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광'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2.05.02 '승승장구' 장현성 눈물고백, 아버지를 위한 마지막 선물 (2)
  2. 2012.04.04 '승승장구' 하지원, 상대 남자배우를 빛나게 하는 이유 (15)
  3. 2012.03.07 '승승장구' 전미선, 명품조연이 싫다면 이건 어떠세요? (9)
  4. 2012.02.29 '승승장구' 은지원, 1박2일 하차 이유에 뒤통수 맞은 기분 (36)
  5. 2012.02.15 '승승장구' 심수봉, 나를 너무 미안하게 했던 한 마디 (10)
2012.05.02 09:17




싸인의 장민석 변호사, 구미호 여우 누이뎐의 민영익, 얼마전 종영한 샐러리맨 초한지의 최항량 등등 인상깊은 연기를 남긴 배우 장현성이 승승장구를 찾았는데요, 대학동기이자 절친인 장항준 감독이 몰래 온 손님으로 나와, 스튜디오를 초토화시키고 갔습니다. 방송을 보면서 장항준 감독의 거침없는 독설과 짓궂은 입담에도 미소를 짓는 장현성을 보니, 실제로도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준수한 이미지의 점잖고 진중한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무명과 가난한 시절을 함께 보내 온 동지같은 두 사람의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얼굴은 기억하는데 이름이 기억 안나는 배우라며, 대학로 간판배우, 저예산 설경구 장현성이라고 본인소개를 했지요. 장현성은 양택조의 사위이기도 한데, 부모님 전상서에서 사려깊고 말 수 적은 큰아들로 나왔을 때도, 이 배우 느낌좋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했어요. 어디선가 본듯한 배우, 한석규, 김상중, 이성재의 분위기가 믹스된 듯한 장현성은 굵직한 주연배우로서 이름을 날리지는 않았지만 꽤 많은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였던 배우입니다. 하얀거탑, 한성별곡, 뉴하트, 제중원 등등 기억남는 드라마들이 많네요.
극단 학전의 연극배우 츨신, 기본기를 튼튼하게 다진 덕에 장현성은 어떤 배역을 맡아도 캐릭터를 무게감있게 살리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배우지요. 따뜻한 의사에서 뒷통수를 치는 반전의 배신자까지 그는 깊이와 의중을 쉽게 짐작하지 못하게 하는 눈매를 가진 배우입니다. 선량한 눈빛이 각도를 한 번 틀기만 해도 음모와 야망, 배신과 복수로 꿈틀거리는 눈매로 바뀌는 배우지요. 조연이나 단역이라 할지라도 그는 존재감을 살리는 배우입니다.
시위현장에서 서로를 보고 급속도로 가까워진 인연으로 20년지기로 지내 온 장항준 감독의 럭비공같은 발언은 지나칠 정도로 솔직해서 자칫 무안하지 않을까 싶었는데도, 워낙 장항준 감독이 유머와 위트감각이 센 분이라, 분위기를 업시키는데 일조를 했지요.
처음 몰래온 손님 우정출연 제의를 받고 흔쾌히 수락을 했으면서도, (장현성이) 나올 급이 안될텐데, 승승장구 망했다, 시청률은 포기해라며 독설을 서슴지 않았고, 장현성은 연기는 정말 잘하는데 출연료를 많이 주기니 아까운 배우라는 폭탄을 투하하기도 했지요. 대중적인 인지도나 티켓파워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함께 말이죠. 몸값이 오르면 당장은 좋은데, 배우에게 주춤하는 시기가 오면 몸값이 발목을 잡아 오히려 캐스팅에서 누락되기 쉽다며, 한마디로 가늘고 길게 가자는 부연설명을 하기도 했지요.
장항준 감독의 거침없는 폭로는 장현성의 와이프에 대한 일화였지요. 아파트를 지키는 정의의 아줌마(사도)로 칭하며,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제대로 안되어 있는 것을 못본다는 성격이라네요. 특히 아파트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를 잡으러 달려나갔다는 말에 녹화장이 초토화되기도 했습니다. 깨알언급이기는 했지만, 장현성이 욕 꽤나 얻어들었던 아내의 자격을 집에서는 시청을 할 수가 없었다는 말도 잠깐 언급을 했지요. 출연과는 별개로 장현성 집 TV채널이 4개밖에 안된다는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더군요ㅎ.
그가 맡은 배역들이 변호사, 의사, 형사 등등 '사'자 붙은 전문엘리트 역할이다 보니 엘리트 전문배우라는 닉네임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천일의 약속에서도 의사로 출연했었죠. 캐스팅 이유가 평범한 외모와 부담없는 개런티(?)때문일 거라는 말로 좌중을 웃긴 장현성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가히 평탄한 삶을 살아온 것만은 아니더군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16억이라는 빚더미에 앉게 된 장현성, 부모님과 가족은 야반도주를 해야 했고, 사업실패로 인한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그의 아버지는 약물중독으로 고생하다 세상을 떴다고 합니다.
집이 망해 극단 동료가 준 분유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고, 극단연습실에서 더부살이를 했다는 장현성, 오갈 곳이 없어 가져가기 힘들었던 LP판과 화분을 윤도현과 설경구에게 각각 주면서, 서로가 주고 받았던 짠함은 어떤 느낌이었을지 충분히 알겠더군요. 
권위적이고 완벽주의 성격이었던 장현성의 아버지는 사업실패로 현실을 잊고 싶어 수면제를 복용하기 시작했고, 약에 대한 의존증은 심해지고 결국 약물중독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하지요. 영등포에 있는 약물중독 치료모임에 아버지를 모시고 다니기도 했지만, 3~4년에 걸친 약물중독 후유증으로 뇌신경 손상으로 치매가 왔고, 식물인간처럼 병원에 누워 말년을 보내셨다고 하더군요. 
사업이 실패하자 아무도 아버지를 찾아보는 사람은 없었고, 친구도 과거 일을 했던 동료도 아무도 남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홀로 세상에 버려진 듯한 아버지를 보았다는 장현성, 그가 아버지에게서 본 것은 지독한 쓸쓸함, 외로움이었어요. 침대에 누워 어린 시절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더라며, 장현성이 목이 매여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더군요. 아버지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수영하고, 산에서 들에서 놀던 기억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게지요. 그런 아버지를 위해 친구분들을 찾아보려 했지만, 찾기 힘들어 장현성은 자기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하지요. 아버지 친구가 되어 대신 와 준 장현성의 친구들, 아들의 친구들을 자신의 친구로 부르며 천사의 표정으로 웃더라는 말에 함께 울컥해졌습니다.
약물중독의 후유증과 치매로 홀로 병상에서 앙상하게 말라가던 아버지를 위한 아들 장현성의 아버지를 위한 마지막 선물이 잔잔한 감동을 주더군요. 친구가 있어 좋았던 시간, 세상 걱정없었던 친구들은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장현성의 아버지가 가장 걱정없이 행복했던 시간이었었나 봅니다. 친구들인 줄 알고 천사같은 미소를 짓는 아버지의 표정을 보고서 그때서야 아버지의 외로움을 알았다고,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만 장현성과 함께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에게 무엇보다 좋은 선물이 되었을 듯합니다.
아버지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냈음에도,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있었을 법도 하건만, 장현성이 겪었던 고충을 남일처럼 격한 감정의 동요도 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그를 송선미와 장항준 감독이 왜 나무에 비유하고, 그늘에 비유하는지를 알겠더군요. 아버지의 외로움과 고통을 먼저 이해하려고 하는 장현성은 고요한 물과 같은 사람이더군요.  배우 장현성, 자연인 장현성으로 열심히 살아가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장현성, 자연인이라는 말에서 그가 지향하는 가치관이나 인생관 등을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장현성에 대한 평은 잠재력이 큰 배우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 잠재력을 순간에 폭발시키는 배우도 있지만, 가랑비에 옷젖듯 천천히 보여주는 배우도 있지요. 장현성은 후자쪽인 듯합니다. 그럼에도 굵직하고 강한 아우라를 보여주는 배우입니다. 때문에 아주 짧은 분량에 출연해도 그 인물에 대한 궁금중이나 의문을 갖게 합니다. 그만큼 존재감을 살리는 능력이 탁월하지요. 그 저력은 쉼없이 다져오고 있는 연기내공때문일 겁니다. 연기파 배우보다는 그냥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장현성, 지금까지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빛나왔듯이, 순간 반짝였다 소멸되는 별이 아니라, 오래도록 머무는 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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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2 09:17




