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신애'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0.01.12 '하이킥' 황혼의 로맨스 순재-자옥커플, 무엇이 문제인가? (31)
  2. 2010.01.02 '하이킥' 세경-준혁 러브라인, 아직은 이르다 (30)
  3. 2009.12.31 'MBC연기대상' 여왕이자 엄마였던 고현정, 아름다웠다 (53)
  4. 2009.11.14 '지붕뚫고 하이킥' 해리가 심술꾸러기가 된 이유 (27)
  5. 2009.10.24 '지붕뚫고 하이킥' 잊고싶은 기억 vs 잃어버린 기억 (39)
2010.01.12 07:01




지붕뚫고 하이킥을 보면서 언젠가는 한 번 꼭 끄집어 내고 싶은 부분이 황혼의 재혼이었어요. 그동안 순재옹와 자옥선생의 로맨스를 지켜보면서, 어느 에피소드에서는 그들의 결합을 찬성하는 입장이었고,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반대하고 싶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결합은 하되 그 방법과 절차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사실 황혼기에 홀로 된 어른들의 재혼이 드문 경우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능력이 있고, 건강한 경우라면 축하할 일이지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여요.
하지만 이 문제가 당장 내 가족의 문제라면 선뜻 찬성하기도, 반대하기도 난감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85화 다이아몬드 반지 분실 에피소드에서 보여준 현경의 태도에서 보여지듯이 말이지요. 시트콤이라는 특성상 순재옹과 자옥선생의 로맨스는 웃음도 있고,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지붕뚫고 하이킥의 순재-자옥커플이 봉착한 현주소인 셈이지요. 노인의 재혼에 대해 심도깊은 문제점들을 다루자면 한도 끝도 없기에. 여기서는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보여주는 단편적인 문제를 통해 순재옹으로 대변되는 황혼의 재혼에 말하고자 합니다.
이번 85화에서 현경이 순재옹이 테이블에 놓아둔 다이아몬드 반지를 감추면서 벌어진 에피소드는 순재옹의 재혼이 넘어야 할 가장 큰 벽이 가족임을 보여 주었어요. 식사 중에 순재옹이 '봄이 오기전에 자옥씨랑 합치겠다' 하자, 현경은 '어디 한 번 잘 해 보라'며 입이 나옵니다. 순재옹은 자옥선생에게 정식으로 프로포즈를 하려고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서 집에 옵니다.
그런데 순재옹이 반지를 테이블위에 올려 두고 화장실에 다녀 온 사이 감쪽같이 반지가 증발해 버렸어요. 때 마침 불청객인 도둑고양이가 순재네 거실에 있다가 도망쳐 버리지요. 보석은 고양이를 의심하고 추적에 나서고, 세경은 집안을 이잡듯이 샅샅이 뒤지는데, 반지의 행방은 오리무중입니다.

보석과 세경이 반지를 찾기 위해 추리수사에 들어갔지요. 보석은 도독고양이를 의심하고 마취총, 적외선 쌍안경까지 마련하고, 고양이를 생포하기 위해 마당에 잠복합니다. 실수로 마취총에 맞아 잠이 들고 말았던 보석이었지요. 다행히 동태는 안 되었나 봅니다. 다음날 아침 부스럭거리며 일어났으니까요. 황소 뒷걸음 치다 고양이 잡은 격으로 고양이를 생포한 보석은 지하에 고양이를 가두지요. 고양이 응가에 분명 반지가 있을 거라 생각한 거죠.  
세경은 세경대로 롤러받침까지 이용해 거실 구석구석을 누비며 반지를 찾는데, 현관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사건발생 당일 분명히 비가 왔고, 그 시각 외출하던 현경이 부츠를 신고 나갔는데 부츠가 아닌 구두에 물이 묻어 있었던 거죠. 구두에 대해 현경에게 물어보지만 현경은 자기를 의심하느냐고 잡아떼지요. 하지만 세경의 예리한 눈을 속이기는 어렵지요.
물증을 확보한 세경은 현경의 말에 심증을 굳힙니다. 현경이 말실수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먹인거죠. 세경은 그저 잃어버린 반지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을 뿐인데 말이에요. 물증에 심증까지 나오자 현경이 범인이라 확신한 세경이 순재옹에게 말하려는 순간, 보석의 목소리가 들렸지요. "반지 찾았어요!"  보석이 반지를 들고 오는데 마치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한 듯한 모습입니다. 반지는 보석의 날카로운(?) 추리대로 고양이 응가에 있었던 거죠. 사실은 세경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현경이 감춘 반지를 응가 속에  다시 넣어 두었던 것이었고요. 현경의 완전범죄는 성공(?)하고, 보석은 "네가 최고다!" 라는 순재옹의 칭찬까지 받고 일단 사건은 종결되었지요.
그런데 순재옹의 재혼은 이제부터 더욱 거센 난관에 부딪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요, 문제의 핵심은 순재옹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반대하는 현경, 암묵적 찬성 혹은 무관심 입장인 지훈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지만요. 제가 순재옹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데에는 순재옹의 고집불통이고, 독선적이며 심지어 대화단절병까지 있는 그 캐릭터 때문이에요. 어떻게든 자옥과 현경 두 사람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순재옹의 방법은 순서가 틀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순재옹은 식사 중에 마치 내일 모레 장에 다녀오겠다는 듯이 봄에 자옥씨랑 합친다고 공개적으로 재혼의사를 밝혔는데요, 아무리 재혼이고 나이 지긋해서 올린다고 하지만 이는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인륜지대사를 떠나 새어머니를 맞는다는 것은 가족관계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자옥이 가방하나 싸서 들어오는 그런 의미없는 이사는 아니지요. 사람이 들어오는 것, 그것도 가족으로 들어온다는 것인데, 가족으로 받아들일 의사가 없는 현경에게는 현재로서는 달갑지 않은 이사일 뿐입니다. 문제는 순재옹이 현경이 자옥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 내지는 이해시키는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는 거예요.
현경이라고 아버지의 고적함을 모를리 없지요. 순재에게는 상처 후 매일밤이 독수공방 기나긴 동짓밤이었음을 현경도 알 거에요.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은 둘째치더라도, 현경에게는 마음에 있는 어머니의 자리가 크지요. 아마 현경이 자식을 키우는 엄마이기에 친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이 더 할 거에요.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 외에도 새어머니를 맞는다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점도 크지요. 물론 하이킥에서는 자옥선생이 혼자이고, 교감선생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에 경제적으로도 여유있지만, 만약 그런 조건이 없다면 아마 반대는 더 심할 겁니다. 가족간의 정도 끈끈하지 못한데 혹이라도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뜬다면, 차후 문제가 복잡해지지요. 이런 문제까지 안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나이든 노년의 재혼에 문제가 많은 것이겠고요. 여기서는 물론 이런 문제까지 말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시트콤일 뿐이니까요. 

