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영규'에 해당되는 글 12건

  1. 2011.06.21 '내 마음이 들리니' 장준하가 초코우유만 마시는 이유 (14)
  2. 2011.06.15 '내마들' 태현숙의 빗나간 모정, 동정할 수 없는 천박한 복수 (8)
  3. 2011.06.12 '내 마음이 들리니' 다크 남궁민, 송곳처럼 찌르는 섬뜩한 분노 (10)
  4. 2011.06.11 '내 마음이 들리니' 봉마루,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유 (13)
  5. 2011.05.29 '내마음이 들리니' 장준하의 비극암시, 최진철과 로미오와 줄리엣? (3)
2011.06.21 14:53




"저는 못듣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입니다". 청각장애임을 고백하는 차동주는 더이상 들리지 않는 세상이 무섭지도, 자신의 뒤에서 수근거리는 사람이 두렵지도 않습니다. 동주의 눈을 보고 이야기해 주는 봉우리가 있어 괜찮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그 사람이 전하는 눈, 코, 입, 눈썹이 전하는 소리를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들리지 않는 것이 불편하지만, 더이상 부끄럽지 않습니다".
차동주는 비로소 갇힌 세상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왔습니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발걸음을 움직이듯이, 들리지 않는 암흑의 세계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봉우리의 목소리를 따라 걸어 나왔습니다. 소리를 잃었다는 충격에 스스로를 어둠 속에 가두고, 어머니 태현숙과 수호천사 장준하의 보호를 받은 철가면이, 스스로의 힘으로 감옥을 나온 것입니다. 철가면 속에 숨기고 있던 흉측한 화상을 세상에 공개하면서 말이지요.
세상은 차갑지 않았습니다. 아니 한줄기 빛조차 들지않는 차가운 감옥에서 살아왔음을 몰랐던 것이 미안하다고 말해 줍니다. 어떤 이들은 수근대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근거림은 동주를 위협하지 못합니다. 보지 않으면 되니까요. 그들은 죽어라고 동주 뒤에서 소리칩니다. '겁나지? 너 귀가 안들린다며?'. 하지만 차동주에게는 들리지 않습니다. 뒤에서 수근대고 소리치는 사람이 더 화나고 답답할 뿐이죠. 등뒤에서 혼자 소리칠 수 밖에 없는 준하형처럼 말이지요.
어머니 태현숙에게 동주가 사는 세상을 보여주는 장면은 말이 필요없는 명장면이었습니다. 영상이 예뻐서가 아니었어요. 들리지 않는 세상에 대해 그렇게 간결하게 설명하는 말이 있을까 싶은 대사때문입니다. "움직이는 그림책같은 세상 속에 갇혀 살아서 답답해서 죽을 것 같아"라는 표현이에요. 아무 것도 들을 수 없는 물 속 세상,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팔로 발로 허우적거려야 하고, 상대의 입술을 읽기 위해 눈조차 감을 수없는 암흑같은 세상을, 동주는 태현숙에게 목숨을 걸고 보여줍니다. 말해줍니다. 이렇게 답답하고 숨이 막혀 죽을 것같이 힘든 세상이,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고요. 그런데 그런 세상보다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가 동주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 더 힘들다고요.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고 말이지요. 
전세역전이라는 말이 썩 달갑거나, 어울리지는 않지만, 들을 수 있는 사람들과 들을 수 없는 차동주 사이의 답답함이 처지가 바뀐 듯합니다. 이제는 동주가 감추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 다른 사람들이 동주에게 다 전하지 못하기에 답답할 뿐이죠. 장준하는 차동주에게 버림받았다는 것에 불길처럼 타오르던 분노마저 잊어버리고, 큰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내심 동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이것이 준하가 원했던 것이 아닌가 싶어, 저는 끝까지 준하를 놓지 않고 있답니다. 준하가 동주에게, 어머니가 버리면 내 16년이 다 무너질 것 같다며, 그때는 동주에게 자신의 수호천사가 돼달라고 했지요. 수호천사 차동주를 만들기 위해, 동주를 강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동주 역시 준하에게 화를 내고 있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아요. 동주는 망가져 가는 준하때문에 슬플 뿐입니다. 이제는 자기차례라고 생각하는 동주입니다. 어머니에게서, 최진철에게서 준하를 지켜주는 수호천사가 되기 위해 동주는 강해져야 합니다. 자신의 비밀때문에 준하형 등 뒤에서 보호받지 않아야 하기에, 스스로 어둠 속에서 걸어나온 것이지요. 그것이 준하가 자신의 수호천사가 되기 위해서 힘을 키우라고 한 것에 대한 동주의 답이었습니다.

차동주를 세상밖으로 나오게 한 것은 장준하였습니다. 유치한 장난처럼 보였겠지만, 준하는 에너지셀 신제품 쇼장에서 어둠 속에 차동주를 두고 문을 닫았지요. 준하의 행동을 저는 준하가 동주에게 내미는 손이라고 생각했어요. 준하는 기댈 곳이 필요했거든요. 봉우리도 어깨를 내주지 않고, 차가운 어머니는 복수로 눈이 멀었고, 최진철은 자신이 가졌다고 생각한 우경을 지키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아무도 장준하를 바라봐 주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준하는 동주에게 손을 내밀어 봅니다. 형이 필요하다고, 형이 함께 있어달라고 준하의 손을 잡아주길 기다려 봅니다.
그런데 동주가 '형'을 부르지 않습니다. 어둠이 무서워서 한발짝도 못 내딛었던 아이가, 손을 잡아 달라고 부탁하지 않습니다. 혼자 뚜벅뚜벅 문을 열고 나옵니다. '더이상 어둠이 무섭지 않아, 형이 이젠 필요없어'라면서요. 피날레 전에 동주가 무슨 일을 할 지 알았던 준하는 동주를 막으려고 했지만, 준하의 손을 놓고 혼자서도 걸을 수 있게 된 동주는 세상을 향해 고백합니다. "저는 귀가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차동주 너는 못듣는 사람이 아니라, 잘보는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괜찮습니다".
그 순간 준하는 알지요. 동주가 정말로 준하를 버리려 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동주에게도 필요없어졌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래서 더 화가 나고, 혼자가 되었다고 느끼는 준하입니다. 준하없이도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동주였습니다. 태현숙이 충격을 받고 준하에게 말리라고 해도, 준하는 그런 동주가 자랑스럽습니다. 그러나 가슴 한구석에 쏴 하고 밀려오는 공허함을 동시에 느낍니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이름없는 아이, 다시 버려지는 느낌입니다.
태현숙이 동주를 말리라고 할 때 준하가 말했지요. "못들었어? 나 필요없대잖아!". 준하의 말은 그런 의미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외롭고, 막나가고 싶은 준하입니다. 세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자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준하입니다. 30년간 버림받았다는 끔찍한 악몽을 깨주는 사람말이지요. 

