰의 외로움을 새파랗게 어린 정원이 지적하자 종로백곰은 적잖이 당황합니다. 누구보다 강하다고 자부했던 자신의 약한 모습을 간파당해 버렸기에, 정원에게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한 백곰이지요. 평생을 사람이기를 포기하면서, 다른 사람 눈에서 피눈물 쏟게 하며 모은 돈이 한정원에게는 휴지조각처럼 보인다는 것이 괘씸한 백곰입니다. 
솔직히 자식이 아무 감정을 느끼지 않는 여자를 며느리감으로 집착하는 이유를 이해하기는 힘들어요. 한정원을 꺾겠다는 무조건적인 쌈닭성질때문인 듯도 하고, 20년을 어머니를 닭보듯 하는 아들을 꺾어보겠다는 심산같기도 하고, 사채업자라고 혼사거절을 당한 자격지심같기도 한 유치찬란하기만 한 패악을, 드라마니까 그러려니 하고 봐주지 이해하기는 힘든 사람이지요.
그럼에도 종로백곰을 통해 하나는 알 것 같습니다. 자식은 돈으로만 지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지요. 돈때문에 자식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한지웅이 진나희에게 말했지요.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면서, "돈이 아니라 우리 자식을 지키자"고 했었지요. 한상원이 돈많은 아버지를 만나지 않았다면, 인생을 그렇게 쉽게 살지는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자라면서 정원과 비교당하고 비뚤어지기도 했겠지만, 풍족하기만 했던 가정환경이 한상원을 아버지 유산에만 눈독들이고, 한탕주의에 눈멀게 했을 수도 있었어요.
부모님들이 이런 말씀을 하시지요. 다 너희들에게 주려고 일하는 거라고요. 백이면 백 부모님들은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주겠다고 재산을 지키고 일구잖아요. 따지고 보면 종로백곰도 마찬가지에요. 종로백곰의 돈은 다른 사람의 피눈물이었기에, 올곧은 승준은 그 돈을 증오하고 천시할 뿐이지요.  

