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그 후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12.12.20 '신의' 사라진 아스피린통, 미완으로 남긴 천혈의 과제 (225)
  2. 2012.12.10 '신의 20회(재)' 전하! 일어나십시오, 무릎을 세우십시오 (258)
  3. 2012.12.04 '신의 16회(재)' 검을 들 수가 없어서 안되겠습니다 (170)
  4. 2012.12.03 '신의 15회(재)' 대체 그 옥새 누가 준 겁니까? (216)
  5. 2012.12.01 '신의 14회(재)' 알고 싶은 것... 지금도 너무 많습니다 (172)
2012.12.20 09:08




신의를 재리뷰까지 하게 만든 마지막회, 해피엔딩이라고 하기엔 구멍이 숭숭 뜷린 마무리입니다. 재리뷰를 통해 그 구멍이 메꿔질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지난 23회 리뷰를 통해 검은 내려놨으니 아주 쬐금 홀가분합니다.

천혈을 말하면서 예전에 망할놈의 천혈이라고 답답함을 하소연한 적이 있었는데, 여전히 제겐 망할 놈의 천혈입니다. 이게요, 머리에서는 뱅뱅 돌면서 정리가 되는 듯 하다가 다시 또 짚어보면 꼬이고 꼬여서 지들끼리 매듭까지 묶고 노니까 정말 안풀려요. 오늘 글이 꽤 길어질 것 같은데 글을 두개로 발행할까 어쩔까 쓰면서 결정하겠습니다.

 

천혈에 대해 어제 살짝 한 발자국을 내딛으면서 아스피린에 대한 재해석으로 생각거리 하나를 던져봤습니다. 사실 23회 리뷰 원래 제목은 "제 손은 이상없습니다. 검이 무거울 뿐"이었는데 신의와의 이별(?)을 향해 달리는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을 때가 된 듯해서 "검을 놓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로 저를 위한 제목을 붙였습니다. 

23회 글을 날려버려서 급히 쓰다보니 중요한 대목을 빠뜨린 게 있더라고요. "제 손은 이상없습니다, 검이 무거울뿐", 공민왕에게 했던 말이죠. 기철의 칼을 두동강 내고는 또 같은 말을 했죠. "말했잖아, 무거운 검이라고". 여기서 눈치채셨나요? 그동안은 검이 무거워졌다는 말로 최영의 손떨림을 연결해 왔는데 확실하게 달라졌죠.

무거워졌다는 것은 최영의 심리상태가 투영된 것인데, 검이 무거울 뿐이라고 별개로 놓고 봤다는 점입니다. 최영의 검의 각성을 보여주는 단 한 글자의 들고 남의 차이가 이해되시죠? 이런 점이 송작가의 장점이기도 한데 간과하면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쉬워서 우리가 이렇게 신의를 파헤쳐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은수의 아스피린 이야기를 꺼내면서 상비약이라는 말을 했죠. 그곳 세상에서는 두통이 심해 늘 먹던 약이었는데 왜 그 분은 고려에 와서 그토록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도 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이게 어제글의 제 발제였습니다. 천혈로 들어가는...

천혈은 지금도 정리가 잘안되는 부분이라 어제 임자팬의 댓글에도 말씀드렸는데 그동안 천혈에 대해 정리해 왔던 것들을 그냥 던져놓으려고요. 수우언니님께서 정리를 잘 해주실 겁니다^^.

아래 질문들은 그동안 천혈을 정리하면서 제가 제게 던졌던 질문들입니다.

 

질문 1

은수야, 넌 누구니? 뜬금없지만 천혈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은수의 타임슬립 포함) 갑자기 매희라는 인물을 끌어와보고 싶더군요. 은수가 그랬지요. "누군가 그랬다. 간절함은 인연을 만들고 기억만이 그 순간을 이루게 한대", 제가 주목한 부분은 누군가가 누군가였습니다. 누군가가 매희는 아닐까... 자신의 죽음으로 7년을 잠을 자면서 죽음만을 향해 가는 최영을 보는 죽은 매희의 심정이 어땠을까? 살리고 싶지 않을까? 판타지 장르니 이런 상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은수의 양희은 성대모사 대사가 오버랩되더군요. "너 누구니?", 순간 은수에게 제가 물었습니다. 은수야 너 누구니? 혹 매희니?

 

질문 2

왜 하필 이분이었을까? 처음 은수를 보고 눈을 떼지 못했던 그 순간, 혹 은수에게서 매희를 봤던 것은 아니었을까? 얼굴, 생김새, 하늘여인 은수가 매희와는 어떤 연관도 없었기에 최영은 매희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매희에 대한 기억이 은수에게 눈을 고정하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아니면 혹 저세상에서도 최영을 걱정하는 매희가 은수에게로 이끌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도 난 이렇게 생각하고 싶어. 100년 전의 미래 은수(현재의 고려에서 보면 과거)가 보내고 있던 간절한 그리움이 만든 순간의 기억이라고... 

 

질문 3

은수야, 너 대체 타임슬립을 몇번이나 한거니? 연도로 표기할 수 있는 타임슬립말고 영적인(의식) 타임슬립 말이다! 너의 두통이 혹 과거 최영의 죽음을 몇번씩이나 본 후유증은 아니었니? 잊어버리고 싶은 방어기제, 그래서 그토록 매력적인 남자(우린 정말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도 황홀하겠구만)를 보고도 덜컹하지 않은 거니? 이 부분은 제가 한 번 했던 질문입니다.

 

질문 4

은수 너는 그곳에서 무슨 짓을 한거니? 네가 그곳에 있으면서 바꿔버린 역사는 무엇이니? 그 시작이 어디였니? 무엇을 바로 잡기 위해 그토록 간절한 거니? 혹 그때의 일이 계속적으로 최영을 죽음의 위기에 몰아 넣었던 거니? 그래서 그 사람을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널 1351년 고려에 남으라고 한 거니?  

 

질문 5

현대의 은수, 천혈에 들어가기 10일 전 점을 보러갔던 너는 과거에 타임슬립을 했던 적은 혹 없었니? 있었는데 기억이 지워진 거니?

넌 천혈에 들어가기 전에도 이미 고려 속에 있었던 사람이야. 왜냐? 고려는 1251년이 되었든 1351년이 되었든 현대 2012년의 과거니까. 그니까 그 점쟁이 아저씨 말대로 넌 그사람(최영)을 이미 만났었던 거였어. 기억이 지워졌을 뿐.

 

질문 6

은수 넌 대체 왜 천혈이 열리는 시간을 계산하고 기록했던 거니? 흑점폭발과 관련한 고려의 자료들은 어디서 구했니? 고려의 천문도감 이런 것을 찾기 위해 중앙도서관이라도 털었던 거니? 언제? 아니라면 넌 천재!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가자. 

 

근데 너의 천혈계산 다이어리때문에 결국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기철이 그렇게 하늘세상을 포기하지 못하게 해서 널 위험하게 했고, 미래의 은수 네가 그 시간을 계산했던 다이어리를 은수(최영의 곁에 있던 은수)가 풀어버려서 결국은 그날 천혈까지 가게 된 것은 아니었냐고?

만약 남겨두지 않았다면 그날 넌 천혈로 향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그리되었다면 영과의 오랜 이별도 없었을텐데.... 왜 남겨뒀니? 천혈이 열리는 것을 계산했던 처음 마음은 그거였겠지. 죽어가는 그 사람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그런데 그 때가 언제였던 거니? 꿈속에서 봤던 영의 죽은 모습을 봤을 때? 아님 노국공주의 죽음으로 영의 마음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돌아간 이후? 여하튼 미래의 은수 넌 왜 그 다이어리를 남겼던 거니? 다이어리로 빚어진 모든 일들을 알고 갔던 네가...

(**제가 은수의 타임슬립과 천혈에서 꽉 막힌 부분이 여기였어요. 미래의 은수가 천혈시간 다이어리를 없애버렸다면 그곳에 가지 않아도 되었을 듯해서). 

 

결론은 이렇게 내렸어. 천혈을 계산하고 있던 너와 필름통을 남겨둔 너는 다른 미래였다고. 현재의 은수가 달라지고 있듯이 미래의 은수 너도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있었다고... 처음에는 평행이론인가 싶어서 공부를 했더니 평행이론에서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없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블랙홀 화이트홀을 공부하느라 또 머리털을 쥐어뜯어야 했다. 그리고 난 결국 이해하지 못했다. 

 

질문 7

기철을 천혈이 거부한 이유는 무엇때문인가? 믿음이 약해서? 맞아. 넌 믿음이 부족했어. 넌 의선을 계속적으로 의심하기를 반복했지. 한마디로 귀가 얇은 놈. 공민왕이 하늘사람이 아니라는 말에 은수를 의심했고, 덕흥군에게도 계속 휘둘리기만 했지. 은수가 맥을 짚어보자는데도 넌 믿지않은 사람한테 몸을 맡길 수 없다고 거부했지.

최영과 은수를 생각해 보자. 우선 천혈이 열리자 최영은 어떻게 들어가는지 방법에 대한 생각이나 고민도 없이 그냥 들어갔지. 천혈 앞에서 은수가 어떻게 가느냐고 테스트 해봤냐고 의심했을 때 최영은 이렇게 말했지. "그냥 들어가시면 됩니다". 

은수는 첫번째 천혈로 들어가지 못했어. 의선을 붙잡아 두라는 조일신때문에 최영이 붙잡기도 했지만, 최영이 붙잡지 않았어도 왠지 은수를 천혈이 거부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단 말이지.

은수가 최영을 믿고 나서는 어떻게 변했지? 기철이 물었을 때 은수는 "그냥 가면 되는데요" 라고 대답하게 됐지. 은수는 두번째 타임슬립을 할 때(서울에서 100년전 고려로 갔을때) 그냥 갔어. 처음 테스트는 해봤냐고, 부작용은 없는 거냐고 최영에게 물었던 것과는 달리 그냥... 

 

그리고 기철 너의 욕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심이 천혈이 널 거부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라고. 최영을 우리가 흔히 어떻게 말하지?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 빙고! 한마디로 줄이면 욕심없는 사람이라는 뜻이지. 은수는 어떨까? 덕흥군이 왕비자리에 앉혀준다는데도 NO했지. 강남에서 자기 이름 걸고 성형외과 개원하고 돈많은 남자 만나고 싶다는 속물 은수였는데 말이다.

 

기철이 주는 온갖 호의호식할 수 있는 특혜도 다 거절한 은수였지. 서울, 24시간 뜨거운 물이 나오고 수세식 변기에 자동차, 돈이 좀 궁하기는 하지만 아무런 불편없이 살던 네가 고추가루 들어간 김치도, 감자도, 부모님도 없는 고려를 택했잖아. 최영이라는 남자 딱 하나보고서...