그런 준하를 아버지 봉영규가 부릅니다. 밥 먹으러 오라고, 집은 안창피하니까...마루(준하)를 끝까지 버리지 않는 봉영규는 준하의 마지막 구원이지만, 어떻게 바보아버지라고 버렸는데 이제서야 외롭다고, 배고프다고 밥달라고 찾아갈 수가 있을까요? 사람이기를 포기했던 봉마루로서 치뤄야 하는 죄값이라고 생각하는 준하입니다. 심하게 허기가 지는 준하입니다. 아버지의 봉영규의 밥을 너무나 간절히 먹고 싶은 준하입니다. 하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습니다.
"나 바보 봉영규 아들 아니라잖아. 내 아버지는 최진철이야". 그러니 못된 봉마루를 놓아달라고, 죄책감 그만 느끼게 해달라고, 더 외롭게 만들지 말아달라고 말해보지만, 바보아버지는 준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지요. 봉영규는 들리는 것만 듣는 사람이니까요. 보이는 것만 보는 사람이니까요. 거짓말을 배우지 못한 바보,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바보니까요. 할머니랑 우리가 가르쳐 준 것만 듣고 믿는 사람이니까요. 
"아니야. 근데 봉영규가 봉마루 아버지야. 어머니가 그랬어. 너 아주 갓난애기였을 때, 이 애기가 네 아들이라 그랬어. 그니까 내가 네 아버지야. 마루야, 미안해... 딱 한 번만 집에 와. 집은 안창피하니까...밥 맛있게 해줄게...". 꼭 한 번만 오라며, 애써 웃음짓는 봉영규는 그렇게 죄인처럼 계단을 올라갑니다. 너무 미안해서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죄송해서, 얼굴조차 마주하기 미안한 봉영규, 마루를 버릴 수 없다고, 쉰을 훌쩍 넘겨 내일 모레 환갑인 아버지는 절뚝절뚝 힘겹게 올라갑니다.  
어머니에게 밥을 차려달라고 하지만, 어머니는 상을 주지 않습니다. 더 이상 어머니의 복수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장준하에게 밥을 줄 수 없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주는 초콜렛 아이스크림이 미치도록 먹고 싶습니다. 장준하에게 초코아이스크림은 태현숙의 아들이라는,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 태현숙은 준하에게 초코 아이스크림을 주지 않습니다.
장준하는 유난히 초콜렛을 좋아합니다. 준하는 초코아이스크림만 먹고, 초코우유만 마시지요. 마음이 써서 그래요.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쓰고 허하기 때문이에요. 버림받았다는 준하의 트라우마는 늘 누군가의 사랑에 목말라했지요. 가까이서도 늘 마음의 거리를 뒀던 어머니, 어머니의 눈은 다정했지만, 손은 차가웠습니다. 아무리 잘해도 차동주가 될 수 없었던 준하는, 아주 가끔 동주가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었을 지도 몰라요. 그러면 태현숙이 온전히 장준하의 어머니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요. 그때마다 준하에게 동주는 야구볼을 던졌습니다. 징그럽게 안고 몸으로 말했습니다. 형을 사랑한다고....
어머니의 뜻을 어기면 가차없이 버림받을 것을 알았기에, 준하는 태현숙이 원하는 대로 살아야 했지요. 귀가 먼 동주를 세상 사람들에게서 숨기기 위해 의사로 만들었고, 우경을 빼앗기 위해 경영학까지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동주가 말했지요. 형은 하늘을 보면서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요. 의대공부와 MBA공부 둘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요. 그때까지 동주도 준하도 몰랐어요. 장준하를 위한 인생은 없었다는 것을요. 어머니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두 가지가 되는 사람이 되라면 두가지, 아니 세 가지 네 가지도 해야 했던 준하였지요. 준하가 어머니 뜻대로 잘해주면, 어머니는 상을 줬습니다. 초코아이스크림을 사줬습니다.
늘 허기지고, 사랑에 목말랐던 준하는 초코아이스크림을 먹는 순간만큼은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일도 모레도 초코아이스 크림을 먹기 위해, 준하는 16년을 어머니의 뜻을 한 번도 거역하지 못했지요. 태현숙에게는 세상이 뒤집혀도 차동주가 될 수 없었던 장준하, 그래도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좋았던 준하였어요. 세상에 부모도 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같은 슬픔을 잊게 해주었으니까요. 버림받았다는 것을 잊게 해주었으니까요.
그러나 태현숙을 차지할 수는 없었지요. 태현숙은 차동주의 어머니였을 뿐이었습니다. 가끔씩 차갑게 쏘아보는 태현숙의 시선, 등을 두드려 주길 주저하는 손, 좋은 밥 좋은 옷으로도 채워지지 않은 그 허기를, 준하는 초코아이스크림과 초코우유로 잠시잠깐 위로를 받았습니다. 가슴 한 구석이 쓰고 아려올 때마다, 초콜렛은 준하의 허허로움을 달래줬습니다. 준하가 초코우유만 마시는 이유입니다.
초코아이스크림보다 더 달고 맛있는, 초코우유보다 더 든든한 아버지 봉영규의 밥을, 준하가 빨리 먹었으면 좋겠네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고, 늘 따뜻한 아버지의 밥, 마루는 누가 뭐래도 봉영규의 아들이라고, 슬프게 웃는 아버지의 밥을 말입니다. 그토록 배터지게 먹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집 밥, 영원히 장준하, 아니 봉마루를 허기지게 하지 않을 초코우유, 아버지의 밥을 말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14
2011.06.15 10:33




준하와 동주 사이에 슬픈 파열음이 생기고 있습니다. 무섭게 변해버린 장준하를 향해 "형 때문에 우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야"라며, 돌아서는 동주의 눈물이 가슴을 아프게 후비더군요. 멈췄으면 좋겠는데, 증오심으로 귀를 꽉 틀어막고 돌진하는 준하의 고장난 브레이크가 무섭습니다. 태현숙과 최진철, 김신애를 향해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를 몰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사고로 준하가 더 다칠까봐 걱정되어서 말이지요. 
최진철로 인해 태회장이 사망하고, 우경이 최진철의 손에 넘어가고, 동주의 귀가 들리지 않게 된 상황은 준하와 동주, 그리고 태현숙을 가족으로 뭉치게 했습니다. 보통 가정에서의 남자형제들보다 더 끈끈한 형제애가 형성된 것은, 동주의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특수한 상황때문이었습니다. 동주의 귀는 준하에게는 태현숙과 동주와의 결속이 깨지지 않을 이유가 되었지요. 복수에 전면으로 나설 수 없었던 태현숙이었기에, 동주를 도와 우경을 되찾는 수호천사가 필요했고, 준하는 적어도 태현숙에게 버림받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태현숙의 복수를 위한 계획이었다는 사실에, 준하는 지금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면회를 온 태현숙은 준하에게 모멸감과 치욕감으로 이성을 잃게 합니다. "네 입에서 아버지가 그렇게 쉽게 나오다니, 그래서 너같은 족속들을 천박하다고 하는 거야. 지 살겠다고 자식도, 가족도 버리고 아무데다 들러붙는 버러지같은 것들...". 간도 쓸개도 빼줄 것같이 헌신적으로 사랑했던 어머니의 입에서 한 순간에 천박한 버러지가 되어버린 준하, 다시는 자기를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며, 동주를 죽여야 겠다며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지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는 태현숙과 장준하,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끔찍한 괴물들로 만들어가고 있는지, 서로 할퀴고 상처만 내는 세치 혀가 소름끼칩니다.