송승준이라는 캐릭터와는 대조적으로 그린 한상원과 황금란을 통해, 부모의 마음(돈)을 자식들이 너무나 쉽게 당연하게 받을 것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묻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금란이 평창동 아버지를 명품백과 외제차에 비교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드라마를 보면서 탐탁지 않은 설정들도 많았지만, 작가가 직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부모역할론은 깊이 생각해 볼만한 교훈적 메시지입니다. 있는 부모 만나서도 한상원과 한정원처럼 대조적으로 자란 아이들도 있고, 없는 부모 아래서 황금란처럼 자란 아이들도 있고,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자신을 만들어 갑니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다 황금란처럼 좌절감과 자격지심으로 자신을 비참하게만 보지도 않을 것이고, 부유한 환경에서 인품좋은 부모를 만났다고, 다 한정원처럼 반듯하게 자라는 것은 아닐 테지요. 사채업자의 자식이라고, 다 송승준처럼 고매한 학처럼 자라는 것도 아닐 테고 말이지요.
그럼에도 한정원과 송승준이라는 캐릭터는 긍정의 메시지를 주고, 행복의 기준을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하는지를 보게 합니다. 금란이가 누려야 할 것을 빼앗았다는 이유만으로 한정원을 곱지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한정원이라는 캐릭터가 참 예쁩니다. 긍정의 마인드가 예쁘고, 비관적인 상황에 낙담하지 않는 개척정신이 마음에 들고, 성숙해가는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스러워요. 가난하고 무식한 아버지에게 눈 흘기지 않는 정원의 됨됨이가 예쁘고, 눈멀어가는 어머니의 곁을 지켜주는 의젓함이 예쁩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강한 변화는 자기로부터의 혁명이라는 말이 있지요. 정원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정원은 달라진 환경에 가서도 주변사람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자기가 먼저 변했지요. 서투른 칼질이지만 닭토막치고, 생선다듬는 일도 다른 사람들이 보면 복창터질 모습이었지만, 정원은 스스로 배워갑니다. 팀장에서 평사원으로 하락하고, 지하창고로 좌천되어서도 지하창고를 팬트하우스로 만듭니다. 금란이 못나 보이는 이유는 좋은 환경,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가서도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정원이가 28년 동안 배우고 익힌 것들에 대해 시기질투하고, 억울해 했을 뿐입니다.
금란에게 안타까운 것은 자신이 변화할 생각을 못한다는 점이에요. 가장 큰 문제는 금란이 사랑에 대한 믿음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비로소 해봅니다. 윤승재의 사랑이 헌신짝처럼 가벼웠고, 가슴 짓이겨 가며 평창동으로 보낸 신림동 어머니의 사랑이 그러했습니다.
잠깐 신림동 어머니와 황금란을 떼어놓고 생각해 봤습니다. 금란이 부자친부모를 찾아 평창동으로 간다고 했을때, 신림동 어머니 이권양은 끝내 금란은 붙잡지 않았습니다. 금란이 속으로는 절대 안된다고, 못준다고 어머니가 길을 가로막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금란도 가야했고, 이권양도 보내야 했지만, 그럼에도 못보내겠다고, 내딸이라고 막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으리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끝내 붙잡지 않은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금란이 잠시잠깐이라도 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평창동에 가서도 사랑에 대한 믿음은 충족되지 않았지요. 아버지는 정원이만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금란이었으니까요.
종로백곰도 마찬가지입니다. 눈 앞에서 아버지가 칼에 찔려 죽는 끔찍한 사고를 목도한 승준이 어머니를 증오하고, 어머니의 돈을 증오한다고만 생각합니다. 억 소리도 못할 만큼 어마어마한 돈을 가지면, 승준도 아무소리 못하고 돌아올 것이라는 헛된 믿음에 헛삽질만 했던 백곰입니다. 승준이 어머니의 돈보다 가자미 식해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모르는 백곰입니다. 아들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불안감은 외로움을 더 키웠고, 외로움이 커갈수록 더 많이 가져야 달래졌습니다. 마치 면역력이 떨어져서 더 많은 항생제가 필요하듯이 말이지요. 승준의 사랑에 대한 믿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의 대신 결국 어머니편에 섰던 아들의 사랑을 어머니 백곰은 알지 못했습니다.
아들의 입에서 어머니를 버릴수 없었다며, 사랑을 확인받고서도 그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는 종로백곰, 기나긴 외로움으로 생긴 병은 치료약도 더 강한 것이 필요한 가봅니다. 자식이 피눈물을 흘리게 생겼으니 말입니다. 돈에 중독된 종로백곰은 불치병 수준은 아니지만, 난치병입니다. 자식의 행복을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아무렇지 않게 짓밟을 수 있는 돈중독 난치병에 걸려있습니다. 종로백곰 고은혜는 돈은 바벨탑을 쌓을 만큼 많이 가졌지만, 가장 가난한 영혼입니다. 그나마 병들어 가난한 영혼을 치료해 줄 수 있는 반짝반짝 빛나는 주치의 한정원이 나타나서 다행입니다. 그래서 정원이 승준의 이별선언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받아 들여서도 안되고요. 금란도 승준을 얻는다고 절대로 행복해 질 수 없다는 것을 본인도 알거예요. 사랑없는 결혼은 승준, 금란, 종로백곰, 정원 모두가 불행한 일이기 때문에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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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6 11:20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돈으로 다른 사람 울린 종로백곰이 돈때문에 피눈물을 흘리게 되지 싶습니다. 종로백곰 고은혜(김지영)의 집 주위를 서성대는 수상한 복면이 등장해서, 드라마에 큰 비극적 사건이 터질 것을 예고했지요. 마치 피처럼 토마토 주스를 끼얹어 얼룩덜룩된 한정원과 황금란에게 다가올 비운의 전조가 아닌가 싶어, 걱정이 한가득입니다.
신림동 부모를 초대한 한지웅, 랍스타를 처음 먹는 황남봉과 이권양, 난감한 상황에도 지혜롭게 처신하는 한지웅과 한정원때문에 훈훈한 장면이 되었지요. 손닦는 물을 후르륵 교양없이 마시는 황남봉을 보고, 식사예절을 지키라는 듯 조신하게 수저로 떠 먹는 이권양, 이권양을 따라 같이 수저로 물을 떠 먹는 한지웅과 한정원, 말없이 아버지를 바라보는 한정원의 눈에 감사로 눈물이 고입니다. 이 모습을 보는 진나희와 황금란은 그저 기가 차다는 표정이지만, 사는 형편이 너무 다른 양가집안의 상견례를 보는 듯하기도 했네요.
한지웅의 폭탄선언으로 날벼락을 맞은 평창동집입니다. 금란이를 신림동으로 다시 데려가라는 한지웅, 재산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는 폭탄선언으로 아연실색케 했지요. 떵떵거리며 잘 사는 딸보다는 당당하게 잘사는 딸이 되길 바란다는 한지웅이, 눈멀어가는 엄마곁에 있어주길 바란다는 말은 황남봉을 하얗게 만들어 버리지요.
이권양이 실명할 것이라는 말에 정신줄을 놓는 황남봉, 집에 와서 손톱발톱을 깎아 봅니다. 할 수 있다면 자신의 손모가지 발모가지를 자르고 싶은 황남봉입니다. 아내 이권양의 손톱을 깎아 주려다 당신이 깎으라며 나가 버리지요. 이권양의 손톱이 아니라, 자신의 손을 자르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365일 젖은 손의 아내가 실명을 하게 될 것이라는 청천벽력, 왜 하필 내 마누라 눈이냐고 하늘을 원망해 보는 황남봉입니다. "내 눈이고 우리 애들 눈이고, 손녀딸 눈인데... 우리 온 식구 인생이 그 눈에 매달려 있는데... 먹통을 만들려면 아무 짝에 쓸모없는 내 눈이나 먹통 만들 것이지, 왜 하필 그 사람 눈이야..." 후회와 절망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황남봉입니다. 난봉꾼 노름꾼 황남봉에게도 아내 이권양에 대한 순정은 그의 낡은 지갑 속에, 21살의 이권양의 아리따운 모습으로 간직하고 있었고, 뒤늦게 철든 못난 지아비의 눈물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엿보게 합니다. 황남봉이 앞으로 이권양의 눈이 돼 줄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황금란의 폭주는 브레이크 파열입니다. 멈추지 않고 엑셀러레이터만 밟고 달리는 금란, 결국 가장 크게 다칠 사람이 그녀 자신일 것임을 알기에, 누군가 나서서 막아주길 바라지만 역부족입니다. 집을 나가버린 금란이가 송편집장 집에 갔을 것임을 짐작한 정원, 금란과 쥬스배틀을 벌이지만 눈이 뒤집혀버린 황금란을 막지 못하지요.
종로백곰에게 송승준과 한정원을 지켜달라고 부탁을 하러 온 한지웅, 두 딸의 모습에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듯 아파옵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없듯이, 친딸도 키운딸도 아픈 손가락입니다. 황금란을 신림동 집으로 돌려보내려는 한지웅의 진심은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겠지만, 저는 진심으로 딸을 사람만들려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봅니다. 친딸보다 기른 딸 한정원에게 마음을 주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하지만, 28년의 정을 그렇게 한 순간에 버리지 못하는 것이 부모입니다. 아니 버려서는 안되는 것이 부모지요. 그러니 쇠심줄보다 강한 것이 정이라고도 하잖아요. 한지웅에게 정원은 '정'이 아니에요. 낳았다 길렀다를 떠나 그냥 '자식'일 뿐이에요.