최영과 은수, 욕심없는 사람들은 천혈을 통과했지만(과거 화타가 그랬듯이) 기철은 욕심이 너무 많아. 천국에 들어가는 것을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는 것 만큼 어렵다고 하잖아. 마음이 가난한 자여, 그대가 곧 천국이니라 라는 말도 생각나고...

 

질문 8

기철을 거부한 천혈, 왜 그랬을까? 천혈은 주인이 따로 있는 것 같아. 1회에서 화타가 들어간 천혈에 병사가 밀려나가는 것 기억하지. 그게 기철의 모습같이 보여. 기철은 천혈이 열려도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을 1회부터 암시했던 거였어.  

첫번째 천혈은 최영의 천혈이었고, 두 번째 즉 마지막회 죽어가는 최영을 두고 들어간 천혈은 은수의 천혈이 아니었을까? 천혈은 주인이 선택한 사람만이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최영이 은수를 선택했기에 은수는 현대에서 고려로 올 수 있었지만, 기철은 은수의 천혈에 들어가지 못했지. 은수가 기철은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천혈이 기철을 거부한 이유를 마지막회에 쓰겠다고 했는데 질문 7.8로 대신합니다.

 

질문 9

그런데 은수는 1351년 고려로 가지 못하고 100년전의 고려로 가게 되었지. 왜였을까?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부족해서? 아니면 믿음이 부족해서? 답은 은수 네가 말했어. 믿음의 부족.

자, 은수가 의료기구와 약품들을 챙겨서 봉은사 앞에 섰을때 은수의 행동을 살펴보자고. 뒤를 돌아보지? 높다란 빌딩들, 휘황찬란한 서울의 불빛들을 한 번 돌아보는 은수, 그 순간 아주 잠깐이나마 은수는 미련이 생기지 않았을까? 부모님도 계신 자기세상에 대한... 그 때 잠깐의 망설임으로 천혈은 100년전의 고려로 은수를 데려가 버린 것은 아닐까? 

또한 은수의 마음에 이런 의심이 들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 진짜 그 사람에게 갈 수 있는 걸까?

그래서 100년 전의 은수는 이런 말을 하지. 난 이제 믿는 것이 제일 쉽다. 그 사람이 살았을 거라고 믿는다. 절대적인 믿음, 한치의 의심도 없이 천혈이 반드시 열릴 것이라고, 그 사람 곁에 갈 수 있을 거라는 은수의 강한 믿음은 예정에 없는 천혈 하나를 만들 정도의 강했던 거야.

100년전 고려에서 갑자기 현대로 왔다가 사라지는 은수, 그리고 1355년 공민왕 5년의 고려로 돌아오게 만든 것이지. 은수의 간절함, 마지막에 아주 잠깐 나온 천혈은 반드시 돌아갈 수 있다는 은수의 믿음이 만든 기적이 아닐까?

(6,7,8,9는 천혈과 은수의 타임슬립에 대한 제 정리입니다) 

이 외에도 무수한 질문들을 제게 던지고 답하고 그랬습니다. 천혈을 이해하기 위해 시공간 4차원 그래프를 찾아보고 블랙홀 공부도 좀 해봤는데,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지가 않으니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포기! 시간 아까워! 이거 본방때도 했던 짓인데 그 때 학습했던 것들이 하나도 남아있지가 않더라고요. 평행이론, 양자물리학, 블랙홀, 웜홀, 화이트홀 등등이 개념조차도 정립이 어렵고...여튼 그래서 이쪽 파트는 전 완전히 손 놓습니다.

 

은수의 질문- 많고 많은 의사중에 왜 하필 나였냐고?

난 그렇게 생각해. 네가 고려에 가서 어떤 일을 했건 그것이 널 더이상 현대라는 시간대에 머물 수 없게 한 거라고. 네가 그곳에서 한 일들이 고려의 역사가 돼버렸으니 너는 고려의 역사 일부로 살아야 해. 단사관에게도 넌 그랬잖아,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이 내 시대"라고. 그래서 너의 타임슬립이 필요했던 거야. 그래도 제발 역사스포는 하지 말아줘. 그냥 최영만 바라보고 살아. 더 뭘 바랄게 있겠어? 평생 갖겠다는 남자, 평생 지켜주겠다는 남자 최영곁인데... 나라면 그것만으로도 배부르고 행복할 것 같아현대의학이 아닌 한의학으로 사람들, 부상병들 치료도 해주면서...

 

미래의 은수와 현재(고려의 은수)는 서로 영향을 받으며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미래의 은수가 남긴 다이어리와 필름통 편지로 인해 공민왕 시대의 은수가 선택을 달리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100년전 과거로 돌아간 미래의 은수 역시 다른 단서를 남기며 은수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죠. 모든 것이 최영을 살리기 위함, 그리고 은수를 그 사람곁에 남게 하려는 것에 귀결됩니다.  

지금의 은수에게는 미래이지만 시간적으로는 과거인 이 모순된 시간개념때문에 많은 부분이 혼란스러웠지만, 전 딱 하나만 보고 싶습니다. 최영을 살리려는 은수의 사랑, 그 사람 곁에 남겠다는 은수의 간절한 바람, 그것이 홀로 남겨진 최영을 살게 하고 긴 시간을 담담하게 기다릴 수 있게 했다고 말이죠.

 

여기서 제작진의 치명적이 실수로 천혈과 은수의 타임슬립이 최영을 살리기 위함이었다는 것의 의미를 퇴색시켜버리고 말았습니다. 죽어가는 최영의 손에 잡힌 100년전의 은수가 국화꽃을 꽂아 심어둔 아스피린통이 사라져 버린 것이죠. 은수가 돌아오고 있다는, 최영을 찾아 헤매고 있다는 최영에게 보낸 편지였는데 고걸 없애버리다니... 

 

***여담: 건축학을 하는 딸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초록엄마: 너는 과거-현재-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니?

딸: 집이라고 생각해요. 집을 지으려면 기초공사를 해야 하는데 그게 과거가 되고요, 집을 지으면 그 집은 현재가 되죠. 입주를 해서 현재를 살면서 우린 그 안에서 미래를 만들어 가잖아요. 집 하나에 과거 현재 미래가 다 있는 것이죠. 그게 역사겠죠? 탁상에 놓인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보이게 늘어놓은 우리 가족사진들처럼요. 그리고 그 옆에는 계속해서 미래가 놓여지겠죠. 내 자식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라든가...

초록엄마: 오호~

딸: 어머니, 그만 최영에게서 나오시죠.

초록엄마: 난 그게 잘 안될 것같다. 최영과 은수가 우리 곁 어딘가에 있는 것 같아서...

 

미완으로 남긴 천혈

 

본방리뷰에서 천혈의 드라마 외적인 의미를 정리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한 지점이 있을 것이고, 천혈은 지금도 열려있을지 모른다고요. 중요한 것은 미래의 은수가 과거의 은수에게 자기처럼 후회를 남기지 않게 선택하라는 당부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치열하게 열심히 살면서 미래의 후회로 남게 하지 말자는 것이 작가의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많고 많은 인물중에 작가가 고려의 마지막 무사, 마지막 영웅 최영을 끄집어 낸 것도, 그의 우직한 믿음과 충정(저는 고려에 대한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과 대화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재리뷰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습니다. 과거의 역사는 단지 기록된 활자가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의 우리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죠. 고려를 택한 은수, 하루가 되더라도 치열하게 사랑하며 사는 은수, 은수로 인해 삶을 택한 최영이라는 인물과 함께 만든 역사는, 단절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와도 연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과거는 현재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오늘과 한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어느 한 지점이니까요. 미래로 이어지는... 

때문에 천혈은 미완일 수 밖에 없고 늘 언제나 열려있는 것은 아닐까요? 굳이 신의가 아니더라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만나는 과거의 인물들이나 사건을 기록의 역사가 아니라, 그들의 삶의 자취를 따라가보는 작업을 하는 이유도, 넓게는 천혈을 통해 과거와 대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은수의 타임슬립이 혼재된 시간대를 오간 것도 과거-현재-미래가 독립된 시공간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는 시공간이기 때문은 아닌가 싶고요. 부모님의 영상이 담긴 프로젝터를 세번째 유물로 작가가 은수에게 선물한 이유도, 은수에게는 과거가 돼버린 현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더군요. 

우리의 숙제는 내가 살고 있는 현재가 미래의 후회가 되지 않도록 오늘을 열심히 사랑하며 사는 것! 이를 고려를 택한 은수와 최영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통해 배워봅니다. 과거는 죽어있는 기록이 아니라 살아있다는 것,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처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문 천혈을 통해 오늘의 우리를 돌아보고 바로새김을 하는 것, 천혈의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5년... 기대, 희망을 걸 수 있을까... 역사는 어떻게 쓰여지게 될까... 잠시 무미건조해지는 생각들... 그 분이 미완으로 남긴 뒷부분을 써가길 기대했던 마음 한귀퉁이가 무너지는 느낌... 마음 한켠에 걸려있었던 노란 소국...아버지 시대의 역사가 해결해 주지 못한 것, 지켜주지 못한 것이 시티헌터 이윤성의 몸 여기저기 남겨진 흉터들인 것 같아서 마음에 상흔 몇개씩이 얹혀졌는데, 그 상흔이 반복되지 않기를...

 

***천혈은 임자팬들과 함께 정리하고 싶어서, 두서없이 정리된 제 생각들을 그냥 신의병동에 던져놓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서 24회 마지막회 내용리뷰는 따로 올리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일찍 결정내렸으면 글 하나 먼저 발행했을텐데, 다른 일(?) 신경쓰며 쓰다보니 시간이 늦어버렸네요(지금은 한국시간 밤).

그리고 이렇게 건조한 글 속에 마지막 은수와 최영의 재회를 담고 싶지가 않네요... 임자팬들을 더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더 좋을 듯도 싶고.... 이별을 향해 가는 발걸음이 무겁고 늦추고만 싶은 마음이 애증처럼 교차하고 있어서. 

 

***제 질문 한 두 가지 선택하셔서 의견을 남겨주시면 감사.

***오늘의 숙제는 왜 은수는 그날 최영에게 돌아가지 못했을까에 대한 답 하나씩 만들어서 올려보기. 글에서는 은수의 믿음과 잠깐의 망설임(미련)때문이라고 쓰기는 했지만, 천혈이 주는 일종의 관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습니다. 

