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윤서'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3.08.28 '굿 닥터' 주상욱, 주원을 위한 차선책이 공감가는 이유 (9)
  2. 2013.08.14 '굿 닥터' 주원-주상욱, 멜로보다 기대되는 남남케미 (7)
  3. 2013.08.13 '굿 닥터' 주원-주상욱 두 루키, 서로에게 의사란 무어냐고 묻다 (3)
  4. 2013.08.07 '굿 닥터' 소름돋았던 주원의 웃음, 시청자 울려버린 진짜 이유 (7)
  5. 2013.08.06 '굿 닥터' 주원 신드롬 시작되나?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난다 (11)
2013.08.28 12:53




경찰을 대동하고 은옥이를 데려 가겠다고 진상을 피우는 고모(이 분 연기 밉살스럽게 잘하더군요) 앞에 선 박시온(주원), 은옥의 의사를 물어보자는 시온의 말에, "그래 해보자"고 그야말로 웃기고 자빠졌던 고모에게 은옥의 의사를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한 두 음절에 불과하지만 은옥의 말도 찾아 준 시온이었죠.

고모가 은옥에게 집착했던 이유 중 하나가 은옥 앞으로 나온 장애아동수당때문이었든 듯도 보이더군요. 에라이, 이런 벼룩의 간을 빼먹는 삐리리 같은 아지매! 싫어 진짜 싫어!!  

은옥이는 병원에 남겨졌지만 병원비 정산을 하지 않아 은옥의 처방이 제한되었다는 말에, 자신의 장애수당으로 은옥의 병원비를 치뤄준 시온, 불편한 현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충고하는 차윤서(문채원), 야박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저 돈 많습니다. 100만원도 넘게 있습니다. 은옥이 병원비 제 장애아동수당입니다", 시온의 마음에 뭉클했습니다. 시온에게 장애아동수당은 자신의 돈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는 돈이라는 생각인 듯 보여서 말이죠. "저 보다 더 어려운 사람 도와야 합니다". 

 

좀 길어졌던 은옥의 에피가 일단락된 듯하고, 성원대 병원에 천재 성악가 이규현(정윤석-이 어린 아역 제가 유심히 보고 있는 기대주입니다. 스캔들에서 하은중의 아역으로 나왔고, 그녀의 신화에서는 서태지 광팬으로 연기를 잘하더군요)이 들어왔습니다. 수두인두내에 비정상적인 구멍으로 염증이 생기는 선천성 기형을 앓고 있는 희귀케이스입니다. 수술밖에는 방법이 없는데, 수술 후에는 고음을 낼 수 없어 성악가의 꿈을 접어야 할 수도 있는 안타까운 사연의 환아입니다. 

규현의 병명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시온, 김도한(주상욱)이 의국팀들 회의에 시온을 참여시킨 이유가 드러났지요. 의국 레지던트들에게는 더 공부하라는 말을 하면서, 시온의 능력을 모두 앞에서 인정해 준 김도한이었죠.

"너희중에 이 질환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 박시온뿐이다. 정확한 진단이 바탕돼야 정확한 수술을 할 수 있다. 희귀질환이라고 등한시 말고 분발해라". 시온에게 마음을 여는 도한 같아서 보여서 좋아좋아!

 

김도한에게는 다른 이유가 또 있었습니다. 시온을 진단의학과로 보내려는 것이었지요. 은옥의 병실문을 열어두었다는 오해로 최우석(천호진) 원장의 거취문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에 시온이 병원에서 나갈때도 차갑게 보냈던 도한, 그의 마음도 편하지 않습니다. 시온을 보면 겹쳐지는 동생때문에 더더구나 말이죠.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숨어서 살라는 그의 방백에 실망했던 7회였지만, 8회에서는 도한의 마음이 표현되어서 마음을 좀 풀었습니다;; 특히 입국식 2차 노래방에서 즐겁게 노래를 하는 시온을 슬픈듯 안타깝게 바라보다 돌아서는 김도한의 표정은 시온에 대한 그의 진심이 묻어나오더군요. 동생도 살아있었으면 함께 노래방도 갔겠지 싶은 동생에 대한 그리움시온에게 차갑게 대했던 미안함, 시온에 대한 걱정 등등의 복잡한 감정이었겠죠.

(***몰랐던 문채원의 끼~  광란의 템버린 춤, 뀻!!!!! 문댄서라 불러주세욤^^) 

 

김도한은 시온을 진단의학과로 보내는 것이 차선책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박시온 능력을 확인해 본거야. 박시온 진단의학과로 보낼 생각이야. 거기서는 수술할 필요도 없고... 박시온을 의사로 만들 차선책이야. 그나마 차선책이 있다는 건 행운이야".

개인적으로 김도한의 말에 수긍이 가더군요. 시온의 꿈이 서전이기는 합니다. 수술로 아이들을 살리는 의사, 그런데 말이죠, 의사가 꼭 메스를 들어야 의사는 아니죠. 박시온은 서전이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려들지 않지만, 시온을 보는 주위 시선은 그리 살갑지도, 믿음직스럽지도 않습니다. 특히 응급상황에서 보여지는 시온의 긴장감, 손을 떨고 동공이 풀리는 상황이 언제 어떻게 닥칠지도 모르기에, 도한은 시온이 메스를 잡는 것이 불안합니다.

정확한 진단과 수술방법을 외우고 있는 시온이지만, 수술 역시도 그의 천재적 암기력처럼 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죠. 특히나 소아환자들의 장기나 혈관등이 성인에 비해 작기때문에 실수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고 말이죠. 

'정확한 진단이 전제되어야 정확한 수술을 할 수 있다', 수술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중요한 것이 정확한 진단입니다. 환아를 살리고 싶어하는 시온이지만, 반드시 수술을 해야만 의사가 되고 싶은 시온의 꿈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진단도 중요하다고 설득하려는 차윤서에게 화를 내고 나가버리는 시온, "꿈하고 잘하는 건 다릅니다. 전 그림을 제일 잘 그립니다. 수술보다 잘 할 자신있습니다. 꿈이란 건 잘하지 못해도 그냥 하고 싶은 겁니다. 빕먹을 때도 잠잘때도 생각나는게 꿈입니다. 저를 기분좋게 하는게 꿈입니다". 

시온은 꿈을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형아랑 한 약속이기에 시온은 꼭 지키고 싶어 합니다. 의사가 너무 좋아서, 아이를 살리는 일이 너무 좋아서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에게 그의 꿈을 버리라 합니다. 시온이 의사가 되지말라는 말이 아닌데, 다만 서전이 아닌 다른 의사가 되는 것은 어떻느냐는 것인데, 시온은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잘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꿈), 시온의 말은 뒤통수를 얻어맞은듯 멍해지면서도 가슴 한켠이 무거워지더군요.