금란이가 아버지 한지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금란이는 정원을 아버지에게서 내 보내고, 그 자리에 자신만을 받아주기만을 원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금란이는 알까요? 큰 나무는 작은 나무보다 더 많은 가지들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가지가 많아서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가지들이 많아서, 오히려 땅 속깊은 곳에서는 더 많은 뿌리를 내린다는 것을 말이지요. 모든 가지들에게 영양분을 골고루 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아버지 한지웅이 금란에게 묻지요. "내가 너에게 뭐야? 부모야, 돈이야, 방패야?" 한지웅은 자신을 28년이나 길러준 어머니를 두고 온 금란에게 실망했습니다. 사실대로 말했더라도 금란이를 오지말라고 막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신림동 부모님이 너무 멀쩡해서 탈이라고 거짓말을 한 금란이를 용서하기 힘들지요.
제 생각이 이제서야 궁금하냐고 묻는 금란, "아버지? 제게 아버지는 명품백, 외제차, 어머니가 주신 용돈 3천만원 같은 거에요. 아버지는 명품백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이런 젠장같은 금란이;;;; 에고, 왜 그렇게 막나가는지...
정원이만 해바라기하라며, 가난한 아버지는 자기도 사양하겠다고, 지긋지긋한 가난뱅이 과거로는 돌아가지 않겠다며, 바락바락 도끼눈을 치켜뜨고 아버지에게 막말을 하고 나가버리는 금란입니다. 금란이를 보면 이젠 무서워요. 이판사판 공사판이 따로 없으니 말입니다. 금란이를 보면 자기통제능력을 상실한 반미친X입니다.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오직 정원이가 가진 것만 눈에 보이는 금란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싶습니다.
금란이 간 곳은 송승준 모친집이었지요. 보란 듯이 종로백곰이 가진 모든 것을 물려받아 떵떵거려보고 싶은 금란입니다. 정원이만 눈에 보이는 아버지, 아버지가 고개숙이는 모습을 보고 싶은 금란입니다. 그렇게 애지중지 여기는 지혜의 숲이 사채업자에게 넘어가고, 그 모든 것이 정원이 송편집장에게 욕심을 냈기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금란이지요. 정원이때문에 사실은 회사도 망한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그것이 한정원을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금란입니다. 아버지 회사가 망하고, 집안이 쑥대밭이 되었다는 것을 정원이에게 보여주는 것이, 정원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금란입니다.
금란의 미친 질주, 파멸로 가는 브레이크 파열, 작가가 황금란이라는 캐릭터를 상상이하의 인간으로 그리는 것이 드라마적인 설정이라는 것은 알지만,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은 하나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난한 집에서도 행복하지 못했던 황금란은, 부잣집으로 가서도 행복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불행이 남의 탓이고, 행복을 빼앗는 것도 다른 사람이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행복만큼 주관적인 것도 없을 거예요. 생각하기에 따라 지옥과 천당처럼 달라지는 것이 행복의 척도일테니까요. 금란은 행복의 척도를 돈에 두었습니다. 가난한 환경이 만든 금란의 사고방식이기도 하지만, 금란은 부유한 환경에 와서도 바뀌지 않았지요. 넘쳐나도록 용돈이 주어졌지만, 돈을 가지자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보이고, 아무도 무시하지 못하는 돈의 힘까지 보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탐나는 것을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이 보입니다. 정원이 가진 아버지가 보였고, 정원이 차지한 송편집장만 보이지요. 
정원이 가진 것들을 빼앗을 수 있는 것도 돈의 힘이라고 생각하는 금란입니다. 금란은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는데도, 가난한 부모가 자기에게 행복을 주지 않았다고 원망했고,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다른 사람이 가졌기에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 이권양은 금란이 자기 인생까지 저당잡히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딸이었기에 더 사랑했고, 또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세상 어떤 것과도 바꾸지 않을 보물이 금란이라고 했던 이권양이었습니다. 금란은 다 잊어버렸어요. 신림동 어머니가 금란이 자신의 딸이어서 얼마나 행복해 했었는지를 말이지요.
정원은 금란과는 다른 행복관을 가진 캐릭터지요. 자기 일을 사랑하고, 자기처럼 책만드는 일을 사랑하는 남자를 사랑하고, 올곧은 아버지의 철학을 사랑하고, 노름꾼 아버지와 눈 멀어가는 어머니는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해줬기에 사랑합니다. 훌륭한 인품의 아버지 한지웅, 극성맞을 정도로 다정한 어머니 진나희의 딸이라는 것이 행복했던 정원이었지요. 가난한 집으로 돌아간 정원은 낯선 환경에서,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닭을 토막치고, 생선을 손질하면서도 행복합니다. 어머니를 위해 뭔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늦게라도 친부모에게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어머니가 실명되기 전에 벚꽃놀이를 갈 수 있게 되었음이 다행입니다. 더 늦게 알았다면 그마저 못해줬을 것같았기 때문에요.

이렇게 정원과 금란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작가는 행복을 보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감옥에 갇힌 죄수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두 사람이 같은 창살을 통해 바깥세상을 보지만, 한 죄수는 진흙탕을 보고, 다른 죄수는 별을 보더라지요. 행복과 불행, 낙관과 비관은 이렇게, 어떤 것을 보느냐에 따라 하늘과 땅차이가 되는 것아닐까 싶습니다. 한정원과 황금란처럼 말이지요.  