제머리 깎는 순재옹, 무엇이 문제인가?
그럼 순재옹이 방법적으로 가족들에게 무엇을 잘못하고 있을까요? 순재옹의 문제는 자식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현경에게는 솔직히 어머니가 필요없는 상황이에요. 단지 살아계셨으면 좋겠지만요. 그런데 새어머니가 들어온다면 집안분위기며, 가족관계며 여러가지로 복잡할 뿐이지요. 그래서 자옥선생과는 그저 여자친구로 지냈으면 하는 거고요.
하지만 순재옹은 다르지요. 늦사랑에 빠진 순재옹에게는 애인이 아니라 아내가 필요합니다. 방에 한 사람만 더 있어도 얼마나 훈훈해지는데요. 옆에 누군가가 함께 있다는 것으로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누구나 경험해 봤을 거에요. 밤에 이부자리 깔고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고, 등 긁어주는 마누라라는 이런 고리타분한 말이 아니더라도 말이에요.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평생 한 사람과 백년해로하면 그야말로 좋겠지요. 하지만 피치못하게 헤어지는 경우도 있고, 한사람을 먼저 보내기도 하고, 이런 게 인력으로는 안되는 일이지요. 사실 순재옹 방이 등이 시리게 춥겠어요. 마음이 시린 거지요.
순재옹은 이런 자신의 마음을 가족들에게 열어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순재옹이 현경이나 보석, 그리고 지훈에게 적어도 자신의 사랑에 대한 이해는 시켜야 한다고 봐요. 하지만 순재옹은 왜 자옥과 재혼하고 싶고, 자옥의 어떤 점이 좋고, 두 사람의 노후에 대해 어떤 설계를 하고 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그저 새어머니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라, 그리고 껄끄러워 하는 현경과 자옥이 친해지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에요. 물론 같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고, 인간적으로 친해질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새어머니로 들어온다는 것과 친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예요.
지붕뜷고 하이킥을 보면 순재네 가정이 정상은 아니지요. 가족들 모두 제각각에 개성도 강하고, 독단적이고요. 요즘 보기 드물게 3대가 사는 집인데도 이 집에는 꼭 있어야 할 사람이 없습니다. 집안의 어머니라는 존재지요. 남자같이 털털하고 그다지 포용력도 없어 보이는 현경은 사사건건 아버지에게 막말(?)하고, 남편까지도 무시하고, 아이들에게는 다소 무관심하기 까지 합니다. 현경이 실질적으로 어머니 역할을 해야 함에도 어머니로서도, 아내로서도, 누나로서도 그다지 높은 점수는 받지 못할 거에요. 아버지 순재옹도 집의 가장으로서 온화함보다는 명령적이고, 권위적이지요. 
이슬공주 자옥선생이 잘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순재옹의 집에 윤활류가 될 사람이 어머니라는 존재지요.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순재옹의 재혼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순재옹에게 필요한 아내와 이 집에 꼭 필요한 어머니를 재혼이라는 설정을 통해 한 지점에서 만나게 하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부딪칠 수 밖에 없는 가족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이 바로 순재와 자옥의 재혼이고, 궁극적으로는 가족의 화합을 담고자 하는 것이지요. 
순재옹의 재혼선언이 씁쓸했던 이유는 마치 중이 제머리 깎는 듯한 순재옹의 밀어부치기 태도때문이에요. 본인의 재혼이지만 가족들이 아직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과연 잘하신 걸까요? 순재옹은 재혼에 앞서 자식의 마음을 헤아리고, 가족에게 자신에게 아내라는 동반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먼저 이해시켰어야 했다고 봅니다. 아버지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아마 현경, 보석, 지훈이 앞장 서서 순재옹 재혼을 서둘러 줄 것입니다. 자식 눈치 보지 않는 순재옹의 당당한 그레이 로맨스를 응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들의 축복이 전제가 되어야 함에도, 제 머리 스스로 깎으려는 듯한 순재옹의 모습이 과히 보기 좋지 않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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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2 07:07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지요. 지붕뚫고 하이킥은 이런 작은 인연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의 에피소드 엮음이에요. 신년 특집으로 방송된 지붕뚫고 하이킥은 지훈-정음-준혁-세경의 만남부터 엇갈린 사랑까지 애정라인에 대한 1차 정리편이었어요. 하이킥의 연인들이라는 부제까지 친절하게 붙여주었지요.