공민왕 자신이 받아야 하는 건데 의선과 최영만 힘들게 했다고 하자, 노국공주가 이리 말하지요. "그 분 하늘사람이라서 이 곳에 남으면 안되기에 하늘이 시련을 주시는 것일까요?". 은수에게는 1년의 시간을, 최영에게는 4년의 기다림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사랑의 댓가를 치르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는 바로 돌아왔으면 은수와 최영이 꽁냥꽁냥하느라 최영이 압록강 이북 8참을 수복하러 전쟁길에 나서고 싶었겠어요?라는 농담을 던져봅니다ㅎㅎ  

그리고 전요, 마지막회 하도 미련이 남아서 객잔의 침상에 누워있던 영과 은수를 보면서 이불은 왜 덮고 있었을까를 생각하며 많은 시간을 버렸습니닷!! ㅎㅎ

 

***천혈에 대해서는 수우언니님께서 정리해 주시기로 하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제 가장 무거운 짐이었거든요. 재리뷰를 이 때문에 망설였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필히 수우언니님의 천혈리뷰 댓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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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0 16:04




글쓰기 싫습니다. 또 헝클어졌습니다... 재리뷰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이 부분이 가장 두려웠는데 결국 또...이렇게 되는군요. 본방을 보면서도 타임슬립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골머리를 써서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서 재리뷰에서는 그 부분은 무시하고 가겠다고 했는데, 다시 발목을 잡히고 말았습니다.

최영의 검에 대한 각성과 타임슬립은 재리뷰를 하게 된 이유의 하나이면서 제 숙제이기도 했습니다. 재 리뷰를 통해 정리를 해가면서 임자팬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나름대로는 정리가 되고 풀릴 줄 알았는데 여전히 반복되는 딜레마...   

왜 은수에게는 덜컹의 감정이 보이지 않았을까? 지금 이후의 은수에게는 이미 경험했던 감정이고(편지를 발견하기 전으로부터의 미래, 은수가 궁으로 들어가면서 없어져버린 미래를 포함한), 그 잠재적 기억으로 인해 방어기제로 작용했을 거라는 것, 충분히 이해는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제 딜레마는 또 의문생성을 반복합니다. 은수에게는 잠재적으로 있는 것이, 왜 최영에게는 항상 처음처럼이었을까? 함께 겪었을 것인데... 최영에게는 왜 은수에게는 있는 잠재적 기억이 없는 것일까? 왜??

이러다가 혼자 또 정리를 했습니다. 은수는 마음이 죽어가는 그 사람을 보지 않기 위해 잠재적 기억이 최영에게 향하는 감정을 막았던 것이고, 'Only 은수 is my Everything'인 대장에게는 은수를 지켜주겠다는 마음, 은수를 곁에 두고 싶은 마음만 반복했던 것이라고...

 

여기서 타임슬립을 끝내버렸으면 저도 혼란에 빠지지 않았을 겁니다, 왜냐면 필름통의 편지가 발견된 후의 은수에게는 앞으로의 모든 일들이 현재가 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절 또 혼란스럽게 해버린 것이 마지막회 화타의 유물들을 챙겨오는 은수였습니다. 

필름통을 남긴 은수와 고려에서 헤매고 다니는 은수는 다른 기억을 가진 은수인건가? 미래의 은수도 현재의 은수로 인해 바뀜이 반복되고 있었다는 것인가? 이 혼란이 제작진의 치명적인 실수인 없애버린 국화꽃 필름통때문에 비롯된 것인가? 아... 진짜 머리 뒤죽박죽, 대장!!! 내 머리도 좀 빗겨줘요ㅠㅠ 이해력 부족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니 여기서 꽉 막혀 진도가 안나가요. 

 

아...망할놈의 타임슬립!!!  

난 너를 버리겠다. 임자팬들이 가르쳐 주겠지. 저에게 득도의 가르침을 하사하소서^^

 

본방때 19회까지는 은수라는 캐릭터에는 애정을 주지 못했어요. 들쑥날쑥한 감정을 읽기가 힘이 들었거든요. 최영의 좋아하는 마음이 절절해도 그저 멍, 그래서 이 캐릭터를 애정하기가 힘들었죠. 그러나 대장이 좋아하니까...

그리고 20회에 들어서부터 온전히 은수를 애정하게 되었죠. 대장이 좋아하는 은수가 아니라, 마지막 날이 되더라도 최영을 선택하는 은수를 말이죠. 처음으로 예뻤거든요. 존경스럽기 까지... 그래서 필름통에 입을 맞추는 은수를 보며 눈물을 왈칵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이 드라마 진짜 불친절한 드라마였어요!! 왜 다시봐야 보이게 풀어갔는지 정말이지 이해가 안됩니다.  

 

"믿습니다. 임자가 말하니까"

 

******

"나는 그 사람과 함께 했던 길들을 다시 걷고 있어. 그날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해. 여기라면 100년 뒤의 네가 발견해 줄 수 있을까? 그런 기적을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소망이 남아서 이렇게 후회를 남겨. 수백번 다시 생각해 봤어. 그날 우리가 궁으로 돌아갔으면 어땠을까? 그럼 우리의 왕비님은 살 수 있었고, 임금님도 무너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모든 것을 안고 마음이 죽어가던 그 사람을 지켜보지 않아도 되었을까? 다시 그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그 사람을 안고, 그 사람의 웃는 눈을 볼 수만 있다면, 단 하루라도 그럴수있다면...

나처럼 도망치지마 은수야, 비록 그것이 너의 마지막 날이 되더라도".

******

 

현상금 사냥꾼을 처리하고 돌아오니 그 분의 표정이 이상하다. 큰 충격을 받은 듯 힘이 하나도 없는 모습, 혹 아픈 것일까. 비충독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일까. 애타는 내게 그냥 안아달라고만 한다. 밑도 끝도 없이 주상과 왕비마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괜찮겠냐고 묻는 그 분, 무슨 얘기를 들은 거냐고 정색을 하니 내 얼굴을 감싸고 근심이 한가득이다. "이 분 어떡해...". 그 때는 몰랐다, 나를, 내 마음을 지켜주려 했음을... 

무턱대고 궁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그분, 왕비마마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한다. 이상한 통속에 든 편지에 적혀있었다고... "믿습니다, 임자가 말하니까", 그랬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그 분을 믿고 있었다. 그래서 겁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가질 수 없는 하늘여인인 것만 같아서.

 

전쟁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고 마을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내 마음처럼. 그래도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 그 분을 돌려보내는 것이 내겐 먼저였다. 여전히 마음이 편치않다. 편하지 않는 내 얼굴을 보고는 자꾸 궁으로 돌아가라고 고집이다. 언제나 이기지 못하는 말싸움, 날 꼼짝 못하게 만든다. 

"왜 그렇게 보채요! 그렇게 보내는게 급한가? 그렇게 빨리 보내버리고 싶어요?", 결국 아무 말도 못했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화내는 그 분때문에 안절부절, 그 분이 화내고, 그 분이 우는 것, 나는 세상에서 그것이 가장 무섭다. 

 

"검을 쓰는데 망설임이 생겼다는 말 들으면 내 맘은 어떤데?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무사인 이사람 망가진 거야? 그래서 임금님한테서 떠난다는 거냐고. 말로만 지켜준대, 내 목숨말고 내 마음도 지켜주라고!".

"그래서 내가"... '임자 마음 편하게, 나때문에 더 힘들지 말라고 보내려는 거 몰라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이제 겨우 생겼는데...", 가슴이 두근, 좋았다.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말에... 그래서 더더욱 그 분을 두고 갈 수가 없는 궁.

 

수상한 기운, 고수다! 피를 봐야 한다는 예감. 얼치기 한놈 살짝 베어놓고 자리를 이동했다. "여기서 하지, 저 분 안보는데서", 도대체 그 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성질이 있는대로 뻗쳐서 잠시 긴장을 잃었다. 어깨를 스치는 놈의 검, 죽이기 싫었다. 그 놈도 누군가의 명으로 움직이고 있었을 테지, 검에 목숨 걸지 말라고 부탁을 해본다. "그냥 내빼면 안되겠냐". 다행이다. 검에 피를 묻히지 않았다.   

내 몸 이곳저곳을 훑어보는 그 분, 어깨의 검상을 발견하고는 이내 얼굴을 찡그린다. 나 때문에 화나고 걱정하는 그 분, '임자, 이래서 임자를 보내려는 겁니다. 임자 마음 자꾸 아프게 하기 싫어서, 임자 마음 편하라고'.

"내가 궁으로 돌아갈 때까지 계속 그렇게 화를 낼 겁니까?", 알면서도 물어본다. 돌아가 확인해 보겠다는 말에 그제서야 웃는다. 혹이나 궁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을 돌릴까 왜 서둘러 궁을 나왔는지 말할 수밖에 없었다. 원사신이 원하는 것이 공개처형을 하는 것이라고...

그래도 가겠단다. 그래도 나와 함께 가겠다고 한다. "임자 잡히지 않게 놔두지 않을 겁니다". 그 분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분의 마음이... 그래서 더 떨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닐까봐서, 혼자만의 생각일까봐서...

'왕비마마가 납치되었다'. 이거였구나, 왕비마마의 위험과 무너지는 전하, 그 분이 말한 것이... 덕흥군을 만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그 분, 독에 그렇게 당하고도 또, 정말 미치겠다. 그 분의 그 미친 생각이 날 돌게 한다. 전하를 떠난 내가 어떻게 뵐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꺾지 못했다. 포기를 모르는 분.

 

전하! 무릎을 세우십시오

 

내 눈을 바로보지 못하는 주상,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주상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울고 있는 어린 왕, 뭔가를 해보겠다고 의지를 보였던 왕, 진정한 왕이 돼보겠다고 원의 옷을 벗어버린 왕, 그런 왕이 무너지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내 모습이기도 했으리라. 그 분을 보낸 후의 내 모습...

탁자에서 떨어진 뭔가를 집겠다고 무릎을 꿇고 망연자실 앉아있는 주상, 누구 앞에서도 무릎을 꿇어서는 안되는 주상이 무릎을 꿇고 일어날 줄을 모른다. "일어나십시오. 전하 무릎을 세우십시오".

알아야 했다. 주상의 마음 이미 무너져 버린 것인지, 포기해 버린 것인지... 그런 주상이라면 곁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 스승님과 그 아이를 보낸 그 왕과 다를 게 없는 왕이니... 

 

"의선께서 그리 말했습니다. 그자가 원하는 것은 전하의 마음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전하의 마음 벌써 무너지신 겁니까? 그럼 제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주상은 내 말의 뜻을 알아들었다. 그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것이 나와 주상이 맺은 언약이었다. "왕은 가지시는 분입니다. 저를 가지십시오, 싸움은 제가 하겠습니다".