종로백곰을 노리는 수상한 복면, 누가 칼 맞을까?
송승준 모친집을 두리번 거리는 수상한 복면이 나타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임이 예고되었는데요, 원한이 있는 사람이 종로백곰 고은혜를 노린 것 같더군요. 돈비린내,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이 집에 또 한 번 피비린내가 진동할 것같은 예감이 듭니다. 복면을 한 사람은 얼핏보기에 황남봉을 도박판에 끌어들인 양아치 사채업자인듯 하기도 하더군요. 지난 번 도박판에서 한정원의 신고로 낭패를 본 송승준 모친이, 실패한 책임을 물어 돈을 회수해 버렸을 수도 있고, 다른 원한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지요.
여하튼 종로백곰을 짝사랑하는(ㅎ) 사람이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종로백곰의 목숨을 노릴 수도 있고 종로백곰의 금고를 노렸을 수도 있고 경우의 수는 많은데, 작가가 황금란을 천하의 못된 악녀로 그려가는 것을 보니, 수상한 복면도 곱게 금고만 털어가거나, 종로백곰에게 "조심해 주십시오, 죽일 수도 있습니다" 라는 경고만 하고 나가지는 않을 듯합니다. 칼같은 흉기를 쥐게 할 것 같아서 말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누가 복면의 칼을 맞느냐 겠지요. 우선 종로백곰은 아닐 듯하고, 가능선상에 올릴 수 있는 인물은 네 사람입니다. 송승준, 한정원, 황금란, 그리고 이번회 귀요미 돋는 분노의 발길질을 한 광수씨입니다. 승준의 방에 금란의 가방을 가져다 두고, 발로 뻥차는 모습이ㅎㅎㅎ
아무튼 이 네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칼에 맞을 가능성이 있는데,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니,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오네요. 어떤 경우라도 드라마에서 칼맞고 이러는 것이 보기 좋지는 않아서 말이지요.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종로백곰을 백기투항하게, 혹은 마음을 고쳐먹게 하기에는 이런 충격적인 요법이 강한 한방이기는 하겠지만, 종로백곰 집의 피바람은 황금란과 송승준 모친의 마음을 바로 세우는 봉합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드네요. 만약 송승준이나 광수씨가 칼을 맞는다면, 자기가 뿌린 씨, 자식이 대신 거뒀다는 의미로 회개할 수도 있을 것이고, 정원이 칼을 맞는다면 생명의 은인이니 정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테고요.

문제는 황금란이 칼을 맞았을 경우입니다. 어머니의 생명의 은인을 송승준이 나몰라라 할 수는 없겠지요. 아니 송승준은 고마움은 고마움, 사랑은 사랑의 구별이 확실한 사람같지만, 문제는 정원입니다. 청혼반지를 휘리릭 빼버리지나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정원이 칼맞은 금란을 편하게 보지는 못하겠지요.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입네 하며 사랑을 얻는 방식을 저는 혐오스럽게 싫어하지만, 이런 식의 결과는 모든 사람이 불행해 지는 결말로 이어지겠지요. 나중에 황금란이 송승준과 한정원의 진실된 사랑에 감동해서, 어짜고 저짜고 물러서주는 신파극도 우스운 결말같고 말이지요.
반드시 누군가가 칼을 맞아야 한다면(작자가 혹시 시청자의 피드백을 원하신다면, 누구도 칼맞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만), 송승준이 칼을 맞거나 귀여운 광수씨가 칼을 맞아서, 종로백곰이 자신의 손에 묻힌 피가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겠지만, 드라마의 분위기는 왠지 황금란이 맞을 것 같은 냄새가 강하게 요동치고 있네요.
황금란이 칼을 맞는다면, 금란이를 제어하는 좋은 방법 한가지는 될 거라는 생각은 들어요. 아무리 주식담보 원본을 사채업자에게 안기고 회사를 말아먹은 딸이라 할지라도, 돈이 아니라 자식을 품는다는 것을 정원이도 알게 되겠지요. 이권양과 황남봉 역시 마찬가지고요. 28년을 호강시키고 키우지는 못했지만, 딸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는 사실이에요. 부모와 자식으로 맺어진 인연이 피가 안섞였다고 하루아침에 남이 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칼맞은 딸을 걱정하는 키워 준 부모의 눈물을 금란이 외면할 수는 없겠지요. 사람이라면 말입니다. 
금란이가 칼을 맞을 가능성은 농후하지만, 한정원이 맞을 가능성도 큽니다. 한정원이 칼을 맞는다는 것은 종로백곰의 생명의 은인으로 만듦과 동시에, 종로백곰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보고, 내일을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긴다면, 평창동에 진동하는 피비린내가 손자에게까지 되물림된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 더 아파하고, 그 아픔이 손주들에게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깨우침이지요. 예고편에 정원이 할머니의 모습, 어쩌고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종로백곰에게 가장 서늘한 경고가 될 듯하더라고요.
나중에 나이들면 손톱을 바짝바짝 살점까지 집어서 깎아 줄 것이라고 귀여운 협박을 하고, 손주드립까지 미워할 수 없는 정원의 순수함이 종로백곰의 꽁꽁 언 마음도 녹여갈 거라고 생각됩니다. 칼맞을까 두려워 24시간 경호를 받고, 아들이 좋아하는 하늘을 마음껏 보라고 나무 한그루도 심지않은 평창동 저택의 넓은 잔디, 그 위에서 손주들이 평화롭게 뛰놀며 자라야 하지 않겠어요? 
죽으면 엽전 한 냥도 가져가지 못한다는 돈을, 왜 그렇게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지, 황금란과 종로백곰을 통해서 행복의 가치와 돈의 무상함을 배우게 합니다. 이런 말을 하니 피식 웃음이 나오네요. 솔직히 저도 돈 좋아하거든요. 많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고요. 세상에 돈 싫다는 사람 어디있겠어요. 하지만 피까지 묻혀가며 돈을 많이 가지고 싶지는 않아요. 다른 사람에게 상처입히고, 가족을 버리면서 까지 가지고 싶지도 않고요. 그런 돈이 저를 더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황금란과 종로백곰이 지금 행복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황금란과 한지웅에 대한 정리는 다음에 별도로 따로 하겠습니다. 속이 가장 복잡하면서도 공감을 얻지 못하는 황금란, 그런 황금란을 내치는 아버지 한지웅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을 듯해서요. 서로 보지 못하는 모습을 각자의 시선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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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9 09:01




