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씨남정기'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0.06.29 '동이' 동이를 여인이 되게 한 숙종의 노골적인 사랑고백 (16)
  2. 2010.06.22 '동이' 자작독살극, 장희빈의 최악의 무리수 (5)
  3. 2010.06.16 '동이' 장희빈이 숙종의 마음을 잃은 이유 (17)
  4. 2010.06.09 '동이' 존재감 잃어가는 차천수(배수빈), 달리기 그만 시키시죠 (15)
  5. 2010.06.08 '동이' 사랑에 빠진 숙종, 꽃신의 의미 몰랐을까? (23)
2010.06.29 11:48




숙종의 성격이 사랑에 한 번 빠지면 물불을 안가리는 것은 알았지만, 아주 초절임이 돼버릴 정도로 오로지 동이밖에 보이지 않나 봅니다. 숙종에게 동이는 자신의 몸과 같다며 눈치제로인 듯한 동이에게 파격적인 고백까지 하는 걸보니, 숙종의 동이사랑은 옥좌사랑에 버금갈 만큼 큰 것 같아요.
동이 29회는 동이에 대한 숙종의 사랑고백편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숙종의 노골적인 사랑고백으로 이어졌지요. 혼절해 있던 동이가 "전하" 하며 깨어나는 걸 보니, 동이도 "다시는 없는 시간을 견디게 하지 말라"는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눈치챈 듯 싶습니다. 그보다는 숙종의 고백에 동이의 심장에서 들렸던 '쿵'소리가 어떤 의미였는지 알게 되는 것 같고요. 천재소녀 탐정동이를 여인의 향기가 나는 동이로 만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누구보다 동이의 매력에 흠뻑 빠진 숙종이 답답했을 듯 싶지만요.
다시는 동이를 못 볼까봐 가슴이 타들어 가고, 심장이 녹아드는 줄 알았다며, 숙종은 동이에게 사랑의 연서를 쓰듯이 고백을 하지요. "너 없는 시간이 이토록 힘겨운 줄도 몰랐고, 누군가를 다시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이렇게 무서운 지도 몰랐다". 사랑이라는 마법은 임금이 되었든지 저자의 범부가 되었든 다 같은 가봅니다. 동이 역시 전하를 다시는 볼 수 없을까봐 겁이 났었다며 웃어주자, 숙종은 그제서야 동이를 만났다는 것을 실감하지요. 눈 감으면 금세라도 잡힐 것 같았던 이 아이의 해맑은 미소가 눈뜨면 사라져 버렸던 날들이 100일하고도 스무 몇날이 흘렀지요. 그런데 눈 앞에서 동이가 힘겹게 웃어줍니다. "이렇게 내 앞에서 웃는 걸 보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심정이 바로 이런 것인가 보다". 숙종 너무 감격스러운가 봅니다. 임금이 함부로 죽는다는 소리까지 하는 걸 보면 말이지요. 
그런데 어째 동이의 입술에 혈기도 돌지 않고, 눈도 게슴치레 힘이 없어 보입니다. 그새 얼굴은 반쪽이 돼 버렸고요. 동이의 손을 잡아보니 뼈마디가 앙상한 게 숙종의 가슴을 후벼 파듯 아파옵니다. 동이가 이렇게 모진 고생을 한게 다 숙종 자신의 탓같습니다. 진실을 말하려는 동이의 말을 가로막았던 자신이 뼈저리게 후회되는 숙종이에요. 어의에게 진맥을 해서 필요한 처방은 다 해 줄 작정입니다. 어의에게 진맥을 하게 하겠다는 말에 동이는 펄쩍 뛰지요. "감히 제가 뭐라고, 어의의 진맥을 받겠습니까?".
동이의 말에 숙종 "니가 뭐냐니? 정말 그걸 모르는 것이냐?" 가슴이 타들어 가고 심장이 녹아버리는 줄 알았다는 고백을 여태껏 뭘로 들었는지, 숙종은 자신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는 동이가 바보스럽습니다. 좀 낯간지럽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말해 주는 숙종입니다. "나한테 너는... 그니까... 내 몸과 같다" 띠융! 동이가 아니라 시청자랑 문가에 가까이 있던 천수가 놀래 버렸네요. 너는 내 운명이라는 말보다 더 구체적인 사랑고백같이 들립니다. 내 몸이 네 몸이고, 네 몸이 내 몸이니 뭬야, 이거 프로포즈도 이렇게 노골적일 수가 없네요. 진도 다 나갔어요ㅎㅎ
장옥정에게 빠져있을 때도 이렇게 까지 사랑표현을 못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듯한 동이의 멍한 표정을 보니 뻘쭘스러운 숙종이에요. '고얀 녀석, 감격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놀란 척이라도 해줄 것이지, 이해를 못했는지 영 반응이 시원치 않네' 싶은 숙종도 쑥쓰러웠던지 빤히 쳐다보는 동이의 눈길에 살짜기 부끄러워집니다. 하지만 이왕 내친 김에 숙종의 폭풍고백이 이어지지요. "다시는 나에게 너없는 시간을 견디게 하지 말거라. 네가 조금이라도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 있다면 말이야". 은근 슬쩍 동이의 마음까지도 물어보는 센스까지 발휘하면서 말이지요. 그리움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알기에 숙종은 다시는 동이를 떠나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동이를 그리워하며 숙종은 절실히 깨닫게 되었어요. 그리움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말이지요.  
결국 다시는 내 곁은 떠나지 말라는 프로포즈를 해 버린 숙종입니다. 숙종은 동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저 판관나으리때부터 미운정 고운정 쌓아 온 오라버니같은 감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지, 오직 폐비의 누명을 벗겨 줄 증험을 주겠다고 자신을 만나려 했던 것인지, 동이의 웃는 얼굴만으로는 동이의 마음을 읽을 수가 없는 숙종이에요.