암기에 천재성을 가진 시온, 성악에 천재적 재능을 가진 규현, 그러나 꿈을 접어야 한다는 공통점이 그들을 가로막았습니다. 잘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박시온의 경우이기에 더 어려운 질문이 되는군요. 잘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같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시온의 경우는 힘들죠.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꿈이기에 말이죠.

천재성악가 규현의 선천성 기형, 4살때부터 성악만 했던 아이가 가장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성악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술을 하면 잘 할 수 있는 것을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규현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성악이었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옥상 난간에 서있는(아가, 그래도 그러면 못쓴다, 안돼!) 규현을 보니, 규현도 하고 싶고, 잘하는 것이 성악이었던 듯도 보이더군요. 

 

엄마의 극성때문에 규현에게는 잘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기회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기는 했습니다.

아이의 건강보다는 성악을 할 수 없다는 말에 수술을 거부하는 규현 엄마는 아니나 다를까 눈살찌푸리게 하는 왕극성 까칠맘이더군요. 수술을 거부하는 규현엄마에게 너무 한다며 은옥의 고모같다고 직설을 던지는 시온, 규현의 엄마 태도가 하도 기가 차니 버럭 김도한도 가만 있더군요. 규현엄마가 은옥의 진상 고모를 봤어야 했는데, 은옥의 고모나 규현엄마 둘다 같은 류의 사람들같아서 말이죠. 

시온이 규현을 처음 보고 했던 말이, 규현이는 노래말고는 말을 못하냐는 것이었습니다. 규현을 보면서 혹 엄마의 강요로, 잘 하는 것만 보며 죽어라 달리기만 했던 것은 아닐까 싶더군요.

노래연습을 해야 하니 친구와 놀지도 못했고, 잠자는 시간외에는 노래밖에 없는 규현, MP3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속상하고 아프더군요. 참으로 이율배반적이게도 음악감상을 하는 척 하면서, 규현은 잘하는 노래에서 벗어나 숨쉬고 있었던 것이었어요.

시온은 그런 규현의 마음을 한 번에 읽어내지요. 자신의 어렸을때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었거든요. 아무도 놀아주지 않았던 시온은 그래서 말도 잘 안했고, 혼자가 외로워 웃을 일도 없어서 많이 아팠습니다. 마음이 늘 아팠습니다.  

규현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많이 아픕니다. 옥상에 올라간 이유도 마음이 아파서였을 겁니다. 자신의 몸보다 성악가가 될 아들이 중요하고, 유학에 차질이 빚어질까 더 걱정하는 엄마, 엄마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규현입니다.

어른들은 그러죠, '다 너의 장래를 위한 일이야, 너를 위해 부모가 모든 것을 희생했는데...', 아이들에게 그 말이 사랑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 왜 우리 어른들은 다른 사람에게서는 보면서도 정작 내 자신에게서는 보지 못할까요? 우리 아이들이 부모에게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늘 사랑이 고픈 것이 아이들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수술을 하면 성악을 할 수 없는 규현, 서전이 되는 외과대신 진단의학과로 옮겨야 하는 시온, 두 천재의 꿈앞에 닥친 시련에서 저는 다른 희망을 읽습니다. 

규현의 에피가 그래서 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재에게 주어지는 고난과 시련같은 것 말입니다. 세상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 차선도 주어진다는 것, 어쩌면 시온이 규현을 통해 배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고음을 낼 수 없는 규현은 테너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바리톤의 꿈을 새로 가져볼 수도 있고, 규현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다면 그것을 할 수도 있겠죠. 수술을 할 수는 없지만 시온은 그의 방대한 의학지식으로 정확한 진단을 하는 진단의학과 의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굿 닥터, 아이들 마음을 치료하고 정확한 진단을 하는 시온은 메스를 잡든 아니든, 이미 좋은 의사쌤입니다. 

물론 전 시온이 메스를 잡아 최고의 수술을 하는 모습도 한편으로는 보고 싶습니다. 시온의 꿈이 이뤄지는 것도 보고 싶고요. 그런데 김도한의 말도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시온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도한의 걱정을 밀쳐버리기도 힘드네요. 

김도한의 차선책이 그가 찾은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온을 의사로 만들고 싶은 그의 진심이 느껴지더군요. 돌아온 시온때문에 행복해 하는 윤서에게 "앞으로 동생 간수 잘해"라고 했지만, 김도한에게 해당되는 말 같기도 하고요. 시온의 능력을 인정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받아들이려는 모습, 김도한에게 감지되는 변화가 어쨌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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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4 14:31




굿 닥터를 보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핵심을 집어주는 박시온에게 거는 기대는 점점 커진다. 청량리역에서 현우를 구했고, 성원대학병원에서는 성호와 미숙아 신생아를 구했다. 성호의 수술은 다짜고짜 침대를 밀고 수술방을 강제로 밀고 들어가, 김도한이 두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게 하기도 했다.

한데 박시온의 결정적인 판단과 도움으로 생명을 구했는데도 칭찬은 커녕 문제를 일으켰다는 구박만 받는다. 응급상황을 잘 판단한 박시온도, 수술을 집도한 김도한도 박수는 커녕 상벌위원회에 불려다니기만 하고 있다. 생명을 살린 것에 대한 칭찬과 박수보다는 과정과 절차, 조직의 질서를 무너뜨린 것에 대한 갑론을박 책임만 추궁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룰이다.  

한 아이의 목숨을 구했다는 일,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런데 생명을 구하는 일이 직업이고 일인 의사에게는 그 대단한 일이 늘 감격은 아닌가 보다. 아마 감격에 무뎌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 보인다.

의사들에게 생명을 구한 것보다 어쩜 생명을 구하지 못한 일이 더 큰 일일 것이다. 차윤서의 첫수술, 첫 집도에서 아이를 구하지 못한 일에 큰 충격과 좌절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처럼 말이다. 

박시온은 위축되고, 말썽만 피우는 그가 구박당하는 모습이 시청자에게는 아프고 불편하다. 결정적인 활약은 언제쯤이나 하게 될지, 말썽만 피우는 박시온이 구박만 당하는 것이 불편한 시청자는 박시온을 그만 괴롭혀 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위험신호다. 자칫하면 작가가 큰 실수를 할 우려도 있다.

서번트 신드롬을 가지고 있는 박시온을 영웅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위험신호, 이에 대해 작가는 김도한의 입을 빌어 중심을 지켰다.  "결핍을 가진 천재가 영웅이 되는 건 만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야. 난 만화의 주인공보다 소통이 필요한 파트너가 필요해. 결과적으로 그게 환자를 위한 거니까". 