"모르고 지은 죄는 죄가 아니지만, 알고 지은 죄는 용서할 수 없죠"
최진철이 손을 써서 구치소에서 풀려난 준하, 방파제에서 아버지 최진철을 만나 태현숙에 대한 증오심을 드러내지요. 제 생각으로는 최진철에게 믿음을 심어주려는 생각반, 태현숙에 대한 증오반이 섞여있는 듯보이더군요. 스스럼없이 아버지라 부르며 도와달라고 했지만, 최진철의 뒤에서 조소하듯 쏘아보는 장준하의 눈빛은 예사롭지가 않았습니다. 최진철 아들이 억울하게 살아온 30년을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주겠다는 말에, 준하는 가장 소중한 것을 달라고 하지요. 최진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우경이라는 돈이었습니다. 준하가 그토록 바랐던 화목한 가정도 아니었고, 자신의 생물학적인 어머니 김신애도 아니었지요.
"더럽고 천박하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 이해시키는 것보다, 그 손가락 부러뜨리는 게 빠를 것 같다"며 태현숙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는 장준하, 자식이 태어난 것을 몰랐다는 최진철의 말을 잇는 준하의 대답은 너무나 섬뜩해서, 예전의 장준하, 봉마루로 돌아올 수 있을까 심히 걱정스럽기까지 합니다. 최진철과 태현숙, 김신애의 파멸이 아닌, 준하 자신까지 포함해서 공멸하는 길을 택한 것 같아서, 드라마에 비극이라는 먹구름을 드리웁니다. "모르고 지은 죄는 죄가 아니죠. 실수지... 하지만 알고 지은 죄는 용서할 수가 없죠.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알고 지은 죄, 16년전 아들을 눈앞에 두고도 처음 본다며 모른척 했던 김신애에게 똑같이 돌려주는 마루입니다. "난 너를 버린 적이 없어. 돈 벌어서 데려갈려고 했어". 태현숙의 집에 파티가 있었던 날, 마루는 아버지 봉영규가 "김신애, 니 엄마"라고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습니다. 그러나 김신애는 엊그제까지 미국에서 살다온 여자라며, 마루를 모른다고 했죠. 낳고도 기르지 않았던 엄마, 할머니에게 자식을 버린 엄마는 14년이 흐른 후에도 그렇게 모른척했습니다. "사람같지 않은 사람이 낳았는데 내가 어떻게 사람일 수 있냐"며, 매정하게 친모 김신애를 내치는 마루, 마루의 말에 내연녀이자 자식의 친모인 신애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최진철에게 희망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같지 않은 천박한 버러지들이 맞다는 것만 확인하는 마루입니다. 태현숙의 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인간들이 자신의 부모라는 사실이 미치도록 화나는 마루지요.
허허로운 마음에 봉우리만을 찾게 되는 마루입니다. 마루는 봉우리에게 SOS신청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흔들리는 자신을 잡아달라고, 아니 불행한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사정하는 중입니다. 미친척하고 봉우리에게 잠시라도 기대고 싶습니다. 그런 마루의 심정을 우리가 몰라주는 것이 더 화가 납니다. 차동주만 걱정하는 우리가 밉습니다. 한번쯤은 마루가 하는 말을 들어주길 바랬지만, 우리는 동주의 마음만 돌아봅니다. 동주가 아파하는 것만이 보이는 우리입니다. 
아무도 마루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어머니 태현숙도 아버지 최진철도 김신애도 봉우리도 차동주도... 14년전 가족을 버렸던 그날의 봉마루 자신의 모습과 마주합니다. 새어머니를 죽게했다는 죄책감, 가족들을 위해서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힘없는 소년,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가족을 가진 불우한 환경의 소년, 마루는 14년전 혼자 힘들게 마주했던 상황과 다시 맞닥뜨립니다. 이번에는 태현숙이 내미는 손을 거절했습니다. 아버지 최진철의 손을 잡았습니다. 이제는 누군가의 손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흔들 차례입니다.
마루는 더 이상 예전의 힘없는 14살 어린 소년이 아닙니다. 도와주겠다는 탐욕덩어리 아버지도 있고, 마음만 먹으면 우경을 손에 넣는 것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우경을 산산히 부셔버리고 싶습니다. 최진철에게도 태현숙에게도 차동주에게서도 우경을 박살내버리고 싶습니다. 자신을 마음대로 가지고 논 인간들에게 되돌려줄 수 있는 것은, 그들에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는 것입니다. 우경은 태현숙에게도 최진철에게도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 16년을 자식으로 키운 아들보다, 혈육보다 더 소중한 탐욕의 정체입니다.
마루의 진심, 강한 동주를 만들려는 수호천사의 마지막 임무?
저는 마루가 변화하는 것을 보며, 보여주는 것이 다는 아니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루에게는 태현숙과 최진철, 김신애에 대한 배신감과 증오심보다는 동주에 대한 사랑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평생을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는, 감옥보다 답답한 지옥에 갇혀사는 동주의 귀는 마루에게는 아킬레스건입니다. 태현숙이 세상사람들에게 비밀로 하고 싶은 것과는 다른 이유가 마루에게는 있습니다. 동주의 귀는 태현숙에게는 최진철에 대한 복수의 가장 큰 이유였지만, 마루에게는 측은지심이었습니다. 말문을 닫아버리고 혼자만의 세계에 스스로를 가뒀던 동주는 마루가 던져 준 캐치볼 하나로 세상을 향해 걸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입술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한 번 더, 한 번 더".
형하고 싸우기 싫다는 동주, 끝까지 형을 놓지않겠다며, 바보같은 동주는 마루의 손을 놓지 않으려 합니다. 이제는 동주가 지켜야 하는 우경입니다. 동주가 강해져야 합니다. "참고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없는 것 아냐?" 동주에게 입을 보여주지 않는 마루, 동주에게 못할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잔인하게 또 묻습니다. "왜 묻는 말에 대답을 안해? 내 말이 안들려? 한 번 더? 한 번 더?".
마루가 무섭게 변해가는 본심 끝에는 동주의 수호천사라는 이유가 자리한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최진철이나 태현숙, 김신애에 대한 분노가 복수가 되었든 증오심이 되었든 마루의 진심이지만, 한편에는 강한 동주를 만들기 위한 마루의 심리전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거든요.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때문에 동주는 보호만 받아 왔었지요. 태현숙과 자신으로부터 말이지요. 그래서 스스로 강해지라고 일부러 벼랑으로 던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자가 새끼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일부러 벼랑에서 떨어뜨리듯이 말이지요.
태현숙의 천박한 복수심, 이기적인 모정이 무섭다

마루의 분노가 이해되기가 가장 불쌍한 인물이지만, 태현숙이라는 인물은 정말 이해하고 싶으면서도 그 천박한 복수심때문에 감싸주기는 힘들더군요. 최진철, 김신애와 더불어 가장 나쁜 사람입니다. 동주에 대한 모정 역시도, 그 이기적인 모습때문에 다 이해를 해 주기는 힘듭니다. 자식이 평생 들리지 않는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할 수만 있다면 대신 귀를 잃고 싶을 겁니다. 그것이 세상 어머니들의 마음이겠지요.
그러나 태현숙은 자기자식 소중한 것만 아는 이기적인 엄마입니다. 낮은 사람들을 깔보고 무시하는 천박한 귀족의식은 최진철이 그녀를 떠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마치 황금띠를 두른 사람들처럼, 태회장과 태현숙은 자기 핏줄에 대한 집착이 컸지요. 남자로서 피붙이 하나를 가지고 싶은 바람마저도 혼전각서로 막아버렸던 태회장이었습니다. 자식까지 갖지 못하게 하는 대단한 우경을 먹어버리겠다는 최진철의 야욕은, 어쩌면 당연한 반발심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린 동주에게 아버지로서 대했던 마음은 최진철의 진심이었습니다. 태현숙과 태회장에게 잘보이고 싶은 마음보다 앞섰던 부성애였습니다. 동주가 그날 일을 보지 않았더라면, 동주를 무서워하지 않고 끝까지 자식으로 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이 지은 죄를 봐버린 동주에게 최진철은 기억을 하든 못하든 움츠러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불안감이 동주를 그날 이후 내칠 수 밖에 없게 합니다. 그리고 친아들이 있다는 사실은 최진철에게는 우경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할 목표가 되기도 했지요.
이런 내막을 모르고 자란 아이들은 그저 행복했습니다. 동주가 말을 읽는 법을 배우고, 얼굴에 웃음을 찾는 것이 행복했을 뿐입니다. 자식을 위해 밥을 지어주고, 방과후에는 간식을 준비해서 얘기를 들어주며, 하루동안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어머니가 있는 집을 꿈꿨던 준하는, 꿈에서나 그리던 어머니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 가족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니 내쳐지지 않기 위해 더욱 더 어머니와 동주에게 헌신적인 아들과 형으로 살았지요. 
어머니와 동주는 마루가 가족을 버렸다는 죄책감을 잊게 해주는 존재들이었습니다. 세상에 유일한 단 한 사람, 마루의 어머니라고 생각했던 태현숙이 16년간 가면을 썼다는 사실에, 마루의 16년간의 행복도 산산히 부서져 거품처럼 사라져버리는 것을 봅니다.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태현숙의 아들도, 동주의 형도, 뒷바라지 해주고 싶은 똑똑한 아이도, 세상에서 처음으로 본 가장 불쌍한 아이도 아니었습니다. 오직 생부 최진철을 무너뜨리기 위한 탄알에 불과했습니다.
마루의 인생을 이렇게 꼬아버린 인물은 태현숙입니다. 내 자식 눈에 눈물 쏟게 한 인간에게서 피눈물을 쏟게 해주겠다는 태현숙의 복수심에,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소년을 이용한 태현숙은 자기 상처만 아파했지, 다른 사람의 상처따위는 안중에 없는 인물입니다. 자기 자식 아프게 했다고, 남의 자식 가슴에 피멍들게 하겠다는 생각은 용서와 이해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하물며 집에서 키운 강아지라 할지라도 아프면 아리고 쓰라린데, 자식으로 거둔 마루와의 16년이 강아지보다 못한 취급을 하는 태현숙은 얼음마녀같아요. 평생 들을 수없는 칠흑같은 감옥에서 살아야 하는 동주를 어떤 심정으로 보고 살아야 하는지, 태현숙의 마음은 너무나 이해됩니다. 최진철을 뼈까지 갈아 마셔버려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비밀장부로 마루를 친부의 손으로 검찰에 넘기게 하고, 동주가 평생 들리지 않는 감옥에서 사는데, 너는 그깟 몇년쯤을 못견디느냐고 으름장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마루가 한 일도 아닌데, 부모가 지은 죄를 자식이니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태현숙의 사고방식은 한참 잘못되었습니다. 최진철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준하때문에, 태현숙은 꼭지가 돌아버리는 것 같더군요.
태현숙은 자기 사람으로부터 무조건 복종을 원하는 인물입니다. 최진철과 사이가 좋았을 때도, 최진철이 태현숙의 발가락에 대고 절을 할 정도로 충성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것을 즐기고 만족했던 인물입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이 태현숙이지요. 누구도 자신의 허락없이는 수저도 들지 않아야 하고, 숨쉬는 것조차 자신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어기면 가차없이 내쳐버리는 측천무후처럼 잔인하고 차가운 성정을 가진 인물입니다.
마루가 그런 태현숙의 무서움을 알면서도 곁에 머물렀던 이유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때문이었습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행복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태현숙은 그런 가난한 어린 소년이 눈물로 애원했던 동아줄마저 위선으로 내려줬습니다. 아무한테나 들러붙는 버러지 최진철과 김신애, 너의 친부모와 그 피가 얼마나 다른 지 볼까? 라는 심산으로 말이지요. 마루가 스스럼없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에 "거봐, 똑같이 더럽고 천박한 피야"라고, 16년동안 보여주었던 어머니의 모습을 아무런 감정없이 버리지요. 하루를 품어도 애틋한 정이 생기는 것이거늘, 하물며 16년간을 키운 자식을 한순간에 원수의 아들로 대해 버리는 태현숙, 너무나 무섭고 독해서 그런 어머니를 가진 차동주마저도 불쌍합니다. 준하로도 모자라, 동주까지 마음에 증오심만 키우게 할까봐서 말이지요. 마루 앞에 나타난 태현숙이 동주의 바람대로 빌었다면, 아마 마루의 증오도 멈췄을지도 모릅니다. 마루에게 가장 소중했던 것은 우경의 돈이나 회장자리가 아니라, 어머니와 동주였으니까요. 버림받는 것이 가장 무서웠던 마루는 또다시 버려지고 만 것이지요.
드라마를 보면서 왜 봉영규가 꽃밭을 일굴까 하는 생각을 깊이 해봤습니다. 집마당에 꽃밭을 일구고 싶었던 큰미숙씨가 남긴 비밀이기도 하지요. 내 마음이 들리니에는 두 가지 종류의 꽃밭이 있습니다. 봉영규와 봉우리가 만들고 있는 꽃밭과 최진철과 태현숙이 만들고 있는 꽃밭이죠. 봉영규의 어린아이같은 순수함은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만, 태현숙과 최진철이 탐욕과 복수로 일군 꽃밭은 가시만이 가득합니다. 먼길을 돌고돌아 가까스로 봉영규의 꽃밭에 왔던 마루가 태현숙과 최진철의 꽃밭으로 발을 옮기는 것을 보니, 그 분노를 이해하면서도 아프고 짠합니다. 마루가 가시에 상처입을 것이 보여서 말이지요. 다크마루로의 변화를 개인적으로는 강한 동주를 만들기 위한 수호천사의 마지막 임무이길 바라지만, 마루가 동주와 우리가 부르는 소리를 외면할까 걱정입니다.