 

 

***공민왕을 일으켜 세우는 최영, 신의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이 압축된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이때의 이민호의 눈빛을 좋아합니다.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공민왕을 어루만지듯(이민호의 이런 목소리톤 참 매력적입니다), 눈은 공민왕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최영 그 사람이 나를 봐줬어요", 했던 공민왕의 대사가 후에 나오는데 그렇게 초라하게 무너진 자신을 외면하지 않았던 그 눈빛이 가장 큰 힘이 된 순간이었기 때문이겠지요. 비록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고 해서, 공민왕에게 불안감을 주기는 했지만 말이죠.  

 

뭔가 해보겠다며 덕흥군을 만나겠다고 고집을 부린 그 분, 덕흥 그자를 안다는 말에 버럭 화가 난다. 그 자와 혼례를 하겠다고 겁도 없이 그 자곁에 머물렀던 것에 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꺾지 못했다. 영빈관 앞에서 기다리는 내내,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가슴이 답답해 숨도 쉬지 못한 천년같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너무도 길게... 독을 쓰는자, 또 그 분에게 무슨 짓을 하는 것은 아닌가,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내 발에 얹고 또 얹었다. 

아무 일없이 돌아왔다. 아무 일없이... 그 분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간이 철렁한다. 두려움이란 것도 귀찮아서 느끼지 않고 살아왔던 내가 자꾸 왜이러는 걸까...왜...

 

아기씨를 잃어버린 왕비마마, 주상에게 보내는 내 위로가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주상에게 내 마음 전해본다. 그래도 무너지시지 말라고... 힘없이 기대는 그 분, 곧 쓰러질 듯 힘겨운 모습이다. 맺혀지는 눈물, 그분께 등을 내어드렸다. 나즈막히 흐느끼는 그 분, 내 손안에 있는 그 분의 손이 바르르 떨린다. 더 꼭 쥐어본다. '임자 탓이 아닙니다'. 

***이 때부터 최영은 직접적이고, 망설임없이 감정을 표현하지요. 은수 머리에 손도 대지 못하고 조심스러워 하던 영이 은수의 머리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턱 하니 손을 얹기도 하고 말이죠. 그리고 또 이때부터 였던 것 같습니다. 은수를 의선이라 부르지 않게 된 것이 말이죠. 임자, 신입이라는 말로 은수를 칭하죠. 물론 대외적인 자리에서는 의선이라는 말을 하지만, 은수에게만은 의선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회에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수우언니님이 말씀하신 여신과 영웅의 서사구조의 붕괴가(?) 시작된 지점이기도 해서요. 

 

***최영의 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안재와의 대화에서... 검이 무거워진 게냐? 검의 무게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번에 던지기도 했고, 마지막까지 풀어가야 하는 문제라 여기서는 그냥 지나갑니다. 대신 사진으로만 감상~ 전 이 장면도 참 좋아하거든요. 여기서는 은수도 왕도 고려도 끼어들지 않고, 오직 검과 무사 최영의 대화라는 느낌이 들어서...

 

고려에서 제일 안전한 곳, 내가 대장이니까, 여기...

 

다가서면 밀어내고, 밀어내고자 안간힘을 써도 언제나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그 분, 그 분을 향해 가는 내 마음을 언제나, 나는 막지 못한다. 전의시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그 분, 한참이나 내 눈에 담아본다. 인기척에 고개를 들어 돌아보는 그 분, 순간 당황했다. 바보처럼 보고 있던 내 모습 들켰을까봐... 

시간이 빠듯하다. 하늘에서 온 분이 아니라는 주상의 말에 기철이 의선을 정식으로 만나자고 청해왔다고 한다. 도망 아니면 선제공격, 내 결론은 선제공격이다. 덕흥군과 기철, 원의 단사관이라 할지라도...

세번째 방법을 택하겠다는 그 분, 말을 해주지 않는다. 궁금해 미치겠는데 고려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대체 어딘지, 또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는 분, 그래도 내가 믿는 분, 나를 믿는 분. 

신입우달치가 주상의 요구로 들어왔다는데, 뭐 내 방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도대체 뭔 말인지... 문을 여는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그 때의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달치 군복을 입고 임금님께 검도 받았다고 자랑하는 그 분, 그냥 그대로 달려가 안고 싶었다. 가슴은 두방망이질, 벅차게 꽉차오르는데 그래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 분만 보이는데, 쉬지않고 말을 해대는 그 분...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이가 깨질 정도였다. 

"여기 고려에서 제일 안전한 곳에 숨어 있으려고요, 딱 붙어서...나도 여기 있으려고, 여기가 대장방이고 그 쪽은 대장이니까".

처음이다. 그 분이 나를 대장이라고 불러 준 것, 그리고 '여기'있겠단다. 도망치지 않고 여기... 그토록 원하고 간절히 바랐고 처음으로 품었던 욕심, '임자, 이럴 때 하늘말로 어떻게 합니까? 처음으로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정말 그 분을 보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깨달았다, 언제부터인가 그 분께 숱한 거짓말을 해왔음을... 보내드리겠다는 약속, 수도 없이 깨고 있었음을... 그리고 나는 그 분을 얻었다. 내 여인 유은수...

그 날은 내 생애를 통틀어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그러나 나는 알지 못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빛보다 빠르게 달려오고 있음을... 

 

***대장, 그럴 땐 오~~~할렐루야~~~라고 한다오***

***이 장면을 향해 우리가 또 달려왔습니다. 물론 21회부터는 더 빵빵 터지지만, 진심 속상해지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편전에서의 키스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제작진에게 눈 찌릿!!하고 싶은 장면이기도 합니다. 21회에는 키스신이 나오겠구나 엄청 기대했는데, 포옹조차 안하다니... 임자커플은 눈으로만 사랑합니다여 뭐시여!!! 여튼 이제 진짜 임자커플이 탄생한 순간이기도 하죠. 마음이 하나가 된...

***이때의 은수가 저는 가장 예뻤습니다. 타임슬립을 하게 된 이유가 최영때문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 은수, 은수의 자각은 은수의 성격처럼 씩씩하고 밝게 긍정적으로, 그리고 귀여움까지!!! 대장의 살인미소는 흐미... 더이상 말 안하겠습니다.

 

***숙제가 있는데 깜빡하고 안써서 첨가합니다. 마지막 이 미치고 팔딱 뛰게 만드는 장면에 임자팬들의 사심을 마음껏 풀어놓으시오. 가장 사심을 잘 풀어주신 임자팬에게 드리는 신의 병동1등상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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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4 14:11




은수의 다이어리 내용이 밝혀지면서 혼자서만 궁시렁궁시렁대면서 했던 말이 있었습니다. 은수는 한글을 완전하게 떼지 못했나 보다. 은수는 '최'자를 쓸 수 없나 보다 이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100년전으로 돌아 간 미래의 은수가 지금의 은수에게 남기는 편지는 솔직히 불만이 많았어요.

드라마틱인 것만 보다보니 개연성 부분의 디테일이 부족했고, 송작가가 타임슬립을 다루면서 간과하고 허술하게 그린 것들이 많았죠.

'그날 밤 누군가가 찾아올거야. 그 분이 부탁을 할거야. 그 분의 부탁을 거절하지마. 그날 너는 돌아가야 해. 그래야 그 사람이 살 수 있어.... 중략... 그날 그 사람을 보내면 안돼, 그 날 그 사람을 기다린 건 함정이었어. 제발 그 사람을 잡아줘'. 최상궁, 최영이라고 하면 어디가 덧나나?

 

이후 하늘문을 향해 가다 발견한 필름통의 편지에도 이런 헛점이 드러납니다. 즉 미래의 은수는 지금의 은수가 겪었던 일을 알고 갔음에도, 노국공주의 죽음과 최영이 자책감에 괴로워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는 내용을 써두었죠. 그래서 혼란이 오기도 했습니다. 은수가 타임슬립을 했다가 기억을 잃은채 다시 또 온 것인가? 그런데 정황상 이건 아니고...

그래서 재 리뷰에서는 타임슬립에 대한 부분은 되도록이면 무시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것 정리하다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머리가 빙빙 돌아서...  

최상궁이나 최영 이름 하나 써두는 것이 뭐 그리 아깝다고, 은수가 최자를 쓰지 못하나? 그래도 그 사람이라는 말은 참 좋아요. 아련하고 그립고 그런 느낌이 들어서... 최영의 임자, 혹은 그 분이라는 단어도 참 좋고...

은수가 이렇게 핵심단어를 쏙 빼고 의문스럽게 써 둔 이유를 제 나름대로는 은수 스스로 선택하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미래의 은수는 지금의 은수에게 답을 말하지 않죠. 생각하게 합니다. 선택하게 하고요. 그것이 은수의 자각과 구체적 행동으로(궁으로 돌아가겠다든가, 최영 곁에 남겠다는) 이어지는 것이고요.  

지금의 은수는 최영을 좋아하는 감정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않은 단계였지요. 느끼고는 있지만 부정해 보려는 단계? 덕흥군이 "네 정인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찾아왔을 때 알아봤지, 의선은 무슨, 넌 가짜야", 이렇게 말해줘도 긴가민가(이때 은수의 약간 무표정이 걸렸지만, 돌아서다가 "최영 그 사람 건들기만 해, 다 끝이야!" 로 용서^^)...

그리고 장빈 선생과 술을 마시며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정리하죠. "함께 있으면 가끔 너무 익숙하고 견딜 수 없을 만큼 그립고 그런 느낌이 드는데, 그런 사람이 이 사람일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언제나 돌아보면 언제나 거기있고, 나를 봐주고, 보이지 않을 때도 어딨냐고 물어보면 여기있다고 말해주고...".  

다이어리의 그 사람이 최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은수는 인지의 단계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자신의 감정을 인정, 자각하는 단계로 접어들었죠. 심리적 자각의 단계를 검색해 보려다 생각하니 우리에겐 수우언니님이 계시다! 심리전문가이신 수우언니님의 내공있는 댓글 부탁드려요^^

 

그래도 최영과 은수의 멜로는 급진도를 나가서 그것만으로 홍야홍야 해가면서 봤습니다. 은수의 세번째 유물때문에 쓸데없이 머리쓰느라 끙끙댔던 것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지금까지의 타임슬립 소재 드라마 가운데 가장 촘촘하게 짜여진 드라마를 전 '인현왕후의 남자'로 꼽습니다. 앞뒤 정황들, 사건을 엮는 것이 시간, 장소까지 정말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빈틈없이 짜여진 작품입니다. 못보신 분들 기회되면 봐보세요. 개인적으로 올해 재미있었던 드라마 중 하나로 꼽는 작품이랍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오늘 글은 '은수야, 제발 그 사람을 잡아줘'로 하고 은수의 감정선으로 쓰려고 했었는데, 위 내용으로 대치해야 겠네요. 중요한 내용들이 다 나와 버려서...

