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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13 '꽃보다 할배' 진격의 할배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1)
2013.07.13 11:07




나영석 피디는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으로는 알기 어려운 배우들의 진면목, 그들의 인간미 넘치는 소박하고도 평범한 모습을 끌어내는데 천부적 감각을 가졌습니다. 툭트인 초원 혹은 드넓은 바다에 연기자들, 혹은 개그맨들을 던져놓고 그들에게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캐릭터를 잡아내는데 탁월하죠. 설정된 캐릭터에 배우를 맞추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나오는 모습을 캐릭터화 시키는 것, 나영석 피디의 장점이자 강점이죠.

감히 상상이나 했었던가...싶게도 평균연령 76세의 노년배우들을 유럽배낭 여행에 던져놔 버린 나영석, 젊은 일꾼 이서진은 나영석 감독의 히든카드였습니다. 1회때 멘붕된 이서진이 2회때는 줄줄이 이상징후가 나타나면서 얼굴이 흑빛이 되는 것을 지켜보게도 했죠.  

근엄하고, 중후하고,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정감넘치는 각각의 서로다른 색깔을 지닌 노년배우들의 조합은 최상이었습니다. 특 트리플A급입니다. 그동안의 출연작품으로 '이 분의 성격은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해왔던 부분이 맞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버럭 떼쟁이 백일섭님이나 온화한 귀요미 신구님 등이었죠(이하 '님'의 존칭은 불가피하게 생략합니다). 심통일섭이 장조림통을 차버린 급짜증을 십분 이해합니다. 내내 부인에게 미안해서 후회 엄청했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무릎이 좋지 않은 칠십 고령에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파리에 도착한 피곤한 몸이었던데다, 무거운 여행가방(장조림이 들어서 더 무거웠던)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그런 일섭을 챙기는 신구의 정감넘치는 배려는 말이 아니어도 느껴지게 했죠. 

여행 이틀째, 새벽 일찍 일어난 할배중 막내 일섭, 모닝뽕짝으로 파리의 아침을 열었지요. 뒤이어 일어난 H3 젠틀 박근형은 아내에게 안부를 전하는 것에서 하루를 시작했지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신구의 미스터리 복대는 지갑이나 여권분실의 우려때문인듯 싶기는 한데, 뭔지 궁금하더군요.

일섭이 튼 활기찬 뽕짝에 벌떡 일어난 순재, 그리고 두런두런 소리에 '어제의 일은 꿈이었을 거야'이고 싶었을(ㅎㅎ) 이서진이 용수철 튕기듯 일어났죠. ㅠㅠ..꿈이 아니었어... 1박2일 미대형 이서진에게서 새로운 모습에 빵빵터졌던 지라, 이번 배낭여행도 이서진의 돌발적인 웃음에 기대가 컸는데, 역시나 그는 웃음제조기였습니다.

본인은 울고 싶은 심정인데도 시청자는 이서진의 곤욕스러운 상황에 쿡쿡 웃게 만드네요. 이서진이 사람보는 눈 있네요(댓글에 이서진의 과거연애사에 대한 언급은 하지 말아주세욤^^). 한지민, 정말 착하고 예쁘죠? 봉사활동 열심히 하고 한지민은 날때부터 천사로 태어난 것은 아닌가 생각하는 연예인중의 한사람이랍니다.

 

나영석 피디나 스태프들도 할배들의 놀라운 이른 아침기상에 놀라 당황했지요. 1박2일, 시끄러운 기상나팔소리에 부시시 일어나던 예전의 멤버들을 생각하면 놀랐을 듯ㅎ. 민박집 사장님도 그렇게 일찍 기상한 여행객 봤냐니 단번에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죠.

가장 일찍 일어난 일섭, 강력 에너자이저를 챙기느라 신중합니다. 바로 소주! 캬~~~ 물병에 소주를 넣어가지고 다니는 할배들, 지친 몸에 한 잔의 알콜이 주는 에너지의 힘은 술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다 이해하실 겁니다. 땀뻘뻘 흘리고 일한 뒤 논두렁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 잔에 그동안의 피로가 풀리듯 새로 힘이 불끈 돋는 그런 것...