 

미숙아 수술을 무사히 끝내고 동료들의 구박을 받는 시온을 밖으로 불러낸 차윤서는 답답해서 한마디 하고 만다. "넌 죄책감 없어?", 간담췌외과 김재준 과정의 환자를 동의없이 트랜스퍼했다는 일로 상벌위원회까지 열리게 한 일은 따지고 보면 박시온이 만든 일이었기에, 김도한 밑에 있는 팀원들이 박시온에게 화살을 돌리는 일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박시온의 대답은 동문서답이다. "이제 아기가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참 다행이고...", 환아만 생각하고 있었던 박시온이었기에 박시온의 머릿속은 아이가 살 수 있다는 생각밖에는 없다. 박시온은 수술을 성공한 김도한과 최우석 원장을 비롯한 김재준, 고충만, 강현태 부원장이 느끼는 감정보다는, 아이가 살아나길 기도하는 부모의 마음에 더 가까웠으리라.  

 

말장난같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창밖의 인물들(병원관계자 vs 부모)의 1차감정은 조금은 다른 것이었다. 결과는 같은 것이었지만 말이다. 수술성공을 바라는 마음과 수술로 아이가 살길 바라는 마음, 어딘지 조금 다른 출발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그 출발을 곰곰히 생각하다 보니 이 드라마가 하고 싶어하는 질문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긴급수술에 들어간 550g 미숙아의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간 아래에 뭔가 고여있다고 계속 지적하는 시온의 말에 도한은 미숙아의 간주변을 살피다 담도 천공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담도공장문합술을 해야 하지만, 워낙 작은 아이라 수술은 불가능한 상태, 더이상 대안은 없었다.

이제 가능성이 없는 상황, 박시온은 다급히 외친다. "배액관 배액술!". 이는 담낭에 배액관을 삽입해 담즙을 제거하는 수술을 말한다. 김도한은 박시온의 말을 따랐고, 숨도 쉬지 못하며 긴장속에 지켜봤던 미숙아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우리 아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린 생명은 동수라는 이름도 가지게 되었다.  

휴회되었던 상벌위원회는 다시 열리게 되었고, 김도한은 함께 벌을 받겠다는 시온을 따라오지 못하게 하고 혼자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시온의 책임자로서 박시온에 대한 문제까지 책임지는 김도한, 한마디로 멋졌다. 책임질 줄 아는 상관!

일주일 정직 처분과 한달 감봉처분을 받은 김도한은 약혼자 유채경(김민서)과 휴가겸 여행을 떠나면서도 차윤서에게 미숙아 부모님을 찾아보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무뚝뚝한 말로 건넨 향수는 윤서를 향한 김도한의 마음이었으리라. 후배가 아닌 여자로 보여지는 마음... 그럼에도 김도한은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포커페이스가 생명인 김도한의 그런 자제심도 참 좋다. 물론 그에게 정혼자인 유채경이 있기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래전 술김에 고백하려던 차윤서의 마음을 모르지는 않았을터... 거절해야 하기에 더 무뚝뚝해야 했고, 일부로라도 다른 감정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그게 잘 안되는 김도한이다. 차윤서의 열정이 이쁘고 사랑스럽다. 아이들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이 도한을 미소짓게 만든다.

 

이 드라마는 박시온의 성장, 편견을 극복하고 진짜 의사가 되어가는 과정보다는 다른 것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음을 우일규를 통해 보게 된다. 시온의 행동으로 도한이 상벌위원회에 블려가고 처벌을 받은 것에 우일규는 시온에게 감정적 화풀이를 했다.

그 저급한 행동은 그가 고충만 과정의 스파이라는 것을 떠나서 의사로서 함량미달인 인격을 보여준다. 시온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것도 모자라,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말한마디 못하냐. 너 정신연령이 초딩이라 그런 말 안나오지? 이 자식은 좋은 말로 하면 안들어 처먹는 것 아시잖아요!"라며, 박시온을 함부로 대한다.

박시온이 자폐증상이 없는 정상인이라고 해도 심한 인격모독적인 언사였다. 그런데 대놓고 정신연령이 초딩이라고 몰아부쳤다. 그 뿐인가, 책으로 머리를 툭툭 치며 비꼬는 말은 참아주기 힘든 말이었다. 읽기만 해도 외워져서 좋겠다며 우일규는 박시온을 모욕한다. "수술방에서 교수들처럼 나불대도 우린 니가 하나도 안부러워. 그냥 너는 의사하지 말고 예능프로에 나가라. 암기왕 박시온... 그런게 너한테 딱이야".  

여기서 이 드라마는 하고 싶은 말을 던졌다. 자폐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서번트 증후군을 겪고 있는 박시온을 내 곁에 둘 수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우일규나 다른 팀원들, 김도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박시온이 성원대학 병원에서 자신들이 몸담은 조직에 들어오지 않았던, 즉 아무런 관계가 없었을 때는 그들도 자폐를 겪은 박시온을 더불어 사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박시온이 자신들의 사회, 관계 속으로 직접 들어오자 그들은 스스로 편견이라는 벽을 만들어 버린다. 

이 드라마는 박시온의 성장과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을 보고자 함이 아니라, 그런 박시온을 편견없이 인정하고 보듬을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다. 조금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에 대한 배려와 동정심은 나쁜 것이 아니다. 무시와 차별보다는 훨씬 따뜻한 인간애이기 때문이다.

배려와 동정심의 마음이 아닌, 동등하게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우일규나 지금의 성원대학 소아외과 팀원들이 보여주는 모습처럼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의사인, 의사가 되려는 과정에 있는 그들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주목되는 인물이 김도한이다. 영웅이 아니라 파트너를 원한다는 그의 말은 희망적이다. 박시온을 죽은 아이도 살려내는 기적을 불러오는 영웅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이 드라마의 의미는 반감될 것이다. 변화되고 성숙해야 하는 주인공은 바로 김도한을 비롯한 우리이기 때문이다.

박시온이 조직에 적응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에서 박시온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 즉 나는 박시온을 동등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동정이 아니라 인정할 수 있느냐를 묻고 있는 것이다. 편견을 깨야 하는 것은 박시온이 아닌, 박시온에 대한 편견을 가진 나, 우리임을 이 드라마는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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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3 14:28




'영혼이 없는  의사', '환자를 살리겠다는 생각밖에 없는 수술방의 로봇', 차윤서(문채원)와 김도한(주상욱)의 눈에 비친 박시온(주원)이다. 환자를 살리겠다는 마음만 있을 뿐 확신이나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두 사람의 말이 와닿지 않는다. 환자를 살려야 겠다는 마음보다 무엇이 더 먼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김도한과 차윤서는 어린아이와 같은 박시온과 비교하면 기성세대의 느낌이다. 그들은 병원 이미지, 각 과와의 마찰, 수술 실패의 부담, 인간관계 등을 복잡하게 계산하고, 그에 맞는 판단과 선택을 하는 것이 의사라고 말한다. 