인연의 시작
첫장면은 지훈과 세경이 만나게 된 계기, 즉 지훈을 소매치기로 오해하고 벌어진 사건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 되는 듯 지훈과 세경은 다시 주유소에서 만나게 되지요. 세경이 지훈 얼굴에 주유기를 들이대는 불상사로부터 세경이 지훈의 차 대신 자동세차장에 들어가게 된 일까지 세경의 험난한 서울살이가 예고되었지요. 지훈과 다시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나고 세경의 잃어버린 운동화 한짝이 결국을 세경을 순재네집 가사도우미로 취직하게 된 계기가 됩니다. 
사랑니와 함께 시작된 세경의 지훈에 대한 짝사랑은 인형의 꿈과 같이 세경의 첫사랑으로 끝날 것이 예고되기도 했지요. 사랑니를 뽑을 때 세경이 흘리던 눈물은 세경의 마음에서 들어내야 할 감정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사랑니를 뽑던 날은 세경이에게는 힘들었던 날이었으니까요. 비오던 날 지훈이 주었던 노란 우산을 돌려주고, 지훈의 여자후배와 지훈의 대화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초라해지던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던 날이었으니까요.  
지훈과 정음의 만남 역시 썩 예쁜 모습은 아니었지요. 지름신이 강림해서 구두를 사버린 정음이 카드값을 벌기 위해 시작한게 준혁의 과외였으니까요. 지훈과 정음은 키스 사건 이전까지는 개와 고양이와 같은 사이었어요. 만나면 으르렁대는 정음, 무심하고 야속해 보이는 지훈의 줄다리기는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을 끊임없이 들게 했지요. 솔직히 저는 지훈-세경라인을 응원하고 있었기에 애써 부인하고 싶었지만요. 하지만 이제는 반쯤 지지자로 돌아섰어요. 정음의 건강하고 발랄한 매력이 사랑스러워서 말이지요. 

시작된 사랑, 엇갈린 인연
두 사람은 결정적으로 키스사건 이후 공식적인 연인관계로 발전하게 되었어요. 물론 지훈이 정음을 여자친구로 공식선언하게 된 경위는 정음의 유학뻥카 소동에 있었지만요.
그리고 지난 연말 방송 가족오략관편에서 세경과 준혁의 러브라인이 시작될 것 같은 복선이 있었는데요, 바로 색종이 입에서 입으로 옮기기 게임에서 였지요. 준혁이 색종이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아주 살짝 뽀뽀를 하게 돼버린 두 사람의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사랑의 감정까지 발전하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신년특집 하이킥의 연인들을 보니 그런 느낌을 더 강하게 전달받았어요.
준혁이 세경을 좋아하는 과정을 준혁과 세경의 에피소드들에서도 정리되었는데요, 우뢰매가 마지막으로 본 영화였다는 세경을 위해 지훈이 뮤지컬을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같은 날 준혁과 정음도 뮤지컬을 함께 보러가리로 했지요. 엘리베이터 고장 사고로 지훈과 정음은 엘리베이터에 갇혀 버리고, 준혁과 세경이 뮤지컬 1부를 둘만 보게 됩니다. 
뮤지컬 에피소드에서부터 네 사람의 엇갈린 작대기는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각각 다른 사람과 보러 왔지만, 엘리베이터에 갇혀 지훈의 폐소공포증을 보고 손을 잡아 준 정음, 즐거운 뮤지컬을 보면서도 아빠생각에 우는 세경의 아픔을 알아버린 준혁, 자신에게는 누나라고 불러주지도 않고 불량학생들에게 곤욕을 치를 때마다 짠 하고 나타나 구해주는 준혁에게 알쏭달쏭한 감정이 생기기 시작한 정음, 지훈을 보면 쿵쾅거리는 세경, 마음을 알 수 없는 차가운(?) 무심남 지훈의 꼬리잡기 사랑이 말이지요.
동시에 꼬리를 잡은 지훈과 정음은 공식 커플이 되었지만, 아직 세경과 준혁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막 이제 설레임이 시작되고 있는 듯해요. 준혁은 벌써부터 시작했지만 아직 세경은 아니지요.