그동안의 긴장이 풀린 탓인지, 동이는 식은 땀을 흘리며 천수의 품에서 혼절해 버리지요. 전하에게는 말하지 말라는 동이의 부탁에도 천수는 어의를 통해 동이의 상태를 알려줍니다. 숙종의 마음이 동이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천수는 자신의 오장육부가 다 쓸려내려간 듯 쓰라립니다. 하지만 천수는 숙종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 읽습니다(어차피 상대도 되지 않겠지만요). 내 몸과 같다는 숙종의 고백은 차천수가 동이를 내려놓아도 좋을만큼 듬직스럽기만 합니다. 동이에 대한 마음을 접어야 하는 차천수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지만, 자신 못지않게 동이에 대한 사랑이 큰 숙종을 보며, 차천수는 동이를 지키는 일이 이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몰라요. 동이를 높은 곳에 오르게 하는 일, 귀한 사람이 되게 하는 것 말이지요. 동이의 행복을 위해서 동이에 대한 감정을 도려내야 하는 천수를 보니 짠하네요.
동이가 기력이 쇠해 혼절했다는 어의의 보고를 들은 숙종은 한걸음에 동이가 있는 자신의 사가로 달려오지요. 기력을 돋궈주는데 필요한 홍삼을 구할 수 없다는 어의의 말에 자신의 탕재를 가져다 처방하라고 어명까지 내리면서요.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동이의 손을 잡고 "동이야, 동이야, 제발 눈 뜨거라"며 안타깝게 동이를 내려보는 숙종을 보니, 동이의 의식이 깨어나면 아무래도 큰 일을 감행할 것 같습니다. 큰 일이라 함은 승은이 되겠지요?
예고편을 보니 장희빈과 오태석 일당이 무슨 일이 있더라고 동이를 죽이려고 벼르는 것을 보니, 숙종이 동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은 딱 한가지 밖에 없을 듯 싶습니다. 승은상궁으로 동이를 승격시키는 것이지요. 승은상궁이 된다는 의미는 정당하게 궐 안에 동이의 처소를 마련해 주고, 숙종이 공식적으로 동이의 처소에 드나들며 보호해 줄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감히 임금의 여자를 궁에서 죽이려고는 못할테니까요. 시시때때로 독살의 위험이 있겠지만, 해박한 약초학을 공부한 동이에게는 통하지 않을 듯 싶고 말이지요. 
동이는 이제서야 알게 됩니다. 언제나 힘들 때면 동이를 지켜주는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있는 하늘을 향했는데, 어느 날인가부터는 전하가 계신 도성을 향해, 전하가 계신 대전을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아버지 대신 전하를 부르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지요. 다시는 너없는 시간을 견디게 하지 말라는 전하의 말을 동이도 알 수 있습니다. 전하를 보지 못했던 시간이 동이에게도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는 것을요. 이제는 동이를 지켜주는 이름이 되어버린 '전하'라는 이름, 전하라는 말만으로도 동이의 가슴이 뛰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호기심 많아 늘 사고만 치고 다니던 동이가 사랑에 가슴 설레일 줄 아는 진짜 여인이 된 것 같아요. 
그런데 동이가 승은을 입게 되면 여러가지로 걱정되는 부분이 있네요. 그동안 동이는 감찰부 나인으로 내수사며, 약방이며, 세답방 빨래터까지 종횡무진으로 궁궐을 누비고 다녔는데, 이제 그게 곤란할 것이라는 거지요. 승은상궁이 되면 몸가짐을 조신하게 해야 할 듯 싶은데, 치맛자락 펄럭이고 뛰어다닐 수는 없을 것 아니에요. 더구나 비밀서류를 찾는다고 잠입을 하는 일도 못할 것이고, 나인들의 처소에 감찰을 나가 나비문양 노리개를 찾으러 다니지도 못할텐데, 아무래도 탐정동이는 이것으로 안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동이와 복위가 머지 않은 인현왕후에 대한 음모가 더 악랄스러워 질텐데, 승은상궁으로서의 체면과 위신이 있는데 궁궐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지는 못할 것 같아서 말이지요.  
숙종이 사가에서 자신의 탕재를 복용시키며 돌보고 있는 사람이 동이라는 것을 짐작한 장희빈의 독기어린 눈빛을 보니 더 큰 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자신의 목숨까지 담보로 걸고 자작독살극을 꾸몄던 장희빈의 다음수가 기대되네요. 장희빈의 한 수에 숙종이 동이에게 승은을 입히는 것으로 맞설 것 같아 보이니 장희빈의 앞날에 먹구름이 잔뜩 몰려 오기 시작하겠네요. 
그림자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장희빈에게 승은을 입게 될 동이는 인현왕후의 중전복위보다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옵니다. 장희빈은 폐비보다 동이가 더 신경쓰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장희빈은 숙종의 마음만은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았던, 오직 숙종의 여자라는 자신감이 넘쳤던 인물이에요. 그런데 대전 앞에서 마주한 숙종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냉랭합니다. 한 번도 자신을 그런 눈빛으로 쳐다본 적이 없었던 숙종의 표정에서 장희빈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합니다.
장희빈은 동이가 살아있다는 말을 들었던 순간부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같은 운명을 가진 이가 살아온다면 결코 그 빛을 뛰어 넘을 수 없다는 도사의 예언이 적중하고 있다는 것을 장희빈도 알고 있습니다. 그림자는 빛에 의해 물러날 수 밖에 없습니다. 한 때는 스스로 찬란한 빛을 가졌던 장희빈, 그녀는 자신의 불꽃이 사그라들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마지막 남은 불꽃을 장희빈이 어떻게 남김없이 태워버릴지, 장희빈이 마지막까지 놓지 못하고 태웠던 불꽃이 사랑이었는지,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꿈이었는지, 드라마 동이에서 어떻게 그려갈지 궁금합니다. 역사적으로 장희빈은 자신의 그릇된 야먕때문에 파멸의 길을 걸어갔지만, 그녀 역시 서인과 남인, 그리고 숙종의 정치적인 희생양이었기에 그 악행을 떠나 인간적으로는 연민을 가지게 되는 인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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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2 13:46




동이 27회는 숙종이 동이를 찾는 마음, 그리고 동이의 한양입성기가 숨바꼭질하듯이 그려졌습니다. 이 부분은 숙종의 동이에 대한 마음과 함께 따로 정리했습니다 (관련글: 동이에 대한 마음 드러낸 숙종의 불꽃 카리스마). 동이가 무수리로 궁궐에 들어 온 것보다는 장희빈의 목숨을 담보로 건 자작 음독사건이 조정에 일대 혼란에 빠뜨리며 피바람을 예고하는 것이기에 그 파장이 크다고 보여집니다. 따라서 장희빈에 대한 부분을 따로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희빈이 몰락, 혹은 파멸을 향해 가는 첫 행보로서도 중요한 사건이었고, 지금까지의 장희빈과는 다른 모습이었기에 중요한 사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희빈이 자작극을 벌인 사건은 여러가지로 장희빈의 변화를 암시하는 큰 의미를 가집니다. 바로 장희빈이 자신의 야망과 자리지킴을 위해 전면전에 나섰다는 것이에요.