황금란의 악행은 날이 갈수록 자신을 지옥으로 밀어넣고 있습니다. 그만 그곳에서 걸어나오라는 한정원의 진심어린 충고도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황금란이 망가져 가는 것이 뒤바껴온 인생에 대한 억울함과 보상심리때문에 그럴 수 있으려니 하고 이해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편집증적인 병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누구에게나 야누스적인 이중성이 있다고 하지만, 황금란은 자격지심에 찌들어 추악하게만 변해가는 모습에 혀만 차게 합니다. 황금란의 공감가지 않는 악행을 캐릭터가 아니라, 이유리마저도 미워하고 싶게 만드는 연기는, 작가의 극단적인 대본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순수하고 착한 캐릭터의 한정원 역의 김현주는 듣기 거북스러운 코맹맹이 어리광 목소리도, 그 캐릭터의 맑음 때문에 보석처럼 빛납니다.
드라마 작가는 초반 두 사람의 바뀐 상황에 다르게 처신할 수 밖에 없는 애매모호함의 경계를, 드라마가 진행될 수록 너무나 분명하게 선악 캐릭터로 양분해서 갈등구조를 적나라하게 묘사합니다. 착한 애는 더 착하게 나쁜 애는 더 나쁘게, 콩쥐팥쥐가 따로 없지요. 드라마에서는 하다못해 한 줄짜리 대사만 하는 조연들도, 감정표현이 노골적이고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18살 한서우(박유환)보다 못한 찌질한 어른들이 대부분이지요. 그 속에서 두 사람을 적절하게 조율하고 있는 인물은, 왕자님 송편집장과 아버지 한지웅입니다. 송승준과 한지웅은 두 사람의 갈등을, 아니 정확하게는 한정원에게 열폭하는 황금란을 사람답게 만들어 줄 인물들이지요.

필름을 빼돌린 것이 황금란이었다는 사실에 졸도한 한지웅, 스트레스성 쇼크로 다행히 아무 이상없이 깨어났지만, 금란이 정원을 무너뜨리기 위해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에 상심이 큽니다. 병원에 오지 말게 해달라며, 한지웅이 정원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은, 아버지의 큰 사랑을 보는 것같아 뭉클하더군요. "잘 지켜주게, 우리 정원이...내가 믿는 자네, 내가 본 자네만 보겠네. 내 목숨같은 아이네. 내 목숨 맡기는 거야. 만일 내 목숨(정원)에게 위협이 오면 가차없이 내 딸한테서 자넬 쳐낼 거야".
한지웅은 교제를 허락한 사실을 두 사람만이 알고 있으라며, 부인 진나희와 금란에게도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지요. 한지웅은 쑥대밭이 돼가고 있는 집안꼴을 제대로 살피고 싶었던 겁니다. 아내 진나희가 망치고 있는 금란이,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금란의 본모습을 제대로 보고 싶었던 것이지요. 낳았다고 부모가 자식을 다 아는 것도 아닐진대, 하물며 29년을 남남으로 살았던 금란을 한지웅은 이제서야 제대로 보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어디서 비뚫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이제부터라도 금란이 바르게 걸어갈 수 있도록, 아버지의 역할을 재대로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더군요.
금란이에게 신림동 집 부모님 안부를 묻고, 식사초대를 하자고 의중을 떠보는 한지웅, 금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요. 신림동 어머니의 녹내장 사실을 알면서도, 너무 건강해서 탈이라고 말하는 금란이 실망스러운 한지웅입니다. 무엇때문에 이 아이가 그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정원이의 무엇을 빼앗고 싶은 것인지, 묻지 못하는 아버지 한지웅은 가슴이 답답해져 올 뿐이지요.
금란은 금란이 대로 아버지에게 여전히 사랑받지 못하고 있음에 슬퍼하지요. 금란에게 송편집장에 대한 마음을 접으라는 아버지에게 누가 친딸이냐고 묻고 싶습니다. 금란은 아버지는 정원이 아버지일 뿐이라고 서운해 하지만, 금란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어요. 책만드는 것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송편집장에게, 자신의 행동이 낯부끄럽고 창피해서라도 마음을 접어야 하는데도, 금란은 송편집장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는 듯하더군요. 지독한 편집증입니다. 상대가 한정원이기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금란, 결혼관도 사랑관도 엉망입니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갈 때까지 가보자는 황금란은 스스로 지옥을 만들고 있습니다. 황금란이 못된 이유는 모든 이유를 정원이때문이라고, 아버지가 자기보다 정원이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고 모든 것을 다른 사람만 탓하기 때문이에요. 금란이도 때때로 자신의 역겨운 모습이 싫어서 흔들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생글생글 웃을 수 있는 한정원이 얄미워, 흔들리는 마음도 정원이만 보면 사라져 버립니다.
지하창고로 쫓겨난 정원에게 필름일을 사과하러 왔으면서도, 신나게 페인트칠을 하는 정원을 보고는 심사가 뒤틀려 버리는 금란입니다. "너때문에 내가 먼지같고 벌레같아서 죽으려고 했어. 다음 생에는 꼭 너처럼 태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죽을 걸 그랬어. 지옥이야. 다시 태어난대도 지옥이라고...". 황금란은 가난한 고시식당집 딸이 아니라, 지혜의 숲 사장딸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정원의 자리에 들어갔으면서도 행복하지 못합니다. 그것이 정원이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금란은,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마저도 불행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먹을 복 타고 난다는 말도 있지만, 주어진 복도 개밥으로 만들어 버리는 금란입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못남때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금란입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으로 치환하고 싶은 못된 심보때문이에요. 행복은 다른 사람이 가진 것과의 비교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느냐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금란입니다.  