 

이번 리뷰도 함께 풀고 싶은 숙제가 있어서 최영의 감정선으로 정리합니다. 일단 함께 풀고 싶은 것은 두 가지인데요, 은수가 잠들면 업어달라고 했을 때 "업으면 검을 들수가 없어서 안되겠습니다" 대사와 대만과 밤길을 걸어가면서 "그분은 생각이 없으시다, 마음도 없다"라고 했던 말입니다. 본방 리뷰 때와는 제 생각이 좀 달라진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제부터 난 궁으로 간다"

 

금군을 동원해 기철을 치고, 기철은 외부 사병으로 궁을 치러가고, 그 분의 목숨은 경각에 달렸고... 잠시 눈 앞이 아찔해져 왔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일단 궁을 내준다. 잘하면 덕흥군과 기철을 한꺼번에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그 놈이 어떤 놈인지 파악이 된다. 그 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자신이다. 목숨 내놓을 배짱도 없는 놈, 조일신을 이용해 기철의 뒷통수를 치고, 기철을 이용해 주상을 치고, 미꾸라지 비겁한 놈. 그 놈의 목숨, 왜 이런 생각을 진즉 하지 못했을까?

"시울아, 이 자한테 해독제 받아서 의선에게 가, 해독제 없다면 죽여!",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와버렸다. 그래도 혹 내놓지 않으면 어찌한다, 잠시 기다려본다. 시울이의 신호다. 됐다. 간다 궁으로! 

 

여기저기 널부러진 시체들, 우달치 70여명으로 전하와 왕비마마를 지키기는 무리였을터, 전하는 보이지 않는다. 충석이 모셨으리라. 포위된 왕비마마 일행을 구해 궁밖으로 나왔다.

***이민호의 벽타기 액션은 진짜 멋있었죠. 실례하겠습니다, 그 틈에도 왕비마마에게 예까지 차리고 팔을 붙잡고 호위하는 최영이었죠. 액션이 되도 너무 되는 배우, 그래서 장면 하나하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이민호땜시 완전 미쳐!  

할일이 많았다. 우선 전하의 소재를 파악해야 했고, 왕비마마 또한 새 거처(현고촌)으로 모셔야 했다. 나와 그 분도 일단은 전하의 일행과 합류해 앞으로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상이 궁밖의 생활을 잘 버텨줘야 하는데, 잘하리라 믿는다. 답답한 학자들이지만 기철과 덕흥의 역모를 눈치챘을 터, 주상의 편이 되어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세상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그들이기에...

 

부상당한 덕만이랑 우달치 애들을 치료하겠다고 도구들을 챙겨나온 그 분, 그 분 성질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 이동준비를 하라는 내게 가까이 앉아보라는 그 분, 표정이 어둡다. 또 악몽을 꾸신 것일까? 아차, 서책 뒷부분이 있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내 수첩 뒷부분이 있는지 알아야겠어요. 그게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 개꿈이라는 걸 알기 전까지는 견딜 수가 없어서...". 알고 싶었다. 며칠 내내 그 분은 밤마다 울고 잠을 깬다. 무슨 꿈이기에 늘 울고 깨는지... 그 분은 말해주지 않는다. 멀다, 그 분과 나는 이렇게...

알지 못했다. 그 분의 꿈이 내 죽음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그리 슬피 울었다는 것을 그 때는 알지 못했다. 서책 뒷 부분을 찾고 싶어하는 이유도 알지 못했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방법을 알고 싶어했다고, 그 분의 마음을 까맣게 모른채 그 분이 돌아가고 싶어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바보같이.

 

"일단 순서가 이렇게 됩니다. 우선 병력을 한 곳에 모으고, 전하 찾아 모시고, 중간에 저는 남은 해독제 구할 거고...", 손가락을 들어 네모를 만드는 그 분, 무슨 말인지 혼잣말을 하신다. 알 수 없는 분, 알 수 없는 행동. 나를 그 분의 마음에 담아본 것이라는 것을, 살아있는 나를 담고 싶어했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임시거처로 이동하는 길, 함께 가지 않겠다고 고집이다. 덕흥군 그 자나 기철을 만나야 겠단다. 서책의 뒷부분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돌아가고 싶어서...). 말릴 수 없었다. 그 분 서책, 돌아가는 방법... 그 분이 돌아간다는 말에 그저 아득해져서 지금에서야 생각하니 다른 생각을 못하고 있었구나. 하늘문이 열리면 가면 되는 것을, 나 역시 아무 방법없이 그냥 갔지 않았던가. 그냥...그런데 무슨 방법이 필요했더란 말인가.

***여기서 가슴 아프지만 예쁜 그림 하나 나왔지요. 최영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든 은수, 두 사람은 속이 타들어 가는데도 보는 임자팬은 훈훈. 독기운이 돌면 은수 몸이 차지니 나무 옆에 있는 거적대기 찾아 깔아주는 매너남. 본방때는 이런 소소한 것들을 그냥 지나쳤는데 별게 다 보이네요.  

 

"업으면 검을 들 수가 없어서 안되겠습니다"

 

"그만해요, 나한테 화내고 구박하는 것, 나 가버리면 화낼 사람없어서 어쩔려고, 그런 거 습관되면 아주 허전할텐데...", 가버린다는 그 분의 말에 또 명치깨가 아파온다. '임자, 난 늘 허전합니다. 임자가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오래전부터 나를 허전하게 만들어왔습니다, 임자를 보고 있는 지금도, 제 품에 임자가 안겨있는 지금도...'.

쌀쌀하다고 몸을 움추리는 그 분, 어깨에 팔을 둘러주니 내 품으로 들어온다. 익숙한 느낌, 그 분도 나도, 우리는 서로의 익숙함에, 그리고 다른 이유로 서로 추웠다. 많이... 

"나 여기서 잠들면 업고 가줘요", 숨이 잦아들어 가는 그 분에게 마음에 없는 말을 해본다. "업으면 검을 들 수가 없어서 안되겠습니다". 본방에서는 업으면 그대로 임자를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서 그래서 못한다는 최영의 속마음이라고 표현했었는데, 여기에 심오한 최영의 의식이 깔려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검에 대해서는 뒷 부분에서 많이 나왔지만, 최영의 검에 대한 각성 단계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후반부에 정리를 해야 할 듯 한데, 어제 댓글에 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어서 제 생각도 밝혀 보겠습니다(근데 워낙 내공이 높은 임자팬들이라 이젠 이런 것 말하기 겁나요;). 

최영에게 검과 은수는 이때까지만 해도 별개였죠. 은수는 보내야 하고 검은 최영의 존재이유이기도 합니다. 검을 놓는 순간 무사 최영은 없죠. 은수를 따라가면 무사 최영이 될 수는 없고, 그래서 검을 놓을 수가 없는 것이죠. 자기가 없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최영의 각성, 심리적으로 검이 무거워지는 것을 극복한 싯점이 은수가 고려에 남겠다고 한 후였지요. 이때부터 검과 은수는 최영에게 하나의 의미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부분은 후반부에 다시 한 번 임자팬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네요. 

 

"그 분은 아무 생각이 없으시다. 그 분은 아무 마음도 없다"

 

그 분의 고집에 어쩔 수없이 기철의 집으로 향해야 했다. 하늘세상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서책에 쓰여있다고 믿는 그 분,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마음 한 구석이 저리고 허전해 온다.

덕흥군이 가져갔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궁으로 들어가야 했다. 주상의 자리를 넘보고 있는 그 놈, 그 분에게 독을 먹인 놈, 그 자리에서 목을 따버리고 싶었다.  

***이 때 최영이 은수에게 검을 맡겨두고 맨주먹과 발길질로 금군들 빠샤빠샤 깔아 뭉개주는 장면, 멋졌죠. 남자의 분노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네요. 본방에서는 놓쳤던 부분이 이 장면입니다. 은수에게 칼을 맡긴 이유, 은수는 피를 싫어하죠. 끔찍이... 그래서 은수 앞에서는 피를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최영이었죠. 

금군들을 제압하고 덕흥군을 패대기쳐 독약을 콸콸 쏟아버린 장면은 15회에 이어 최고로 통쾌했던 장면이었죠. 병뚜껑따는 모습도 어찌 그리 터프하면서 섹시하던지(멋진 의미의 섹시). 기철이 니들땜에 안보인다고 금군에게 칼을 휘두르며 신경질을 내는 모습, 다시 봐도 귀엽습니다. 

"약은?", 다 나았다는 말, 이렇게 기쁜 적도 내 생애 몇 없었던 일이다. '임자, 기뻤습니다. 더 이상 아무 것도 바랄 것이 없을 만큼 기뻤습니다. 임자가 하늘세상으로 가버린다고 해도 괜찮을 만큼, 그렇게 많이 기뻤습니다. 임자가 더 이상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나는 족했습니다. 그 때는'.

 

그 분은 해독제를 먹고 나았는데도 전의시에 남겠다고 했다. 뭐라고 하지 못했다. 그냥 내 화를 참지 못하고 장빈선생에게 모셔드리고 나와버렸다. "두 분 싸우셨습니까?".

"그 분은 아무 생각이 없으시다. 그 분 아무 마음도 없다", 그림자같은 대만이 녀석도 알아듣지 못할 말을 나는 그렇게 씁쓸하게 내뱉고 있었다. 해독만 되면 다 된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또다시 내 욕심과 마주하고 있었다. 보내고 싶지않은....

 

***이 부분 최영의 대사를 본방리뷰 때는 장빈 선생과의 대화를 절반쯤 듣고 실망해서였다고 추측을 했었습니다. 어떤 독자분이 대본에도 그런 장면이 있었는데 편집돼 없어졌다는 말에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그런데 다시보기를 하면서 그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은수와 장빈의 대화를 대장이 굳이 들어야 할 필요가 없었더라는 거죠. 대만과의 대화는 은수와 장빈선생의 대화 전에 나왔던 말이지요. 그리고 제가 놓쳤던 최영의 기억 한 장면이 은수가 마타하리 작전을 써야 겠다는 대화내용이었습니다.