그동안 장희빈은 오태석 대감과 장희재의 뒤에서 한 마디로 더러운 물에 손을 담그지 않았었지요. 그런데 인현왕후의 사가를 감시하던 유상궁의 보고를 듣고, 폐비가 감찰부 상궁, 그리고 서인 세력들과 만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직접적으로 인현왕후를 제거할 방법 모색에 나섰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무리 인현왕후의 무고를 밝혀줄 증험들이 나온다고 해도 소용없는 짓을 만들어 버리려고 결심을 하지요. 
물론 사가에까지 내쳐지고 폐서인 된 인현왕후를 견제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사씨남정기가 발단이 되었고, 숙종이 저자에 떠도는 책을 읽고 후회하는 듯한 말을 했다는 것에 장희빈이 극약처방을 취하려고 했었던 것이었지요. 인현왕후의 폐서인만으로는 뒤가 불안했던 장희빈이었기에, 인현왕후를 직접적으로 없애버릴 방법을 모색했던 것이지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걸고 말이지요.
실로 대담했고, 무서웠고 한마디로 독한 장희빈이었습니다. 그녀를 이토록 독하게 변하게 한 것은 멀어진 숙종의 마음때문이기도 했고, 자신의 죄를 영원히 덮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제서야 자신이 넘을 수 없다던 빛이 동이였음을 알게 되었기에, 장희빈이 독하게 변할 일대 전환기를 가져 온 사건이 되고 말 듯 합니다.
저는 이번 회 장희빈이 음독 자작극을 벌인 것을 보고 장희빈의 대담성에 놀랐고, 어쩌면 역대 장희빈 중에 가장 독한 인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더라고요. 제가 기억하는 장희빈들 중에 독극물 자작극을 벌인 장희빈은 기억이 나지 않거든요. 기껏해야 시해하려 했다는 거짓 증거를 들이 밀고 음모를 꾸미거나, 상대방을 직접 교살하려는 악행을 저지르는 것에 그쳤던 것 같습니다.
이미 찻잔에 독이 들어있음을 알고 있었던 장희빈이 차를 입에 대는 순간, 타방송 종영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의 송강숙이 떠오르더라고요. 목숨을 담보로 무명천에 목을 매었다던, 하느님 부처님하고 맞짱떠서 이긴년 송강숙 말이에요. 장희빈을 보면서 송강숙이 무명천에 목을 매기도 했다는 대사가 생각나면서 송강숙 못지 않은 독한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숙종의 마음이 동이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장희빈은 질투와 배신감을 동시에 느끼면서 캐릭터의 변화를 예고했는데, 이번 회 음독 자작극을 벌이는 장희빈은 보니 역대 장희빈과는 확실히 다른 차별성이 느껴지더군요. 딱히 좋은 의미는 아니었지만, 속된 말로 자해공갈단이 된 듯 싶습니다. 결국은 숙종의 마음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장희빈의 최악의 무리수가 될 듯한데, 솔직히 제작진이 그리려고 했던 장희빈과는 사뭇 달라져서 장희빈에 대해 다시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법은 좋지 않았지만 장희빈의 캐릭터 변화로서는 좋은 설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한 심정으로 동이의 매력없는 캐릭터는 탐정놀이에서 진이 다 빠져버렸고, 간신히 숙종과의 달달한 연애때문에 지켜보기는 하지만, 여전히 억지스럽게 하늘이 내려준 인물로 만들어지는 동이에게서 강한 개성보다는 운명적인 운이 따른다는 느낌이 강하거든요. 남자 연기자들은 코믹 숙종이 동이의 재미 반은 담당하고 있기에 걱정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동이가 강한 개성을 드러내기 보다는 장희빈이 담당하는 것이 극적 긴장감은 물론이거니와 갈등관계도 자연스러워 보일테고요.
그래서 장희빈의 좀더 강한 모습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에요. 물론 장희빈을 희대의 악녀로 판화 찍듯이 같은 인물로 만들라는 뜻은 아니지만, 장희빈에게서 보여지는 인간적인 모습들로 장희빈을 품위와 우아라는 한계 속에 가둬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고요. 그런 점에서 장희빈이 전면전에 나선 모습도 극적 긴장감을 위해서는 좋은 시도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에서 희대의 악녀가 되었든, 하늘이 내린 천사가 되었든 운명에 굴복하는 것보다는 운명에 도전하는 인물이 솔직히 매력적입니다. 장희빈이 도사의 예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운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목숨을 담보로 한 대담성을 보이기는 했지만, 강단있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의도가 진실을 은폐하고, 부정하게 취한 자리를 보전하려는 비뚫어진 야욕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응원은 하지 못하지만요.  
결과적으로 이번 음독 자작극은 장희빈이 둔 최악의 악수가 될 듯합니다. 중전 장씨를 시해하려 했다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인현왕후와 서인을 궁지에 넣고, 백성의 동정심도 샀을 수 있겠지만, 장희빈의 몰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겠지요. 진실은 밝혀지는 법이고, 동이가 도성에 들어왔다는 것은 그 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장희빈은 지금 한창 권력의 달콤함을 즐기고 있을 때입니다. 중전의 자리, 정권을 잡은 남인세상, 포도대장으로 앉혀놓은 오라비 장희재. 의금부의 오윤 등 중요 요직은 모두 그녀의 손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참, 감찰부까지 접수한 듯 싶고 말이지요. 권력의 달콤함에 취한 장희빈은 권력을 과용했을 때 일어나는 부작용을 아직은 알지 못합니다. 자신의 발목이 빠지는 줄도 모르고 꿀단지 속에 빠져 달콤한 꿀을 취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지요. 