반면 한정원은 어느 곳에서도 행복합니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허름한 창고에 내려와서도 페인트칠을 하며 웃을 수 있는 정원에게는 늘 새로운 꿈이 생겨납니다. 편집팀이 아니면 새로운 인터넷 판매팀에서 또 시작하면 되니까요. 매사에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정원은, 자신이 되고 싶은 꿈을 한 번도 손에서 놔본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를 보며 키운 꿈, 아버지가 주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것에 달렸다고 생각하는 정원입니다. 커리어는 아버지가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만들어 가는 것임을 알고 있는 정원이지요.
친아버지를 도박혐의로 고발한 정원이 뒤늦게 아버지에 대해 무심했던 것을 고백하고, 아버지에게 다가서는 모습은 정원의 심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아버지 옷 사이즈도 모르고, 생신도 모르고, 무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몰랐던 것은, 마음속으로 아버지를 내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하지요. 그런 정원에게 아버지 황남봉도 마음을 열지요. "배운 자식은 뭐가 달라도 다른가 보다"며, 네가 무섭다고 악담을 퍼부었던 황남봉, 친딸이 아버지를 고발했다는 것에 충격받은 황남봉도 마음을 열더군요.

사랑하는 사람 대신 아버지를 택하겠다고, 종로백곰 고은혜의 협박에 무릎 끓으려는 한정원은 드라마 제목에서 생략된 보석입니다. 종로백곰 승준어머니도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녹일 수 있는 인물이 한정원이지요.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흘리지 않을 것 같은 종로백곰도, 정원이 어머니의 다른 모습을 말하는 대목에서는 약해지더군요.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어머니 돈만 보이지만, 제 눈에는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정성껏 가꾼 정원이 보여요. 아들이 좋아하는 하늘을 고스란히 보게 하기 위해, 정원 한가운데에 나무도 안 심어 둔 걸 알죠. 아들이 좋아하는 가자미 식혜를 만들고 매일 아들을 기다리는 것을 알죠. 그리고 험악한 광수씨가 어머니를 한결같이 지키는 것이 두려움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말괄량이 천방지축 한정원이 사람을 보는 깊은 눈을 가졌다는 것을 본 종로백곰이 노기를 누그릴 줄 알았는데, 전화를 가로챈 아들의 말에 광분하는 것을 보니, 아직은 승준어머니가 싸움을 끝낼 것 같지는 않아 보이더군요. 결말까지 가기에는 아직 많은 분량이 남았기에, 예고편에 종로백곰이 정원을 보고 웃은 것이 속임수라는 생각이 드는데, 요즘 종로백곰과 한정원의 티격태격이 상당히 재미있답니다. 정원의 엉뚱함에 당황하는 승준모친이 잠시 잠깐씩 귀엽게 보이기도 하고 말이지요.

이번회 가장 훈훈한 장면은 황남봉과 정원이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장면이었고, 한정원이 보는 승준어머니의 모습을 말하는 장면이었답니다. 아버지 황남봉이 정원이 사이즈도 모르고 전해준 옷을 입고 경찰서에서 나오는 장면이 정말 좋았어요. 와이셔츠는 미어터지게 작고, 바지는 흘러내릴 정도로 커서 허리띠로 졸라 매고, 그래도 딸 정원이 가져다 준 옷을 스타일 완전 구겨주시고 입고 나왔더라고요 ㅎㅎ.
그리고 송승준의 식판 프로포즈는 참으로 무드없는 프로포즈였지만, 왠지 송승준다워서 웃음도 나왔다지요. 잔멸치 볶음 옆에 반지를 두고 식판을 바꾸는 송승준, 무릎을 꿇으라고 하니 무릎까지 꿇고 프로포즈를 하지요. 끊임없이 터지는 역경에도 정원의 왕자님이 되어주는 송승준, 정원 앞에서는 유치찬란 어린애가 돼버리지만, 정원의 가장 믿음직한 그루터기입니다. 종로백곰의 간악한 다음 수가 터질 것같아 걱정은 되지만, 정원을 지키는 영원한 그루터기가 돼주었으면 합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한정원이라는 인물이 왜 사랑을 받을까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표면적으로 정원의 캐릭터는 작정하고 착한 콩쥐로, 황금란은 못된 팥쥐로만 그려가고 있어서, 황금란의 이해되지 않은 악행은, 점점 설득력도 공감도 잃어가지만, 한정원이라는 캐릭터는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드라마 제목이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말하다 말고 끝났다 했는데, 생략된 뒷말은 보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석은 한정원이라는 캐릭터이고 말이지요.  
한정원은 평창동에 있을 때도, 신림동으로 가서도 빛을 잃기는 커녕 더 빛나는 보석이 되고 있지요. 심지어는 종로백곰의 집에 가서도 윤기가 납니다. 무뚝뚝한 광수가 승준에게 "요즘 한정원씨가 드나들면서 집이 환해졌다"고 말할 정도지요. 돈비린 내와 피비린 내가 진동하는 종로백곰의 집에 사람냄새을 불어넣고 있는 정원이지요. 신림동 집에서는 웃음이 많아졌고, 가족들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되지요. 가장 큰 변화는 어머니 이권양과 황남봉입니다. 실명을 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이권양에게, 아흔아홉살 할머니도 사랑을 꿈꾼다며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고, 아버지의 도박중독을 끊기 위해서는 패륜아가 된다 할지라도 고발했어야 했다는 한정원은, 늘 푸른 소나무처럼 반듯함을 잃지 않는 보석입니다. 그리고 정말 큰 변화는 종로백곰을 돈쓰는 세련된 백장미(ㅎ)로 만들 것같아, 가장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환경이 바껴도, 장소가 바뀌어도 보석은 제 빛을 잃지 않고 빛이 나지요. 어둠속에 스며드는 한줄기 빛이 더 환하게 느껴지듯, 어둠속에서도 보석은 빛을 잃지 않습니다. 평창동 부잣집 딸로 자라서 빛났던 것이 아니라, 한정원의 마음이 그녀를 빛나게 했던 것이지요. 황금란이 여전히 보지 못하는 것, 황금란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든 것은, 정원이 걸친 명품옷이나 가방이 아니었다는 것을 언제나 볼 수 있을까요? 다시 태어나면 한정원처럼 되고 싶다는 황금란은 명품옷, 명품가방, 보석을 주렁주렁 걸고도 한정원이 될 수 없었습니다. 정원이 사랑받는 이유가 겉모습이 아니라, 속때문이었다는 것을 황금란이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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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7 09:17