성공확률과 의사로서의 확신에 근거해서 치료를 결정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성공률이 낮은데도 수술을 강행했을때, 환자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문제와 환자에게 가해지는 불필요할 수도 있는 육체적 고통, 그런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러나 뭔가 불편하다. 의사와 환자의 기본적 관계에 다른 이해관계들이 더 우선시 되어 있다. 주객전도이다. 이 계산을 못하는 박시온이 그들에게는 사회성 결여, 혹은 뭘 몰라 날뛰는 똥오줌 못가리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김도한과 차윤서의 눈에계산을 못하는 박시온은 미성숙 의사로만 보일 뿐이다.

 

극중 강현태(곽도원)가 누군가에게 흥미로운 루키가 한명있다는 보고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루키는 신인선수를 말하는데, 야구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를 꿈꿨던 한 고등학교 선생이 학생들에 의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는 꿈을 이루게 한...

강현태는 김도한의 자료를 보면서 왜 루키라고 말했을까... 강현태가 말한 루키는 박시온으로 짐작된다. 내게는 루키는 한 명이 아니라 두명같아 보였지만 말이다. 박시온과 김도한을 보니 영화 루키와 비슷하다.  

김도한... 실력이 뛰어난 의사이지만 그는 병원시스템에, 병원내 권력암투에 몸을 사리는 인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강현태가 추진하고 있는 모종의 일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루키가 김도한이다. 영화 루키에서의 주인공처럼 부상을 입고 메이저리그 꿈을 접은 것과 비슷하다. 타과 과장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소아외과의 처치가 필요한 경우에도 그는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의사로서의 신념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것이 사회이고 조직이고 룰이기 때문이다.

그 앞에 룰을 전혀 모르는 신입 선수가 밑으로 들어왔다. 환자를 살려야 하는 것이 의사아니냐고 묻는 순수의 루키... 박시온을 통해 김도한은 진짜 메이저 리그의 주전선수(진정한 의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속 선생님처럼 말이다. 

그리고 또다른 루키가 있다. 국시에서도 합격이 유보된 박시온이다. 그가 메스를 잡을 수 있을까, 김도한은 박시온을 언젠가는 어시스턴트로 지명하게 될 것이다. 또한 집도의로 믿고 수술을 맡길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결말부분에 이르러서의 일이겠지만 말이다.

박시온을 통해 그들은 변해간다. "아기 손 보셨습니까? 그건 살고 싶다는 표시입니다. 너무너무 살고 싶다는 표시입니다. 아기는 말은 못하지만, 너무 어리고 아프고 무서워서 말은 못하지만 살고 싶어합니다. 엄마 보고 싶어 합니다".

박시온의 말에 차윤서는 NICU(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생명줄에 의지해 숨쉬고 있는 어린 생명의 마음을 듣게 된다. 아마 박시온이 들었던 같은 소리였을 것이다. 그 작은 손이 꼼지락거리고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생명줄을 놓지 않은 아이의 숨소리는, '살고 싶다'는 말못하는 어린 생명의 호소였다. 

 

김도한은 간담췌외과로 찾아가 미숙아의 차트를 직접 확인한다. 그리고 보았다. 아무런 처치없이 그저 생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방치'라는 그들의 태만을...

간담췌외과에서 내린 판정은 '미숙아가 살 가망성은 없다'였다. 생명이 끝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 영양공급으로 최대한 오래 버티게 하는 것이 그들의 최선이었다. 물론 잘못된 처방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들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의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타과로 트랜스퍼하지 않으려는 전문의의 오만과 이기심은 질타받아 마땅하다. 약으로 안되면 수술로도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했어야 하지만, 타과로의 트랜스퍼는 곧 자신들의 실력에 스크래치를 입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은, 이해는 되면서도 용납은 하고 싶지 않은, 자존심으로만 보일 뿐이다. 심하게 말하면 장삿속이다.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기본을 망각하고 있다.

타과가 되었든 다른 병원이 되었든, 환자의 생명이 먼저여야 하지 않은가 말이다. 박시온은 그래서 옳았다. 환자를 살리는 것이 목적인 의사, 반복적으로 말하지만 이보다 더 무엇이 더 우선이어야 한단 말인가...  

박시온이 간담췌외과 과장의 동의없이 임의로 소아외과로 미숙아를 트랜스퍼한 일은 김도한에게도 의사의 소명을 되새기게 한다. 피상적으로는 자존심의 상처라고 비춰졌지만, 김도한에게도 환자는 반드시, 꼭 살리고 싶은 사람이다. 

20%의 가능성에도 메스를 든 것이 자존심때문은 아니었으리라,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 싶은 마음은 더더구나 아니다. 어린 미숙아를 살리고 싶어하는 박시온과 같은 마음이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김도한은 미숙아를 수술하겠다고 선언했다. 20%의 수술 성공률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20%의 희망이 있다. 100%의 절망이 아닌...

미숙아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아니 유일한 방법이기에, 의사로서 그는 과감히 메스를 들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타과의 환자를 임의로 트랜스퍼한 책임과 수술이 잘못되었을 경우 도의적인 책임까지 지겠다는 김도한에게서 그의 본모습이 나온다. 의대에 진학하고, 굳이 출세와 앞길 탄탄하게 보장된 과들을 마다하고 소위 돈안되는(책임만 막중한) 소아외과를 지원, 그곳에 남기를 고집하는 김도한의 비밀과도 연관이 있을터... 

미숙아 신생아를 수술하겠다고 결정한 김도한에게 고맙다는 박시온에게 말한다. "넌 환자와 가족들에게 못할 짓 했어. 아무 대안없는 희망을 줬고, 그 희망이 더 큰 절망을 만들었어. 의사는 종교인이 아니야, 절대 막연한 희망과 가능성을 줘서는 안돼! 그런 이유때문에 넌 최악의 의사라는 내 생각에 난 변함이 없어. 그래서 널 내 손으로 내보내지 않을 거야. 레지던트, 펠로우 다 거쳐서 진짜 의사가 되라. 그리고 그 때 네가 책임져야 될 환자들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하고 있는지 직접 깨달아라. 만약 그 때 깨닫는다면 당장 옷벗어, 미련두지 말고...". 

김도한의 말은 드라마지만 잔인했고, 환자나 가족들이 들으면 거품물을 대사다. 살고 싶은 욕구, 살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수록 단 1%의 희망에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는 환자나 가족들의 마음에 모래를 끼얹는 말이다. 희망은 절망의 반대말이 아니라 포기의 반대말일 것이다. 꿈은 꿈꾸는 자에게만 이뤄진다고 한다. 애초에 희망을 품지 않은 사람에게 꿈이란 없다.

 

대안없는 희망이 정말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절망만을 안겨주는 것일까... 1%의 희망이 있는 상황과 100%의 절망만이 있는 상황, 어느쪽이 환자나 환자가족을 덜 힘들게 할까...  물론 수술만이 능사는 아니다. 수술 성공가능성, 경제적 비용, 환자에게 가해지는 불필요할 수도 있는 육체적 고통 등 제반문제들을 고려한 판단이어야 한다는 김도한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희망과 가능성을 줘서는 안된다는 부분은 동의하기 힘들다.    