장희빈의 최대 불안은 동이의 생존이겠지요. 하지만 궁궐의 주요요직에 장희빈의 힘이 뻗치지 않은 곳이 없기에, 동이 하나쯤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 장희빈에게 불현듯 떠오른 도사의 예언은 장희빈을 더욱 독하게 몰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상대가 죽지 않은 한 결코 그 빛을 뛰어넘지 못하리라는 예언에서 장희빈 역시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이고, 그 불안감이 장희빈을 옥죄어 오기 시작하지요. 
장희빈은 분명 빛나는 운명을 가진 여인이었습니다. 중인의 신분으로 궁에 들어와 승은 상궁이 되고, 희빈을 거쳐 중전의 자리에 가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얄궂게도 그녀와 똑같은 운명을 가진 인물에 의해 빛을 잃게 되겠지요.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과연 동이라는 빛이 장희빈의 빛을 덮었을까 하는 점이었어요. 동이와 장희빈은 같은 운명을 가졌지만 두 사람이 다른 점은 동이는 자신의 빛을 지키기 위해 시련을 택했다면, 장희빈은 스스로 빛을 잃어가는 길을 걸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첫 행보가 그녀 스스로 더러운 물에 몸을 던지고 만 자작극이었고요.
장희빈이 최악의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녀의 꿈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희빈의 꿈은 내명부 최고의 중전이라는 자리였어요. 숙종의 사랑과 동일시 했던 중전이라는 자리가 결국은 장희빈의 모든 것을 잃게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만, 장희빈이 중전의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다면, 그녀의 운명도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폐위된 인현왕후가 환궁한 이후에도 그 자리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장희빈은 결국은 인현왕후를 죽이려는 저주를 했다는 이유로 사약을 받게 되었던 것이고요. 여기에는 서인과 남인의 정치싸움이라는 배경도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그 부분을 깊게 다룰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빛을 잃어가는 장희빈, 빛이 나기 시작하는 동이. 재미있는 점은 잃어가는 빛과 발현하는 빛이 숙종의 사랑과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에요. 모든 것을 걸었던 꿈의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목숨까지 건 독한 장희빈이 숙종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 보입니다. 독차사건이 장희빈의 자작극임이 밝혀지게 되면, 결국 숙종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는 최악의 무리수가 될 것 같아요. 숙종은 다만 과거 한때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한 여인이 중전이라는 허울을 위해 찬란했던 빛을 잃어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겠지요. 임금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중전의 자리라는 것이 결국 헛된 무지개였을 뿐이라는 것을, 장희빈은 스스로 부서져 가면서 빛을 잃고, 사랑을 잃어가면서 깨달아 가겠지요. 그럼에도 장희빈은 비록 지고 말지언정 활짝 핀 모란꽃처럼 화려하게 살다 스러져갈 인생을 택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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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6 09:08




동이가 살아있음을 두 눈으로 확인한 장희재는 심운택이 가지고 있다고 한 군사기밀서 등록유초를 손에 넣기 위해 동이를 풀어 주고 맙니다. 역시 하늘이 돕는 동이는 무슨 난관이 닥쳐도 끄떡없습니다. 이제 장희빈까지 동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장희빈의 얼굴에 불안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동이에게 줄 꽃신을 고이 모시고 있는 숙종의 마음을 알아버린 장희빈이기에 동이가 숙종 앞에 나타나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려 들겠지요.
인현왕후를 없애기 위해 비밀리에 음모를 꾸미고 있는 장희빈에게 동이라는 복병은 인현왕후와 명성대비 탕약 사건의 모든 죄상이 낱낱이 드러나는 것이기에 상상하기도 싫은 악몽같습니다. 장희빈의 불안은 거기서 그치지 않지요. 숙종의 마음이 동이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버렸거든요. 독극물 자작극까지 벌이면서 뭔가 일을 꾸미고 있는데, 돌아선 숙종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 왠지 버스는 떠난 것 같으니 말입니다.

장희빈과 장희재가 눈에 불을 켜고 동이를 찾으려 들텐데, 동이를 찾아 의주까지 간 서용기와 차천수와 어긋나고 말았으니 동이 앞길은 험난할 뿐입니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기방을 정리하고 따라 나선 기생 설희가 있으니 조금은 안심이 되지만, 얼른 서종사관과 차천수를 만나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이번회를 보니 기생 설희와 차천수가 만나지는 않았지만, 잘 어울려 보이던데 엮어주심이 어떠하올런지요? ㅎ
동이가 그리울수록 장희빈에 대한 의혹은 커지고... 
한밤 중에 숙종의 처소를 찾아온 중전 장씨를 보고도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고 뚱하게 물으니, 중전장씨는 계속 동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이에 대한 마음을 몰랐다면 국사에 지쳐 그러려니 넘어갔을텐데, 숙종의 말은 하나 하나 곧이 들리지 않는 장희빈이지요. 
숙종이 거처를 찾은 중전 장씨에게 소학책을 건네는 것을 보고 사실 깜짝 놀랐어요. 세자를 위한 훈육서라고 하사하기는 했지만, 숙종이 은근히 속이 의뭉스러운 분이라서 말이지요. 소학에서 한 글귀를 인용해서 들려주는데, 중전 장씨 간이 콩알만 해졌을 것 같더라고요. "언필충신 행필정직, 말은 반드시 거짓이 있어서 안되고, 행동은 반드시 바르고 곧아야 한다"라며 뜻풀이까지 해주는 숙종입니다. 요즘 숙종은 인현왕후를 내친 일이 마음에 걸려 후회도 되고, 장희빈의 일들이 마음에 걸려서 찜찜스럽거든요.
더구나 가장 중요한 증험을 가진 동이가 사라졌다는 것은 장희빈을 믿지 못하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고 만 듯 싶습니다. 동이가 사라진지 한참이나 되었고, 다들 죽었으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숙종 처소에 고이 싸놓은 꽃가죽신처럼 숙종의 동이에 대한 마음과 믿음은 변함이 없었던 것이지요. 장희빈은 숙종이 동이를 그토록 마음에 두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었지만요. 