주말만 되면 저는 손수건을 준비합니다. 제목만 보면 눈물 한방울 흘릴 일 없을 것같은 드라마인데, 첫회부터 지금까지 울지 않은 회가 없어서 반짝반짝 드라마를 보기전에는 아예 손수건부터 준비하고 있답니다. 고두심과 박정수의 엄마연기는 연기를 보고 있으면, 작가가 감정을 읽어 그대로 활자로 찍어내는 리더기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을 대사 하나하나로 옮기는 것이 직설적이고, 현실적입니다. 운명이 뒤바뀐 것을 알게 된 한정원과 황금란은 또 어떻고요. 어느 누구를 욕할 수 없는 상황, 두 사람의 선택은 너무 솔직합니다.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금란, 나도 뭔가가 되고 싶다는 금란을 이권양(고두심)은 차마 잡지를 못하고, 관악산에 봄나물을 캐러 가자는 말로 헛헛한 심정을 드러내지요. 그냥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모든 것이 그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같은 악몽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가, 가서 너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아. 좋은 데로 시집보냈다 생각할거야. 그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참말로 봄인가 보다, 바람이 솔찬히 따습다"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고두심, 28년을 기른 하늘이고 부처님이었던 금란을 보내는 이권양의 마음에는 봄바람이 아니라, 삭풍이 불고 있습니다.
 
"잘 마셨어요, 커피...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다 마셨어요. 컵도 안 버렸어요". 처음으로 자신의 품에 안기는 친딸 정원은 가시가 되어 이권양을 아프게 찌릅니다. 가난한 엄마라서 미안한 마음, 이 아이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리는 것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될 것인지를 알기에, 친딸임에도 달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가난한 엄마는 미안할 뿐입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이름조차도 불러주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리는 엄마지요.
"난 빼앗은 것이 아니라 내 자식들을 지킨거야. 난 그 여자 상처보다 내 새끼들이 더 걱정되고 소중하다". 자신의 친딸이 사채업자에게 폭행을 당하고, 한번도 품어주지 못하고 28년간을 가난한 집에서 고생만 하고 자랐는데, 그동안 해주지 못한 것을 다해 주고 싶은 엄마 진나희(박정수)입니다. 28년을 애지중지 길러온 딸 정원이도 보낼 수 없고, 친딸을 남의 집에 맡기지도 못하는 진나희는, 정원에게 이기적인 엄마라는 말을 들어도 마음을 굽힐 수가 없습니다. 친딸을 단 하루라도 데리고 살아보고 싶은 심정을 왜 모르겠어요. 두 아이를 고생시키고 싶어하지 않은 부자엄마는 부자라서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에요. 엄마이기 때문에 두 아이의 상처를 거두고 싶은 것이지요.
금쪽같이 키운 금란이, 금란이 없으면 하루도 살아 낼 자신이 없는 이권양(고두심)이 금란을 보내기 힘들어 하는 것도, 친딸 정원이를 달라고 하지 못하는 것도 엄마이기 때문이에요. 남의 집 자식을 고생만하고 키웠는데, 비록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지만, 내 죄 아닌 내 죄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부잣집에 보내 호강하며 살게 해야 하는데, 하늘이 두쪽으로 갈라져도 금란이가 자신의 딸인데, 보낼 수 없는 이권양의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요. 하늘이 무심할 뿐입니다.
기른 정 낳은 정, 천륜과 인륜같은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권양입니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난한 엄마는 가난해서 두 아이를 붙잡지 못하는 것이 아니에요. 정원이 자기보다 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살아왔더래도, 이권양은 정원을 쉽게 달라고 하지 못했을 겁니다. 정원이가 가족이라고 믿었던 28년의 모든 생활을 한 순간에 다 잊어버리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두 아이의 상처를 보고싶지 않은 엄마 이권양의 눈물은 시청자를 더 가슴이 미어지게 합니다. 

금란이 자신의 친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평창동 부자집 자기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은 언니 태란(이아현)에게 충격입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28년을 동생으로 지내왔던 금란에게 돈에 팔려간다는 악담을 뱉고, 따귀를 때렸지만, 금란이 밉기 때문이 아니에요. 28년간이나 내동생이었는데, 이 애가 내동생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충격이고, 속상하고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부자집 딸아이가 운명이 바뀐 것도 모르고,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고생고생하며 살아왔는데, 여상을 졸업하고 돈 버는 족족 아버지 노름빚을 갚느라 치장 한 번 못하고 산 것이, 왜 미안하고 불쌍하지 않겠어요. 태란이도 미안하고 속상합니다.
가난한 집 딸이라고 검사되자마자, 결혼식 날짜까지 잡은 여자를 헌신짝처럼 팽개쳐버린 난장이 똥자루 윤승재같은 년이라고 있는대로 욕을 퍼부었지만, 태란은 28년의 가족을 쉽게 버리려는 금란이 밉습니다. 그것보다 금란이와 더 이상 가족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태란입니다. 내딸이 내딸이 아니라고 보내야 하고, 내딸을 내딸이라고 말못하는 가난한 엄마 이권양, 이딸도 내딸 저딸도 내딸인 부자엄마 진나희, 평창동 집으로 가겠다는 금란에게 따귀를 때린 태란도, 다 같은 마음입니다. 
낳은 정과 기른 정을 묻는다기 보다는,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성장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드라마는 주인공들의 환경이 극과 극이라서 더 대조적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막막하고, 내안의 이기심과 욕심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는 눈물드라마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빼앗는다는 것보다 뺏긴다는 것에 감정을 더 실어 보고 있습니다. 황금란이 한정원의 것을 빼앗는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죠. 원래 자기 것이었으니까요. 한정원이 황금란의 것을 빼앗았던 것도 또 아니지요. 몰랐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한정원은 황금란에게 자신이 누리던 것들을 빼앗겨야 합니다. 예고편에 나오기도 했지만 황금란은 한정원과 자기 것을 나눌 생각이 없기때문이죠. 황금란은 모든 것이 온전히 자기 것이어야 합니다. 엄마도 아빠도 오빠도 삼촌도 출판사도, 정원이 가진 모든 것이 자기 것이어야 합니다. 원래 자기 것이었으니까요.
혼란스럽기는 정원도 마찬가지입니다. 28년 아무 의심없이 자기 것이었는데 내놓으라고 합니다. 이권양과 진나희가 두 아이를 내놓지 않으려는 마음과, 정원이 자기집이라고 주저없이 말하는 것은 같은 생각에서 나오는 무조건 반사입니다. "니 것이 아니야, 그러니 내놓고 나가" 라고, 단순하게 핏줄로 네 것 내 것에 대한 선을 그을 수 없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 철학, 사고방식, 성격까지 만들어 준 환경이라는 것이잖아요. 그 안에서 켜켜이 쌓여 화석처럼 굳어진 '정'과 '소유의식'은, 세상 어느 뛰어난 석공의 손이라도 깔끔이 떼어낼 수는 없을 겁니다. 한정원에게는 그 정을 빼앗기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혼란입니다.