 

할배들의 본격적인 여행시작은 루브르 박물관으로 시작했지요. 언제봐도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곳, 박물앞 광장에 수많은 인파들, 할배들에게는 감격의 시작이었죠. 젊은 일꾼 서진에게는 지옥의 라인업을 의미했지만 말이죠. 한시간을 줄을 서서 입장티켓을 사온 서진, 할배들은 서진이 그러고 있거나 말거나 사진찍기 삼매경입니다.

'고럼!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여~~', 잠깐 이 생각을 하며 그 장면으로 보고 있었는데 몇십분 후에 개선문에서 나와 박근형과 나란히 걷고 있던 신구가, "이번이 마지막일 거다(이런 세계여행). 내가 죽어 갈때도 이런 모양이 잔상으로 남아있을 것 같아 즐겁게 동참했다"라는데, 그때 밀려드는 복잡한 심경이란... 신구의 말에 울컥해지면서, 착잡하게도 하고, 묘한 슬픔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면서 멍해지게 했습니다;; 우리는 보낼 준비는 커녕 상상조차 안하고 있는데, 그 분들을 앞으로도 쭉 브라운관에서 볼 것만 같은데...

에펠탑에 대한 역사(에펠탑을 처음 설계했을때만 해도 흉물스럽다고 반대가 많았는데 지금은 프랑스의 상징이 된)를 설명하면서, 젊은이들도 지금 이시대에는 인정받지 못하더라고 새롭고 가치있는 시도해보면 훗날에 더 크고 명예로운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신구는 다음 세대에게 꿈을 넘긴다고 말했지요. 그 낮은 자세의 겸허함은 성찰에서 나온 에세이집 한 권을 읽은 것처럼 뭉클하게 전달되더군요. "늬들이 게맛을 알어?", 삼척동자도 아는 신구의 이름자,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요지경에서 끝난다고 평했지요. 드라마사에 너무나 많은 업적과 궤적을 남기고, 드라마의 산 역사가 된 원로배우, 그는 요지경이라고 했지만 우리에게 신구는 금자탑입니다.

 

루브르를 나와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야 하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분란의 짐조가 보이기 시작했죠. 노틀담을 가자는 순재의 추진력에 그만 일섭 얼굴이 일그러집니다. 아픈 다리를 협상테이블에 내놓은 박근형, 백일섭의 다리가 좋지 않으니 노틀담은 생략하고 에펠탑으로 향하자고 중재노선을 내놓았죠.  

잽싸게 인간 네비게이터 서진이 에펠탑으로 향하는 노선을 확인해 할배들은 에펠탑으로 향했고, 파리지앵된 멋쟁이 할배들의 여행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듯 했지요. 한식당을 찾아 김치찌개에 삽겹살, 그리고 물병에 준비한 에너지원 쐬주~ 일섭의 일그러진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여행도 일섭의 미소만큼이나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 했지요.

그러나 여행의 리얼리티는 뭐니뭐니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는 것이듯, 역시나 였습니다. 서진의 말에서부터 불길한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도를 너무 봐서 토할 것 같애". 

 

'Allons-y' (GO!)

민박집 스태프에게 급히 문자로 한식당을 수배한 이서진,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인간 네이게이터 이서진에게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말았죠. 갈팡질팡 방향감각을 상실해 할배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고, 승강장을 혼돈해 제대로 가던 길을 돌아게 만들고, 지도난독증에 출구까지 놓치는 등, 땀삐질삐질 안절부절 대선배님들 모시게 된 젊은 일꾼 사색이 되어갑니다. 토닥토닥 이서진씨, 고생많았어요. 

한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할배 4, 무사히 파리에서의 첫 일정을 마치나 싶었는데 그만 일이 터지고 말았지요. 이른바 '파리대분열 사태'. 바닥난 체력에 무릎이 좋지 않은 백일섭은 여행이고 뭐시고 숙소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직진 순재 열혈할배 순재는 샹젤리제를 걸어야 한다고 팽팽한 기싸움이 시작된 거죠. 이도저도 못하는 이서진은 눈치만 힐끔힐끔...