숙종은 장희빈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기 힘든 상황입니다. 증험을 가진 동이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장희빈과 남인들의 말만 듣지는 않았을텐데, 저잣거리에 파다한 사씨남정기가 자신의 이야기임을 모르지 않는 숙종입니다.  더구나 근자에 인현왕후가 복위를 꾀하고 있다는 상소들이 빗발치고 있는 것에 대해 숙종은 불쾌하기 까지 하지요. 조강지처를 내친 못난 사내에게 이제 조강지처를 죽이라고까지 몰아대고 있으니, 상소를 올린 자가 눈 앞에 있으면 면상이라도 후려 갈겨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숙종이 상소를 올린 중전장씨 측근의 남인들 속마음을 꿰뚫지 못할 리가 없습니다. 뭐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딱 맞는 말같습니다. 아마 당시 저자에는 폐비 중전 민씨를 향한 동정심은 물론 음모론까지 불길이 일듯이 퍼져 있었을 것입니다. 사씨남정기라는 책이 몰고온 파장은 민심과, 숙종까지 마음이 동했을 정도이니 책 한권의 파급효과란 오늘날 인터넷문화와 비슷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에요. 숙종은 이런 소문에도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다시 심사숙고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누구랑은 참 많이 다르네요.;;; 
폐비의 사가를 찾은 숙종, 가슴으로 울다
여하튼, 숙종이 인현왕후에 대한 미안함과 동이를 그리워 하는 마음은 중전 장씨의 한 밤의 뜬금없는 고백도 막지 못하지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의혹을 가지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소학의 한 글귀를 말해주는 숙종에게 "거짓없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알기에 마음이 불편했나 봅니다" 그리고는 숙종에게 자신에게 거짓으로 대한 적이 있었느냐며 물어보지요. 자신은 손에 장을 지져도 거짓없이 대했다고요. 장희빈이 비록 야망을 품고 궁에 들어와 숙종을 유혹했다 하지만, 장희빈이 숙종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심이었어요. 자신의 사랑이 진심이라고 믿었기에 숙종의 마음도 진심이라고 믿어왔고요. 적어도 동이가 숙종에게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숙종의 인현왕후에 대한 마음은 사랑이기보다는 정해진 부부연에 대한 의리였을 겁니다. 인현왕후가 왕자를 생산했다면, 아니 조금이라도 교태기를 보인 여우같은 여자였다면, 숙종이 인현왕후를 멀리할 이유는 없었을 거예요. 돌이켜보면 인현왕후가 장희빈의 적극적인 사랑방식을 조금이라도 배웠더라면, 그 현숙한 덕망만으로도 사랑받았을 법한테 말이지요.;;; 장희빈은 인현왕후의 애교없는 성품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적어도 여인으로서는 자신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해 왔어요. 자신을 볼 때마다 '옥정아' 라며 환히 웃는 숙종은 임금이 아니라 남자로서 자기 것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그런데 장희빈은 알지 못했나 봅니다. 사랑도 움직인다는 것을요.
인현왕후가 복위를 꾀하고 있다는 빗발치는 상소도 인현왕후의 사가를 향하는 숙종의 발길을 막지 못하지요. 폐위된 인현왕후의 사가를 먼발치에서 보는 숙종의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고급비단에 쌀도 내렸지만, 가까이서 보지는 못하고 상선영감에게 폐비를 봤느냐고 물을 뿐입니다. 왕방울만한 상선영감의 눈에서는 눈물이 그렁그렁합니다. 수척해지신 것 같다고 아뢰면서 상선영감 목이 메이지요. 반가의 규수로 태어나 손에 물 한방울 대지 않고 살았을 폐비가 허름한 초가에서 근근히 살고 있다는 것에 숙종은 마음이 아플 뿐입니다.   
숙종이 동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은 인현왕후와의 일과도 무관하지 않을 듯 싶어요. 물론 동이를 그리워 하고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인현왕후의 무고를 밝혀줄 증험들을 동이가 찾아와 준다면, 조강지처를 지켜주지 못한 못난 사내가 돼버린 자신의 아픔 마음도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폐비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할 것 같습니다. 동이 그 녀석만 돌아와 준다면, 이제는 동이가 그 어떤 말을 해도 절대로 말을 막지 않고 다 들어줄 생각입니다. 위중한 대비때문에 심란했던 마음에 동이의 말을 막았던 것이 너무나 후회되는 숙종입니다.
숙종에게 까치가 날아왔습니다. 동이를 찾아 오라는 밀명을 내린 서종사관이 돌아왔지요. 반가운 마음에 자리에 좌정하지도 않고, "동이는 찾았냐?"고 묻는데, 그 초조하게 기다리는 마음이 다 전해지더라고요. 마치 버선발로 뛰쳐나가 우편배달부를 맞이하는 것 같더라고요. 한데 빈손이니 숙종의 마음이 얼마나 허탈할까 싶어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서종사관이랑 차천수, 그리고 오매불망 동이 찾아 상사병 걸리기 일보직전인 숙종이 동이가 살아있음을 알았으니 말입니다. 동이와 숙종의 해후는 조금 시간이 걸릴 듯 해 보이네요. 장희빈과 장희재가 더욱 눈에 불을 켜고 찾으려 들테니 말입니다. 지금 심정이라면 숙종이 동이를 만나면 덥썩 안아버릴 것 같습니다. 그 상상을 하며 왜 제 심장이 벌렁거리는지...
장희빈이 숙종의 마음을 잃은 이유
이번 회를 보면서 장희빈과 숙종의 사랑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해봤는데요, 장희빈이 어머니 윤씨부인에게 어머니가 사내 마음은 믿을 것 없다고 했을때 장희빈은 "저는 제 자신을 믿습니다" 라고 했던 말을 다시 상기하며, 아니었다고 정정하는 장면이 나왔지요. 그 무엇보다 전하의 마음을 제일 믿고 싶었나 보다면서요. 그리고 눈물을 머금는 장희빈을 보니, 임금의 여자가 사랑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왕자를 생산하려고 후궁들이 그 전쟁들을 치뤘나 보다는 생각도 들게 하고 말이지요.
장희빈은 후원에 세자를 찾아 온 숙종의 미소를 보고 알았어요. 그 미소가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 왕자의 어미에 대한 것뿐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동이를 위해 당혜를 만들어 두고 동이를 찾고 있는 숙종, 죽었을지도 모를 아이에게 마음을 거두지 못하고, 자신을 향해서는 쓴웃음 지을 뿐인 숙종을 보며, 장희빈의 마음은 산산이 부서져 버린 듯 아파옵니다.