싸인의 장민석 변호사, 구미호 여우 누이뎐의 민영익, 얼마전 종영한 샐러리맨 초한지의 최항량 등등 인상깊은 연기를 남긴 배우 장현성이 승승장구를 찾았는데요, 대학동기이자 절친인 장항준 감독이 몰래 온 손님으로 나와, 스튜디오를 초토화시키고 갔습니다. 방송을 보면서 장항준 감독의 거침없는 독설과 짓궂은 입담에도 미소를 짓는 장현성을 보니, 실제로도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준수한 이미지의 점잖고 진중한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무명과 가난한 시절을 함께 보내 온 동지같은 두 사람의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얼굴은 기억하는데 이름이 기억 안나는 배우라며, 대학로 간판배우, 저예산 설경구 장현성이라고 본인소개를 했지요. 장현성은 양택조의 사위이기도 한데, 부모님 전상서에서 사려깊고 말 수 적은 큰아들로 나왔을 때도, 이 배우 느낌좋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했어요. 어디선가 본듯한 배우, 한석규, 김상중, 이성재의 분위기가 믹스된 듯한 장현성은 굵직한 주연배우로서 이름을 날리지는 않았지만 꽤 많은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였던 배우입니다. 하얀거탑, 한성별곡, 뉴하트, 제중원 등등 기억남는 드라마들이 많네요.
극단 학전의 연극배우 츨신, 기본기를 튼튼하게 다진 덕에 장현성은 어떤 배역을 맡아도 캐릭터를 무게감있게 살리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배우지요. 따뜻한 의사에서 뒷통수를 치는 반전의 배신자까지 그는 깊이와 의중을 쉽게 짐작하지 못하게 하는 눈매를 가진 배우입니다. 선량한 눈빛이 각도를 한 번 틀기만 해도 음모와 야망, 배신과 복수로 꿈틀거리는 눈매로 바뀌는 배우지요. 조연이나 단역이라 할지라도 그는 존재감을 살리는 배우입니다.
시위현장에서 서로를 보고 급속도로 가까워진 인연으로 20년지기로 지내 온 장항준 감독의 럭비공같은 발언은 지나칠 정도로 솔직해서 자칫 무안하지 않을까 싶었는데도, 워낙 장항준 감독이 유머와 위트감각이 센 분이라, 분위기를 업시키는데 일조를 했지요.
처음 몰래온 손님 우정출연 제의를 받고 흔쾌히 수락을 했으면서도, (장현성이) 나올 급이 안될텐데, 승승장구 망했다, 시청률은 포기해라며 독설을 서슴지 않았고, 장현성은 연기는 정말 잘하는데 출연료를 많이 주기니 아까운 배우라는 폭탄을 투하하기도 했지요. 대중적인 인지도나 티켓파워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함께 말이죠. 몸값이 오르면 당장은 좋은데, 배우에게 주춤하는 시기가 오면 몸값이 발목을 잡아 오히려 캐스팅에서 누락되기 쉽다며, 한마디로 가늘고 길게 가자는 부연설명을 하기도 했지요.
장항준 감독의 거침없는 폭로는 장현성의 와이프에 대한 일화였지요. 아파트를 지키는 정의의 아줌마(사도)로 칭하며,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제대로 안되어 있는 것을 못본다는 성격이라네요. 특히 아파트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를 잡으러 달려나갔다는 말에 녹화장이 초토화되기도 했습니다. 깨알언급이기는 했지만, 장현성이 욕 꽤나 얻어들었던 아내의 자격을 집에서는 시청을 할 수가 없었다는 말도 잠깐 언급을 했지요. 출연과는 별개로 장현성 집 TV채널이 4개밖에 안된다는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더군요ㅎ.
그가 맡은 배역들이 변호사, 의사, 형사 등등 '사'자 붙은 전문엘리트 역할이다 보니 엘리트 전문배우라는 닉네임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천일의 약속에서도 의사로 출연했었죠. 캐스팅 이유가 평범한 외모와 부담없는 개런티(?)때문일 거라는 말로 좌중을 웃긴 장현성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가히 평탄한 삶을 살아온 것만은 아니더군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16억이라는 빚더미에 앉게 된 장현성, 부모님과 가족은 야반도주를 해야 했고, 사업실패로 인한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그의 아버지는 약물중독으로 고생하다 세상을 떴다고 합니다.
집이 망해 극단 동료가 준 분유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고, 극단연습실에서 더부살이를 했다는 장현성, 오갈 곳이 없어 가져가기 힘들었던 LP판과 화분을 윤도현과 설경구에게 각각 주면서, 서로가 주고 받았던 짠함은 어떤 느낌이었을지 충분히 알겠더군요. 
권위적이고 완벽주의 성격이었던 장현성의 아버지는 사업실패로 현실을 잊고 싶어 수면제를 복용하기 시작했고, 약에 대한 의존증은 심해지고 결국 약물중독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하지요. 영등포에 있는 약물중독 치료모임에 아버지를 모시고 다니기도 했지만, 3~4년에 걸친 약물중독 후유증으로 뇌신경 손상으로 치매가 왔고, 식물인간처럼 병원에 누워 말년을 보내셨다고 하더군요. 
사업이 실패하자 아무도 아버지를 찾아보는 사람은 없었고, 친구도 과거 일을 했던 동료도 아무도 남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홀로 세상에 버려진 듯한 아버지를 보았다는 장현성, 그가 아버지에게서 본 것은 지독한 쓸쓸함, 외로움이었어요. 침대에 누워 어린 시절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더라며, 장현성이 목이 매여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더군요. 아버지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수영하고, 산에서 들에서 놀던 기억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게지요. 그런 아버지를 위해 친구분들을 찾아보려 했지만, 찾기 힘들어 장현성은 자기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하지요. 아버지 친구가 되어 대신 와 준 장현성의 친구들, 아들의 친구들을 자신의 친구로 부르며 천사의 표정으로 웃더라는 말에 함께 울컥해졌습니다.
약물중독의 후유증과 치매로 홀로 병상에서 앙상하게 말라가던 아버지를 위한 아들 장현성의 아버지를 위한 마지막 선물이 잔잔한 감동을 주더군요. 친구가 있어 좋았던 시간, 세상 걱정없었던 친구들은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장현성의 아버지가 가장 걱정없이 행복했던 시간이었었나 봅니다. 친구들인 줄 알고 천사같은 미소를 짓는 아버지의 표정을 보고서 그때서야 아버지의 외로움을 알았다고,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만 장현성과 함께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에게 무엇보다 좋은 선물이 되었을 듯합니다.
아버지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냈음에도,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있었을 법도 하건만, 장현성이 겪었던 고충을 남일처럼 격한 감정의 동요도 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그를 송선미와 장항준 감독이 왜 나무에 비유하고, 그늘에 비유하는지를 알겠더군요. 아버지의 외로움과 고통을 먼저 이해하려고 하는 장현성은 고요한 물과 같은 사람이더군요.  배우 장현성, 자연인 장현성으로 열심히 살아가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장현성, 자연인이라는 말에서 그가 지향하는 가치관이나 인생관 등을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장현성에 대한 평은 잠재력이 큰 배우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 잠재력을 순간에 폭발시키는 배우도 있지만, 가랑비에 옷젖듯 천천히 보여주는 배우도 있지요. 장현성은 후자쪽인 듯합니다. 그럼에도 굵직하고 강한 아우라를 보여주는 배우입니다. 때문에 아주 짧은 분량에 출연해도 그 인물에 대한 궁금중이나 의문을 갖게 합니다. 그만큼 존재감을 살리는 능력이 탁월하지요. 그 저력은 쉼없이 다져오고 있는 연기내공때문일 겁니다. 연기파 배우보다는 그냥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장현성, 지금까지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빛나왔듯이, 순간 반짝였다 소멸되는 별이 아니라, 오래도록 머무는 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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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4 09:48