*정신없이 쓰다보니 글이 엄청 길어졌네요. 여기까지 참고 읽고 내려오신 독자님들께 감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8
2011.06.12 12:10




수채화처럼 잔잔하게 퍼져가던 동심원이 준하의 출생비밀과 함께 거센 풍랑을 일으키며 예측불허 복수극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드라마 마무리를 앞두고 드라마 전체에 흐르던 복수의 잔해들이 뒤엉켜 여러 사람들을 더 아프고 힘들게 될 것 같습니다. 여전히 마지막까지 놓지않고 흐르는 가족과 사랑의 코드를 봉우리와 봉영규, 차동주가 지켜가고는 있지만, 태현숙과 최진철, 김신애, 장준하처럼 강한 야생초같은 사람들과 싸우기가 버거워 보이기도 합니다. 들꽃처럼 여리고 순수해서 자기가 아픈 것을 택하는 사람들과 갈퀴로 흙까지 긁어담으려는 욕망만이 가득찬 사람들은 여전히 화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생채기만을 내고 있죠. 화해의 실마리는 너무나 간단한 단어입니다. '사과와 뉘우침'이지요.
장준하, 봉마루가 최진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멍군이네 식구들은 물론 김신애와 최진철, 그리고 동주까지 알아버렸지요. 준하가 최진철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가장 힘겨워하는 인물은 차동주입니다. 미워하고 싶지 않은 형, 지키고 싶은 형, 어머니에게 이용당한 것이 너무나 미안해서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못하는 동주는, 준하가 최진철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어머니 태현숙에게 분노합니다. 최진철에 대한 증오심이 하늘을 찌른다고 해도, 어떻게 16년을 자식으로 키운 준하형을... 어머니의 그런 잔인한 모습에 치가 떨리는 동주지요.
동주는 어머니의 잘못된 복수심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준하형은 우경과는 아무런 관계없는, 가난을 지긋지긋하게 싫어하는 소년일 뿐이었습니다. 가난한 가족과 바보라고 놀림받는 아버지가 싫었던 똑똑한 수재, 그런 준하형은 좋은 환경에서 공부해서 성공하고 싶은 기회를 얻고 싶어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식으로 키워 준 어머니에 대한 감사함으로 어머니와 동주의 복수에 함께 한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것이 늘 마음에 걸리고 미안했던 동주였습니다. 들리지 않은 자신의 귀때문에 어머니가 준하형을 바람막이로 이용하려 했던 것을 이해하면서도 미안했고, 그래서 준하형이 우경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준하형을 지켜주는 방법은 우경의 일에서 발을 빼게 하는 것, 동주와 어머니의 복수에 더이상 끌어들이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지요. 어머니가 동주의 바람막이로 이용해 준하가 망가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던 동주였지요. 
동주와 어머니를 지켜주기 위해,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장준하로 살아가는 슬픈 선택을 해야 했던 준하는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자신이 태현숙의 복수를 위한 총알로만 이용당했다는 것에 눈이 뒤집어져 버렸습니다. 준하가 마지막까지 놓고 싶지않았던 것은 어머니라는 품이었어요. 아버지 봉영규의 품은 버렸지만,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는 태현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버림받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하고 싶었던 준하였지요. 준하는 버림받은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누구보다 큰 인물입니다. 그 공포와 불안은 서른 살이 되어도 극복하지 못했던 상처였습니다. 
그러나 검찰에 연행되는 자신을 무표정으로 쳐다보고 떠나버리는 태현숙을 보며, 또다시 버림받았다는 트라우마는 분노로 변해버리고 말지요. 준하의 분노가 저는 이해가 되더군요. 준하가 할머니에게 왜 자기만 나쁜 놈을 만들었느냐고 울며 말했었지요.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느냐면서요. "좋은 밥 먹고 좋은 옷 입고 살면서도, 가족 버리고 온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는 죄책감때문에, 나도 그렇게 버려질까봐 얼마나 무섭고 외로워야 했는데...". 그런데 16년간 어머니였던 분이 쇠고랑을 차고 아들이 검찰에 연행되는 것을 보고도 가버립니다. 또다시 버림받는 처절한 상처를 입는 준하입니다. 
주가조작과 공금횡령죄로 검찰에 기소되어 구치소에 수감된 장준하가 들짐승처럼 변해 버렸습니다. 푹주하는 분노의 질주를 차동주와 봉영규, 그리고 봉우리가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태현숙과 최진철에 대한 분노는 준하를 성난 야수처럼 불을 내뿜게 합니다. 다크 장준하로 변해가는 남궁민의 섬뜩한 눈빛연기가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웠던 장면들이 나왔지요. 장준하의 내면을 표현하는 남궁민의 연기가 압권이었던 내 마음이 들리니 21회였습니다. 다크준하로 변해가는 장준하의 분노는 더 많은 슬픔이 감지되기도 합니다. 친아들을 이용한 태현숙의 복수는 최진철과 김신애를 더욱 미쳐날뛰게 만들고, 준하의 분노는 그 진심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면회를 온 태현숙에게 "데려와... 나 이렇게 만든 최진철 데려와!"라고 무섭게 노려보는 장준하의 섬뜩한 변화는 등골을 오싹하게 만듭니다.
끝까지 태현숙을 어머니로 받아들이고 싶었던 준하는 어머니가 자신이 최진철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도 거뒀다는 것을 모른척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최진철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들로 삼고 뒷통수를 치게 했어도, 마지막까지 어머니의 손을 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라는 사람들에게서 두 번 버림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면 정말 비참해지니까요.