장희빈이 전하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겠다는 독백을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것을 보며 왜 장희빈이 숙종의 마음을 지키지 못했는지 알 수 있겠더군요. 장희빈은 결국 이기적인 사랑에 목말랐던 여인일 뿐이었어요. 자신만을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 장희빈이 결국 인현왕후와 동이에게 숙종을 빼앗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인현왕후나 동이는 자신만을 바라봐 주기를 갈구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에요.
인현왕후는 백성에게 현군으로 칭송받는 지아비를 원했고, 동이는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임금에게 마음으로 친구가 돼주었지요. 하지만 장희빈은 달랐어요. 임금의 사랑은 권력을 잡는 길이었고, 자신이 꾸었던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다리로서 사랑이었어요. 그 사다리를 너무나 의지하고 믿었기에 장희빈은 숙종의 변심을 믿을 수 없고, 자신의 모든 것이 흔들린 듯 충격을 받습니다. 
사다리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진실도 버리고, 정의도 버리고, 양심까지 버렸던 장희빈이었어요. 자신의 자리가 아닌 곳을 탐했기에 주인을 끌어 내려야 했고, 자신의 앞길에 방해된다면 목숨을 취해서라도 짓밟고 올라가려고 했었던 장희빈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부여잡고 있던 사다리가 그만 내려가 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언필충신 행필정직"이라면서요.
숙종이 뜬금없이 장희빈 앞에 소학을 들이밀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도 숙종은 세자를 빗대어 장희빈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기본 품성에 대해 넌즈시 경고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은 거짓이 있어서는 안되고, 행동은 반드시 바르고 곧아야 한다"는 말이 마치 동이를 표현하는 말 같았거든요.
동이와 인현왕후를 없애면 모든 것을 손에 쥘 것이라 여겼던 장희빈은 자신의 덫에 자신이 걸리고 만 것 같습니다. 사라진 동이는 숙종에게 장희빈을 의심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장희빈은 몰랐어요.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궐에서 숙종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 오래오래 자신의 곁에서 믿을 수 있는 벗으로 남길 바랐던 사람이 동이였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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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9 13:22




드라마 동이를 보면서 사실 차천수(배수빈)에 대한 역할에 대해 한 번쯤은 쓰고 싶었습니다. 드라마 동이에서 고생은 가장 많이 하면서, 폼은 있는 대로 잡는데도 이상하게 존재감이 없는 캐릭터가 배수빈의 차천수라는 인물입니다. 처음 동이라는 드라마가 시작되었을 때, 제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이 검계라는 비밀조직이었어요. 동이의 아버지 최효원 역의 천호진의 연기도 좋았지만, 노비들의 비밀 암살조직이며, 천민결사조직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설정이었어요. 동이가 검계 수장의 여식이라는 것과 동이가 숙빈최씨로 훗날 영조의 어머니가 되는 과정, 그리고 무엇보다 김환이라는 도사의 예언 중 "천민들의 왕은 저 아이가 될 것이야"라는 말에서 검계조직과 동이가 어떤 연결고리를 가질까, 작가의 생각이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거든요.
그런데 드라마가 절반이 되도록 꿩 구워 먹은 소식이 되고 만 것 같습니다. 검계라는 흥미있던 부분은 아예 잊혀져 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차기 검계의 수장이 되어야 할 차천수는 날마다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뜀박질만 하며, 동이 찾아 "동이야"를 외치며, 눈물 그렁그렁해져서 때로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산이며 들이며, 으슥한 한밤중 골목에서는 자객들과 폼나게 싸우는 동이의 경호원 역할로 축소돼 버린 듯합니다. 형장으로 끌려가는 최효원을 구하기 위해 칼을 빼든 차천수에게 "천수야, 너만은 꼭 살아야 한다. 이제부터 검계의 수장은 너다" 라는 말이 제게는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벼랑절벽에서 발견한 검계 머리띠를 본 차천수는 동이가 살아 있음을 알게 되고, 동이를 찾기 위해 포청에 들어오고, 동이를 만난 이후에는 호기심 많은 동이때문에 동이 뒷치닥거리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자고나면 사고치고, 사건을 물어오는 동이다 보니, 동이 걱정으로 다른 것에는 신경도 쓰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오작인으로 좌포청에 일자리를 얻더니, 뛰어난 무술실력으로 이제는 포청의 무관으로까지 턱 하니 안정적인 일자리까지 얻은 후로는 아예 동이 일에만 매달려 있습니다. 지금은 파직된 서용기를 따라 숙종의 비밀명, 동이를 찾는 일을 수행하느라 바쁘고요. 서종사관의 심복 중의 심복이 된 듯도 하니, 차천수와 서용기의 관계도 최효원과 서용기의 관계처럼 애매모호한 관계일 수 밖에 없을 듯합니다. 물론 차천수가 검계를 재조직한다면 말이지요.    
동이의 포스터를 보면 배수빈은 지진희와 함께 남자 주인공의 위세를 떨치며 멋지게 서있는데, 처음에는 동이와 숙종, 그리고 차천수가 삼각관계로 설정되었겠지만, 깨방정 숙종과 탐정동이 사이에 차천수가 낄 자리는 없어진 게 사실이죠. 삼각관계를 형성한다고 해도 차천수는 애정보다는 든든한 오라버니 역할이 더 어울릴 듯도 싶습니다. 숙종과 동이 커플이 너무 재미있다 보니 동이에게 차천수가 남자로서 들이대면 자칫 분위기가 어두워 질 수도 있고, 혼자 짝사랑의 열병만 앓다가 정리해야지 깔끔할 것도 싶습니다.

동이와의 러브라인은 물건너 갔다고 치더라도, 차천수의 정체성 자체는 찾아야 할 듯 싶은데, 솔직히 차기 검계 수장으로서의 차천수에 대한 드라마의 방향에 대해서는 감을 잡지 못하겠습니다. 검계라는 조직이 일종의 반 양반단체이고, 반 사회적, 반 신분단체인데 지금의 차천수의 모습은 오히려 양반이 된 듯 하니 말입니다. 차천수가 반 남인단체를 결성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반남인단체야 그보다 강력한 서인들이 있으니 이 또한 큰 해결책은 없어 보입니다.
