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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3 11:16




매리에게 사랑은 사고입니다. 교통사고처럼 어느날 갑자기 예고없이 준비없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지요. 극중 매리에게 나타난 두 남편을 매리의 눈으로 보자면, 좋아지는 사람과 싫지 않은 사람으로 정리될 듯합니다. 문제는 좋아지려는 사람이 대시했으면 좋겠는데, 싫지 않은 사람이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시를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한 번 박히게 되면 바뀌기가 힘든 것이 선입견이라는 녀석이죠. 결혼도 비지니스라는 정나미 떨어지는 인물로 찍혀있는 정중한 싸가지 정인, 일주일 이상 여자 사귀는 것은 질색이라는 바람둥이 홍대꽃거지 강무결, 매리에게 찍혀있는 두 남편의 이미지이자 선입견이죠.
매리에게 이 선입견이라는 녀석이 서서히 깨지고 있는 중입니다. 자신과의 결혼을 비지니스라고 생각했던 정인은 매리의 이마에 난 상처를 무결이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아픔처럼 달래주며 마음을 흔들어 놓지요. "보쿠가이루, 내가 있어. 내가 널 지켜줄게, 영원히"라고 속삭이면서 말이죠. 매리의 잠재의식에 남아있는 말, 무서웠던 악몽을 잊게 해 준 따뜻한 메아리처럼 말이지요. 무결의 갑작스런 키스는 매리를 두근거림이라는 감정을 주며, 강무결에게 느꼈던 감정들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그리고 매리를 두 남자의 방 앞에서 고민하게 하지요.

정중한 싸가지, 신데렐라의 방
매리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인은 매리를 인정해주고, 매리를 공짜밥이나 먹는 계약직 신부감이라는 불편한 옷을 벗게 합니다. 매리에게 새 드라마 대본을 주고 모니터를 하라는 지시도 하고, 매리가 좋아했던 드라마 작가를 만나, 직원이라고 소개도 시켜주지요. 매리의 드라마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날카로운 분석능력도 입증할 수 있게 해주지요. 정중한 싸가지가 정중한 사업가로 선입견 탈피 중입니다.
정인의 아버지가 매리를 청담동 며느리감에 걸맞는 스타일링을 해주며, 매리 역시 조금은 낯설고 불편하지만 아름다운 옷을 입게 됩니다. 드레스룸을 통째로 선물받은 매리, 명품옷, 명품가방에 신발, 액서서리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설레임의 방입니다. 여자라면 한 번씩 꿈꾸고 상상해 봤음직한 별천지가, 매리 눈앞에 거짓말처럼 펼쳐진 것이지요. 모든 것이 너의 것이라고 말해주면서 말이죠. 매리의 선물받은 드레스룸은 정인에게 어울리는 여자의 방입니다. 매리에게는 신데렐라의 방이지요. 이 신데렐라의 방은, 매리의 고민과 사랑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홍대 꽃거지, 의리의 방
매리에게는 정인이 준 신데렐라 방과는 다른, 또 하나의 방이 있지요. 강무결의 너저분한 작업실겸 매리의 오후 직장인 의리의 방입니다. 보증금을 내지 못한 무결을 위해 선뜻 200만원을 주인집 여자에게 줘버리는 매리, 강무결에게 100일 계약의 족쇄로 들이밀기는 했지만, 아버지들의 선택에 의한 결혼강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매리의 계산이기도 했지요. 정인과의 결혼을 거부하기 위해, 무결의 집에 계약기간 동안에는 드나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매리가 지불한 보증금에는 신데렐라의 방과는 다른 매리의 선택을 보여주는 미리보기 복선이 숨어있습니다. 매리의 선택이라는 복선이지요. 완벽하게 갖춰진 신데렐라의 방과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꾸민 무결의 집은, 싫지 않은 사람과 좋아지는 사람을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될 복선이 숨어있는 것이지요. 무결의 허름한 방은 현실에서의 매리와 닮은 방입니다. 닮아서 편한 방이기도 하지요. 빚에 쪼들리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야 했고, 학비가 없어 휴학계를 내야 했던, 남이 버린 멀쩡한 물건이 환골탈태해서 내 물건이 되는 그런 방이지요. 믿음 소망 사랑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의리라고 하는 매리에게는, 길고양이 무결에게 지키고 싶은 의리의 방이기도 합니다.
수동적인 매리,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매리는 외박중을 보고 있으면,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주인공 위매리의 자아와 타인의 의지와의 충돌에서 번번히 매리가 끌려가고 있다는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귀여운 매리를 내세울 때부터 예견되었던 일이기도 했지만, 두 남자 중 한사람을 선택할 칼자루를 쥔 사람이 매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두 남자가 결투해서 승자가 매리를 차지하게 하는, 매리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듯한 그런 느낌을 가지게 된다고 할까요? 모든 것을 갖춘 정중한 싸가지의 피앙새로 간택되든지, 인디보컬 홍대꽃거지의 피앙새로 간택되든지, 매리에게 선택권이 있다기 보다는 두 사람중 승자에게 간택당하는 듯한 그런 느낌말이에요.
그 이유는 매리를 단순한 캐릭터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에요. 귀엽고, 생활력 강하고 낙천적인 매리에 비하면, 강무결과 정인은 엉킨 실타래보다 복잡한 내면세계와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들로 그려지고 있지요. 매리는 귀엽고 사랑스러움으로 단순하게 캐릭터화해서 보여주고 있는 반면, 강무결이나 정인은 켜켜이 쌓인 퇴적암처럼 그들이 살아온 세월을 비밀처럼 숨겨두고 있어서, 매리에 비해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가고 있습니다. 