동주에게 맡기고 미국으로 갈 생각을 했지만, 어머니는 준하를 놔주지 않았습니다. 아니 최진철에 대한 복수가 먼저였지요. 주가조작장부를 최진철에게 넘기고 자신의 손으로 아들을 넘기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요. 준하도 모르게 태현숙이 준비한 비밀장부는 결국 준하를 돌게 만듭니다. 검찰에 연행되는 모습을 눈하나 깜짝않고 바라보는 어머니 태현숙은 이미 어머니가 아니었습니다. 야망을 위해 무슨짓이든 서슴지 않았던 생물학적 아버지 최진철과 다름없는 또 다른 괴물이었습니다.
16년간을 어머니로 사랑하고 따르고 지켜주고 싶었던 태현숙이 자신을 감옥으로 밀어넣은 사람이라는 것에 허탈한 준하, 검찰로 송환되면서 허허롭게 웃다가 공허한 눈빛으로 배신감을 온몸으로 느끼는 듯한 장준하의 심리를 남궁민이 실감나게 표현을 하더군요. 젠틀한 이미지에 차분하면서도 공명이 있는 목소리가 매력적인 남궁민에게서 다양한 연기의 변신가능성을 확인한 장면이었습니다.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남궁민은 연기변신의 폭을 넓혀 개인적으로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궁민의 감정과 이글아이는 면회를 온 태현숙과의 만남에서 절정을 이루며 폭발했지요. 목소리를 내리깔고 대사를 자근자근 씹는 장면은, 마치 한가닥 한가닥 그의 가슴속에서 소용돌이 치는 분노를 씹는 듯했습니다. 태현숙마저 움찔하게 만드는 냉소와 분노가 장준하가 더이상 예전의 장준하, 봉마루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슬프면서도 그의 연기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어요. "최진철한테 복수하려고 절 키우셨어요? 얼마나 제가 미우셨어요. 죽여버리고 싶은 최진철 자식인데 그런 제가 '어머니'라고 부를 때마다 얼마나 끔찍하셨어요. 지난 16년동안... 데려와, 태현숙! 최진철 내 아버지 데려와".
아무리 잘해도 차동주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태현숙에게 입속의 혀처럼 무조건 어머니의 말만 듣는 착한 아들이 되려고 얼마나 누르고 참고 살아야 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최진철에게 복수하려고 키워진 사냥개 장준하, 낳고 버린 부모, 봉영규의 호적에 올린 할머니, 사냥개로 키운 어머니, 준하의 삶을 자기들 마음대로 저당잡고 이리저리 휘두른 사람들이 증오스럽습니다.
질주하는 준하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마루오빠의 행복을 위해 장준하로 살아가라던 봉우리의 목소리도, "우리 마루 사람들 많아서 창피해 해요"라며 울던 봉영규의 울음도, "아무것도 모르고 16년 동안이나 그렇게 살게한 것 잘못했어"라며, 형을 지켜주겠다는 수호천사 차동주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자신을 이용하고 버린 태현숙에 대한 분노, 자식을 버린 부모 최진철에 대한 증오심이 끓는 소리만이 들릴 뿐입니다.
준하는 사실 그들의 복수극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아무 것도 잘못한 것이 없지요. 가족을 버린 것은 평생을 씻지 못할 죄책감으로 살게했지만, 동주의 귀를 멀게 한 것도, 최진철과 김신애의 아들로 태어난 것도 준하가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요. 준하를 그렇게 만든 것은 최진철과 김신애, 그리고 태현숙입니다. 그네들의 싸움에 자기들 멋대로 사냥개로 이용하고, 황태자로 세우려하고 으르렁거립니다. 자신의 삶을 멋대로 난도질해 버린 그들때문에 준하는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태현숙과 최진철의 싸움 한복판에 뛰어들기로 작정한 장준하, 이제는 준하 차례입니다. 버림받을까봐 두려워했던 태현숙을 버리는 것도, 욕심을 위해 버린 자식을 찾으려 한 최진철과 김신애를 버리는 것도 이제는 준하가 할 차례입니다. 버림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처절하게 알게 해주고 싶은 준하입니다. 자식을 버린 부모에게 돌려줄 것은 부모를 버리는 자식으로 대못을 박아주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준하의 광기어린 분노가 무서운 이유입니다. 

예고편을 보니 준하가 동주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겠다고 차갑게 대하는 모습도 나오고, 최진철과 부자지간을 확인하는 장면도 나오더군요. 태현숙은 준하를 최진철보다 무서운 놈이라고 동주에게 준하를 믿지 말라고 하고, 장준하의 전혀 다른 모습때문에 드라마가 이상하게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도 되더군요. 하지만 제 생각은 준하가 왠지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준하는 눈물을 숨길 수 없는 사람이에요. 어려서도 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막말을 하고 늘 짜증내고 화만 내는 마루였지만, 진심에는 눈물도 흘리고 웃을 줄도 아는 아이였지요.
새어머니 큰미숙씨가 시계를 찾으러 공장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을 알고, 가슴으로 울기도 하고 아버지를 위해서는 태현숙에게 무릎을 꿇고 도와달라고 빌기도 했었지요. 정신을 놔버린 할머니를 보고는 또 마음이 약해져서 할머니에 대한 원망을 풀어버리기도 하는 인물이기도 하고요.16년을 사냥개로 키웠다지만 아들의 귀를 멀게 한 최진철에 대한 태현숙의 증오심을 이해해주고 싶기도 할 것같고요. 봉영규에게 자식 봉마루와 봉우리가 전부이듯 태현숙에게도 차동주가 전부일 수 밖에 없는 것처럼요. 차동주가 될 수 없는 것이 슬프고 질투도 났지만, 어머니의 모든 것이 거짓은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함께 초코 아이스크림을 먹던 시간만큼은 복수를 향해 달려가는 태현숙이 아니라, 준하의 어머니였다는 것을 준하는 기억합니다.
그래서 아주 잠시동안 준하의 질주를 이해해 주고 싶어졌습니다. 태현숙과 최진철, 김신애는 망가져 가는 준하를 보며, 그들이 얼마나 자식에게 못할 짓을 했는지를 깨달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주 잠시였으면 좋겠습니다. 준하의 질주를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는 동주와 우리가 오래동안 걱정하지 말았으면 싶어서요. 무엇보다 분노는 다른 사람이 아닌 준하 자신을 괴롭히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에요. 동주를 사랑하면서도, 동주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 들을 수 있으면서도 너무 오래동안 준하가 귀를 막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 봉영규와 우리가 마루를 부르는 소리를 너무 오래동안 외면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10
2011.06.11 07:13