승승장구 하지원 편을 한마디로 요약하라고 하면 '그녀는 멋지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여배우들 중에 멜로와 액션이 둘 다, 그것도 동시에 가능한 배우는 많지 않습니다. 프로를 꼽으라고 하면 범위는 더 좁혀지지요. 하지원이라는 배우로 말이죠.
토크쇼에서는 하지원을 처음 봤지만, 그녀의 작품을 거의 다 본 시청자라, 하지원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모르는 것이 더 많았던 배우였습니다. 그녀가 액션을 사랑하는 이유를 말이죠. 액션과 하지원은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현정화 감독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시나리오를 받았을때, 당시 몸이 망가질대로 망가져 있었던 상태라 거절하려고 했다고 하더군요. "시나리오 마지막장을 읽고 덮는 순간"이라며, 순간 울컥해서 말을 잇지 못하는 하지원, 스튜디오는 긴장감이 흘렀고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튀어나올 것이라 생각했었던 것은 시청자뿐만이 아니라, 고정패널들도 마찬가지였지요.
몰래온 손님 현정화 감독이 "마지막 씬을 촬영하고 그 감정이 생각나서 그런 것같다"라고 하지원이 울먹이는 이유를 설명하자, 아니라는 말로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사실 하지원의 뒷말이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몸이 너무 안좋아서 아무 것도 못할 상태였는데, 그 시나리오가 내게 와서 마음을 움직였어요", 탁구라는 스포츠 역시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기에 몸상태가 좋지 않았던 하지원에게는 부담이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녀의 몸을 필요로 하는 곳은 달려가기를 마다않습니다. 마치 액션배우가 그녀의 운명이라도 되는 듯이 말이죠.
하지원만큼 와이어씬을 찍으면서도 자연스러운 배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다모에서도 와이어씬이 많았지만, 근래에 본 작품에서는 시크릿 가든에서 스턴트우먼으로 검정 가죽자켓을 입고 공중에서 내려오는 장면은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그 슬픈 카리스마의 눈빛, 얼굴없는 대역으로 몸만을 빌려주는 무명 스턴트우먼의 비애를 표정 하나로 완벽하게 담아 냈었거든요.
물론 남자배우 중에는 액션과 와이어에 매달려서도 표정연기를 자연스럽게 하는 장혁같은 배우도 있습니다만, 여자배우들은 대역을 쓰는 경우가 많아 와이어씬과 표정연기가 따로노는 것을 흔히 보게 되지만, 워낙 위험한 촬영이라 완성도를 논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요. 
다모를 촬영할 때는 8~9개월을 와이어에 매달려 지내다 보니, 척추가 다 휘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네요. 아직도 휘어진 척추를 교정중이라고 하는데, 2003년 작품이었으니 9년이 되어가는데도 후유증을 앓고 있는 셈이지요. 몇년밖에 흐르지 않은 것처럼, 아직도 채옥으로 분한 하지원의 표정과 연기가 기억에 생생한데, 그렇게 오래되었다는 것이 놀랍네요. 