요즘 우리 병원 시스템을 보자. 응급환자가 와서 급히 수술을 해야 하는데도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혹은 병원비를 먼저 계산하지 않으면 치료를 거부하는 병원이 한 둘이 아니다. 책임의 문제에서 자유롭고 싶은 의사들, 혹은 병원 운영을 위한 일종의 보험이다. 수술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보호자의 동의가 있었기에 책임은 없다는 것을 명시하고, 확약을 받은 후에라야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지켜진다.

박시온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보다는 이해관계를 복잡하게 따지는 의료계의 문제를 박시온의 순수한 마음을 통해 일갈한다. 되돌아봐야 하는 것은 환자를 살리고 싶어 의사가 되려했던 초심, 왜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가를 돌아봐야 한다고 이 드라마는 꼬집어 말한다.  

하긴 요즘은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이유가 의사를 지원하는 큰 이유와 동기가 된 시대이긴 하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응급, 촌각을 다투는 외과 영역으로 축소시켰으리라. 그리고 다시 소아외과로 더 축소해 의사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어린 생명이 그들에게 달려있기에 더 절박하고 간절해진다. 메스 하나에, 선택한 약품 하나에 아이들의 꿈이, 생사가 오간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되기도 한다.

 

여기 20%의 희망에 메스를 든 의사가 있다. 그에게 메스를 들게 한 것은 고충만(조희봉)이 우일규를 이용해 "고칠 자신이 없어서 환자를 되돌려 보냈다더라"며, 김도한의 자존심을 긁어놓은 것때문이었을까... 아니다. 오히려 박시온의 영향이 크다. '의사가 잘고치면 아이들은 금방 일어납니다'.

 

또한 그의 스승 최우석의 '의사니까'라는 말은 그의 나침반이 된다.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자신의 길을 제시해 주는 말이 또 있을까... 의사니까... 의사로서의 멘탈, 차윤서에게 박시온의 문제라고 지적했던 부분, 어쩌면 의사정신, 의사로서의 멘탈이 문제가 있었던 것은 김도한 자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능성보다는 불가능에, 성공률보다는 실패율에, 절망부터 염두하고 확실한 판단과 확신을 더 우선했던...

 

김도한은 직간접적으로 박시온이 벌인 일로 인해 높은 절망보다는 낮은 희망을 택했다. 희망은 약속이 아니다. 결과 또한 아니다. 가능성이다. 환자와 가족들에게 가능성은 절망적이라는 말보다 더 기대고 싶은 말이 된다. 의사가 보여주는 20%의 희망은 가족과 환자들에게는 80%의 희망과 맞먹는 말이 되기도 한다.

막연한 희망과 가능성을 줘서는 안된다고 했던 김도한, 미숙아 신생아가 위험하다는 말에 상벌위원회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다. 꺼져가는 촛불과도 같은 아이의 상태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아기를 살려야 한다, 아니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20%가 아니라 2%로였대도 김도한은 메스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박시온과 다르지 않다. 누구보다 환자를 살리고 싶은 김도한이다.  

 

김도한은 유능한 의사는 물론 굿 닥터가 되어간다환자를 살리고 싶다는,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이 커져간다. 희망은 의지로, 의지는 열정으로, 열정은 어린 생명에게 꿈을 주는 일로 귀결된다. 보람이다. 기쁨이다. 박시온이 소아외과 의사가 되려는 이유, "어른이 되게 해주고 싶습니다"는 박시온의 의사정신이다. 김도한이 아직 보지 못한...   

신의 손이 아닌 이상 어떤 케이스는 실패할 수도 있다. 희망이 절망이 될 수도 있으며, 부질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놓아서는 안된다. 절망은 포기의 또다른 이름이다. '막연한 희망과 가능성을 줘서는 안돼!', 그랬던 김도한은 자신도 모르게 변해 간다. '희망과 가능성을 포기해서는 안돼, 난, 우린, 의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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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7 10:26




싫어하는 인간 유형이 많지만, 특히 말못하는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 싫습니다. 저항할 수 없는 어린 아이나, 장애를 가진 아이를 학대하는 아메바 말미잘 삐리리같은 인간들 정말 끔찍하게 싫습니다. 그리고 자폐에 대한 무지가 자폐를 겪는 아이들에게 어떤 폭력이 되는지를 굿 닥터 2회를 통해 배웠습니다.

박시온은 서번트 증후군이 완치되지 않은 서번트 신드롬을 겪고 있는, 몸은 어른이지만 사회성이나 감정표현은 어린 아이와 같지요. 박시온에게 주먹을 날리는 김도한을 보면서, 소아과 환자를 다루는 의사로서 그는 얼마나 대단한 멘탈을 가졌는지, 격정을 이기지 못한 행동에 좀 화가 나더군요 

그렇다고 김도한을 위에 언급한 말미잘 삐리리 같은 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도한은 서번트 증후군을 겪고 있는 박시온이 아닌, 레지던트 박시온에게 주먹을 날렸다는 것을 믿고 싶기에 말이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김도한, 그의 소아외과에서의 실력은 과장을 넘어섰고, 그에게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차가움에 대한 이유가 있습니다. 납골당에서 흰국화를 던지듯 올려두고는 화난 표정으로 돌아서던 김도한의 모습에서 그에게 숨겨진 사연이 있으리라는 것은 짐작케 했지요. 1980년대에 태어나 1998년에 사망했으니 열 몇살에 죽은 그와 아주 가까웠던 사람에 대한 사연, 아마 그 어떤 사건이 지금의 김도한에게 큰 영향을 미쳤겠죠. 의사로서의 이성적 판단과 확신을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는 않아 보이기도 하고요.

 

회진중 박시온은 나비그림에 눈이 갔고, 아이의 침대로 발길을 향했죠. 어린 아이와 같은 감성에 머물러있는 시온과 나비그림은 동화연출과도 같았습니다. 곤충학자가 되고 싶은, 나비들을 무지 사랑하는 성호를 살리고 싶은 나비들이 시온을 성호에게로 이끈 것처럼 말이죠. 

담관낭종을 수술받은 후 성호의 상태는 좋지않았습니다. 몸은 축축 쳐지고, 노란 담즙을 토하는 것을 보고 시온은 수술이 급하다고 다급히 외칩니다. "성호 수술해야 합니다, 성호가 위험합니다. 수술 잘됐다면 힘냈을 겁니다. 아이들은 강합니다. 의사가 잘 고치면 아이들은 금방 일어납니다".

탄광촌 보건소에서 만난 최우석 선생님이 죽은 토끼를 앞에 두고 말했었지요. "토끼 하늘나라 안가면 안돼요?", "하늘나라 가기전에 치료 잘하면 안가게 할 수도 있지", "의사가 되면 하늘나라 안가게 할 수 있어요? 저도 의사되고 싶어요".