역설적이게도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가장 아리고 아픈 손가락인 봉마루(장준하)가 행복한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루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 지 아직은 알지 못합니다. 그저 가족들을 버린 것이 미안하고, 최진철과 김신애가 친부모라는 것이 혐오스럽고, 또 미안할 뿐입니다. 아버지 봉영규와 할머니, 우리, 그리고 동주와 어머니에게 미안합니다. 모든 불행의 원인을 제공한 파렴치한 사람들이 자기를 낳은 생물학적 부모라는 것이 미안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아들이라는 것이 창피하고 역겹기까지 합니다. 시청자는 그런 봉마루를 안고 등을 토닥여 주고 싶은 연민을 느끼지요. 그리고 조용히 말해주고 싶습니다. 마루는 많은 수호천사를 가진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이지요.
마루를 한 눈에 알아 본 봉영규, 16년간이나 기다려 왔음에도 우리 아들 마루라고 말을 하지 못합니다. 마루가 창피해할까봐,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바보아버지 아들이라고 놀림을 받을까봐, 차동주에게 울며 사정을 합니다. 바보아버지는 그것밖에 하지 못합니다. 왜 이제야 왔느냐고, 할머니랑 우리가 얼마나 찾았는지 아느냐고, 마루야라고 이름조차 부르지 못합니다. 여전히 아버지는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가난하고 무식하고 모자란 아버지 봉영규는 창피한 아버지였지만, 딱 한번 마주치고도 알아봅니다. 할머니도 그랬습니다. 황순금 할머니라고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도 알아봤습니다. 마루는 그들을 버렸지만, 그들은 마루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마루의 기억속에 있는 바보아버지의 모습으로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의 모습입니다. 마루는 이제서야 알게 되지요. 바보아버지 봉영규에게 죽을 때까지 아들일 수 밖에 없는 봉마루라는 것을 말이지요.  
16년전에도, 16년이 흐른 후에도 자신의 생물학적 부모는 마루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몽타주를 보고서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우경에 빌붙어서 사는 같은 처지라며, 생물학적 어머니 김신애는 태현숙과 불륜이냐고 조소까지 합니다. 그런 여자가 자신을 낳은 어머니랍니다. 뱃속에 있는 아이마저 지우라며, 자기 아이를 가진 여자를 버리고 돈많은 여자에게 가버린 최진철, 이제서야 제 핏줄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자식을 찾는 인간이 아버지랍니다. 등잔밑이 어두워도 이렇게 어두울 수가 없습니다. 제 핏줄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치매에 걸린 노모까지 나몰라라 하는 인간들이 마루의 부모라는 것이 치욕스럽습니다. 눈 앞의 자식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생물학적 부모는 괴물들입니다. 그런 괴물들에게서 나온 자신이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마루입니다.
어머니 태현숙이 자신이 최진철과 김신애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준하를 더 외롭게 합니다. 자신은 결코 차동주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플 뿐이지요. 어머니가 최진철에게 복수하기 위해 지금까지 거뒀다는 사실을 알고도, 준하는 어머니의 한마디에 "알고도 왜 그러셨느냐?"고 묻지도 못하고, 혼자 슬픔과 분노를 삭힙니다. "천천히 와도 좋으니까 운전조심해서 와". 세상 모든 어머니가 자식을 걱정하는 말이었습니다.
16년간 어머니와 동주때문에, 아니 가족이 생겨서 행복했던 준하였습니다.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어머니와 동주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혼자 남겨지는 것이 무서워서였습니다. 버림받을까봐 어머니가 무슨 짓을 시켜도 거역하지 않고 따랐습니다. 처음으로 가지게 된 가족, 무슨 일이 있어도 동생 차동주의 평생 수호천사가 돼주기로 했습니다.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가난한 가족들을 버리고 얻은 행복, 어머니와 동주에게서 가족으로 인정받기 위해 마루는 철저하게 장준하가 되었습니다.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집, 자신이 최진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준하는 영원히 봉마루가 되지 않겠다고 우리에게 이별을 고하지요. 딱 한번만 가족들과 밥 한끼 먹고 가라는 봉우리의 소원도 들어주지 못하게 한 출생의 비밀은 마루를 도망치게 만듭니다. 최진철의 아들이기에 이젠 봉우리의 오빠도 못합니다. 동주를 좋아하는 우리에게 남자로서 끌렸던 마음도 접어야 합니다. 16년전 시계 하나 덜렁 맡겨놓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했던 마루는 봉우리에게 할머니와 아버지를 남겨두고 또다시 떠날 수 밖에 없습니다. 봉마루가 최진철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마루에게서 너무나 많은 것을 빼앗아 버리지요. 버린 가족에게 돌아갈 수도, 동주의 곁에 끝까지 남을 수도 없게 만듭니다. 
봉마루가 아닌 장준하로 살기로 결심하는 마루는 최진철을 무너뜨릴 마지막 카드를 던지고 미국으로 떠나기로 하지요. 최진철이 매도한 주식을 사들이면, 어머니와 동주는 우경의 대주주가 되고, 최진철을 대표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나 준하를 횡령죄로 고발한 최진철에 의해 준하는 발목이 잡히고 맙니다.
검찰에서 소환을 했고, 결정적인 자료를 제공한 사람은 다름아닌 어머니 태현숙입니다. W인베스트먼트의 주식거래장부를 넘긴 것이 태현숙이었으니 말입니다. 자신의 뒷통수를 친 것이 그토록 찾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하고, 자식에게 비수를 꽂은 것을 최진철 스스로 보게 하려는 복수의 마지막 단계, 그녀는 끝내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식처럼 사랑한 장준하가 아닌 복수를 택한 것이지요. 처음부터 계획해 온 것대로 말이지요. 태현숙이 16년간을 준비하고 기다렸던 순간입니다.
이 날을 위해 태현숙은 준하를 동주보다 더 아끼고 키웠으면서도, 마지막까지 하나는 주지 않았지요. 자식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버리는 부모의 마음이에요. 그렇다고 태현숙이 준하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요. 입 속의 혀처럼 다정한 준하가 사랑스러웠고, 누구보다 동주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는 준하를 볼 때마다 갈등도 많았겠지요. 그러나 최진철에 대한 복수심을 준하에 대한 사랑이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장준하는 동주가 아니었던 겁니다. 준하가 동주한테 딱하나 부러운 것이 무엇이라고 말하지 못했던 '친아들이 아닌 것' 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아버지 봉영규가 웁니다. 동주에게 매달려 웁니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아버지, 어린 시절 자신에게 절망감만 주었던 봉영규가 웁니다. "차동주씨, 봉마루... 여기 사람들 많아서 우리 마루 창피해 해요. 사람들 많아서 우리 마루 나 창피해 해요. 차동주씨 나 한번만 도와주세요. 우리 마루 한 번만 집에 데려가 줘요. 딱 한 번만 도와주세요. 집에 가야 우리 마루 안 창피해요. 한 번만 데려가게 해주면 나 아는 척 안해요. 딱 한 번만 도와주세요".
마루도 그렇게 16년전 태현숙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했습니다. "한 번만 도와주세요. 이번이 처음이고 마지막이에요. 저희 아버지 좀 도와주세요. 죄송해요. 도와주세요". 마루는 처음으로 아버지를 위해 무릎을 꿇었습니다. 내가 왜 저런 바보아들이냐고 화내고 창피해 했던 마루는, 공장의 화재로 재산손실을 입혔다고 최진철이 아버지를 유치장에 가둬버리자, 처음으로 아버지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한 번만 도와달라고 말이지요.
아버지 봉영규가 차동주에게 한 번만 도와달라고, 마루가 창피해 하지않게 집에서 보게 해달라고 눈물을 흘립니다. 아버지는 애원하고 또 애원합니다. 마루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릴뿐입니다. 친자식을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부모는 마루를 죽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럽게 하는데, 봉영규는 아들이 창피해 한다고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고, 얼굴조차 바라보지 못합니다.
마루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지금은 알지 못합니다. 할머니와 아버지 봉영규, 봉우리는 마루만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마루를 찾는 것이 그들의 소원입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세상이 다 손가락질하고 버린다고 할지라도 봉영규와 할머니, 봉우리는 마루를 버리지 않을 사람들이지요. 기다리는 사람과 갈 곳이 있다는 것처럼 행복한 것이 또 있을까요? 봉우리는 마루오빠임을 알면서도 장준하로 살라고 보내줍니다. 그래야 마루오빠도 할머니도 차동주도 행복할 거니까요. 최진철의 아들 마루오빠를 잃는 대신, 차동주의 형 장준하로 살아가는 것이 오빠에게는 행복한 거니까요. 16년간을 오빠의 시계를 간직하며 기다렸던 마루오빠의 행복을 위해 붙잡지 않을 정도로 봉우리의 사랑을 받으니 마루는 행복합니다.
어머니의 복수에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난생 처음으로 형에게 주먹질까지 한 차동주는 또 어떻고요. 한시라도 떨어지면 불안한 형임에도 동주는 준하를 미국으로 보내려고 했지요. 최진철에게서 구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어머니가 형을 더이상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말이지요.
동주 역시 새아버지 최진철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어머니 못지 않습니다. 할아버지의 산소호흡기를 직접 빼는 것을 목격한 동주는, 그 충격으로 사다리에서 떨어져 청력까지 잃게 되었습니다. 동주에게 정적의 세상을 살게 한 최진철을 동주도 용서하지 못합니다. 다만 어머니와 방법이 다를 뿐, 누구보다 최진철의 파멸을 보고 싶은 동주입니다.
그러나 동주에게는 복수보다 형이 더 소중합니다. 주먹질까지 하면서 "더 이상 내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형을 매몰차게 밀어내는 동주입니다. 준하형이 가족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고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말이지요. 동주에게 준하는 이미 가족입니다. 어머니가 준하형을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준하는 동주에게 의미있는 사람입니다. 복수와 준하형 중에 누구를 택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동주는 당연히 준하형입니다. 그래서 최진철과 어머니에게서 더 보호하고 싶은 거예요. 수호천사 동주의 사랑을 받는 마루는 그래서 행복한 사람입니다. 원수의 아들임에도 사랑하는 진짜 동생 동주가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봉마루가 행복한 이유는 봉영규가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은 사람, 그 사람이 마루의 아버지입니다. 마루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마루를 위해 웃고, 마루를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 "제가 잘못했어요" 라고 무릎을 꿇어주는 아버지, 아버지 봉영규는 마루의 수호천사였습니다. 아무리 피를 이은 친아버지가 아니라고 부정해도, 봉영규에게 마루는 죽을 때까지 아들입니다. 마루가 아버지가 아니라고 해도 괜찮습니다. 봉영규에게 아들이면 되니까요. 어머니가 영규를 기억하지 못해도, 봉영규가 어머니를 아니까 괜찮듯이 말이지요.
마루를 위해 매일 퍼놓는 따뜻한 밥, 미숙씨가 가르쳐 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을 마루에게 꼭 한 그릇 먹이고 싶은 마루의 진짜 수호천사 봉영규, 차동주를 붙들고 우는 봉영규의 눈물에 시청자도 함께 울었을 거예요. 어찌나 가슴이 아프고 짠하던지요. 봉영규의 정신연령은 어린아이라지만, 아버지로서의 사랑은 그 나이를 헤아릴 수 없었고, 사랑연령은 무한대였습니다.
장준하로도 봉마루로도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봉마루입니다. 최진철과 김신애, 태현숙에 의해 마루와는 관계없이 어른들이 짓밟고 망가뜨린 마루의 꽃밭은, 지금은 가시가 무성한 엉겅퀴가 잔뜩 자라고 있어 아프고 화나고 독이 잔뜩 올라 있습니다. 마루의 망가진 꽃밭에 개미똥꽃을 다시 일궈줄 사람은 봉영규와 봉우리겠지요. 딱 한 번만 집에 데려와 달라고 우는 봉영규의 눈물에 엉겅퀴가 절반은 뽑혀나간 듯 보입니다. 가시돋힌 엉겅퀴가 다 뽑히면 마루도 알게 되겠지요. 마루를 지켜주는 수호천사가 이렇게나 많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마루는 자신의 수호천사들이 하는 말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차동주씨 이름만 불러보는 아버지 봉영규의 마음, 그 소리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듣지 못한 것은 동주가 아니라 마루였습니다. 마음이 말하는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루가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이 모든 상처들이 아물고 나면, 봉마루가 되었든 장준하가 되었든, 아버지가 차려주는 밥상을 꼭 받았으면 싶습니다. 16년간 찬밥만 먹었던 봉영규가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게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마루가 아버지 봉영규의 수호천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버지 봉영규는 바보가 아니라 착한 사람, 남들과 조금 다르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일 뿐이라고요. 남들보다 느리게 크는 사람, 가족들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아주 천천히 알았듯이, 아버지도 아주 천천히 느리게 크는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13
2011.05.29 14:18