세경-준혁,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세경과 준혁을 보며 저는 두 사람의 러브라인 본격화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해요. 준혁이 그냥 보면 너무 멋지지요. 잘생겼고, 세경이를 항상 챙겨주고, 마치 부드러운 솜사탕같은 남자이니 누군들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에요. 하지만 세경은 그렇지 못해요. 세경은 진지하고 순수하고 고집스러울 정도로 변함이 없는 사람이에요.
지훈의 마음이 정음에게 가버렸지만, 그래서 세경에게 세상은 넓고 남자도 많다고 지난 글에서 말해줬지만, 세경의 마음이 한 순간에 식어버리지는 않을 것 같아요. 세경이 많이 아픈 게 정말 싫지만, 극중 세경의 캐릭터는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광고 문구처럼 쉽게 변하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지훈의 뒷모습만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세경이 많이 아프고 힘들겠지만, 갑자기 준혁에게 마음을 주는 것도 시청자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아요.
세경이의 남자로 준혁이가 받아들여 지기 위해서는 준혁이 우선 어른이 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해요. 세경에 대한 마음은 청소년기 선생님을 바라보는 순수한 소년의 마음일 수도 있고, 아직은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세경에 대한 순수한 동정심일 수도 있어요.
세경에게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필요해요. 지훈에 대한 마음을 아직 정리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준혁에게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극중 세경이라는 캐릭터와는 맞지 않거든요. 세경이의 지훈에 대한 마음정리에 준혁의 관심과 사랑이 동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준혁의 짝사랑이 세경의 마음을 정리하게 하는 방법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세경이가 스스로 당당하게 선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요. 지훈에게 쉽사리 다가서지 못했던 것은 은연중에 세경을 힘들게 하는 컴플렉스가 컸기 때문일 수 있어요. 주인집 아들에다 의사라는 번듯한 직업에 비하면 식모살이 하는 자신과 중졸이라는 학력은 세경으로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이지요. 다만 세경을 세경답게 지켜주는 것은 남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살아가려는 자립심과 자존심이에요. 또한 동생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감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세경이와 준혁에게는 아직까지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세경은 검정고시 준비도 해야 하고, 준혁이 역시 고등학생에 불과하니까요. 개인적인 바램이지만' 2년 후' 이런 식으로 하이킥이 빠르게 가버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준혁과 세경의 러브라인을 위해서 말이에요. 준혁이 대학생이 되어 있거나 세경도 고등하교 검정고시 합격하고 다시 대학 준비를 하면서, 세경이 당당한 자신감으로 설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준혁이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책임감을 배우는 진짜 남자가 되어 간다면, 세경과 준혁의 러브라인을 확실하게 지지해 주고 싶어요. 사랑은 솜사탕처럼 늘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도 아니고, 세상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감과 상대방에 대한 책임감 역시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사랑을 시작하기에는 시간이 이른 것 같지만 세경이도 준혁이도, 그리고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지훈과 정음도 성숙해 가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준혁과 세경의 러브라인에는 사실 거쳐야 할 난관들이 많지요. 그래서 준혁의 마음이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어요. 준혁의 마음이 세경을 향해 어떻게 움직이고, 세경이 또한 준혁이 마음을 알아채 가는 과정이 하이킥의 또 다른 재미겠지만, 두 사람이 그 과정에서 많이 아프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현실이라면 힘든 점이 더 많겠지만, 드라마에서는 준혁이 세경을 좋아해주는 게 참 많이 고마워요. 세경이를 누군가가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 것만으로도 세경에게는 힘이 되니까요. 새로 시작된 경인년, 올해는 누구보다 세경자매의 얼굴에 웃음꽃이 많이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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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1 07:17




여왕다운 고현정의 호탕한 대상 수상소감 - 여왕이자 엄마였고 진정 아름다웠다
연말 최고의 관심사는 MBC연기대상의 대상을 받을 주인공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상의 영예는 선덕여왕 미실의 고현정에게 돌아갔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고, 왕좌의 자리가 아깝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연기대상 시상식을 앞두고 최대 관심사는 고현정이 시상식에 참가할 것인지 아닌지부터 이슈가 되었습니다.
고현정은 데뷔 이래 한번도 시상식 행사에는 나타나지 않아 MBC로서는 고민이 컸다는 것도 사실이지요. 세간에 고현정이 참석하지 않으면 김남주와 이요원이 수상을 하게 될 것이다라는 추측들도 있었는데요, 고현정측이 참석을 통고함으로써 대상을 탈 것은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지요. 선덕여왕은 11개부문에서 상을 휩쓸면서 2009년 최고의 드라마였음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연기대상 시상식 진행자였던 이휘재씨와 천명공주 박예진씨가 선덕여왕팀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박예진이 춘추 유승호에게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만나는 아들이라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천명공주의 죽음 이후에 유승호가 등장했으니 처음 상봉하는 모자 상견장이더라고요. 이제 18살되는 유승호를 보면서도 설레인다는 박예진의 멘트처럼, 멋진 모습으로 연기대상에 참석한 유승호군은 알천랑 이승효와 함께 남자 신인상을 수상했지요. 선덕여왕이 끝나자 시원하다는 김유신의 엄태웅은 머리를 깎아서 시원하다면서 웃어 보였는데요, 그동안 과묵한 김유신의 표정과는 사뭇 대조적인 표정의 웃음이라 잠시 엄태웅에게 저렇게 소탈스러운 표정도 있었나 싶더라고요. 그만큼 김유신의 우직한 모습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고현정은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고, 평소에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휘재씨에게도 "미친 것 아냐?"라는 다소 과격한 농담까지 건네기도 했는데요, 평소 친한 이휘재의 진지한 표정에 대한 멘트였던 것 같은데, 급수습하는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대상 수상후보를 발표하는 순간에는 "고현정씨, 어려 보일려고 얼굴에 바람 넣는 것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이휘재가 재치있게 복수도 해주면서 웃음도 주었지요.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에게 던지는 농담이었지만, 호탕한 고현정의 모습이었습니다. 
명실공히 국민드라마로 사랑받았던 선덕여왕을 사랑받게 한 주인공은 미실이었습니다. 미실이라는 인물은 고현정으로서는 처음으로 도전하는 악역이었고, 또한 첫 사극출연이라는 것으로도 고현정에게는 시험무대였을 겁니다. 그리고 50부에서 미실의 죽음으로 하차할 때까지 고현정은 미실=고현정으로 혼신을 다한 연기를 보여주었지요. 미실의 하차로 선덕여왕을 시청하는 재미가 없어졌다는 허탈감까지 느끼게 했으니까요. 고현정은 미실이라는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으로 안방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미실에 빠져들게 했었습니다. 고현정은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는 미실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고, 아름다운 여배우로 자리를 빛내 줄 뿐이었어요.     