별신경 안쓰고 은수답게 미인계라는 말까지 쓰면서 전의시에 남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는 생각만 하고 넘어가 버렸는데요, 최영이 그 분은 생각이 없다, 마음도 없다라고 한 것은 기철과 덕흥을 만나려고 한 은수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영은 아직 은수가 수첩을 찾으려는 정확한 이유를 모르고 있지요. 은수의 꿈도 모르고, 은수는 돌아가는 날짜를 풀었고, 돌아가는 방법이 뒷부분에 있을 거라는 말에, 은수가 돌아갈 생각만 하고 있다고 생각한 거죠. 가야하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허하고, 서운도 하겠지요. 그런데 독을 먹인 덕흥군을 겁없이 또 만나려고 하고, 그 놈이 얼마나 위험하고 간교한 놈인지를 모르는 은수이기에 생각이 없다고(더구나 미인계까지 써보겠다고 하니 최영 질투심도 살짝 한 몫ㅎ) 한 것은 아닐까. 그리고 마음도 없다는 것은 은수가 최영 곁에 남을 마음이 없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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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3 13:02




그 분과의 마지막 자리 이 곳에 있는 날이면 가끔 대만이가 곁에 앉아 옛이야기를 꺼내고 간다. "대장, 그 때 대장 진짜 무서웠습니다. 그렇게 무섭게 화내시는 것 처음 봤습니다. 사...살기를 띄었습니다".

"그랬냐...(정말 죽이고 싶었다, 그 놈. 해독제만 아니었다면 그 날 그 놈, 죽였을 것이다)".

"대장, 그 하늘... 그 분, 오실 거라 저도 믿습니다. 대장이 믿으니까 저도 믿습니다. 저는 대장을 믿습니다". 슬쩍 나를 쳐다보고는 대만이 녀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병영으로 돌아가고는 한다. 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녀석. 녀석의 더벅머리를 쓸어준다. 대만이는 내가 머리를 툭툭 치거나 쓰다듬어 줄 때가 좋다고 한다. "대장이 아버지같아서"... 란다.  

 

 

나때문이었다. 덕흥군 그자에게 그 분의 서책을 가져가라고 협박했던 나때문이었다. 그 분이 독에 당하고 그 이후 벌어졌던 그 많은 일들이 모두 나때문이었다. 내 연모가 그 분을 죽음보다 더한 고통으로 이끌게 될 지, 그 때 알았더라면 그 분을 향해 달려가는 마음을 멈출 수 있었을까?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그 분 또한... 

 

***15회 16회 이민호의 연기 포텐이 빵빵빵 터졌던 회차죠. 멋진 액션신, 감정신들 그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장면들이죠. 임자팬들에게 고백하자면, 최영 민호앓이가 너무 심해져서 본방때 미국에 있는 친구와 거의 매일을 카톡하고, 신의끝나고 몇시간을 전화통화하느라 글 발행이 늦어지기도 했습니다ㅎ;; 

그리고 전 이때까지도  20회까지라고 알고 있었어요. 끝나가는 것이 싫어서 이제 두 주 밖에 안남았는데 어떡하니? 우리 최영 민호 못보겠다ㅠㅠ 이러면서 징징댔죠. 그랬더니 친구왈, 신의 24회까지 아니냐? 헉, 그래서 찾아봤더니 24부작이더라고요, 오매 좋은 것... 이랬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최영과 은수의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의 감정을 서로가 알았죠. 서로에게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돼버렸다는 것을 말이죠. 14회까지는 은수는 떠나야 하는데 남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최영은 보내야 하는데 잡고 싶은 마음이 컸다면, 15회부터는 은수는 남으려 하고 최영은 보낼 수 밖에 없다는 마음이 커져가죠.

 

은수는 알 수 없는 꿈, 수첩의 비밀이 최영 그 사람 곁에 남으라는 간절함이었음을 알아가고 그 사람 곁에 남아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했고, 반대로 최영은 은수를 살리기 위해서 더 보내려고 마음을 굳혀가죠. 그래야 은수가 살 수 있으니까요.

다시봐도 이민호의 액션신, 감정선들은 사람 미치게 빠져들게 만듭니다. 어떻게 본방 때보다 더 설레고 가슴 아리고 저미고 꺄악꺄악하게 만드는지...

 

"이 사람 살릴 수 있냐고 묻잖아!"

 

하늘문을 향해 출발한 우리는 하루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새벽녘 낮게 신음하는 소리, 또 악몽을 꾸시나 보다. 불러도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신다. 땀벅이다. "임자, 임자", 품에 있는 그 분 고개가 푹 떨어져버린다. 힘없이 스르르 죽은 듯이... 

장빈선생이 왔다. 독에 당한 것이라는 말에 머리가 아찔해 온다. 독이라니, 누가, 왜, 언제? 덕흥군 그자가 가져온 서책을 옮겨적은 종이에 독이 발라져 있었단다. 이런 우라질 뼈를 잘근잘근 토막내서 불에 달달 볶아도 시원찮을 놈.

그 분이 준 약, 그 분의 약이면 나을 것 같았다. 독의 종류를 알아봐야 겠다고, 사람 미치게 환장할 정도로 침착하게 말하는 장빈 선생, 마음은 타들어 가는데 뻘소리만 늘어놓는 것 같았다. "이 사람 살릴 수 있냐고 묻잖아!".

덕흥군을 만나보라고 한다. 그 자가 해독제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고... 잊어버렸다. 해독제를 가지러 그 자에게 달려갈 생각뿐이었다. 장빈선생이 불러세워 검을 가리키고서야 알았다. 분신같았던 검도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것을... 

***최영의 검은 여기서도 중요했고, 궁으로 옥새를 가지러 갈 때도 최영의 진중함이 나옵니다. 본방 리뷰에서는 이런 것들을 생략하고 넘어갔는데 뒤에서 짚고 갈게요.

 

처음이다. 그렇게 빨리 뛰어본 적이... 무슨 힘으로 뛰었는지, 사람이 그렇게 빨리 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럼에도 왜 그렇게 느리게 느껴졌는지 내 급한 마음을 따라주지 못하는 내 발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아프다 영아, 너무 아파", 독에 고통스러워 하던 경창군 마마, 내 품에서 그렇게 보내드렸던 마마와 그 분의 얼굴이 겹쳐온다.  

 

***전력질주하는 이민호, 얼굴 근육까지 달리더라죠. 다시보면서 NG났었으면 진짜 힘들었겠다 요런 생각을 하면서 함께 달렸습니다.

 

여유자적 바둑을 두고 있는 그 놈, 눈이 뒤집히고 피가 거꾸로 솟는다. "해독제 갖고 있나? 내놔", 그 놈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내가 죽여온 사람들 셀 수도 없이 많은데 매번 고통없이 단칼에 죽이려 애써왔다. 헌데 너, 사지를 하나씩 절단내 줄 생각이니 말해, 해독제 어딨나?". 그 놈을 돌려세우고 단도로 목 근처를 꾹 눌러 그어버렸다. 목을 잘라버리고 싶은 것을 참고 또 참으면서.  

 

"이건 벤 거고 다음은 자른다". "내가 죽으면 네 여인도 죽어. 네 여인 맞지?", 네 여인이라는 말에 심장이 멎는다. 내 여인 그 분이 지금 죽어가고 있다. 돌 것 같았다. 주상의 어보 옥새를 가져달라는 놈의 제안, 대답도 없이 나와버렸다.

시간이 없다. 해가 중천에 뜨면 그 분 살릴 수가 없다 한다. 주상의 옥새, 그게 주상의 옥새였던가? 원황제가 내려준 헛껍데기일 뿐임을 주상이 알아주길 바라면서 궁을 향했다. 그 분을 살리는 것이 먼저다. 내게는 언제나... 그 분이 먼저였다.  

***여기서 최영은 대만에게 칼을 맡겨두고 갔지요. 이는 주상에 대한 역모, 배신의 마음이 없음을 말하죠. 최영이 맨손으로 궁에 들어간 이유, 그 짧은 순간에도 공민왕에게 말한 그의 언약을 검을 두고 가는 것으로 보였죠. "저를 가지십시오" 했던... 이러니 최영을 무한애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덕흥군을 주먹으로 치고 위협하는 최영 이민호 카리스마 짱! 이민호의 카리스마는요.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잘하려는 욕심이 아니라, 진짜 은수때문에 화가 나서, 분노해서, 죽여버리고 싶어서의 감정이었습니다. 카리스마를 보이려고가 아니라, 분노와 사랑이 카리스마가 되었던 장면. 멋져!

 

"대체 그 옥새 누가 준 겁니까?"

 

"청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의선이 독에 당했습니다. 해독제를 구하려면 전하의 것이 필요합니다. 어보를 내어주십시요. 그것이 있어야 의선 살릴 수 있습니다. 그 분 전하의 명으로 이 땅으로 끌고 왔고, 전하의 명으로 잡아두었습니다. 왕비마마의 목숨을 구했고, 두 말없이 전하의 편이 되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분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옥새를 내어 주십시오". 

전하가 그리 역정을 내시는 것은 당연했다. 난 대역죄목에 해당되는 행동을 하고 있었으니까. "한 낱 여인때문에 옥새를 내달라 하는 건가? 날더러 그대의 왕이라 하지 않았는가? 날 더러 그대를 가지라 하지 않았는가?".

한낱 여인이라는 말에 울컥 뭔가가 치밀어 올라온다. 주상만 아니었으면 아마 주먹이 날아갔을 지도 모르겠다. "절더러 전하의 벗이며, 백성이라 했습니다. 그 백성이 지금 살려달라 청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에게 왕이 왜 필요한지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대체 그 옥새 누가 준 겁니까?". 백성을 지켜주는 왕, 자기 여인을 지키려는 사내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나는 궁을 향했을 것이다.

 

그 옥새가 원황제가 내린 것이 아니었다면 그래도 궁으로 향했을까? 이후 몇번이나 내게 반문했다. 대답은 그래도 갔을 것이다. 나는 왕의 옥새가 아닌 사람 주상을 선택했고, 진정한 왕이 되고 싶다는 그의 부끄러움을 택했었기에...

이미 품에 넣은 옥새를 함구한 채 주상에게 난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대체 그 옥새 누가 준 겁니까!" 어떤 왕이 되고 싶은 거냐고? 백성을 지키기 위해 옥좌를 지키려 하는 것이 아니었냐고? 진정 고려의 왕이 되고 싶은 거냐고? 영민한 분이시니 말 뜻을 알아채시리라. 공민왕은 이후 궁을 나가 현고촌에 있으면서 스스로 각성하기에 이르지요. "내가 아니라 궁이 왕이었구나".

 

 

***최영을 막는 우달치들과의 액션씬은 감동이었죠. 검집과 칼등으로 상하지 않게 방어만 하는 대장, 그런 대장이었기에 충석이 '적은 우리를 상하지 못한다'라고 했던 것이었고, 그리고 본방에서는 덕만을 살리는 최영의 모습만 보였는데, 다시보면서는 다른 것이 보이더군요.

덕만을 인질(?) 삼은 듯한 포즈에서 덕만이 눈을 질끈 감고 "찔러"라고 우달치들에 말을 하죠. 덕만이를 보니 목숨을 내놓고 최영을 막았다기 보다는, 대장을 믿었다는 생각이 더 들더군요. 대장은 절대로 덕만을 찌르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최영은 어깨에 부상을 입으면서도 덕만을 살렸죠. 