봉우리에게 향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꺼이꺼이 우는 장준하의 눈물에 가슴이 아픕니다. 장준하의 마음은 엄밀히 따지자면 금지된 사랑은 아니지만, 정서적으로 허용하기가 힘든 사랑이죠. "어쩌다 이렇게 돼버렸는지 모르겠어, 우리야...". 봉우리는 그 속마음을 몰랐지만, 말없이 준하의 등을 토닥여 줄 뿐입니다. "힘들어요" 어머니 태현숙 무릎에 누워서 "다른 사람들은 이럴때 등이라도 토닥여 주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던 장준하, 어머니는 끝내 준하의 등을 외면하고 말았지요. 그런데 우리는 토닥여줍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아무 사이도 아닌데도 지쳐보이는 그의 등을 가만히 두드려 줍니다. 울지말라고, 괜찮다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 다 지나갈 것이라고...힘 내라고...

우리에게 향하는 마음이 멈춰지지가 않는 장준하
머리는 안된다고 하는데 준하의 마음은 고개를 젓습니다. 봉우리는 봉마루의 동생이라고 하는데, 감정은 장준하라고 우깁니다. 동주만을 바라보는 봉우리가 보이는데, 애써 못본척 합니다. 에너지셀에 온 봉우리, 동주때문에 루즈를 바르는 것을 알면서도, 안본척 하려 하지요. "나 어제 안 취했어. 멀쩡해". 손바닥 키스를 한 것이 술때문이 아니었다고, 우리를 안고 울었던 것이 사실은 봉우리 너를 좋아한다고 고백한 것이었다고, 돌려 말해보는 장준하지요. "참, 다신 나한테 오빠 닮았다고 하지마. 나 오빠 아니다"라며, 못까지 박으면서 말이지요.
동주에게도 우리를 좋아한다고, 앞으로도 티내고 좋아할 거라고 말을 해 버리지요. 준하가 우리를 좋아하는 것을 늦게 알아서 미안한 동주, 다가서지도 못하고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준하형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하다고, 미안합니다 라고 혼잣말을 하듯 사고를 낼 뻔한 사람에게 말하는 차동주입니다. 형이 불편할까봐 우리에게 신경써주는 것도 조심하는 동주지요(생각하는 것이나 마음깊이가 태평양입니다).
"내가 너 생각을 못했다. 우리랑 같이 있을 때 네 생각 못해서 미안해. 나 앞으로 우리 만날 때 너 생각 못할 것 같으니까 너도 그렇게 해..." 아직은 장준하가 더 좋다는 동주에게 왜 그렇게 모질게 말을 하는 거야, 장준하! 이성으로 통제하기가 가장 힘든 감정이 사랑이라는데, 사랑이 시작된 준하에게 이성을 찾으라고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너무 직설적인 표현에 띠융했답니다;;.
장준하의 마음이 지옥이거나 말거나, 제 생각에는 봉우리가 준하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여튼 봉우리는 이성문제에서는 육감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봉우리가 순수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마음에는 차동주가 들어와 버려서 준하의 마음을 받아들일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성에 대한 사랑은 필히 방 하나만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제 지론이라, 양다리 걸치는 인간은 싫어요! 봉우리도 양다리 걸쳐서 마음이 뒤죽박죽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는 말도 있듯이 장담하기가 어렵기는 해요. 하지만 봉우리는 장준하의 마음을 안다고 해도 이성으로 마음을 주지는 않을 것 같더군요.
더군다나 장준하가 마루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 혼란만으로도 정리가 되지 않은데, 철천지 원수 최진철의 아들이라는 것까지 알게 되었으니, 장준하를 앞으로 어떻게 대할지도 미칠 지경일 듯합니다. 장준하가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마저 알게 되면, 이건 남자복이 터진 것이 아니라, 무슨 악연이 이렇게 질기게 꼬였냐고 대성통곡하며 하늘을 원망할 것 같아요. 어머니를 죽게 한 원수의 아들, 사람같지 않은 야차만도 못한 최진철의 아들이라니, 한 술 더 떠 친아들 마루를 찾으면 차동주 모자를 내쫓아 버리고, 우경을 물려줄 것이라는 말을 들은 우리는 충격에 눈물만 쏟아낼 뿐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차동주는 아직은 장준하가 더 좋다며, 더 노력하라고 농담까지 하지요. 클럽에서 춤을 추는 우리, 그렇게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충격을 잠시라도 잊어버리고 싶어합니다. 장준하는 차동주가 사랑하는 형인데, 장준하가 마루오빠라고? 봉마루가 최진철의 아들이라고? 봉마루를 찾으면 차동주를 내쫓고 우경을 마루오빠에게 물려주겠다고? 그럼 차동주는? 마루오빠는? 맨날맨날 밥 떠놓고 기다리는 아빠는?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는?ㅠㅠ

마루오빠와 차동주를 지키기 위한 봉우리의 선택
장준하 선생님이 봉마루라는 것을 알고도 차동주는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장준하로 사는 것을 마루오빠가 원했기 때문이겠지요. 되고 싶었던 의사선생님도 되고, 돈도 많이 벌고, 뭐든 다 할 수 있으니까요. 왜 오빠가 차동주의 엄마를 따라 미국으로 가버렸는지, 봉우리는 이제서야 알 것도 같습니다. 마루오빠는 집이 싫었어요. 가난이 싫었고, 바보라고 놀림받는 아빠가 싫었고, 욕쟁이 할머니가 싫었어요.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바보 봉영규의 아들일 수 밖에 없었고, 성격 못된 고모의 숨겨진 아들이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탈출하고 싶었겠지요. 그렇게 마루오빠의 가출을 이해하고 싶은 우리는, 봉마루가 최진철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하필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 엄마를 죽게 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의 아들이라니...
16년간을 오빠를 그토록 찾고, 기다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장준하가 봉마루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은 차동주. 그래서였구나, 에너지셀에서 우리를 무시하고 할머니 밥해주라고 쫓아내려는 신애고모에게 마루오빠가 그래서 그렇게 화를 냈던 거였구나. "왜 이렇게 당하고 있어! 고모도 아니고 뭣도 아닌 사람한테?".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형이 양아버지의 아들이고, 그 양아버지는 친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려고 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차동주는 봉마루로 살고 싶지않은 장준하를 위해, 우리에게도 사실을 말해주지 않고, 그런 거였구나..."차동주, 나 세상에서 제일 나쁜 봉우리되도 미워하면 안돼..." 마루오빠 모른척하는 나쁜 우리되도 미워하면 안돼. 전하지 못하는 우리의 말은 동주의 가슴에 진동으로 울릴 뿐입니다. "봉우리, 지금처럼 내 옆에 있어..."진동으로도 전해지지 못하는 동주의 방백은 마음으로만 들릴 뿐입니다.
봉우리는 나쁜 봉우리가 되기로 합니다. 그것이 차동주와 장준하, 마루 오빠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최진철이 장준하가 봉마루라는 것을 알게 되면, 차동주가 쫓겨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을 원수로 만들어 버리게 되지요. 동성 간에 사랑을 하고 있다고 보일 정도로 사이좋은 형제를 갈라놓는 것을 막고자 합니다. 마루오빠를 찾고도 아빠에게 말하지 않는 나쁜 봉우리가 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지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오빠 봉마루를 만나는 우리, 오늘이 지나면 그는 봉마루가 아닌 장준하 선생님입니다. 영원히...그래야 마루오빠와 차동주를 지킬 수 있으니까요. 아빠와 할머니에게서 최진철이 마루오빠를 빼앗아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테니까요. 마루오빠도 차동주도 다쳐서는 안되니까요.
포천 경찰서 앞에서 시계를 주며 기다리라고 하고는 사라져 버린 마루오빠, 16년만에 만난 마루오빠에게 빚을 받겠다며, 작심하고 가방이며 옷을 잔뜩 쇼핑하지요. 우리에게 뭐든지 다 사주고 싶은 장준하, 오빠로서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아마 두 감정이 다 들어 있겠지요. 하늘의 별이라도 우리가 원한다면, 다 사주고 싶은 준하입니다. "오빠가 생각나면 이 시계를 보라고, 그러면 차츰 잊혀질 거라고", 장준하가 사줬던 시계, 우리는 돌려줬던 시계를 다시 달라고 하지요. 오빠를 절대로 안 잊을 거라며, 필요없는 처방전이라고 돌려줬던 우리였어요. "그 병 다시 도졌어요. 선생님...장준하 선생님...마루오빠....안찾을려고요". 처음으로 불러보는 마루오빠, 그렇게 우리는 혼자 오빠를 불러봅니다. 그리고 마루와 이별을 합니다. 마루오빠를 만난 것으로 되었다고, 살아있으니 다행이라고, 오빠의 장래희망이었던 의사선생님이 되었으니 좋다고, 차동주의 형으로 남으라고, 최진철의 아들이 되지 말라고...
우리가 마루오빠...하고 말을 끊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렀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우리에게 뭔가를 해주는 것이 그저 좋은 장준하, 우리의 전화에 눈썹이 휘날리도록 설레이는 마음으로 달려왔던 장준하, 그 마음을 모르지 않기에 보는 시청자에게는 잔인한 희망고문처럼 슬프기만 했답니다.