대역없이 모든 액션씬을 직접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한 하지원, 그녀가 대역없이 액션을 직접하는 것은 운동을 좋아하고, 액션씬을 찍으면서 쾌감 비슷한 것을 느끼는 이유도 있지만, 그녀는 진짜를 보여주고자 하는 프로이기 때문입니다. 진짜 복싱을 보여 주어야 하고, 스킨스쿠버, 바이크를 직접타면서 캐릭터와 완벽하게 일치시키고 싶은 프로의식없이는 불가능한 욕심이지요.
모 배우는 해를 품은 달에서 맨발로 고문당하는 장면을 대역없이 찍었다며 즐거웠다고 스스로를 대견스러워 하는 인터뷰를 해서, 시청자에게 고문씬마저 대역을 쓰기도 하는구나라는 쓸데없는 것까지 알게 해서 놀라게 했는데, 골절은 물론 몸이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배역을 소화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까무라치겠더군요. 물론 여배우들이 목숨을 담보해서 까지 촬영을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묘하게 비교되더군요.
하지원이 힘들었던 키스씬으로 발리에서 생긴 일을 찍다 조인성의 강제키스에 이가 부러질 뻔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는데요, 조인성과 하지원이 얼마나 역할을 열심히 했었는지를 알 수 있었지요. 강제로 하려는 조인성, 거부하는 하지원, 둘 다 얼마나 연기에 몰입을 했었는지를 보여준 일화였습니다. 프로는 이런 세심한 장면 하나도 허투루 찍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한 대목이었죠. 
더킹에서 이승기의 목덜미 키스씬에 얽힌 비화 한토막을 전해 웃음을 주기도 했던 하지원이었습니다. 잠든 항아 옆에 앉아 키스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이승기가 지문을 잘못 읽어 하지원의 옆에 눕는 바람에, 감독님 손에 끌려내려 갔다는군요. "이렇게 적극적으로"라고 이승기의 과감한 행동에 놀랐다는 감독님과 순간 당황했을 이승기를 생각하니, 촬영현장에 웃음보가 터졌을 듯하더라고요.
발육이 빨라 하지원의 학창시절 별명이 거들녀였다고 말했다가 편집해달라는 애교를 보이기도 했는데, 민망해 어쩔줄을 모르는 하지원을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숫기없는 하지원이더라고요. 아마 거들녀가 검색어에 떠버렸을걸요ㅎ. 이를 어쩌나요? 하지만 전혀 민망할 필요없으니 신경쓰지 마세요. 하지원씨~~ 
하지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란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는데요, 복싱영화 '1번가의 기적'을 찍으면서는 진짜로 얼굴을 맞아가면서 찍었다고 하더군요. 촬영 때마다 얼굴에 멍이 들어 생쇠고기로 멍을 빼고, 다음날이면 말짱하게 촬영장에 웃고 나갔다는 하지원, 피멍도 그럴싸하게 얼마든지 분장으로 커버할 수가 있었을텐데, 여배우가 그것도 얼굴을 진짜 복싱선수의 강펀치에 맡겼다니, 강심장이 따로 없었습니다.
더 기함하게 만든 것은 영화 '형사'를 찍으면서 낙법연습중 기절을 한 사고가 있었는데, 그렇게 몸이 아프면서도 촬영을 계속했었던 하지원, 그녀의 악바리 정신력이 무모하고 바보스럽게 느껴지기 까지 했답니다. 두달 후에 머리부상을 당해 병원에 갔는데, 그제서야 기절했을 때 목뼈골절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머리부터 발까지 아픈 고통을 참고 있었다는 것에,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랐습니다. 실명위기에 처할 뻔한 사연은 오히려 충격수위가 약할 정도였어요. 그러면서도 또 새로운 액션을 하고 싶어진다는 액션중독배우 하지원, 그녀는 액션과 사랑에 빠진 천상 배우였습니다.
물론 하지원의 연기를 논하면서 액션만을 거론하는 것은 실례 중의 큰 실례입니다. 하지원은 액션연기만이 아니라, 멜로연기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기자지요. 특히 상대배우와의 케미가 완벽한 여배우 중의 한 사람입니다.
하지원의 상대남자배우는 다 뜬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그녀는 상대배우를 돋보이게 하는 배우입니다. 그녀와 호흡을 맞춘 현빈, 조인성, 강동원, 소지섭, 권상우, 그리고 이번에 더킹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승기까지, 상대배우가 빛날 수 있게 하는 하지원의 연기핵심은, 시청자로 하여금 하지원의 눈을 통해 상대배우들을 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원의 눈이 시청자의 눈이 되고, 하지원 가슴이 시청자의 감정이 되고, 하지원의 눈물이 시청자의 슬픔과 아픔이 되게 합니다. 시청자에게 하지원은 드마마속 캐릭터로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캐릭터로 감정이입을 완벽하게 시킨다는 것이죠. 그러니 상대남자들은 시청자에게도 사랑의 대상이 되고, 애틋하게 바라보는 연인이 되게 하고, 한 대 패주고 싶은 깐족이로 보이게 하죠. 나이란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배우가 하지원입니다. 더킹 투하츠에서는 상대배우 이승기와 무려 아홉살이라는 차이에도, 나이차를 느끼게 하지 않는 호흡을 보여주고 있지요.