연기대상 수상 소감으로 "아이들이 보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장면에서는 같은 엄마인 입장에서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 1부에서 아역상을 수상한 전민서양이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장면에서,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고 있던 고현정의 표정이 잠깐 어두워지는 듯 했습니다. 이혼 후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엄마로서의 그리움을 감추지는 못하나 보다싶어서 마음 한켠이 찡해졌어요. 아주 잠시 잡힌 장면이었지만, 화려한 대스타이기 전에 엄마일 수 밖에 없는 모습이더군요.
이혼이라는 상처보다는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엄마로서의 그녀의 아픔을 감출기는 힘들었을 거에요. 그래서인지 대상 수상소감을 짧게 끝내 버리는 고현정에게 이휘재가 더 길게 말해달라는 주문에도, 고현정은 상투적인 인사는 못하고 말더라고요. 울고 싶지 않았겠지요. 고현정은 엄마로서 자랑스러운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한다는 것이 나타났어요.
언젠가 고현정이 강호동의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했던 말이 겹쳐지더라고요. 아이들을 만나지는 못하지만 엄마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지켜봐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했었는데, 고현정의 무대에서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순간 고현정씨에게 말해주고 싶더군요. "고현정씨, 무대에서의 엄마 모습을 아이들이 지켜 봤다면, 정말 엄마 고현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겁니다" 라고요. 선덕여왕의 미실과 함께 한 시간들이 행복했고, 고현정의 대상 수상에 기뻤던 순간이었습니다.
연기대상 수상식에 나선 고현정은 꾸밈이 없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시상식을 봐왔지만 대상 발표 순간에 고현정처럼 호탕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은 처음 본 것같아요. 다소곳하게 일어나 인사를 할 거라 생각했는데,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옆자리에 앉아있던 김남길과 벌떡 일어나 하이파이브를 하더라고요. 
고현정의 수상소감 역시 고현정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었던 것 같아요. 사실 시상식에 참석하면서 대상을 수상하게 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고현정은 평소 소탈한 그녀답게 수상소감도 준비하지 않은, 그저 즉석에서 나오는 생각 그대로를 말할 뿐이었어요. 혹자는 준비하지 않은 고현정의 자세에 대해 뭐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 모습 그대로 좋았습니다. 아이들 생각에 울고 싶지 않고, 어색한 무대에서 가식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 자체가 좋았어요. 연기대상을 수상한 고현정은 2009년 최고의 배우였고 여왕다웠고, 그리고 엄마로서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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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4 14:17