믿음이라는 것, 우달치들과 최영과의 관계를 보면 또다른 믿음의 모습을 봅니다. 신의에서는 많은 배신과 불신이 있었지만, 우달치들만은 최영을 배신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지요. 우달치기에 따라야 하는 명을 거행하기는 하지만, 대장 최영을 배신하는 일은 없었죠. 자신들을 지켜주는 사람이라는, 우리들의 대장이라는 믿음을 심어줬기 때문이 아닐까요. 최영에게 신의라는 것은 은수, 공민왕, 우달치들에게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켜주는 것.

 

옥새를 내어주고 해독제를 받아 달렸다. 해독제를 받고 그 놈을 죽여버릴까도 생각했었다. 간교한 놈, 앞으로도 사흘에 한 번씩 여섯번이나 해독제를 먹여야 한다고 한다. 죽이지 못했다. 앞으로 여섯번이나 그 놈 얼굴을 마주할 생각을 하니 먹은 것들이 다 올라올 정도로 역겨워진다. 그때는 몰랐다. 그보다 더 한 역겨움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해독제를 먹여도 눈을 뜨지 않는 그 분, 손이 얼음장처럼 차다. "이 분 뜨거울 정도로 손이 따뜻한데... 그건 내가 아는데...". 기철의 빙공에 당한 내 손을 녹여주던 뜨거울 정도로 따뜻했던 그 분의 손, 치료하겠다고 맥을 짚겠다고 내 손을 잡을 때마다 느껴지던 그 온기가 하나도 없다. 머리가 쭈뼛해질 정도로 그 분 손이 차다. 

몸보다 의식이 먼저 돌아올 수 있으니 말을 건네라는 장어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 밖에 아무 것도 없었다. 너무 말을 많이 했는지 목이 잠겨온다. 그래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해드렸다. "중추절 가배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보름달이 뜨고 질 때까지 사람들이 모여서 놉니다. 그건 의선도 좋아하실 겁니다". 술도 잘마시고 사람들과 노는 것도 좋아하는 그 분, 그러고 보니 중추절이 곧이구나. 그러나 그날이 그날이 될 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분이 떠나버린 날, 하늘문이 열리는 날이라는 것을...  

그 분에게 고려의 중추절을 끝내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 분이 없는 세 번의 중추절이 지나갔다. '이번 중추절은 그 분과 함께 할 수 있을까?'.

 

내 손 안에서 그 분의 손가락이 꼼지락 거린다. 헛소리를 하시는 그 분,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임자, 내 말 들려요?", 흔들어도 아직 깨어나지 않는다. "안돼요. 그러지 마요. 죽지마요", 무슨 일인지 그 분이 우신다. 또 악몽을 꾸시나 보다. 장빈선생을 부르는 동안에도 애가 탄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  

 

장빈선생이 그 분 살아나셨다고 한다. 맥도 정상이고... 휴... 그동안 참았던 걱정을 잠시 그렇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분을 안고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울고 있는 나를 보게 될까봐, '임자, 임자때문에 나... 죽을 것 같았습니다.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꿈에서 당신을 봤는데... 나 날짜 풀었어요, 그날 가야 돼요"

 

고모가 왔다 갔다. 전하는 내 뜻을 깨달았다 하시고, 기철이 긴급 도당회의를 소집했다고 한다. 옥새를 빌미로 전하를 흔들어 대겠지. 전하 혼자시다는 말, 마음이 복잡하다. 그럼에도 그 분이 먼저다. 그 분 살리고, 그리고 보내드리고, 그 다음에... 돌아가겠다는 말을 삼켜버렸다. 궁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늘세상으로 그 분을 따라가고 싶은 내 미련때문이리라. 내 욕심때문이리라.  

"나 죽을 뻔 했다면서요", "제 잘못입니다. 내가 덕흥 그놈 임자한데 보냈어요. 서책가져 가라 협박까지 해서요.". 가까이 와보라는 그 분, 내 잘못이니 시키는 대로 하라고 농담도 하신다. 진짜 돌아오셨다, 그 분 내가 알고 있는 그 분.

누워있기 답답하고 숨막히고 기대고 싶다했다. 그때는 몰랐다. 왜 그랬는지. 내 심장소리를, 내 체온을, 내 숨소리를, 내가 살아있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 였다는 것을... "꿈을 꿨어요. 내가 본 적도 없는 집, 본 적도 없는 내가 나오고", 그래서 울었어요?(이때 최영의 다정한 목소리 스폰지같아서 빨려들어가고 싶더랍니다). "꿈에서 당신을 봤는데...", 순간 기뻤다, 그 분의 꿈에 내가 있었다는 것이... 

 

이내 잦아드는 힘없는 목소리, 그것이 나때문이었음을 그 때는 알지 못했다. "나 날짜 풀었어요", 또다시 세상이 정지되었다. 얼마나 반복되어야 하는가, 하루에도 몇번씩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머리가 텅 비어버리는 이 공허함...

"한 달 쯤 뒤에, 그 날 돌아가지 못하면 67년 뒤에 열린대요, 그 하늘문. 내가 죽기 전에 돌아갈려면 그날 가야돼요", 마른 침만 삼켰다.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겠냐는, 내 곁에 남아주면 안되겠냐는 말이 목구멍에 턱 걸려 넘어가지 않는다. 말없이 그 분의 손을 잡아봤다. 전하지 못한 말을 내 손으로 하고 있었다. '임자, 내곁에 남으면 안되겠습니까?".

보지 못했다. 그 분의 근심가득한 얼굴을... 그리고 그것이 그 분의 꿈에 나왔던 내 죽음때문이었다는 것을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이 장면 심하게 애정하는 장면이랍니다. 은수의 머리카락 가까이 최영이 얼굴을 대고 더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손으로 전하는 무수한 말들, 이 남자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몰랐습니다. 그 분이 고통을 참으면서 나를 위해 웃어 준 것을, 그 분 손가락이 마비되어 약사발을 들 수 없었다는 것도... 그냥 어린 애같은 그 분이 좋았습니다. "약 먹여줘봐요", 나와 그 분을 빤히 쳐다보는 만보사숙과 아줌마가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의 어깨에 손을 얹고도 주먹을 꽉 쥐어 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했습니다. 만보남매 뭐라고 놀릴까봐서... 그래도 그 때 행복했습니다. 많이 아주 많이... 그 분의 고통을 알지도 못하면서 나 혼자 행복해 했습니다. 

해독제를 받기 위해 역겨운 그 놈을 또 만나러 가는 날 보며 그 분이 웃습니다. 그래서 또 행복했습니다. 그 분이 웃으셔서. 그 분의 웃음이 발길을 붙잡습니다. 하늘문이 열리는 날짜를 풀었다는데도, 나는 하늘문이 아닌 그 분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돌아가야 하는 그 분을 항해... 

덕흥군 그 놈의 두번째 해독제에 대한 조건은 더 역겨웠다. 조일신을 사주해 기철을 쳤다. 영악한 놈, 기철이 궁으로 쳐들어 갈 것을 계산했음이리라. 그 어느 쪽이든 그 놈에게 승산이 있었을 터이니... 조일신이 성공을 하든, 기철이 성공을 하든...

궁이 위험하다. 그 분의 목숨 또한 경각에 달렸다. 어찌한단 말인가? 그 분과 전하, 치졸한 방법으로 그 놈은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 그 분의 목숨을 가지고...

 

***왜 독이었을까요? 덕흥군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는 자였지요. 공민왕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도 자기 자신이라고 대답을 하죠. 독을 쓰는 자는 믿을 수 없는 자라는 대사도 나오고요.

여기서 독은 드라마 신의가 관통하는 주제 '믿음'에 대치되는 상징적 설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경창군이 자기 대신 독을 마시고 죽은 것, 은수에게 독을 먹인 것, 최영에게 독은 트라우마와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지켜주지 못한 경창군 마마였기 때문에 말이죠. 

은수의 독은 은수와 최영에게 성장과 각성의 역할을 합니다. 독과 믿음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람의 안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보이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는 독, 역시 보이지 않지만 사람을 살리는 믿음(신의), 무엇이 더 강할까요?

죽어가면서도 최영을 지키고자 하는 은수, 은수를 살리기 위해 심장이 돼버린 사랑마저 밀어내려는 최영, 그 과정에서 두 사람에게는 독보다 강한 것이 자리하게 되지요. 담담하게 긴 세월을 기다리고 있던 최영과 계속적으로 타임슬립을 반복한 은수의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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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1 16:37




오늘은 숙제부터 나갑니다. 제가 각별히 좋아하는 바비킴의 <일년을 하루같이>를 예습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회 리뷰에서 이 노래 한 번 더 나갑니다. 방문을 사이에 두고 은수와 진실게임을 한 후의 영의 감정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서, 故김현식님의 <내사랑 내곁에>와 함께 연이어서 자주 흥얼거렸던 노래입니다.

제가 드라마 감상하는 방법이기도 한데요, 드라마 ost와는 별도로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노래를 주인공의 감정으로 덧붙이기를 좋아한답니다.

 

 

바람이 불어 오면은 바람이 부는 이유로

비가 내리면 술 한잔 생각이 나서

눈이 부시게 햇살이 날 비추면 왜인지도 모르게

밤하늘 어느 별하나 너를 닮은 것 같아

흘러가는 구름조차 너인 것 같아

셀 수 조차도 없이 많은 이유로 니가 보고 싶구나

너무 사랑했나봐 아직 사랑하나봐 오직 너만 사랑하게 태어났나봐

일년을 하루같이 아무것도 못하고 너만 생각하고 있잖아

 

사는게 너무 힘들어 가끔 울고 싶을 때

내어주던 네 가슴이 너무 그리워

고개숙인 날 다시 살게 했었던 웃음소리 듣고 싶구나

너무 사랑했나봐 아직 사랑하나봐

오직 너만 사랑하게 태어났나봐

일년을 하루같이 아무것도 못하고 너만 생각하고 있잖아

 

아무리 기다려봐도 내게로 돌아오지 않을 사람을

일년을 아니 평생을 기다릴 나는 정말 바보인가봐

너무 사랑했나봐 아직 사랑하나봐

오직 너만 사랑할 수 밖에 없나봐

평생을 일년같이 아무것도 못하고 너만 생각할 것만 같아

 

너무 사랑했나봐 아직 사랑하나봐 오직 너만 사랑하게 태어났나봐

일년을 하루같이 아무것도 못하고

너만 생각하고 있잖아

 

 

그 날 그 분이 내게 물었다.  "내가 가버리게 되면 당신 괜찮겠어요?". 괜찮지 않을 거라고 대답했다. 진실만을 대답해야 한다는 하늘세상의 놀이(?)를 다시 할 수 있다면, 나는 다른 대답을 할 것이다. '임자, 안 보낼 겁니다'라고... 그 분이 그렇게 떠나고 난 정말 괜찮지 않았고, 그 분만 생각하고 있었다. 어제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임자가 돌아오는 날 그 날까지...