시청자와 감정을 일치시킬 수 있는 배우는 많치 않아요. 작품을 하는 동안은 캐릭터에만 집중한다는 하지원의 말은, 입에 발린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시청자는 작품속 하지원이 분한 캐릭터를 통해 확인합니다. 연기자이니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그런데 하지원은 감정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시청자를 그 캐릭터처럼 느끼게 합니다. 제 3자가 아니라, 그 캐릭터가 되게 하는 감정이입, 그래서 상대배우를 커보이게 하고, 빛나보이게 하는 것이지요. 대개가 그렇잖아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보이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쫓게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한없이 커보이잖아요. 하지원이라는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드라마속 하지원의 캐릭터가 되게 하니, 당연히 상대배우가 더 눈에 들어오죠. 드라마속 하지원과 같은 감정으로 보게 하니 말이죠. 그 감정을 극대화시킬 줄 아는 배우가 하지원입니다. 하지원이 상대배우들을 빛나게 하는 이유입니다. 
김승우가 말했듯이 운동과 연기가 특기이자 취미인 배우, 그리고 인터넷 검색이 유일한 일과라는데, 오늘도 하지원이 본인의 이름을 검색할 듯합니다ㅎ. 혹이라도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이 말을 전하고 싶네요. 몸을 아끼지 않는 프로 하지원, 당신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석인 멋진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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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7 10:16




언제부터인가 주연보다는 조연들의 명품연기에 시청자의 눈길이 쏠리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되면  어떤 조연배우들이 포진해 있나를 보고 드라마를 선택할 정도로, 조연배우들의 존재감이 커져가고 있는 추세지요.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연기가 좋다는 것, 연기를 잘한다는 것이죠.
내공있는 조연배우들은 어떤 작품의 경우는 주연보다 열연을 펼침으로써, 작품을 완성해가는 한 축이 되거나, 심지어는 스토리를 바꿔버리는 경우도 있지요. 전미선 역시 스토리마저 바꾸게 한 주인공 중의 한 사람입니다.

명품 살리지 못한 짝퉁MC들!
시청률 보증수표로 뒤늦게(?) 그 연기의 진가를 주목받기 시작한 '해를 품은 달'의 도무녀 장녹영역의 전미선이 승승장구에 출연했는데요, 데뷔 작품부터 대인기피증을 겪기도 한 공백기, 그리고 결혼스토리까지, 작품속에서 만나는 캐릭터로서의 전미선이 아니라, 배우 전미선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방송을 본 후 괜스레 전미선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더군요. 뭐랄까 해품달의 높은 인기에 급하게 섭외한 나머지, 욕심만 앞섰지 전미선이라는 배우에 대한 자료조사나, MC들의 알맹이 없는 질문내용 등 준비부족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승승장구 게스트는 비스트처럼 여러명을 섭외한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 화제가 되고 있는 1인 게스트를 초빙해, 그의 인생이야기를 묻고 끄집어 내는 프로입니다. 게스트가 토크쇼에 익숙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묻지않아도 잘 풀어간다면, MC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경우도 물론 있지요. 전미선의 경우는 성격 자체는 활달, 아니 화통할 정도로 시원스러웠지만, 의외로 붙임성이 있는 성격이 아니고 매스컴에 자주 노출된 배우도 아니었기에,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서투를 수밖에 없겠지요. 
이것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MC인데 네명이나 떼를 지어 앉아 있으면서도, 전미선의 브리핑만을 듣고 있는 병풍들에 가까웠습니다. 시청자가 기억하는 전미선의 극중 역할을 주마간산처럼 뚝딱하고 보여주고 말아서, 수박겉핥기로 1시간을 채워 버린 듯한 서운함마저 들게 하더군요.

전미선의 연기력을 입증한 수많은 이름들
전미선은 캐릭터 분석력이 뛰어난 배우입니다. 물론 타고난 '끼'도 있겠지만, 매 작품마다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모습은 끼때문만은 아닌, 그녀 나름대로의 캐릭터를 해석하는 노력에 기인했을 겁니다.
화제가 된 작품에는 거의 빠지지 않을 정도로 약방의 감초처럼 출연을 했었고, 인상깊은 연기를 펼첬던 그녀였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이 전미선이라는 이름보다는 배역 이름만 기억한다는 고민을 안고 찾아왔습니다. 이는 대중들보다는 전미선의 잘못(?)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작품 속 캐릭터에 완전동화되었기에 가능한 일이기에 말이지요.
제 경우 전미선의 연기는 데뷔작이었던 토지부터 봐왔으니, 그녀의 배우인생 시작부터 지금까지 쭉 지켜본 셈입니다. 토지는 한혜숙의 1대 서희, 2대 최수지, 김현주의 3대 서희까지 다 봤는데요, '토지'하면 떠오르는 이름들을 두서없이 나열해 보겠습니다.
반효정, 한혜숙, 서인석, 서미경(1대 귀녀 역할을 했던 분으로, 이분은 롯데패밀리가 되어 연예계는 은퇴했지만, 귀녀 역 중 가장 인상에 남습니다), 2대 봉순이(이것봐요, 전미선이 아니라 봉순이를 떠올리잖아요^^), 최수지, 유준상, 박혜숙, 박원숙, 선우은숙, 임동진, 유해진, 박상원 등등입니다. 토지에 출연했던 배우 이름을 떠올리는데, 봉순이는 전미선이라는 배우 이름이 아니라, 그냥 최수지의 서희와 함께 나왔던 봉순이로 떠오릅니다. 
 개인적 성향이겠지만, 제 경우는 최서희보다는 봉순이와 월선이, 그리고 포악한 임이네의 캐스팅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길상에 대한 첫사랑을 간직한 봉순이, 그녀의 삶에 점철된 외로움에 더 깊은 연민을 느꼈지요. 용이를 사이에 두고 보살님같은 월선이의 기구한 삶과 월선이의 피를 빨아 기생하고 사는 억척스러운 임이네라는 캐릭터는 항상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3편의 토지 역대 봉순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 2대 봉순이 전미선입니다. 배를 타고 떠나는 길상과 서희를 보며, "길상아, 길상아"라며 울던, 젊었던 전미선의 얼굴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봉순이가 사랑했던 남자 길상이, 봉순이를 사랑했던 남자 정석, 이상현(이 사람은 사랑이라기 보다는 단물빨아 먹는 기회주의적인 기둥서방?) 등, 봉순이 인생에 숱한 남자들이 곁을 머물기도 했지만, 결국은 철저하게 고독하게 살다간 비련의 인물, 딸 양현이 하나만을 곡절많은 삶의 흔적으로 남기고 생을 마감한 봉순이는, 서희의 삶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인물이었죠. 벌써 20년이 넘었는데도 그 얼굴이 생생한 것을 보면, 전미선이 얼마나 큰 인상을 남겼는지, 놀라운 연기였다는 생각만이 드네요. 
그럼에도 전미선은 봉순이, 황진이 어머니, 송강호 애인(살인의 추억), 탁구엄마 미순(이때부터는 전미선이라는 이름을 함께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등으로, 이름보다는 캐릭터를 떠올리기가 쉬웠지요. 전미선의 고민거리가 저같은 시청자들 때문이었더군요.