강무결은 철없는 엄마, 드라마 OST 계약문제, 음악에 대한 고민 등등 매력적인 캐릭터만큼이나 감정선도 입체적입니다. 정인 역시 마찬가지에요. 아버지와의 보이지 않는 갈등,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순수음악을 보는 안목과 열정, 사업을 키우려는 야망 등 많은 감정들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에요. 그에 비하면 매리의 모든 생각은 강무결과의 가짜 결혼이 들통나면 안된다는 것에 집중되어 있을 뿐이에요. 드라마를 좋아하는 매리가 작가로서의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하게는 하지만, 꿈을 키우지 못하는 현실적인 고민의 흔적이 매리에게서 보여지지 않는다는 것이, 대표적으로 매리의 캐릭터를 단순화시키고 있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귀엽고 깜찍 발랄한 매리일 뿐이죠. 문근영의 팔색조같은 연기의 향연장이 되고 있을 뿐입니다.

교통사고같았던 매리의 첫키스, 중요한 이유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강무결의 기습키스는 사랑스런 매리를 매력적인 매리로 바꾸게 될 전환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편으로는 반가웠습니다. 교통사고처럼 당한 매리의 첫키스는 매리를 소녀에서 여자로 성장시키는 첫걸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매리는 외박중은 두 개의 분위기가 이물질처럼 섞이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 느낌이에요. 재미는 있는데 보고 나면 무슨 내용이었지?라고 반문하게 만들거든요. 왜 그럴까 생각을 했더니 장근석과 김재욱이 만들어 가고 있는 분위기와 그 사이에 낀 문근영의 분위기가 각기 따로 논다는 겁니다. 매리는 강무결의 감정선에도 승차하지 못하고, 정인에게도 마찬가지지요. 오히려 강무결과 정인이 한세트로 엮여 있는 것 같습니다.
매리는 외박중을 보며 심히 깨는 장면이 매리의 친구들이 나오는 장면이에요. 매리의 친구들을 보면 무개념의 찌질이들에다, 드라마 분위기를 초를 치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두 여자친구가 나오면 드라마가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까지 들게 합니다. 스테이크 요리에 와인이 아닌 소주가 나오는 느낌이랄까요? 한마디로 드라마를 값싸게 만드는 촐싹녀들이죠. 매리마저 도매금으로 가볍게 보이게 하는 캐릭터에요. 매리의 캐릭터가 공중에 떠있는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복합적인 남자주인공들의 캐릭터에 비해 매리에게 고민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었어요. 이들 촐싹녀 친구들도 한 몫 거들고 있고 말이지요. 

물론 매리가 분위기 칙칙스럽고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내릴 듯한 무거운 캐릭터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중결혼이라는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과 개념없는 친구들은 매리의 절대 순진성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매리에게 하나 정도는 있어도 좋을 진지함을 깨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매리의 감정선이 주변인물들에게 끌려가는 듯한 수동적인 인상을 주었고요. 그 때문에 매리에게는 교통사고와 같은 충격이었을 무결의 키스가, 매리의 감정선을 전면으로 끌어내게 하지 않을까 반가웠어요. 