또한 최효원에게 누명을 씌우고, 결과적으로 검계를  박살내 버린 오태석 일당에게 칼을 겨냥하기도 애매해져 버렸습니다. 복수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이니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검계라는 매력적인 단체도 드라마에서 서서히 종적을 감추고 있습니다. 차천수의 갈고 닦은 무술은 장희재 똘마니들을 혼내주거나, 장희재를 위협하는 것으로 드라마의 액션신이란 액션신은 모두 차천수가 감당하고 있을 뿐입니다.
동이가 표창에 맞고 의식을 잃어 평안도 의주 변가 집에 의탁할 때 차천수가 어찌어찌 동행했더라면, 차천수와 이뤄지지는 못하겠지만 러브라인도 살짝 만들어 줄 수 있었는데, 그것도 안되고 동이 곁에는 새로운 인물이 또 등장해서 차천수의 입지는 좁아져만 가고 있습니다. 심운택(김동윤)이라는 다소 괴이한 귀양선비가 등장했는데, 이 분 보니 동이와의 인연도 꽤 깊을 것 같고, 캐릭터도 숙종 못지 않게 허당기질도 있고, 유머감각마저 있는 것 같습니다. 비밀스런 구석도 많고요.
사씨남정기를 쓴 김만중이라는 이름을 숙종이 구체적으로 언급했으니 그 손자되는 김춘택이라는 인물은 아닌 것 같지만, 김춘택의 비슷한 인물로 묘사될 것 같네요. 김춘택은 사실 숙빈최씨와의 염문설이 나돌았던 인물로, 드라마에서 동이와 러브라인을 형성시키는 것은 동이의 이미지를 먹칠하는 것이기에 그쪽으로 연결지을 것 같지는 않겠지만요. 
드라마 동이는 코믹 애정사극으로서의 재미는 있지만, 깊이는 떨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장희빈과 동이의 대결구도가 밋밋해서 이기도 하지만, 천민의 왕 동이에 대한 깊이있는 재해석이 조금 부족한 듯 싶습니다. 저는 이부분을 차천수가 이끄는 검계가 해 줄 것이라 생각했고, 동이 역시 차천수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의 가르침도 되새기고, 훗날 영조를 사람을 귀히 여기는 인물로 교육시키는 어머니 상을 그려나갈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사람의 귀함은 그 신분에 있지 않고 귀한 마음에 있다는 최효원의 가르침을 동이가 영조에게도 가르치고, 그 귀함을 실천하는 사람이 차천수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차천수는 검계에 대한 것을 홀라당 잊저 버리고, 오로지 우리 동이만을 외치며, 밤이나 낮이나 주야장창 달리기만 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차천수가 검계를 새로 조직하든, 검계를 포기하고 동이의 경호원으로 평생 동이 곁을 지키겠다고 하든 뭔가 정리는 해야할 듯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차천수가 새롭게 인현왕후 복위를 위한 결사조직이나 꾸렸으면 싶네요. 인현왕후는 당시 득세를 부리던 남인에 대한 정치적인 저항의 상징이었고, 억압과 불의에 대항하는 민심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인물이었어요. 물론 작가의 몫이겠지만, 검계의 차기 수장으로서 차천수와 저항의 상징이었던 인현왕후, 그리고 천인의 왕 동이의 연결고리도 꽤 매력적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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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8 07:18




'꿈은 이루어진다' 어찌 되었든 장희빈이 오르고자 한 가장 높은 곳에 드디어 오르게 되었네요. 교태전의 주인, 중전의 자리, 한낱 이름없는 여인으로 살지 않겠다는 야망을 이룬 장희빈의 중전 책봉식은 그럼에도 검은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장희빈의 비리를 알고 있는 동이의 행적이 묘연하고, 동이가 살아있는 한 중전의 자리는 위태롭고 가시방석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생일에 후궁의 품계를 하사하고, 장악원 악공들을 불러 사랑의 세레나데 연주까지 들려주었던 임금이 중전 대례복을 입은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숙종의 마음은 온통 없어진 천나인 동이에 대한 생각뿐이거든요.

내수사 서고에 잠입해 장희빈의 비리가 적힌 결정적인 증험을 찾은 동이는 또다시 위험에 빠졌지요. 장희재가 보낸 자객들에 의해 쫓기는 동이입니다. 궁궐 치안상태가 엉망이군요.;; 여하튼 궁궐을 빠져나가 서용기와 동문수학했다는 사헌부 나으리집을 찾아 증험을 건네지만, 꼬리가 밟히고 말았어요. 애꿎은 사헌부 나리집 가솔들만 도륙당하게 만들었네요. 동이가 꼭 살아서 무고한 희생을 밝혀야 할텐데, 이래저래 동이가 알게 되는 장희재와 장희빈의 죄목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증험을 손에 쥐고 도망가지만 동이는 표창에 맞고 말지요. 동이가 가려는 곳은 능행을 나간 임금님의 행차길이에요. 쓰러지고 일어나고 구르고, 표창에 맞은 상처가 욱신거려도 참고 달리는 동이입니다.
동이가 사경을 헤매면서 숙종을 만나기 위해 풀숲에 쓰러져 있는 시각, 능행나갔던 숙종은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사냥도 즐기고 계십니다. 그런데 숙종의 사냥 목적이 딴데 있었나 봅니다. 번번히 사냥물을 놓치는 숙종을 보기 미안했는지 수행중이던 오윤이 그만하자는 말에도 고집을 부리시지요. "활이 이상한 것 아닌가?" 라며 괜히 연장탓도 해보고 말이지요. 숙종은 이번 사냥에서는 기필코 토끼라도 한 마리 잡아볼 참입니다. 토끼를 잡으면 토끼털로 동이에게 목도리나 하나 만들어 주고, 운좋게 사슴이라도 걸리면, 우훗! 꽃가죽신 당혜를 만들어 줄 생각입니다. "내 솜씨가 이래뵈도 날아가는 파리도 맞춘단다" 이런 풍도 좀 치면서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눈 먼 사슴 한마리가 숲에 앉아 있지요. 한 건 해 낸 숙종 만세까지 부르며 좋아 죽습니다. 한내관을 불러 "한양에서 제일 솜씨좋은 갖바치를 찾아서 사슴가죽으로 당혜(꽃가죽신)을 하나 지어올리라 하게" 라며 흡족해서 명을 내리지요. 상선영감 다 알면서도 모른척 시치미 뚝 떼고 물어보지요 "여인들이 신는 신 말입니까" 숙종은 급흥분해서 "내가 사슴을 잡았다고 하면, 어디서 그런 풍을 치느냐며 믿지 않을것이니, 신을 지어 주면서 내, 자랑을 좀 할려고 말이다" .