명품배우 전미선, 더이상 흙 속의 진주가 아니에요!
주연들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더이상 아닌 곳이 드라마나 영화 분야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시청자들은 주연보다는 조연들의 연기에 환호하고, 비주얼보다는 연기력에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는데, 그런 분위기의 선구자 역할을 한 인물이 대표적으로 전미선, 윤제문 등 조연들의 열연때문이었습니다. 주연들에만 집중해서 보는 판도를 바꿔버린 것이죠. 
드라마가 한 두 캐릭터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에, 조연들이 주연을 빛내기도 하고, 조연이 더 빛나버리기도 하는 등, 시청자에게 작품을 감상하는 스펙트럼을 넓혀준 것이지요. 연기자에게 연기 스펙트럼이 있듯이, 시청자에게도 작품을 감상 분석하는 스펙트럼이 있듯이 말이죠. 즉 시청자에게 작품을 보는 눈을 넓혀주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한편으로는 이렇듯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고, 심지어는 주연배우보다 드라마를 돋보이게 한 명품배우들이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은 왠지 씁쓸해집니다. 
화제의 중심에 있는 해를 품은 달에서 주연은 아니지만, 주연보다 더 강한 존재감을 품어내는 인물이 도무녀 장녹영과 대왕대비 윤씨(김영애), 영의정 윤대형(김응수), 상선형선 정은표, 그리고 연우의 모친 정경부인 신씨 양미경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 대왕대비와 장녹영은 짧은 씬만으로 드라마의 몰입도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힘, 아우라를 뿜어냅니다.
좋은 연기자는 시청자에게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능력을 갖춘 경우가 많지요. 눈빛연기 하나에도 음흉한 속내를 읽게 한다거나, 대사없이 주고 받는 표정으로도 전쟁을 치르는 듯한 격한 감정선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폭풍눈물이 아니어도 연우 한가인을 애틋하게 쳐다보는 표정만으로도, 대사 이상의 감정을 전달해 주기도 하고 말이지요. 전미선은 그런 배우입니다.
전미선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시청자는 눈을 떼지 않고 그녀의 행동거지, 표정, 눈빛, 대사에 집중하게 되지요. 시청자에게 친절한 배우, 그 표정 하나에서도 줄거리가 보이기 때문이에요. 마치 엄마따라 시장에 가서 잠깐 한 눈을 팔면 엄마를 잃어버릴까봐,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듯한 배우라고 할까요? 전미선의 연기에 한시도 눈을 떼지못하게 하는 흡입력의 이유입니다.
명품조연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모두 배우일 뿐이라며 선을 긋는 전미선, 그럼 명품배우라는 말은 어떠한가요? 전미선이라는 배우는 흙속의 진주가 아니라, 시청자가 진품으로 감정한, 명품배우라는 수식어를 받을 자격이 있는 빛이 나는 진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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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9 12:17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을 쉽게 할 수는 있지만, 박수를 받는 당사자는 쉽게 떠나지 못하는 곳이 정상이라는 무대입니다. 솔직히 은지원의 1박2일 하차는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모든 멤버들이 하차를 하는 것도 아니었고, 멤버들 개인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식으로 떠나는 멤버와 남는 멤버로 갈렸는데, 남아주길 바랐던 멤버 은지원의 하차는 의외였거든요. 1박2일 멤버들중 은지원과 이승기는 에이스 중의 에이스였기에, 하차소식에 서운한 마음이 유독 컸던 멤버들이었고요.
이승기는 드라마와 일본진출 관련해서 당연히 하차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은지원의 하차 이유는 감을 잡기가 힘들더군요. 놀러와에 복귀를 했지만, 왜 1박2일을 버리는 지 의아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승승장구 은지원 출연은 더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디서도 은지원이 1박2일을 하차하는 이유를 듣고 본 적이 없어서, 승승장구에서는 밝히지 않았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궁금증이 해결되었는데, 뭐랄까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더군요. 초딩 은지원, 1박2일에서는 막내 아닌 막내 역할을 했던 캐릭터였는데, 솔직히 언제 이렇게 의젓해져 버렸는지, 그 의젓함이 속상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대견하더군요. 결혼까지 한 가장에게 대견스럽다는 말을 하는 것이 결례라는 것은 알지만, 워낙 은초딩이라는 캐릭터로 친숙해져서, 동생같은 생각이 들어서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은지원은 "알고보면 어른 은지원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하면서 입담을 풀어갔지요. 5촌고모인 박근혜 의원에 대한 생각도 밝혔는데,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꽤 긴 시간을 화제로 삼는 것이 썩 탐탁지는 않았습니다. 젝스키스 시절의 비화, 사춘기 시절 하와이 유학을 가서 퇴학당해 불법체류한 사실과 결국 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는 말까지 허심탄회하게 고백한 은지원, 학교 가기가 싫어서 안갔다는 말이 은초딩답게 솔직하더군요.
몰래온 손님으로 바비킴이 나와 그가 찍었다는 UFO사진(?)을 보여주기도 하고, 깐족 탁재훈과 기싸움도(?) 했는데, 약간 사오정같기는 했지만 예능감 있는 바비킴의 새로운 모습도 보였지요. 그리고 첫사랑이었던 이수연씨와의 결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갔습니다.
은지원의 개인사에 대해서는 이렇게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지 못했던 지라, 특히 아내와의 연애에서 결혼에 이르기 까지의 과정은 살짝 놀랐습니다. 아내에게 정말 몹쓸짓 한 나쁜남자였더군요.ㅎ;;  대뜸 결혼하자는 프로포즈를 하고는 3년간 연락을 두절해 버렸다니 말입니다. "결혼을 왜 해야 하지" 라는 회의감이 들어서였다는데, 이수연씨의 경우는 프로포즈를 받고 결혼준비까지 했었다니, 이런 황당스러운 남자를 봤나 싶더랍니다. 그렇게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가 불현듯 아내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고, "진짜 결혼하자"는 프로포즈를 했다고 하지요. 이런 황당스러운 남자를 받아들인 아내 이수연씨, 이런 것을 하늘이 정한 인연이라고 하나 봅니다.
은지원이 밝힌 1박2일 하차이유는 더이상 초딩이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5년간 초딩이라는 캐릭터 안에서 떼쓰고 꾀부리는 것이 가능했던 은지원, 은초딩은 5년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숙해져 있었고,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하지요. 그런 자신의 모습을 속이고 계속해서 은초딩의 캐릭터로 활동할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렇다고 '나 철들었어, 어른이야'의 컨셉으로 나설 수도 없는 것이 워낙 은초딩의 캐릭터가 은지원의 상징이 돼버렸기에 한계를 느꼈다고 하더군요.
은지원의 말에서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얼마나 솔직한 성격인지를 알게 하더군요. 은초딩의 성숙이 속상하기 까지 했던 것은, 은지원이 1박2일에 계속 남아있기를 바랐던 제 개인적인 팬심이었지만, 은지원에게 크게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1박2일이라는 국민예능 프로그램을 이승기처럼 개인적인 스케줄이 있지 않다면, 하차하기는 쉽지 않았겠지요. 물론 시즌 2가 시즌 1처럼 인기를 얻을 지는 아직은 모르는 일이지만, 1박2일이라는 아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는 않는 법, 욕심을 부릴 수도 있었을 법했는데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에 놀랐습니다.