시온은 오직 한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성호가 당장 수술받지 못하면 더 이상 나비를 그릴 수도, 곤충학자가 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게 될 거라는 것밖에는 말이죠. 성호가 걱정되어 은지 수술방에서 나가버린 시온, 다짜고짜 성호의 침대를 수술방으로 밀고 들어가 버렸죠. 성호의 담당 간호사 조정미(고창석)의 도움과 함께 말이죠. 귀요미 고창석 간호사, 저 팬입니다^^. 

성호를 수술방으로 옮기는 과정, 수술실에서 거부당하자 조정미 간호사가 힘으로 실례를 하고 밀어들어 간 일 등, 성호를 옮겨오기 까지 시온에게는 다급함이라는 감정만이 있었지, 수술방 준비부터 수술방에 들어갈 스텝을 짜는 등의 아무런 준비없이 왔습니다. 절차와 준비가 시온에게는 입력되지 않은 시스템이었겠죠. 이런 것들을 암기가 되었든 학습이 되었든, 앞으로 시온이 배워야 할 것이기는 합니다. 

 

성호를 수술하겠다고 수술도구들을 잡아보지만 시온은 허둥대기 시작했고, 그런 흥분상태에서의 수술은 위험하다고 판단, 김도한은 박시온을 수술방에서 내보내 버리죠. 물론 옆에 있는 것도 불허했습니다. 집도의와 스텝들에게 집중이 생명인데, 시온의 돌발행동을 염려했기 때문이었겠지요. 시온은 김도한이 은지와 성호 둘을 수술하는 것을 지켜보았고, 결정적 도움도 주었지요. 피가 멈추지 않은 이유가 문제가 있는 약처방때문이었음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죠.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은지와 성호 둘다 살았습니다. 일단 그것에 감사. 

수술을 마치고 나오자 성호의 담당의 고충만(조희봉)이 골프를 치다 도착했고, 김도한은 화를 참지 못하고 박시온을 향해 주먹을 날리죠. 전 그게 마치 고충만을 후려치는 것같더랍니다. 고충만은 성호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고, 그의 환자를 남에게 넘기지 않겠다는 고집으로 두시간이나 기다리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김도한이 성호를 개복했을때, 두시간을 기다렸다면 성호는 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지요. 화나죠, 때리고 싶을 정도로... 그리고 박시온에게도 물론 화가 납니다. 수술방에서 봤던 당시 박시온의 상태는 김도한이 보기에는 수술을 할 상태로 보이지 않았거든요. 만약 시온이 그런 흥분상태로 메스를 들었다가 실수라도 했다면... 그 상황과 결과가 끔찍했을 김도한입니다. 

김도한의 말은 박시온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은 고충만(조희봉) 과장을 향한 직격탄이기도 했던 고성이기도 했습니다. "환자가 무사하면 만사 OK야?! 운이 나빴으면 둘다 잘못됐을 수도 있다. 환자한테 무관심한 의사보다 더 최악인게 똥오줌 못가리는 의사야. 너처럼 개념없이 굴다간 환자도 죽고, 의사도 죽어!!". 

그리고 김도한과 최우석(천호진)과의 대화를 들으며, 큰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서번트 증후군이나 서번트 신드롬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은 없었습니다. 서번트 증후군을 겪고 있는 아이를 알고도 있지만, 저와는 먼 사람이기에 만날 기회도 없고, 서번트 신드롬은 사실 영화에서나 봤지 실재로는 희박한 경우라 관심가는 드라마 소재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제게, 최우석 병원장이 묻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이 지금 알게 된 지식을 상식으로 바꾼다면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성숙한 사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라고... 

 

서번트 증후군에 대한 관심이 없었기에 어떤 행동이 어떤 심리에서 기인하는지 정말 아는게 하나도 없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자폐의 특징, 타인의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대인관계를 기피하며, 언어표현능력이 부족하다는 것 정도가 제가 알고 있는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부모님 전상서라는 드라마에서 김희애와 허준호의 아들 준이(유승호)가 자폐아였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런데요.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대사는 김희애의 소원이 준이보다 딱 하루만 더 사는 것이라고 했던 대사였습니다. 도움없이는 홀로 세상을 살기 힘든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의 심정이 아마 다 그러할 것입니다. 준이의 심리나 행동보다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에 많이 공감했던 드라마였습니다. 

굿 닥터의 최우석(천호진) 병원장의 말은 부모가 아닌 서번트 증후군을 겪고 있는 당사자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일종의 지식입니다. 김도한이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감정이 격했다고 하자 최우석은 시온에 대해 한가지 알고 있어야 할 게 있다고 했지요.

"시온이 웃었지? 이유는 자폐성향이 남아 있어서야. 내적 공포심이 외적으로는 전혀 반대로 표시되곤 하지. 시온이 어렸을때 그것때문에 친구들한테 많이 맞곤했어. 맞으면서도 계속 웃어서...".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요. 몰랐거든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입은 웃고 있는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아이들, 그 웃음이 공포심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저 정신상태의 이상 정도로만 넘겼습니다. 그런데 그냥 넘겨버려서는 정말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김도한의 주먹을 맞고 웃으며 고개를 들던 주원의 얼굴을 다시 봤습니다. 제가 얼마나 무지몽매하게 그 장면을 해석했는지, 전 박시온이 맞으면서도 성호가 살았다는 것에 기뻐한다는 것으로 제 마음대로 박시온의 웃음을 해석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공포심이었다니...  

그리고 다시 본 주원의 웃음, 그 웃음에 생명이 없다는 것을, 감정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입은 웃는데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이 그제서야 보이더군요. 주원의 섬세한 연기였습니다. 연기자의 표정에 집중하는 편인데도 전 그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주원은 너무나 연기를 잘한 것이었습니다.

흔들리는 눈빛보다 웃음을 먼저 봤던 것은 우리가 몰랐기 때문입니다. 서번트 증후군 환자가 어떤 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지를 말이죠. 

굿 닥터 최우석 병원장의 대사를 통해 배웁니다. 또한 철없는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기를 바랍니다. 자폐를 가진 친구의, 혹은 이웃 아이의 웃음이 공포를 말한다는 것을... 아프다고, 때리지 말라는 말이라는 것을...

굿닥터 드라마를 통해 배운 것이 우리 사회의 상식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박시온의 빵터지는 깨알유머는 계속됩니다. 갈비찜과 장운동에 이어 이번회 유머 어록은 차윤서(문채원)가 옷 벗고 자는 것 구경하려고 안깨웠냐고 따지던 장면에서 나왔죠. "하긴 내가 한때는 우리 의국에서 신내바-신이 내린 바디-라는 말을 들었지".