지붕뚫고 하이킥 47화를 보면서 해리가 불쌍하면서도 정서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리는 단순히 못된 아이, 욕심많은 아이가 아니라 환경적으로 문제가 많은 아이에요. 해리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아주 강한 아이지요. 세상의 중심이 자기라고 생각하는, 그래서 자기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서슴없이 못된 일을 하는 그런 아이지요. 물론 지금은 아이이기 때문에 대인관계나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겠지만, 아마 지금처럼 자란다면 친구관계도 원만하지 않을 뿐더러 사회생활에도 문제가 많을 그런 아이에요.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신애, 해리 두 아역 캐릭터는 가족의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아이들 인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47화 방송을 보면서 해리가 왜 심술꾸러기 못된 아이로 자랐는지, 그 이유는 해리의 가정환경에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47화는 신애없는 하루를 보내는 해리의 행동에 관한 에피소드였지요.
학교에서 해리가 그린 그림을 똥이라고 말한 짝꿍 팔뚝을 물어 버립니다. 신애가 집에 와서 고자질을 할까봐 걱정되었던 해리는 신애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담임선생님이 현경에게 전화를 하는 바람에 알려지게 되었지요. 물론 해리는 늘 그랬듯이 머리통을 쥐어 박히고 엉덩이도 맞아야 했지요. 해리는 신애가 고자질을 했다고 오해를 하고 신애에게 앙갚음을 해주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어요. 그런데 신애는 아버지가 떠나버려 울적해 있었지요. 주말에 인나 아버지의 별장에 놀러 가기로 한 줄리엔이 신애를 함께 데리고 갔지요.
세경에게서 신애가 다음날에 돌아온다는 말을 들은 해리는 이 후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인형놀이를 해도 재미가 없고, 아빠가 놀아주겠다고 해도 시큰둥하기만 합니다. 심지어는 식탐마저 사라지져 칼국수도 안 먹겠다고 젓가락을 던지고 나가버렸지요. 친구들이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전화해도 안간다고 합니다. 해리의 머리속은 온통 신애 생각밖에는 없지요. 문소리만 들려도 신애인줄 알고 달려가고, 심지어는 헛것이 보기도 합니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계단에 앉아 신애를 기다리기 까지 하지요. 세경이 신애가 오후 쯤에나 올 것라는 말을 들은 해리는 왜 그렇게 늦게 오는 거냐며 화를 냅니다.
밖으로 나간 해리는 줄리엔 차에서 내리는 신애를 보고 짧은 순간 너무나 예쁜 웃음을 지었는데, 금세 처키처럼 돌변해서 "야, 이 빵꾸 똥꾸야! 어디갔다 이제 오는 거야" 라며 예전의 해리로 돌아가 버렸지요.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뭐 말도 안되는 궤변으로 신애에게 화를 내는 상황으로 이어졌겠지요.
그런데 이번 에피소드를 보면서 저는 왜 해리가 못된 아이로 성장할 수 밖에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어요. 해리가 심술꾸러기 미운 처키인형처럼 못된 아이로 자란 이유는 가족들의 무관심과 가정 환경에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해리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가정에서 자라고 있지요. 가족들이 해리에게 관심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대가족 사이에서 해리는 이보다 더이상 못될 수 없는 행동을 보여줍니다.
해리가 그렇게 못된 아이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들 중 누구도 해리의 눈높이에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거에요. 해리는 현경과 보석의 늦둥이 딸이에요. 회사 CEO인 할아버지,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 함께 놀기에는 너무 터울이 큰 고등학생 오빠, 집에 자주 들어오지 못하는 의사 삼촌은 해리에게는 함께 기거하는 가족구성원들일뿐이지요. 해리의 눈높이에서 보자면 말이지요. 현경과 보석은 나름대로 부모로서 해리에게 사랑과 관심을 많이 쏟아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해리의 눈높이에 있지 않다는 거에요.
해리가 어렸을 때 아마 가족들은 해리에게 폭발적인 애정공세를 보여주었을 지도 모릅니다.  대개 위의 형제와 터울이 큰 늦둥이를 본 가정이라면 늦둥이가 얼마나 예쁜지 이해되실 거에요. 웃는 모습은 천사가 따로 없고, 화내는 모습도, 떼쓰는 모습까지도 귀여워 보이기도 하지요. 제 아는 분 중에는 "응가" 까지도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는 집도 있더라고요. 애정결핍도 아이의 성장에 문제를 끼치지만 과도한 애정도 사실 아이 인격형성에 해가 될 수도 있어요. 애정이 지나쳐서 잘못하다가는 "오냐, 오냐" 가 돼버릴 수도 있거든요. 아마 해리도 어느 순간부터 그런 아이로 변해 갔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다가 해리가 스스로 앞가림도 하고, 친구들도 생기고, 학교에 다니면서 어느 순간 가족들은 해리에 대한 관심도 적어졌을 거구요.
모든 늦둥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늦둥이들에게서 보여지는 비슷한 성향이 있어요. 혼자 크는 아이에게서 많이 보여지는데 독점욕과 소유욕이 형제들이 있는 아이들보다 강하다는 거에요. 해리가 "다 내꺼야" 하는 이유도 이런 독점욕과 소유욕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아마 해리는 어렸을 떄 부터 모든 것이 자기 것인 아이였을 거에요. 다 큰 오빠 준혁이가 인형을 달라고 조르지도 않었을 거고, 장난감을 서로 내꺼라고 싸울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해리의 집에서는 해리의 눈높이에 맞는 모든 물건들의 주인은 해리였을 거에요. 그래서 해리는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하고, 함께 가지고 노는 법을 집에서는 배우지 못했겠지요. 준혁이나 삼촌 지훈이 인형을 달라고 해리와 싸우지도 않았을 거고, 설사 있었더라도 어린 애하고 싸우는 것도 우습고 모양새 빠지는 일이니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그래, 너 가져라" 무심히 말을 했던 경우가 다반사였을 거고요. 
그런데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자라왔던 해리에게 낯선 침입자, 경쟁자가 나타납니다. 동갑내기인 신애의 출현이었지요. 이때부터 해리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됩니다. '내것을 저 아이에게 빼앗길 지도 몰라. 내 것을 지켜 해". 이런 생각이 강해졌겠지요. 그런데 신애는 착하고 예의 바른 모범생이기 까지 합니다. 어리광 부리고, 떼쓰기 잘하고, 욕심꾸러기 해리와는 당연히 비교되지요. 가족들도 그런 자기와 비교하며 신애를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일테고고요. 해리가 공격과 방어에 강해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요.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아동심리지만 해리는 아직 어린아이잖아요.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절제보다는 욕심에 길들여져 있는 그런 아이라는 것이지요. 