솔직히 어느 연예인이 5년이나 함께 한, 더구나 최고의 인기프로그램에서 자진하차를 쉽게 결정할 수 있겠어요. 은지원도 오랜 시간 고민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지만, 속이고 싶지 않았다는 말에 놀랐습니다. 1박2일 속에서 철없는 캐릭터, 초딩캐릭터가 실제 은지원의 모습 대부분이라고 생각해 왔었는지, 알고 보면 저도 어른이라는 고백을 이제서야 받아들이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실제 은지원은 1박2일에서 가장 어른스럽게 변한 멤버이기도 합니다. 은지원에게서 대견스러움을 느낀 것이 개인적으로는 칼봉산 입수였던 듯합니다. 찬물에 입수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고 도망치기 일쑤였던 은지원이, 그날은 가장 먼저 입수를 하는 용기를 보여 주었거든요. 그것도 박찬호가 입수하기 좋게 미리 얼음을 깨기도 했듯이, 그날은 정말 꽁꽁 언 얼음물 입수와 다름없었는데 말이지요.

그 이후로도 은지원은 섭섭당의 수장으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도 어른스러워 지기 시작했지요. 스스럼없이 어머님 아버님이라는 말도 할 수 있게 되었고 말이죠. 낯을 가렸던 은지원이 사람들과 친해져 가는 모습이 어른스러웠고, 반찬 편식을 하는 모습은 늘 초딩스러웠지만, 고된 작업이 있는 미션도 지원의 투덜댐은 줄어들기 시작했지요. 물론 나피디에게 따져묻고 반전상황을 이끌어 내는 변수를 던지는 초딩이기는 했지만, 은지원은 언제인가부터 힘든 일 앞에서 투덜거림이 줄어든 것은 물론, 힘든 미션도 묵묵하게 수행하는 모습이 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시청자의 눈에는 열심히 하는 초딩의 모습으로 대견스럽게 보였지만, 은지원 본인은 스스로는 캐릭터의 한계로 느끼기 시작했던 모양이더군요. 아무도 몰랐던 지원의 고민을 들은 느낌입니다. 1박2일 하차 이유는 은지원의 어른됨을 말하는 고백이기도 했습니다. 은지원의 1박2일 하차이유를 듣고는 잠시 제작진과 멤버들에게 아쉬운 마음도 한켠으로는 들더군요.
은지원은 은초딩이라는 닉네임도 있었지만, 은대장 캐릭터도 있었는데, 그걸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이제와서 이런 말 하는 것이 필요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쉬움이 커서인가 봅니다. 초딩을 졸업한 은지원, 이제는 은대장의 모습으로 성장한 캐릭터도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박수칠 때 떠날 수 있는 것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줄 알고, 정상의 자리에서 과감히 내려올 줄도 아는 은지원, 더이상 초딩 은지원이 아니었습니다. 서른이 넘은 은지원에게 결례임에도 말하고 싶네요. 우리 은초딩이 이렇게 어른이 다 되었다고요. 은지원이 자신에게 쓰는 편지에서처럼, 항상 도전하는 은지원이 되기를 바라며, 새로 시작될 도전도 승승장구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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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5 10:05




심수봉의 이야기는 사실 처음으로 밝힌 일들이 아니었기에 새로움은 없었습니다. 남편을 짝사랑했던 마음을 담은 '비나리'에 얽힌 이야기도, 궁정동 그 사건에 관련되었다는 일로 심령학자였던 첫남편이 고문받는 것을 옆방에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이미 방송에서 말했던 일이었기에, 놀랄만한 회상은 아니었습니다.
약 10년전쯤에 발간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승승장구에서 밝힌 내용들은 심수봉의 자서전 '사랑밖에 난 몰라'에 대부분 기술된 내용들이었습니다. 연예인들의 자서전을 사는 일이 좀처럼 없는데도, 비슷한 시기로 기억되는데 조수미의 자서전과 심수봉의 자서전을 사서 읽었습니다. 장르는 달라도 마음을 움직이는 목소리를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했거든요. 한국에 있는 서재에 아직도 있을텐데, 가져오지 못한게 좀 아쉽군요.
솔직히 심수봉의 자서전의 경우는 좀 특별한 마음으로 읽었었습니다. 솔직히 호기심도 있었고, 10.26사태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라, 개인적으로는 현대사 자료라는 생각으로 사서 읽었는데, 꽤 오래전에 읽었음에도 책을 덮고 하나의 감정이 길게 여운으로 남았던 것같습니다. '사랑을 노래하는 절대감성의 심수봉이 이젠 여자로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방송에서도 영이 맑다는 표현을 했지만, 자서전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던 듯합니다. '이 사람은 너무 순수해서 세상에 더 휘둘리고 사는구나, 너무 순수하고 감성적인 사람이라, 사람들의 속물근성에 치이고 살았구나',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10.26사태 궁정동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한국이 아니었더라면, 돈방석에 앉았을 수도 있었을 일입니다. 미국이나 외국에서의 일이었다면, 아마 유명언론에서 거액을 지불하고 사고도 남을 일이었겠지만,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죠. 독재정권, 폭력정권이기에 가능했던 아이러니죠. 대통령과의 섹스스캔들을 파는 일도 있는데 말이죠.
박정희에 이어 전두환 군부정권이 들어서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심수봉의 인생도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정상적으로 정권을 인수한 전두환 정권은 박정희 정권의 계승자여야 했기에, 박정희의 치부가 세상에 드러나기를 두려워했죠. 더구나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하극상의 현장이었으니, 군인들에게 하극상이란 최악의 치부라 여겨졌을 법도 합니다.