시한폭탄 장준하의 비극암시, 생부 최진철과 로미오와 줄리엣?
예고편을 보니 장준하가 최진철과 김신애의 관계를 눈치채는 것 같더군요. 그건 최진철이 생부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과도 같은데, 준하가 생부에게 칼을 들이댈 수 있을지...준하가 자신의 생부를 알게 된다면 얼마나 충격이 클 지 짐작조차 안갑니다. 준하의 출생비밀과 선택은 언제고 터질 드라마의 시한폭탄이지요. 준하가 "최진철과 서로 발목을 잡았으니 죽어도 함께 죽겠다" 고 하자, 동주가 농담처럼 "최진철 사랑하냐? 그래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도 되려고?" 했었지요. 그말이 오버랩되어 불행이 예고된 것같아 불안해집니다.
이 모든 계획은 태현숙에게서 나온 것이지만, 최진철이나 태현숙이나 인간성을 따지면 막상막하입니다. 준하에게 신애와 최진철의 관계를 알리지 말아달라며, 여자로서의 비참함을 가식의 눈물로 호소하는 것을 보니, 그녀의 최진철에 대한 증오는 이해되지만, 가장 크게 상처를 입을 사람은 정작 동주와 준하가 될 듯해서, 그녀의 잔인한 복수방법이 무섭기만 합니다.  
물론 최진철 그놈은 상종하기 싫은 인간말종이지만 말입니다. 불쌍한 내새끼라니...터진 입이라고 어떻게 그런 뻔뻔한 말을 눈 하나 깜짝않고 하는지 말이지요. 김신애의 뱃속에 있던 아이를 돈때문에 나몰라라 하고 버리더니, 이제와서 돈때문에 찾으려고 합니다. 제 핏줄에게 피같은 돈을 물려주겠다는 것은 태현숙의 부친과도 한치도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의 핏줄 동주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 태현숙과의 사이에 자식을 가지지 않겠다는 혼인계약서를 쓰게 했던 인물이었지요. 우경을 노리고 미망인 태현숙에게 접근한 최진철의 욕심가득찬 탁한 눈빛을 읽은 태회장이 사람보는 눈은 있었던 것 같지만, 아무튼 최진철, 김신애 같은 인간들은 시궁창에 쳐넣어도 될 듯...
화해할 수 없는 태현숙과 최진철의 키는 장준하가 쥐고 있겠지요. 자기에게는 어머니와 동주밖에 없다며 끝까지 함께 가겠다고 했던 장준하, 형과 자기 사이를 누구도 갈라놓지 못한다고, 그것이 어머니라 할지라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던 차동주, 준하와 동주의 형제애에 사랑과 출생의 비밀까지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터지려 하고 있습니다. 파편에 봉우리와 봉영규, 그리고 차동주와 장준하가 다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가장 애처로운 캐릭터 장준하, 그가 선택할 가족은 누가 될지 가장 궁금한 대목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족은 하나인데, 장준하에게는 서로 다른 색깔의 가족이 세 부류나 있습니다. 버림받고 싶지않은 태현숙과 차동주네, 자신이 버린 봉우리와 봉영규네, 자기를 버린 최진철과 김신애네...그런데도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어 보이는 준하이기에 가장 불쌍해요. 장준하로서도 봉마루로서도 말이지요. 나미숙의 립스틱 낙서처럼, 미국이든 어디든 맘편한 곳으로'가버려'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랍니다.

******나미숙에게 숨겨진 사연, 그녀의 정체?
추측 덧붙이기: 이 부분은 상상이니, 재미로 읽으시고 가볍게 패스하셔도 됩니다.
나미숙의 정체도 점점 재미를 더하고 있는데요, 평범하지는 않은 사연을 가진 듯하더라고요. 큰미숙씨와 쌍둥이처럼 닮은 것도 석연치 않지만, 그녀의 뜬구름잡는 듯한 말과 행동은 봉우리와의 관계에 대한 암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미숙이 봉우리에게 나이가 몇살이냐고 물었다가, 스물다섯이라는 말을 듣고는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었지요. 스물다섯이라는 숫자에 눈물을 흘린 사연이 무엇일까요? 이번 회에는 선글라스를 벗은 나미숙을 보고, 봉우리가 우리 엄마랑 진짜 닮...았다고 말하려 하자, 자기 앞에서 '엄'소리도 하지말라며 소름끼친다는 말도 했지요.
그래서 한가지 추측을 해봤는데요, 나미숙과 봉우리 엄마 고미숙이 쌍둥이였고, 봉우리가 나미숙의 친딸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성이 다른 것은 여러가지 사연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고아원에 있다가 각기 다른 집으로 입양을 가서 다른 성을 가졌을 수도 있고요. 스물다섯이라는 숫자에 민감한 것은 두가지 정도 상상이 되는데요, 하나는 나미숙이 스물다섯에 큰 상처를 입은 일이 있었고,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이를 낳고 언니인지 동생인지 아무튼 봉우리 엄마 고미숙에게 갓난애를 맡기고 도망가버린 것이지요. 나미숙도 사람인지라 아이 버린 엄마여서 '엄'이라는 말은 죄책감에 소름끼치고, 살았다면 스물다섯이 되었을 딸때문에 눈물을 흘린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했네요. 상상이 과했지요?ㅎㅎ. 큰미숙씨와 봉우리가 모녀관계로 더 어울려서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고, 봉우리 출생비밀까지 겹치면, 드라마가 심히 난해해지기는 하지만, 나미숙의 예측불가 엉뚱한 행동이 괜한 설정은 아닌 듯해서 말이지요.

나미숙(김여진)의 화끈하면서도 도통한 듯한 화법이 매력적인데요, 이번회 김신애(강문영)를 쥐락펴락하는 것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해지더군요.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러느냐는 김신애에게 "첩......첩산중"이라나요? 아주 딱 맞는 말이더라고요. 회장직속 라인이라며, 낯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회장빽(그래봐야 뒤에서는 세컨드라는 말이나 듣는 주제에..)을 들이밀자, "아이라인이나 똑바로 그려, 짝짝이야".ㅎㅎ 박수 짝짝쳐 주고 싶을 정도로 한방 시원하게 먹이더라고요.
그녀에게 속깊은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 맛보기만 보여주는 것같아 아직은 감질맛만 나지만, 뭔가 큰 한 방이 나올 것 같습니다. 제가 상상해 본 봉우리와의 관계라든지, 죽은 큰미숙씨와의 관계라든지, 아무튼 그녀의 사연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답니다. 봉영규는 왜 나미숙을 찌그러진 찹쌀떡에 비유를 했을까요? 죽은 미숙씨와는 다르게 화장을 많이 하기는 했지만, 우리도 엄마랑 똑같이 생겼다고 했는데 말이지요.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고 큰소리치는 나미숙이 봉영규에게는 꽁지를 내리는 것같기도 하고, 왠지 봉영규와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은 예감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1 Comment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