해리가 신애를 공격하는 방법은 신애보다 많이 가지고 있는 것, 잘난 것들을 자랑하는 것이에요. 가난뱅이 식모 동생이라고 놀리는 것이나 많은 장난감들을 자랑하는 것들 대부분이 이런 심리변화에서 나온 일종의 자기 과시욕이라고 할 수 있을 거에요. 
이번 방송을 보면서 해리가 왜 못된 아이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 몇가지 생각을 하다보니 해리라는 아이가 결코 과장된 캐릭터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신애와 해리, 특히 해리같은 아이는 단순히 시트콤에서 만들어진 아이들은 아니에요. 우리 주변에서, 아니 가까이 우리 가정에서도 볼 수 있는 그런 아이들일 수 있어요.
한편으로는 해리도 착한 아이, 사랑받는 아이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도 엿보여서 좋았어요. 하루종일 신애를 기다리는 해리를 보면서 해리는 화풀이 대상이 아니라 자기 눈높이에 있는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잠깐이었지만 돌아온 신애를 보며 웃음을 지었던 해리에게 필요한 것은 눈높이 사랑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부족함없이 풍족한 해리지만, 해리의 눈높이에 맞는 관심을 가져주는 하는 가족이 없다는 것에 해리가 불쌍하고 안스럽더군요. 아마도 눈높이 친구 신애를 통해서 해리는 많이 변하게 되겠지요. 자기 것을 나눌 줄 아는 그런 아이로 말이에요. 해리는 화풀이 하려고 신애를 기다린 것만은 아닐 거에요. 아마 함께 놀고 싶은 친구 신애를 기다리는 마음이 더 컸을 거에요. 해리네 집에서 해리만큼 외로운 아이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신애를 보고 좋아하는 해리의 웃음에서 착한 해리의 희망이 아주 많이 보여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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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06:54




지붕뚫고 하이킥 32화는 기억에 관한 에피소드였어요. 이번회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세호와 해리에요. 두 사람은 공통적인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사랑 받지 못한다는.,. 세호는 짝사랑으로 아픈 소년이고, 해리는 사랑을 몰라서 아픈 여자아이지요. 기억을 소재로 보여 준 이번회는 기억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역설적인 아픔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세호와 해리의 기억에 대한 짧고 긴 고민:
세호(옷장속):  "어둡고 좁은 옷장 속을 들어온 지 세 시간째다. 겨우 이곳을 벗어났다고 생각했었는데, 겨우 잊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되돌리지 말았어야 할 기억을 나는 되돌리고 말았다"
해리(책상앞): "정말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과연 그 애(신애)와 친구일까? 모르겠다. 잃어버린 내 기억들을 완전히 되돌리고 싶다. 처음처럼".

세호와 해리의 기억에 대한 고민은 3일이라는 시간차가 있어요. 세호의 벽장 속 생각은 3일 후의 것이고 해리의 책상 앞 장면은 3일전 장면이지요.
3일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세호와 해리에게 일어난 일로 거슬러 가보지요.

기억하지 말아야 할 기억<세호편>
#1 (타이핑)
과외를 온 정음이 과 조교로부터 레포트 파일이 열리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는다. 정음에게는 한시간의 여유밖에 없다. 파일을 삭제해 버린 정음은 출력해 둔 레포트를 다시 타이핑해서 한 시간 안에 과 사무실로 보내야 한다. 독수리타법의 느려터진 정음에게 20페이지 분량의 레포트를 한 시간 안에 타이핑해서 보낼 수 있는 가능성은?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즉 불가능하다. 그런 정음을 본 세호는 정음의 레포트를 대신 타이핑해 주고 정음은 시간내에 전송을 성공한다. 적어도 F학점은 아닐 거다.
고마운 마음에 정음은 세호 어깨를 주물러 준다. 어깨를 주물러 주는 말랑말랑한 정음의 손길에 세호는 다시 누나와 여자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세호 마음 속의 천사와 악마의 유혹이 재 가동된다. 누나로 대하면서 정음과 겨우 친해지고 편해졌는데 여자로 보면 안돼~~~ 1라운드 천사 승

#2 (떡볶이)
마트에서 양손 가득 장을 보고 오는 정음은 중간에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지훈과 만나게 된다. 반바퀴만 더 돌면 되겠다며 데려다 달라는 정음에게 시크도도한 지훈은 해리가 다쳐서 집에 빨리 가야한다며 슝~가버린다. 섭섭한 정음앞에 뿅하고 나타난 세호는 정음의 짐을 받아 집까지 들어다 준다. 세호의 도움이 고마웠던 정음은 떡볶이를 만들어 세호 입에 넣어주는데, 이런 저런 떡볶이 고추장이 입가에 묻어버렸네~
정음이 고운 손으로 새호의 입가를 닦아주는데 세호의 마음이 다시 흔들린다. 저주스런 천사와 악마의 유혹. 하지만 역시 편한 관계를 택해야 해~~~~ 2라운드 천사 승

#3 (도배)
방분위기를 바꾸려고 정음은 가구랑 짐을 몽땅 마당에 내놓고 도배를 하기로 한다. 물론 강수오빠가 도와주기로 했다. 그런데 강수는 뷔페 쿠폰 두 장이 있다는 인나의 전화를 받고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도망가 버린다. 이를 어째. 일은 벌여놨는데...혼자하기는 도저히 힘들 것 같은 정음은 생각없이 세호에게 도와달라는 전화를 한다. 한걸음에 달려 온 세호 살판났다. 전문가 뺨치는 수준으로 도배를 하는 세호에게 "너 진짜 볼매다(볼 수록 매력있다)"라며 마음을 다시 흔든다. 다시 시작되는 천사와 악마의 속삭임, "대시해" vs "아니야. 이제 겨우 누나랑 편해졌잖아"
정신차려 이 친구야~~~ 근사하게 도배가 된 방을 보고 정음은 고맙다며 세호를 와락 안아준다. 
천사? 저리 비켜~~~3라운드 악마 승
정음을 좋아하는 마음이 사실 악마의 유혹은 아니에요. 세호가 정음을 누나로 보자고 결심하며 그렇게 스스로에게 단정지었을 뿐이지요.