다시 확인사살 들어가시는 상선영감 왈, "그 당혜를 혹, 감찰부 천나인에게...?" 두 말하면 잔소리, 세 말하면 입 아프죠. "그래. 궐이고, 도성이고 하루종일 강아지 마냥 싸돌아 다니니 좋은 신이 필요할 게야". 그리고는 "꼭 곱고, 튼튼하게 지어 올리라 하게" 라고 강조, 또 강조하는 숙종이에요.
상선영감은 뭐가 그렇게 좋으신지 숙종보다 더 입이 귀에 걸려 웃네요. 대답도 우렁차게 "예"하시면서 말이지요. 지난 주에도 상선영감 빵빵 터뜨려 주셨는데, 진지하게 웃겨주시는 상선영감의 매력도 갈수록 더해 갑니다. 왕의 눈동자까지 읽어내는 최측근 내시이다 보니, 잘못 뽑으면 나라도 말아 먹는데, 상선영감 한내관은 숙종 마음을 잘 이해하고, 착한 듯 보여서 다행이에요. 유머감각까지 있으시고 말이지요.
그런데 동이에게 꽃신 안겨주며 으쓱 으쓱 자랑질 하려는 마음에 마음이 두둥실 떠있는 숙종에게 비보가 날아들지요. 내수사 서고가 홀라당 불에 타고, 그것을 감찰부 동이가 한 짓이라는 보고가 들어온 것이에요. 오태석은 한 술 더 떠 역모로 까지 몰고 가려고 합니다. 황급히 궁으로 환궁하니, 모든 것이 동이와 포청 서용기가 장희빈을 음해하려는 목적으로 폐비 인현왕후의 일을 들쑤시고 다녔다는 의금부의 보고까지 받게 되지요. 동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숙종이지만, 정황상 딱딱 맞는 보고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에 빠집니다.
답답한 마음에 서용기를 찾아가지만, 동이가 없어졌다는 날벼락을 접하고는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리는 숙종이에요. 장희빈이 대비시해와 폐비 음모의 배후라는 증험을 찾아 내고도, 숙종이 장희빈을 애지중지 하는 마음을 알기에 동이도 말씀드리지 못했을 거라는 말에 숙종은 더 할 말이 없습니다. 동이가 사라져 버렸다는 말은 장희빈이 배후자라는 말보다 숙종을 힘빠지게 합니다. 
장희빈의 처소를 찾아 진실을 알려 하지만, 장희빈은 오히려 중전 책봉도 다 물리라며 더 강하게 나옵니다. 모든 것이 자신의 부족한 탓이라며 현숙한 모습까지 보이니 숙종도 갈피를 잡지 못하지요. 장희빈에 대한 증험은 없고, 책봉식은 코 앞에 닥치고, 진퇴양난에 처한 숙종은 서종사관을 파직한다는 교지를 내리고 맙니다.
장희빈에게 "동이가 아무런 이유없이 너를 모함하려 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하지만, 장희빈은 한번도 전하를 속인 적이 없다고, 그것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이라고 말할 뿐이었어요. 숙종은 장희빈이 한 번도 자신을 속인 적이 없다는 말에 장희빈에 대한 믿음을 거두어 버립니다. 숙종이 아는 동이는 누가 표적이 되든 진실과 사실을 밝히는 것만이 가장 중요한 아이였어요. 아무 의심없이 뒷조사를 하고 다닐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장희빈의 강한 부정은 오히려 강한 긍정처럼 들려옵니다. 하지만 증험을 가지고 있는 동이가 없어져 버린 것을 숙종도, 장희빈도 알고 있기에 문책할 수도 없는 숙종이지요.
동이에 대한 걱정으로 숙종은 중전책봉식도 도살장에 끌려가는 듯 눈에 촛점을 잃은 모습이에요. 숙종은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싶습니다. 오랜 시간 믿어왔던 장희빈이 그토록 간교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고, 동이가 궁궐에 없다는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궁궐 어디에서인가 팔랑거리며, 강아지마냥 돌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은 숙종입니다. 장희빈이 간악한 흉계를 꾸몄든, 동이가 증험을 찾았든 말든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살아있는 풍산이만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장희빈의 중전 책봉식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머리 속에는 오로지 동이 생각뿐입니다. 능행 다녀오던 길, 아득히 멀리서 동이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습니다. 

숙종은 잠도 이루지못하고 대전에서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고민이 아니라 실은 동이에 대한 걱정으로 애가 타는 숙종이에요. 그런 숙종에게 상선영감이 당혜를 들고 오지요. 곱게 잘 만들어진 꽃신을 보니 동이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 숙종입니다. 어디에 있는지, 제발 살아만 있어달라고 빌고 또 비는 숙종입니다.  
그런데 숙종은 당혜의 의미를 알고 있었을까요? 당혜(꽃가죽신)는 청혼의 의사를 표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숨어 있어요. 숙종이 당혜를 주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몰랐을까 싶어요. 상선영감이 천나인에게 줄거냐고 활짝 웃는 것을 보면, 상선영감도 남자가 꽃신을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지요. 그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예쁘고,튼튼한 꽃신을 주겠다고 말했지만, 숙종의 마음 깊숙이 동이가 사랑으로 자리했나 봅니다. 숙종도 이런 기분은 처음이에요. 꽃신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도 처음이고, 남자다운 모습을 자랑하고 싶어지는 아이도 처음이에요.
임자잃은 꽃신을 어루만지는 숙종의 마음은 동이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으로 타들어 갑니다. 이제서야 숙종은 자신의 마음을 알기 시작합니다. 해맑게 웃는 동이 그 아이의 눈을 마주하면, 왜 웃음이 나고, 마음이 편하고, 까닭없이 즐거워졌는지를요. 그것이 은혜하는 마음, 사랑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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