심수봉은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가계가 예인의 집안입니다. 할아버지는 판소리 명창이자 가야금 명인 심정순, 아버지 심재덕은 민요채집가, 작은 아버지와 고모는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분들입니다. 특히 심수봉의 고모 故심화영님은 승무 무형문화재이기도 했습니다. 딱 한 번 공연을 본적이 있었는데, 당시는 심수봉의 고모라는 것은 몰랐었습니다만... 심수봉의 노래에는 한의 정서와 반음이 많다는 특징이 있는데, 소리꾼이 많은 그녀의 집안내력과 무관해 보이지 않은 듯도 하고요. 전문가의 소견은 아니지만;;

10.26사태 하면 굵직한 단어들이 떠오르죠. 故박정희대통령, 김재규, 차지철, 궁정동, 삽교천, 그때 그사람 심수봉,  그리고 또 한 여인 신모씨.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마셨다는 술로 더 유명해져 버린 시바스 리갈입니다.
역사는 세월과 함께 묻혀가고 비극의 한 현장으로 기억될 뿐이지만,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심수봉에게는 여전히 아픔이고, 상처였습니다. 요즘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빛과 그림자에도 궁정동 사건이 나왔는데, 궁정동이라는 말만 듣고 시댁에서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좌불안석이었다는 고백만으로도, 그녀에게 30여전의 그 일은 여전히 살아있는 아픔으로 자리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자의건 타의건 심수봉은 그 자리에 있었고, 오랜 시간이 흘러 마지막 말을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책에서 읽었던 기억으로는 총소리에 놀라 곁으로 가니 "난 괜찮다"라는 말을 했다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지막까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초연했다는 말도 덧붙였던 것같고요.

그 사건이후 그녀의 삶은 말 그대로 파란만장의 연속이었으니, 더더욱이나 잊혀질 수 없는 사건이겠지요. 자신과 만난다는 이유로 서빙고에 끌려가 고문을 받았던 첫남편, 거짓 각서를 쓰고 풀려나고는 곧바로 정신병원에 강제감금되어, 약물중독에 이를 정도로 주사를 맞았다는 고백은, 한 개인의 삶과 인권을 철저히 유린한 폭력이었습니다.
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던 세상, 그 세상을 이렇게 방송에서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심수봉이 광주에서 끝내 부르지 못하고 왔다는 백만송이 장미, 5.18 광주민주화항쟁에서 이슬처럼 사라져 버린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한 노래였다고 밝힐 수 있음 또한 그러하고 말이지요. 
특히 무궁화는 그녀의 아들에게 유언처럼 남겨주고 싶었던 노랫말이었다는 고백을 예전에 다른 방송에서 들었지만, 각하의 심기를 거슬렸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어야 했던 곡절까지 있는 노래지요. 요즘은 청소년들의 정서에 해악을 미친다는 이유, 혹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금지곡 사유가 되는 일이 더러있지만, 서슬퍼런 군부독재 아래서는 영부인의 이름자를 쓰면 영화든 노래든, 과거의 것들까지 다 금지조치를 당했고, 우울한 정서를 반영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금지곡이 되는 일도 있었죠. 조용필의 촛불도 금지된 일이 있었습니다. 촛불이 꺼지는 것이 사회의 우울함을 조장한다나 뭐라나, 암튼 그런 이유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심수봉의 노래는 그 떨리는 음색만으로도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마법이 있는데요, 가사말이 시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뛰어나게 문학적이지도 않은데, 가슴을 파고들어 감정 밑바닥을 헤집어 주는 마력이 있습니다. 직설적이리만큼 담백한 가사가 심수봉의 목소리로 옷을 입으면, 처연하리만큼 진한 감정의 노래로 탈바꿈되어 버리지요. 탁재훈과 이수근을 현장에서 울려버리는 마력, 그것은 심수봉이 말했듯이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그 상처와 만나게 하기 때문일 겁니다.
남일 말하듯 너무나 담담하게 "인생이 슬퍼요"라고 말하는데, 사람이 너무 힘든 일을 당하고 나면, 감정도 슬픔도 남의 감정처럼 그렇게 읊조리듯 뱉을 수 있는 처연함을 느끼게 합니다. 초연함이 아닌 처연함말이에요. 우리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의 현장에 있어야 했던 심수봉, 그런 것들이 지나고 나니 필연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고백은, 긴 세월을 통해 생겨난 내성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한 순간 방송을 보고 저를 부끄럽게 한 심수봉의 말에, 순간 저 또한 그녀의 상처보다는 호기심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궁금해 했던 것에 사과를 하고 싶어지더군요. 30주년 기념공연에 기획사가 박근혜를 초청하자고 했다는데, 심수봉은 단호히 거절했다고 합니다. 박근혜를 홍보마케팅으로 이용하는 것같다는 생각으로 말이지요.
정치를 사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심수봉의 말이 참 멋지게 와닿더군요. 그런데 기획했던 사람중에 한 사람이 언론에 알려버렸고, 결과적으로 홍보마케팅이 되어 씁쓸한 만원사례가 되었다며, 민망한 미소를 짓기도 했는데요, 심수봉의 대중들에게 던지는 일갈이 부끄럽고 미안하게 하더군요. "왜 사람들은 남의 아픔을 구경하려고 하나?". 혼잣말처럼 뱉었지만, 참 슬프고 미안해지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수봉의 아픔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또 앞으로도 대중들에게는 늘 수식어처럼 따라다닐 듯합니다. 어쩔 수 없이 굴레처럼 짊어져 버린 심수봉의 짐이기도 합니다. 비극의 역사현장에 있었던 비련의 여가수에게 어쩌면 평생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세간의 호기심이겠지요. 그래서 또 미안해 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심수봉에게 비련의 여가수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조금이나마 표현을 바꿔서 역사의 비극을 지켜봤던 현대사의 증인이라는 말로, 그녀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더군요.
 자신의 아픔과 굴곡진 삶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것이, 가수로서의 소명인 것같다고 말하는 심수봉이었지요. "사람들에게 누구나 상처가 있잖아요. 노래로 그 상처들을 위로하는게 내 소명같아요". 심수봉의 바람대로 그녀의 주옥같은 마법의 사랑노래가 사람들의 마음뿐만 아니라, 그녀의 상처 또한 위로하는 힘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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