좀처럼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용기있는 일반시민(나영석이라는 분)이 나서 중재를 시도하지만, 꼬장꼬장한 직진순재는 결코 물러섬이 없습니다. 유람선을 타고 야경을 보고 내일 아침 일찍 투어하자는 중재안을 내놨지만, "내일 베르사이유 가잖아!", 일정을 컴퓨터처럼 꼼꼼하게 입력하고 있는 학구파 순재할배 앞에서 깨갱...

어쩔 수 없이 용기있는 시민이 또 나섰죠. "샹젤리제를 보는 대신 숙소까지는 차로 모시겠다". 2차 제안이 받아들여져 결국 할배들은 우여곡절 내분을 겪게 만든 샹젤리제로 출발했고, 숙소로 돌아가는 것을 고집했던 좌파 막내일섭의 혁명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우파-좌파-중도파-일반시민, 나영석 피디의 센스있는 자막에 큰 웃음, 중년이라면 중년일 수 있는 43세의 이서진은 스스로를 투표권도 없는 미성년자라고 표현해서 또 웃음. 

파란을 일으켰던 샹젤리제... 안갔으면 어쩔 뻔 했어요? 개선문에서 내려다본 파리의 특 트인 파리의 전경, 그리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에펠탑은 파리이틀째 여행의 백미였습니다. 보석처럼 빛나는 에펠탑과 파리시내 전경은 하루의 피로도, 내부분열도, 무릎통증도, 네비게이터의 멘붕사태도 다 잊게 만들었지요.

 

여행, 홀로 떠나는 여행도 있지만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은 좀더 특별합니다. 그런데 할배들의 여행은 더 특별합니다. 기동력이 떨어지는 할배들이기에 그들의 소소한 투닥거림을 보면서 우리는 파리를 좀더 느긋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백일섭이 계단에 주저앉아 울상을 지을때 그 울상너머로 루브르가 더 보였고, 할배들의 사진찍기 삼매경에 에펠탑을 두 번 세 번 더 볼 수 있었죠.

'용기있는 시민 나영석 피디의 용기있는 기획', 꽃보다 할배를 전 그렇게 평가하고 싶군요. 직진순재의 말에서 나영석 피디가 담고 싶었던 기획의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넷이 어울려 여행을 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쉽지 않은 경우다".  

일흔에서 여든까지, 진격의 할배들이라 이름붙여주고 싶은 할배4의 유럽배낭여행기!

여행의 목적이 무엇일까? 단순히 유명관광지를 둘러보고 카메라에 담는 것이 다일까? 신구의 말은 그래서 더 와닿습니다. 아름다운 파리(물론 그곳이 어떤 곳이었대도) 배낭여행의 추억이 죽기 전에도 잔상으로 남을 것 같다는... 

같은 장소가 아니어도 여행이라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씩은 해봤을 겁니다. 아주 가까운 앞동산 나들이에서부터 해외여행까지 여행의 종류와 장소는 다양하죠. 제 경우는 여행지를 떠올리면 그때봤던 아름다웠던 장면이나 장소보다는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추억거리들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갔던 곳을 잡지나 TV에서 보게 되면, "우리도 저기 갔었지?"하고 말은 시작해도 그때 어떤 일이 있었고, 누가 길을 잃어서 찾느라 해맸다느니, 거기서 만났던 사람 참 친절했다든지, 그때 함께 간 일행중 누구때문에 재미있었다든지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여행의 대부분 기억을 추억합니다. 

할배들의 유럽 배낭여행, 루브르보다 에펠탑보다, 개선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함께 만든 추억, 그리고 그들일겁니다. 무릎이 아프면서도 지하철에서는 열살이 많은 큰형님 순재형님을 앉게 하고 자신은 서서 가는 막내 일섭, 일섭의 다리를 신경쓰며 보조를 맞춰주고, 힘들어 하는 일섭에게 루브르에 왔으니 모나리자만은 보고가자며 일섭을 모나리자 앞에 세운 신구, 옥신각신 티격태격, 그속에서 확인하는 우정과 배려, 오랜 세월 연기인생을 걸어온 동료로 쌓아온 정이 가랑비처럼 오간 순간들, 신구가 말했던 그 잔상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겠지요.

추억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는 것,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시간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는 것,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은 어떤 특정장소가 아니라, 그 아름다운 곳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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