물질적인 것과 감정적인 정을 빼앗고 뺏기고 해야 하는, 이 정리되지도 정리할 수도 없는 뒤바뀐 출생이라는 교통혼잡에서, 작가가 빼든 카드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입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한정원과 부정적인 눈으로 살아와야 했던 황금란은 표면적으로는 선과 악의 캐릭터로 보이기도 하지만, 선악의 기준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다는 것을, 당사자가 아니면 뭐라고 말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한정원이 빼앗기고 싶어하지 않은 것이 28년을 살아왔던 가족이라면, 황금란은 자신이 누리지 못했던 물질적 정신적 풍요에 대한 가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담아 전해주는 인물이 대범이와 송편집장입니다. 기쁘고 행복한 일이 날아가 버릴까봐 조바심내는 자신이 비참하다는 황금란에게 송편집장(김석훈)이 이런 말을 해주었지요. "비참함 본인이 만드는 것 아닐까요. 이제부터는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지 말고 강인하게 만들어 보시죠. 둘다 드는 힘은 똑 같습니다". 황금란은 갑자기 난데없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기적과 행운에 비유합니다. 절대로 뺏기지 않겠다는 독기마저 서려있지요. 행복과 행운에 익숙지 못했던 황금란은 자기 것을 찾으려는 욕심에 무엇을 잃고 있는지를 돌아보지 못합니다. 대범이가 금란을 걱정하며 옆도, 뒤도 돌아보라고 충고를 해주어도 금란의 귀에는 들리지가 않아요. 황금에 눈먼 사람처럼 말이지요.
매정하게 28년간 가족으로 살았던 사람들과의 정까지 떼놓으며, 앞만보고 달려가겠다는 금란이 처절하게 맞닥뜨려야 하는 것은 평창동 가족입니다. 금란은 28년간 한정원의 울타리였던 낯선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그런 금란이를 보면서 금란이가 더 상처입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금란 자신도 무자르듯 떼지 못하는 28년간 가족이었던 관계가, 한정원의 울타리에서는 더 견고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정원이 28년 동안 받아왔던 사랑마저 시기하고, 질투하고, 송두리째 도려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금란은, 스스로를 비참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비참해지지 말고 스스로를 강인하게 하라는 송편집장의 말이 드라마 복선같기도 하고 가슴에 와닿더군요.
정원에게 대범이 들려준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처참하고 암담하겠지만, 눈물과 아우성만 있는 것은 아닐 거예요. 거기엔 감동도 있고, 사랑도 있고, 기적도 있을 거예요. 커피처럼...". 정원은 일과 가족을 사랑하는 여자에요. 아버지의 출판사를 물려받고 싶은 이유가 출판사의 경제적 가치때문은 아니었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열정, 그리고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더 큰 인물입니다. 평창동 아버지는 자식이라는 이유로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마인드가 없는 인물입니다.
정웅의 기업마인드를 드라마 초반부터 강조한 이유는 금란과 정원의 세상을 보는 눈에 대한 평가를 위함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무조건 내 것이라고 돌려받겠다는 금란과 자신이 물려받을 만한 자질과 능력, 일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자 했던 정원의 마인드를 대조적으로 그린 것도, 유산이라는 것에 편협된 마인드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라고 여겨지더군요.

과연 이 드라마에서 기적은 누구에게 일어난 것이고, 작가가 말하고 싶은 행운이 무엇일까요? 저는 진짜 기적은 정원에게 일어나지 않을까 싶네요. 평창동 아버지 정웅의 기업마인드, 가난한 엄마가 딸에게 28년만에 처음으로 건넨 비싼 원두커피에 담긴 모정, 아마 정원은 금란이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금란이 애써 외면하려한 28년 가족을 정원은 얻을 모양이니까요. 물론 좌충우돌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정원은 평창동 가족도 버리지 않을 거예요. 가족은 가족이니까 말입니다. 가난하든 부자이든 가족의 이름으로 맺어진 인연은 핏줄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정원이 모르지 않을 성품같아 보여서 말이지요. 가난한 엄마를 버리지 않았듯이 말입니다.

상처를 보듬고 싶은 진나희(박정수)나 두 아이가 받을 상처 앞에 어쩌지 못하고 눈물만 쏟아내는 이권양(고두심)을 보며, 어느 엄마가 진짜 엄마냐고 묻는 것처럼 우문도 없을 겁니다. 그 대조적인 환경도 이유조차 되지 못하는 엄마라는 이유, 부모라는 이유를 고두심과 박정수의 명품연기에 눈물로 녹여버리기 때문입니다. 자식때문에 흘리는 엄마의 눈물을 값으로 매길 수 있을까요? 가난한 엄마나 부자엄마나 어머니의 눈물은 저울 한 눈금의 차이도 없이, 똑같은 눈물이라는 것을, 두 중년 연기자의 명품연기로 보는 것은 주말을 행복하게 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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