#4 (외전 - 따귀)
세호: 누나, 저...(머뭇머뭇) 사실 나, 누나 사랑해...
(키스를 시도하는 세호)
정음: (세호를 메주 패듯 밀치며) 짝! 이게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게, 너 지금 뭐하는 짓이여! 나가!!!
세호: 오마이갓! 내가 지금 뭔 짓을 한 거야!!! 신이시여, 제발 시간을 돌려주시옵소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까요?


잃어버린 기억 <해리편>
#1 (분풀이)
숙제장에 "참 잘했어요"를 받아 온 신애와 "분발하세요"를 받아온 해리. 엄마 현경에게 혼나고 화간 난 해리가 화풀이 할 곳은 역시 만만한 신애밖에 없다. 넌 내 밥이야, 이 똥꾸 빵꾸야!!!
숙제를 하고 있던 신애를 보니 화가 더 치밀어 오르고 치고 받고 싸움질...

#2 (부상)
미니홈피에 사진 올려두었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은 해리는 컴퓨터를 하기 위해 쪽구멍으로 들어가다 마침 나오는 오빠 준혁과 머리를 부딪친다. 이런, 이번에는 충격이 꽤 컸다. 해리가 해리성 기억상실증에 걸려버렸다. 쉬운 말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분만 잠재적으로 기억을 봉인해 버린다는 부분 기억상실증이다. 해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은 세경과 신애 두사람에 대한 기억...

#3 (착한 해리)
해리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해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른께 존대말하고, 착하고 이해심 많고 친구에게 자기 물건도 마구마구 퍼주는 착한 공주가 돼버렸다. 누구보다 사이가 좋아진 사람은 신애다. 신애와 블럭쌓기 놀이도 하고 해리가 가진 장난감들도 주고 천사가 따로 없다.
그런데 이 불쾌한 기억은 뭐지? 해리 머리 속에 떠오르는 "빵...꾸...." 이런 단어들... 아! 도저히 해리 머리 속은 뒤죽박죽 연결이 안된다.

#4 (돌아온 기억)
신애 방에 해리가 준 장남감이 한가득하다. 언니 세경에게 해리가 다 준거라며 다 내꺼라고 했어.. 하는데 이때 신애방을 들어 온 해리의 기억을 깨우는 말, "다 내꺼야!!!"
해리는 신애에게 주었던 장난감을 다 빼앗아 가며 집이 떠나가라 소리지른다. "다 내꺼야!!!" 해리의 3일공주 시간이 막을 내린 순간이었다.

장난감을 안고 들어 가는 해리와 밖에서 돌아 온(도배를 마치고) 세호가 잠시 한장면에 잡히고 세호는 옷장속으로 자신을 걸어 잠그기 위해 들어 간다. 벌써 세시간째 옷장 속에 들어가 있지만 세호에게 거꾸로 가는 시간이란 없다. 그래도 세호는 옷장 속에서 외친다."신이시여! 시간을 3일전으로 돌려주소서"

참 재미있지요? 세호와 해리의 기억에 관한 에피소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과 기억해야 할 것에 대한 것이에요. 세호가 기억하고 싶지않은 기억이란 정음을 짝사랑하는 마음이었지요. 그런데 악마와 정음의 의도하지 않은 유혹에 세호는 넘어가 지금 창피함에 옷장 속으로 숨었지요.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으로요. 
그런데 해리는 어찌보면 역설적인 기억이에요. 해리는 기억을 잃은 3일간이 정말 행복하고 착해보였어요. 3일공주로 끝난 해리의 기억상실증이지만, 해리가 착한 아이이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에게는, 아니 누구보다 신애에게는 영원히 기억을 찾지 말기를 바랬을지도 모를테지요.

저는 지붕뚫고 하이킥 이번회를 보면서 우리가 기억하는 삶의 편린들이 얼마나 부질없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봤어요. 가끔은 기억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동아줄처럼 잡고 살아가는 피곤한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기억들을 깊은 잠재의식 속에 꽁꽁 묶어두고 있지는 않는지...
세호의 마음은 비록 깨지고 다치더라도 한번쯤 내보여도 좋을 기억들일지 몰라요. 누군가에게 끌리는 마음을 감추기가 사실 쉽지는 않지요. 세호가 옷장으로 들어가는 것은 다시 마음을 닫겠다는 것, 즉 마음을 봉인하겠다는 의미지만, 그래도 저는 세호가 옷장을 열고 다시 나와 주길 바라고 있어요. 나이차가 나더라도 한번쯤은 용기를 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해리가 잃어버린 기억은 반대로 영원히 기억하지 말았으면 했어요. 물론 해리가 기억을 못해 버리면 시트콤이 재미없겠지만요. 해리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했던 짧은 3일간 친구 신애의 사랑을 받았고, 가족들에게도 다른 해리의 모습으로 기쁨을 주었어요. 너무 달라져서 의아해 했지만, 심술쟁이 해리를 바라는 가족은 없을테니까요. 그런데도 해리는 기억을 잃었던 3일 동안 얼마나 자신이 사랑 받았는지를 깨닫지 못해요. 시간이 좀 지나면 해리도 알게 될까요? 기억을 잃은 3일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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