오잉~ 시온의 빵터지는 대꾸, "도대체 어떤 신이???". 그러게요, 어떤 신이 그런 바디를 내렸을까용? 저도 무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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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6 08:42




첫방송부터 한시도 눈을 떼기 힘든 몰입도와 긴장감은 물론, 따스함이 온 몸 세포 구석구석을 채워준 굿 닥터 박시온(주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박시온을 있게 한 최우석(천호진)과의 만남은, 의술이 아닌 인술에 치유를 받은 느낌입니다. 사실 요즘 보고 있던 드라마 대부분이 복수를 다룬 내용들이어서 가뜩이나 사회도 불안한데, 마음마저도 다운되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런 참에 굿 닥터에서 만난 서번트 신드롬을 겪고 있는 박시온, 그 어린아이같은 순수는 아침에 따스한 햇살이 들어 온 것처럼 제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었습니다. 박시온이라는 인물처럼 캐릭터 자체가 힐링이 되고, 뭉클하고 따뜻한 감동을 만난 건 오랜만입니다. 드라마속 박시온이라는 인물에 무한 감사를 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주인공 박시온(주원)은 서번트 증후군(자폐)을 가졌던(가진) 천재입니다. 17살에 정상인으로 재판정이 났지만, 그는 여전히 서번트 신드롬(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특정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나타내는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정상인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행동들로 사회성과 의사소통 능력이 다소 부족한 상태죠. 어눌한 말투, 주눅든 표정, 구부정한 어깨와 불안해 보이는 걸음걸이, 그의 외관적인 모습에 일반인이 가진 편견은 그를 통칭 '자폐'라 칭해버립니다.

박시온에게 있는 서번트 신드롬을 일찍 알아본 최우석(천호진)은 박시온의 후견인이 되어 시온이 의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움을 준 스승입니다. 태백의 한 탄광촌 보건소에서 군의관으로 군복무를 하다가 시온이 어려운 의료서적들을 읽어내고 암기해 버리는 능력을 보게 되었죠. 

그런데 최우석이 본 것은 박시온의 천재성만은 아니었습니다. 시온에게 있는 '사랑',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시온의 마음을 더 읽었습니다. 죽은 토끼를 들고 온 어린 소년의 얼굴에 토끼를 살리고 싶어한 간절한 눈망울, 연약한 생명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싶지 않은 어린 소년의 꿈을 봤습니다.

박시온이라는 캐릭터 못지 않게 제 마음을 홀라당 통째로 힐링시켜준 최우석, 성원대학병원 인사위원회가 끝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던 박시온에게 왜 그렇게 늦었냐고 답답해 잠깐 버럭 화를 냈다가, 손톱을 부딪치며 어쩔줄 몰라 하며 불안해 하는 시온의 손을 잡으며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의사, "시간 잘 지키는 놈이 왜 이제와...", 그 부드러운 말에 시온은 금세 안정을 찾죠.  

시온이 자란 환경은 불우했습니다. 아들의 자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술주정뱅이 폭력아버지, 시온을 어떻게든 치료하려고 아버지의 폭력에 시온을 안고 대신 맞아야 했던 어머니, 시온의 유일한 친구이자 늘 시온편이었던 형과 토끼가 시온의 가족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둘 시온의 곁을 떠났습니다. 아버지의 손에 토끼가 죽어야 했고, 형은 동생과 놀아주지 않는 동네아이들의 위험한 내기에 폐광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떻게 시온의 곁을 떠나게 되었는지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후 시온은 보육원에서 생활해야 했지요. 시온에게 아버지와 형, 가족이 돼 준 분은 최우석이었습니다.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지원해 온 스승입니다. 

시온은 지방대 의대에 입학하고 성적도 특출나게 우수했지만, 서번트 증후군 병력이 문제가 되어 국가고시에서 최종 불합격 판정을 받습니다. 단 전문의가 의료인으로서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불합격 판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조건부 불합격 판정이었죠. 최우석은 박시온의 불합격 취소를 위해 그가 병원장으로 있는 성원대학 병원에 박시온을 레지던트로 스카웃했지만, 시온의 서번트 증후군은 성원대학 인사위원회에서도 문제가 되어 통과하지 못하고 불합격을 받게 되었죠.

 

인사위원회에 나오지 못했던 시온, 그 이유는 TV를 통해 나오게 되었죠. 기차에서 달걀을 건네 주었던 현우, 캐릭터들이 눈 앞에서 튀어나오는 3D 애니메이션에 아이처럼 신기하게 보고 있던 시온은 현우가 대형전광판 유리파편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을 보게 되었고, 현장에서 긴급 응급처치로 현우를 살리게 됩니다.

현우가 고비를 넘기자 시온이 현우에게 한 말이 눈물 범벅되게 만들더군요. "이제 괜찮을 거야, 현우야, 걱정하지마". 

청량리역에서 사고를 당한 현우를 구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고, 방송국에서 시온을 인터뷰하러 나오자 긴급인사위원회가 다시 열리게 됩니다. 최우석은 자신의 병원장직을 걸고 6개월만 시온에게 기회를 달라고 제안하고, 인사위원회는 시온의 6개월 조건부 레지던트를 수락하죠.

각각의 다른 계산들로 머리를 굴리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성원재단 내부의 암투가 암시되기도 했습니다. 이사장 나영희가 병원 경영 마인드가 똑바로 된 사람같아서 일단은 안심되더군요. 의뭉스러워 보이는 부원장 강현태(곽도원)는 일단은 물음표였지만... 

최우석은 성원대학 인사위원회에서 박시온을 레지던트로 추천하며 말하죠. "자폐증은 불치병이 아닙니다. 치료가능한 예도 많습니다.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모든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일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캐나다를 흔히 노인, 장애인, 어린이의 천국이라 합니다. 그만큼 사회 약자에 대한 복지가 잘돼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전 정책적인 복지행정보다는 사람들을 통해 그 천국이라는 의미를 더 실감합니다. 노인. 장애인, 어린이를 우선으로 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마인드입니다.

가끔 우리 아이들에게 핀잔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 말보다는 행동이 먼저 나가는 편이거든요. 예를 들면 노인들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무거운 짐을 들고 있으면, 손이 먼저 나가 짐을 들어주려고 하려는 등의...

그럴때 우리 애들은 저를 말없이 툭툭 친답니다. 도움이 필요하느냐고, 도와줄까요 라고 먼저 물어봐야 실례가 되지 않는 행동이라면서... 선의의 도움이라고 할지라도 당사자가 동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 먼저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손이 먼저 나가는 행동을 고치지는 못하고 있지만, 동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는 것은 큰 깨달음입니다. 여기 사람들은 그런 마인드는 철저한 듯 하더군요. 불편한 사람을 보는 내 마음의 불편보다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동정으로 볼지도 모른다는 상대의 불편을 먼저 헤아리는 것, 그게 여기서 배운 도움의 마음이었습니다.