강무결과 정인이 매리를 향해 감정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었지요. 정인이 별장에서 먼저간다는 쪽지를 전하기 위해, 매리가 자고 있는 방문 앞에서 매리의 행동반경을 계산하고 쪽지를 두려고 서성댔지요. 그 장면이 귀엽더군요. 방문 여는 소리에 정인도 민망스러웠는지 혼자 깜놀하는 표정도 귀여웠고 말이지요. 같이 출근하자는 매리의 말에 좋아하는 정인의 웃음으로, 매리에게 급호감으로 기울고 있는 섬세한 감정선도 읽을 수 있었지요.
강무결 역시 매리에 대한 감정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시크한 척은 다하더니 매리가 뜨다만 반쪽 장갑을 끼고 매리 생각만 하고 있지요. 곡도 써지지 않고, 머리 속에는 매리크리스마스 야옹만 떠오르는 무결입니다. 매리와 함께 온 정인에게 까칠하게 신경질도 내고 말이지요. "출퇴근이 고무줄이야? 아무리 대표라 해도 원칙은 있어야지. 어떤 날은 일찍 퇴근시키고, 어떤 날은 출근과 동시에 1박2일... 도대체 일을 하는 거야? 연애를 하겠다는 거야?". 질투심을 신경질로 표현하는 무결입니다.
매리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정인은 무결의 마음을 읽지요. "위매리씨에게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긴장해야 될겁니다, 강무결씨". 최선을 다한다더니 정말 선빵을 날리고 가버린는 정인이었지요.
무결도 지지않고 매리에게 정인에 대한 질투심을 드러냈지요. 형제적 의리로 충고한다고는 했지만, 수상한 점이 너무 많다며 조심하라고 말이지요. 며칠전까지만 해도 정인에 대해, 음악도 이해할 줄 알고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라고 두둔해 주더니만 말이지요.
강무결과 정인에 비하면, 매리는 감정이 더디게 움직이는 편이지요. 워낙 사랑이나 남자친구라는 개념과는 담쌓고 살아왔기 때문이지요. 그런 매리의 꽁꽁 닫혀있는 사랑이라는 방을 열 큰 사건이 키스사건이에요. 정인이 두 사람의 가짜결혼을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에 매리를 돌려세우고 정인 앞에서 보란듯이 키스를 해버린 것이지요. 무결이 정인에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나보고 긴장하라 그랬나?"라며, "긴장 좋아하시네. 우린 이런 사이다"라고 보여준 화풀이식의 키스였지만, 매리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첫키스였지요. 교통사고처럼 그렇게 갑작스럽게 당한 첫키스였지요. 

매리에게 키스를 한 무결의 마음은 조금 복잡해요. 못된 매니저 방실장이 무결과 전속계약이 안끝났다고, 위약금까지 물었던 강무결에게 오리발을 내밀고, 엄마는 500만원을 달라고 무결이에게 징징거리고, 정인의 사무실에서 본 매리는 낯선 여자처럼 청담동 여자로 변신해 있고, 정말 뒤죽박죽이었거든요. 바닥까지 떨어진 듯한 비참한 무결에게 매리는 정인이 둘 사이를 의심한다고 징징대고, 가짜남편이지만 버려진 텔레비젼이나 주워오게 해서 자존심도 상했던 무결이었지요. 무결은 정인에게 그런 식으로 화풀이를 했던 것이지요. 너한테는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반, 무의식 밑바닥에서는 매리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반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결의 감정이 어떤 상태였는지와 관계없이, 연애 한 번 하지 못해 본 매리에게 무결과의 키스는 중요한 감정변화를 가져오게 할 듯합니다. 선택이라는 칼자루를 매리가 쥐게 되는 계기가 될 것같기도 하고요. 사람이든 물건이든 어떤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할 때, 때로는 잠깐, 때로는 길게 고민이라는 것을 하게 되지요.
신데렐라의 방과 200만원을 주고 입주권을 얻은 의리의 방은 현실적인 사랑과 열병같은 사랑 사이에서 매리를 고민하게 하겠지요. 돈많은 사업가와 가난한 뮤지션이라는 극단적인 빈부차와 현실적인 조건과 열병같은 사랑을 대치시키고, 매리의 고민과 선택을 묻는 이 드라마는, 식상한 주제지만 사랑의 본질을 묻고 있습니다. 매리의 청담동 패션과 홍대 히피 패션은, 젊은이들의 결혼관과 애정관을 상징한다고도 보여집니다. 
'연애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은 능력있는 사람과 하고 싶다'는 대답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게 된 요즘이지만, 매리를 통해 조건이냐 사랑이냐를 묻고 있는 것이지요. 드라마를 통해 보는 갖춘남 김재욱 정도라면, 애정없이도 결혼하고 싶게 만들지만 말입니다ㅎ. 안 생기는 사랑도 쥐어 짜내서 만들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라서 말이지요. 매리가 끓여준 된장찌개를 마치 집밥을 처음 먹는 것처럼 게걸스럽게 먹는 강무결을 보니, 매일같이 집밥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도 들게 하고 말이지요. 매리는 모르고 있지만, 낳아주기만 했지 엄마 노릇하지 않은 소영씨 덕분에 길고양이로 살아온 무결이니, 집밥을 그렇게 맛있게 먹었던 것이지요. 
강무결과 정인은 좋은 놈 나쁜 놈으로 구분할 수 없는 매력적인 인물들이라서 매리의 선택이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매리는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결혼이라는 고민 앞에 서게 됐습니다. 열려진 두 개의 방문, 현실적인 결혼상대 정인과 의리로 표현하고 있는 사랑 상대 강무결, 신데렐라의 방과 의리의 방 중에 매리가 선택할 방은 어떤 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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