 

그 분은 그 때까지도 내게 하늘사람이 아니었다, 어쩌면 영원히...

 

어이없는 일에 말려들었다. 우달치 애들이 확인도 하지 않고 받은 이상한 상자가 문제였나 보다. 오십만냥도 아닌 5백냥을 받아 쳐먹었다고 뇌물수수죄에 직권남용의 죄목을 씌운 조일신,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고, 참을 수 없이 화가 나서 대전을 박차고 나와버렸다.

평무사로 강등시키고 무죄를 입증할 단서를 찾으라고 하는데, 그저 귀찮다. 조일신도, 어렵게 궁으로 모시고 온 학자들도 하나같이...음 귀찮다, 이런 것 생각하는 것도... 그동안 자지못했던 잠이나 퍼질러 자야겠다.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이 아닌가. 

마음이 복잡하다. 그분이 매일 만나자던 그곳, 편하다, 따뜻하다. 복잡한 정치놀음을 떠나 넓은 궁에서 내가 기대 쉴 곳은 그분과 나만의 장소 이곳 뿐, 아니 그 분이었다. 그 분의 체온이 남아있는 것 같아 나는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나를 찾아 온 그 분, 상처의 실을 빼야한다고 알아서 찾아오는 출장의원이라며 공치사시다. 안다, 그렇게 우스개 소리로라도 날 위로하고 싶었겠지.

지난 번 화를 내서였는지 그 분 알아서 그 한편이라는 조건을 지키신다. 덕흥군 그자가 서책을 가지고 찾아왔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 분이 먼저 말해주니 기분이 좀 풀린다. 이어지는 말에 세상이 정지되는 것 같았다. "나 숫자 뭔지 알겠어요. 그거 날짜였어요. 하늘문이 열리는 시간같아요. 언제열릴 지는 계산해 봐야 해요", 아무 생각도 못하고 그 분만 쳐다보고 있었다.

'간다고? 하늘문이 열린다고?', 돌려보내기로 한 그 분, 그런데 왜 내마음은 이리도 무겁고 답답한지, '안가면 안됩니까?' 내마음을 들킨 것같아 그 분의 눈을 피해버렸다.

"시간계산되면 알려주십시오. 미리 준비해야 되니까...". 아닐 수도 있다는 그 분의 말, 나는 나쁜 놈이었다. 그 말에 왜 그리 기뻤는지...

내 방에 다녀왔다는 그 분, 그 약통을 내민다. 젠장, 함께 넣어둔 시들어버린 노란 꽃을 들켜버렸다.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화끈거린다(*귀여운 대장의 표정, 입 실룩거리는 모습은 볼때마다 미소짓게 만듭니다). 

내 앞에 선 그 분, 하늘세상에 나에 대한 노래가 있다고 말해준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 이르신 어버이 뜻을 받들어..."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황금, 돌, 그리고 아버지라는 말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그 분이 그 말을 알고 계시단 말인가?

"하늘세상에서 당신 엄청 유명하다고 했잖아요. 아버님 유언까지 넣어서 노래를 만들어 부른다고요", 뇌물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고, 나를 믿는다고 해준 말이었겠지만, 난 순간 돌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나 하늘사람인 것 당신만 못믿었나? 자기가 데려오고선..?".  

그 분을 하늘사람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산산이 부숴져 흩어진다.  "나 가요", 그 분의 말이 마치 "나 하늘 세상으로 가요"라는 말처럼 들린다. 가슴이 또 싸르르 아파온다. 점점 심해지는 이 병이 무엇인지 나는 안다. 그 분과의 이별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음이라는 것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머리가 아득해져 온다. 별하나 없는 칠흙같은 밤처럼, 꿈이기를 바라며 눈을 비벼도 꿈이 아니었다. 두 눈을 지긋이 눌러본다.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눈물을 막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아니 꼭 그 분은 가시겠지... 

(***지난 글에서 최영이 하늘말을 배우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로, 하늘말을 따라하면 은수를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고 인정해야 하는 거리감때문이라는 말을 썼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그렇게 멍하니 슬픈 표정을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임자팬들 생각은?)

 

"갈 겁니다, 함께"

 

학자들이 그 분을 찾아 이것저것 묻는 소리가 들린다. 이젠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 분 자신의 말이 위험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으니까, 학자들을 대처하는 법도 아시고, "천기누설은 곤란합니다. 알고 싶으면 임금님이 직접 물으시라고 하세요. 그러면 천기누설 아주 쪼끔은 가능합니다". 훗! 제법이다.

학자들까지 그 분을 귀찮게 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빨리 떠나야 겠다. 기철과는 다른 방식일테니... 온갖 법도를 들어 그 분에게서 알고 싶어하는 것들을 알려고 하겠지. 뇌물수뢰 그 더러운 죄목을 당장 밝히기는 힘든 일, 그동안 그 분은 홀로 남아야 한다. 그리되면 지켜드릴 수가 없다. 

"내일 새벽 떠날 준비하시고 매일 만나자던 그 자리에서 만나죠. 짐은 많이 싸시지 말고 가볍게...", 설마 학자들이 험하게 다루겠냐 믿지 않은 그 분, 내 굳은 표정에 수긍을 한다.

"같이 갈 거에요?". 잠시 머뭇거려진다. 어떤 답을 해야 할까? 그분의 물음은 어떤 쪽이었을까? '임자, 경창군 마마를 모시고 하늘세상으로 함께 가자고 했었지요. (하늘세상으로) 같이 갈 거예요? 그 뜻입니까? 갈 겁니다. 함께... (하늘문까지) 같이 갈 거예요? 갈 겁니다. 함께'. 나는 아직도 그 분의 말이, 그리고 내 대답이 어느쪽이었는지 알지 못한다. 전자였을까, 후자였을까?

***이 때 은수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지요. 잠을 싸라는 말에 은수가 되물었지요? "떠나요? 나 떠나라구요?", 은수가 가지말라는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 질문에서도 읽혀지더군요. 같이 갈 거예요?도 은수의 속마음은 최영이 함께 하늘세상으로 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고요. 같은 말이라도 천지차이로 의미가 달라지는 대사입니다. 임자팬들의 생각도 궁금해요.  

탈옥. 원하던 방법은 아니었지만 시간을 벌었다. 그곳 우리의 그곳, 인기척에 칼을 빼느라 낑낑대는 그 분, 단검빼는 연습을 도통하지 않은 모양이다. 하긴 이제 필요없겠지. 반가움인지, 안도감이었는지 한동안 멍하니 서있는 그 분, "기다리셨습니까?", 내 가슴에 뛰어들어 온 그 분, 심장이 쿵쿵 소리를 내며 빠르게 뛴다. 너무 빨라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가만히 조심스레 그 분을 안았습니다안심하라고...'. 힘을 주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른다. 그 분을 안으면 다시는 놓아주지 못할 것 같아서. 

 

임자가 떠나면... 괜찮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아픕니다

 

기철의 사병들이 도처에 깔렸다. 그 분을 노리고 있음이리라. 며칠 숨어있다가 개경을 빠져나가야 할 듯 싶다.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는 그 분, 헝클어진 머리에 손이 가다 멈춘다. 그 분에게 날마다 날마다 가는 내 마음도 이렇게 멈춰야 겠지.  

그러나 멈출 수가 없었다. 젖은 머리 가슴에 닿을 듯 내 앞에 멈춰선 그 분, 그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세상이 정지되고 둘 만 있는 기분, 아니다, 그래 솔직해지자. 그 분을 안고 싶었다. 

"거기 있어요?", "여기 있습니다", 그 때는 몰랐다. 이 말을 이토록 오래도록 기다리며, 수없이 대답하게 될 줄은... 지금도 매일 그 분의 소리를 듣는다. '거기 있어요?", 하루에도 몇번씩 대답한다. '여기 있습니다'.


"만약에 내가 이 수첩에 적힌 날짜를 풀게 되고, 그 날에 하늘문에 가게 되고 같더니 문이 열려서 내가 가버리게 되면, 그럼 당신 괜찮겠어요? 어디 다쳐서 와도 봉합하고 약발라 줄 사람이 없어졌는데 당신 괜찮겠어요?". "괜찮지...않을 겁니다".  

"나도 괜찮지 않을 거예요. 임금님 왕비님, 우달치들 그리고 당신... 많이 보고 싶을 거에요. 어쩌면 긴 꿈을 꾼 것 같은... 근데 원래 꿈은 날이 밝으면 잊혀지는 거 아닌가...". 그 분도 나도 알고 있었다.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잊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평생 그 분을 가슴에 담을 것이라는 것을... '방문에 일렁이는 임자의 그림자, 조심스레 만져봅니다. 눈 코 입 당신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지금도 너무 많습니다"

 

 

"당신 차례, 나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거 없어요?". "없습니다". 

'임자, 지금도 너무 많습니다. 밥 좋아하는 임자. 골똘히 생각할 때는 머리 헝크리는 임자, 밤마다 악몽꾸는 임자, 그래도 웃는 임자, 힘차게 사는 임자. 나를 살린 임자, 나를 살고 싶게 만든 임자, 목숨을 내주고 나를 살린 임자, 내가 연모하는 임자, 내 안에 살고 있는 임자, 유은수. 지금도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그래서 힘이 듭니다. 조금만 알았더라면, 아니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왜 하필 임자였습니까? 임자를 너무 많이 알아서 임자의 자리가 너무 커서 힘이 듭니다. 죽을 듯이 힘이 듭니다'.  

 

말하지 못했다. 임자가 내게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내 심장과 함께 하는 분이라는 것을... 임자때문에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는 말을, 나는 하지 못했다. 임자를 연모한다는 말도, 그래서 내 곁에 남아달라는 말도...

 

'하늘세상으로 같이 가자는 말, 다시는 안해주실 겁니까? 다시 물어본다면 따라 가고 싶습니다. 임자없이 남겨지는 것이 두렵습니다'.

함께 가자고 했다면 나는 이 말도 끝내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듣고 싶었다, 함께 하늘세상으로 가자는 그 분의 말을...

'임자에게 향하는 마음 너무 빨라 내 발목에 큰 바윗돌 두 개를 묶었습니다. 가지못하게 임자에게 향하는 내 마음을 묶기 위해... 그래서 내 걸음이 느렸나 봅니다. 그것이 임자를 더 힘들게 했다는 것도 모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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