 

박시온에게서 그런 비슷한 마음을 봅니다. 시온이 청량리 역에서 사고를 당한 현우를 응급처치로 살리고 처음으로 했던 말, "이제 괜찮을 거야, 현우야, 걱정하지마", 시온은 자신의 응급처치가 잘 됐음에 안심하지 않았지요. 현우가 살았다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그리고 앰뷸런스에서 다시 위기상황을 맞은 현우, 응급수술에 들어갔지만, 시온의 머릿속에서는 현우의 심장초음파를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죠. 수술실에서 그것을 말하려다 제지당하고 쫓겨났지만, 수술실밖에서 시온은 상상으로 현우를 수술합니다. 

도한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와 현우 엄마에게 수술시 어떤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고비를 잘 넘기고 현우 수술에 성공했다는 말을 했을때, 박시온이 돌아보며 했던 말, 전 그 반전에 그만 또 울음을 터뜨렸네요. 뭐랄까, 가슴이 꽉 차는 따스함에 가슴이 복받쳐오르더라고요.

"고마워, 현우야", 수술을 잘 해 준 김도한이 아니라 살아준 현우가 고마운 시온, 이렇게 아름다운 천사가 또 있을까요 

두 천재의 만남, 수술실에서는 김도한(주상욱)이 수술을 하고, 밖에서는 시온이 상상으로 수술을 하는 장면이 교차되었죠. 노력형 천재와 서번트 신드롬 천재의 만남. 두 사람이 가진 능력보다는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이 더 절실하게 만나는 것 같아서 좋더군요.

김도한이라는 캐릭터가 천재 시온의 능력에 어떻게 변화될지는 모르겠지만, 전 김도한의 캐릭터도 호감입니다. 의학드라마에서 흔히 보이는 경쟁심이 앞선 의사보다는 환자의 생명을 먼저 보는 의사라는 점은 비슷한 것 같아서 말이죠. 김도한이 몇시간을 만지작 거려도 맞추지 못한 큐빅스를 잠깐 사이에 맞춰버린 시온, 최우석에게 박시온의 레지던트 허용에 처음으로 스승의 의견에 반박하고 싶다는 김도한도 시온의 비상한 능력에 놀라지요. 아마도 결말에 이르러 시온을 의사로 인정해 줄 가장 든든한 동료가 김도한이 되지 않을까 싶더군요.

 

인사위원회에서의 시온의 말은 천사가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소아외과 의사가 되려는 이유가 뭐예요?".

"토끼와 형아 때문입니다. 하늘나라로 간 그들 둘 다 어른이 되지 못하고 하늘나라 갔습니다. 어른이 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어른이 돼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사랑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돈 벌어서 보육원 아이들에게 3D TV 사주고 싶습니다".

 

시온 앞에 펼쳐질 역경과 편견들, 박시온이 의사가 되는 길은 편견의 벽때문에 더 험난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그가 그 편견들 속에서 어떻게 성장해 갈지 궁금해 지는군요.

박시온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요? 의사의 자격이 의술이 다가 아님을 시온이 굿닥터로 인정받는 과정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들로 만나게 될 듯합니다.

 

첫방송만으로도 대박예감이 드는 굿 닥터, 박시온이라는 캐릭터에 첫방부터 빙의된 듯한 주원, 마땅히 마음을 주지 못한 월화드라마에 주원 신드롬이 시작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듭니다. 주원의 연기는 매 작품에서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느낌이라, 그를 볼때마다 캐릭터는 물론 주원의 연기를 보는 것을 흐뭇하게 합니다.  

서번트 신드롬을 겪고 있는 박시온이라는 캐릭터는 육체는 성장했지만, 정신은 어린 아이의 어느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나 정체는 아닙니다. 정상인들보다는 더디게, 너무 더디게 성장해서 잘 보이지 않을 뿐이지요. 버려진 버스에서 생일에 초코파이 케익과 장난감 의료도구를 선물해 준 형, 시온은 우리처럼 그리움이나 사랑으로 그 감정을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형이 해줬던 것처럼 자신의 생일에 혼자 초코파이 케익을 먹는 것으로 형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대체됩니다.

술에 취해 옷을 훌러덩 벗고 시온 침대에서 잠든 예쁜 여자 차윤서(문채원), 잠든 그녀를 본 낯선 설렘도 더디게 자랍니다.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팬티만 입고 여자 앞에서 양치를 하는 모습으로 차윤서를 경악하게 한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박시온은 너무나 귀엽습니다. 애기같습니다. 서번트 증후군이 아직 완치되지 않은 박시온에게서 나오는 아이같은 모습, 음식도 분석적으로 설명하고, 배고픔도 인체의 반응으로 설명하는 그는 얼마나 웃기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운지요.

최우석이 배고프지 않느냐고 갈비찜 먹으려 한다는 말에, "갈비찜? 혹시 밤이랑 색색깔 고명이 어우러진 명품 1등한우로 만든 갈비찜 말씀하십니까?". 그런데 배 안고프다며?

"저는 괜찮은데 장운동 증가로 인해 조건반사가 심해진 것 같습니다". 배고프다는 말을 이렇게 박학다식하게 설명하는 박시온때문에 웃음 빵~ 

어린 현우가 살아난 것에 고마워 하고, 어른이 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먼저 가버린 형과 토끼때문에 소아외과 의사가 되고 싶은 시온을 보며 왜 제목에 '굿'이라는 다소 평범한 단어를 넣었는지 알겠더군요. 엑설런트나 지니어스, 그레이트가 아닌...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세계에 살고 있는 박시원을 통해, 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르쳐줄 차윤서(문채원)을 통해, 많이 웃고 눈물도 많이 흘리게 될 듯합니다. 박시온이 닥터, 더 나아가 굿 닥터로 인정받게 되는 과정에서 제가(우리가) 흘리게 될 눈물은 기쁨이나 슬픔의 눈물이 아닌, 정화의 눈물이 될 듯 합니다.

굿 닥터 박시온이라는 캐릭터와만남 자체가 시청자에게는 힐링이 될 듯합니다.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말이죠.

 

박시온이라는 인물에게서 보는 어린 아이와도 같은 순수함, 어린 생명의 소생에 너무나 덤덤하게 고맙다고 표현하는 시온을 보며, 시청자로 하여금 눈물나게 해버리는 주원의 밀도깊은 연기, 언제부터인가 주원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 '시청률의 사나이'의 기분좋은 귀환, 한층 깊어진 연기변신입니다.   

각시탈 강토에서 박시온이라는 캐릭터로 돌아온 주원, 연기변신은 물론 섬세한 캐릭터 분석은 드라마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몰입하게 했습니다. 타인과 눈을 맞추지 못하는 초점이 명확하지 않는 눈빛, 불안하게 흔들리는 고개, 걸음걸이까지 박시온이라는 캐릭터 해석에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박시온이라는 캐릭터에 첫회부터 애정 몰빵하게 만드는 주원, 시청률의 사나이 주원 신드롬으로 이어질 거라는 좋은 예감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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